봄바람이 살랑살랑~~~
역시 계절은 속일 수 없나보다.
따스함으로 다가오는 바람이 코끝을 스친다.
옆지기와 함께 시골로 발걸음을 향하니, 나는 오늘도 나물을 해야겠다.
행여나 뱃속이 푸른물이 들지는 않겠지? 물이 든다한들 무슨 상관이랴!
길가의 화원에서는 온갖 꽃들이 자태를 뽐내고 있고 잔듸를 사려는 사람들의
모습도 눈에 뜨인다. 묘목들은 한데 묶여서 주인을 기다리고 있었다.
저 화사한 꽃들을 한번 모셔볼까? 그러나 옆지기의 반대....
있는 것이나 제대로 가꾸기나 하란다. 그래! 있는 것에나 신경을 쓸 일이지!!!
아차!!! 그런데 전쟁터에 나가는 사람이 무기를 빼먹고 가다니~~~~!
한참을 달리다 생각해 보니 호미를 챙기지 않은 것이었으니.... 어쩐다???
할 수 없지, 사던가 빌리던가 하지 뭐! 칠칠치 못한 것이 드러나고 말았으니...
건망증이 심한 것인지 치매의 초기 증상인지 잊기도 잘하고 들으면 돌아서는
순간에 이미 어디로 달아나버리니 이 어이할꼬? 생각나는 그 순간에 챙기지
않으면 도대체 방법이 없으니 나만 이런 것인가? 아~~ 슬픈지고!
참으로 용타! 그래도 밥먹는 것은 잊지를 않으니....
자루마저 부실한 호미를 손질하여 주는 옆지기, 참으로 한심한 이 마눌을
위하여 언제까지 챙기며 살아야 할지... 어쩌다 이지경이 되었는지 한심한
눈길을 주니 내가 뭐 그러고 싶어서 그러나? 곧 죽어도 할말은 있나?
어슬렁거리며 내 나물밭으로 발길을 향하니 집안 어르신의 말씀,
이미 젊은 애기엄마들이 자가용까지 몰고와서 다 훑어 갔다나!!!
가까운 곳에서 [황새냉이]를 캐기로 하고 부지런히 호미를 놀렸다.
기름값은 뽑아야할 것 아니냐는 말씀에 "그럼요!!!" 대답 한번 시원타!
뿌리를 주로 먹는 이 황새냉이의 맛도 그리 나쁜 것만은 아니다.
아~~~ 이 흙살의 부드러움이여!!! 여인의 살결마냥 곱고 부드러운
흙의 감촉....적당히 보슬보슬한 흙을 만져 보았다. 손바닥에서 느껴지는
이 감촉을 무엇이라고 표현해야 할까?
흙을 헤칠 때마다 뽑혀나오는 하얀 뿌리, 땅 속 깊이 뿌리를 내리고 있어
조심스레 잡아 당기면 쑤욱 뽑혀 나온다. 때로는 툭 끊어지기도 하고....
단단하게 박혀 있는 것은 똑!하고 부러지는 소리를 내기도 하였다.
저마다 끊어지는 소리도 다르게 내면서 내 손아귀에 잡혀나오는 이 황새냉이,
국도 끓여 먹고, 고추장에 무쳐 먹기도 하고...먹을 궁리부터 하누나....
많이도 캐었네! 묵직한게 돈으로 따지면 얼마나 될까? 속물 근성이다.
모든 것을 이만큼이면 얼마쯤 할까? 하는 버릇은....그저 돈에 비유를 하다니....
밭을 매 주었으니 김 맨 품삯이나 달라고 할까요?ㅎㅎㅎ이래서 또 웃었다!
내친 김에 아예 씻어가자. 흙물을 대강은 씻어버리고 다듬는 것만 집에
가서 하자. 수도 없이 헹구어 내어 비닐 봉투에 담아 가지고 집으로....!
텔레비젼을 보면서 다듬느라 옆구리가 꿰지는 듯하였지만 그래도 이것은
내 몫이었다. 굵직한 것은 나중에 데쳐서 무쳐 먹고, 자자분한 것을 따로 골라서
우선 된장국을 끓이기로 하였다. 다시금 말갛게 씻어서 끓는 물에 슬쩍 데쳐서
된장에 갖은 양념을 하여 끓이니 옆지기와 막내아들 맛있게도 먹어주네.
저녁을 건너 뛰겠다더니 밥 한그릇 뚝딱 해치우는구나.
"맛이 어때요?" "아! 맛이야 끝내주지!" "에이 당신 말은 믿을 수가 없어요."
"야, 아들아, 네가 말해 봐." "보기에도 맛있게 생겼는데요 뭐!" "그래애~~~?"
야~~~호~~~이리하여 오늘 저녁은 [황새냉이 된장국]으로 마무리를
하였다는 것이지요!!! 봄바람을 맞으며 캐 온 보람이 있구나!!!
2005. 4. 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