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경기침체 여파로 전국의 공장 경매물건이 꾸준히 늘어나고 있다. 공장 경매 물량은 2005년부터 2008년까지 줄어드는 추세를 보이다가 2009년부터 급증하는 양상으로 보이고 있다. 2005년 2939건에서 2006년 2408건, 2007년 1974건, 2008년 1915건으로 계속 감소했으나 지난해 2009년부터 2472건으로 크게 증가했다. 올해 들어 9월말까지 1570건이 경매시장에 나와 지난해 대비 30% 가까이 물량증가 추세를 나타내고 있다.
공장 경매물건은 그 특성상 경기변동에 따라 매물 증감의 기복이 심한 편인데 이렇듯 공장 경매 물량이 급증하는 이유는 글로벌 금융위기를 겪으며 불황이 심화됨에 따라 공장매물이 늘고 있기 때문이다. 또 부동산 경기의 장기침체 영향으로 중소기업들의 대출이 크게 늘면서 부도나 파산한 제조공장들이 늘어나고 있어서다. 특히 수도권과 대도시보다는 지방의 공장들이 부도 등 경제위기에 취약해 경매로 넘겨지는 물건이 많다.
급증하는 공장 경매물건 탓에 값싸게 낙찰 받으려는 부동산 투자자들로부터 공장 물건이 불황기 인기종목으로 각광 받고 있다. 공장을 값싸게 낙찰 받아 실제로 운영하려는 사람도 있고 공장을 용도 변경해 물류센터나 음식점, 편의시설 등으로 바꿔 이용·개발하려는 수요까지 가세해 공장 경매물건에 대한 입찰 경쟁도 뜨거워지고 있다. 최근에는 공장 임대업을 새로운 임대소득용 재테크 수단으로 삼는 일반인들의 응찰이 늘어나고 있는 추세이다.
수도권의 경우, 공장 총량제에 묶여 있어 새로운 공장의 신축이 사실상 힘들 뿐만 아니라 설사 신축이 가능하다 해도 각종 인, 허가를 받는데 통상 1~2년 이상의 기간이 소요된다. 따라서 임대수요가 많은 관계로 안정적인 임대수익을 얻을 수 있고, 산업단지 외에 위치한 공장은 각종 개발사업 등의 여파로 지속적인 지가상승이 이루어지다 보니 매각 시 상당한 시세차익을 챙길 수 있어 일반인에게도 유용한 재테크 수단으로 인식되고 있다.
시세 30% 싼 틈새 종목 인기
수원에 사는 서창권씨(53)는 지난 해 15년의 군무원 생활에서 은퇴 한 후 퇴직연금과 여유자금을 활용해 공장 경매를 통해 짭짭한 투자수익 올렸다. 화성시 팔탄면에 소재한 3305㎡짜리 공장인데 건축 된지 5년이 채 안되어 비교적 관리상태가 양호한 전자관련 회사였다. 감정가 6억5000만 원에서 2회 유찰되어 최저매각가 4억2000만 원까지 떨어져 있었다. 현장답사 결과, 진입로가 없어 인근 공장을 통해야하는 문제 외에는 특별한 하자가 없었다.
관련 공부(公簿)를 발급받아 확인한 결과, 지적도상 3M 도로에 접해 있었지만 현황 상에는 도로가 없어 이를 복구한다면 공장의 가치가 크게 높아질 것으로 판단되었다. 하지만 도로를 복구하기 위해서는 이를 넓혀야 하는 문제가 생겼다. 최소한 4M 정도는 되어야 차량이 원활하게 진출입할 수가 있기 때문이었다. 인접 토지 소유주들과 협의를 해보니 모두가 찬성이었다.
응찰을 결심하고 입찰한 서씨는 7명과 경합하였지만 감정가의 78%인 5억700만원을 써내 낙찰자로 선정되었다. 무사히 소유권등기를 마쳤지만 체불임금 문제로 공장 직원들로부터 명도저항에 있었지만 추가 부담 없이 2개월 만에 명도를 마치고 인근에 있는 공장 중개업소의 소개로 임대차 계약을 체결하였다. 서씨는 은행에서 1억 원을 대출 받았는데 매월 받는 임대료로 이자를 납부하고도 월 300만 원 이상의 고정 수익이 발생하고 있다.
공장 경매물건은 연간 2500여건이 입찰에 부쳐진다. 아파트형 공장까지 합하면 연 3000건을 훨씬 웃돈다. 2010년 평균 낙찰가율은 68.8%선이며 입찰경쟁률은 3대 1 수준이다. 2회 유찰 후 최저가에서 조금 가격을 더 써내 낙찰 받는 수준이어서 감정가 대비 30% 정도 저렴하다. 최근 경매에 나오는 공장 우량 물건은 수도권과 지방도시에 몰려 있다. 수도권은 의정부, 인천, 수원지법 등에 몰려 있고 1억 원대에서 수백억 하는 대형 물량까지 다양하게 경매에 부쳐진다.
공장 경매가 유리한 점은 공장을 낙찰 받으면 새로 짓는 것보다 돈과 시간이 절약된다는 점이다. 공장 설립에 따른 각종 인·허가 절차를 새로 밟지 않아도 돼 예비 창업자들에게 큰 혜택이다. 또 기계 설비 등을 갖추려면 최소 2년 이상 걸린다. 인·허가 과정에서 준비해야 하는 서류만도 수 백 가지가 넘는다. 그리고 공장을 짓는데 소요되는 각종 전용부담금과 세금을 줄일 수 있어 공장 경매물건은 일거양득의 투자대상이다.
경매는 이런 절차를 한꺼번에 해결해주고 값싼 땅과 기계, 건물 등을 일시에 확보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또 전용공단에 위치한 중소형 공장을 낙찰 받으면 전기·수도·도로 등 기반시설이 잘 갖춰져 있어 공장운영과 매각이 쉽다. 인천 남동공단, 안산 반월공단, 안산 시화공단, 안성 농공공단, 수원시 매탄동의 전자산업단지 등이 대표적이다. 공장밀집지역 내 경매물건은 예전에는 1~2회 유찰된 후 낙찰 됐지만 최근에는 2~3회 유찰된 후 낙찰되는 추세다.
‘체불 임금’ 있으면 명도저항 주의
공장 경매는 재테크와 세테크가 동시에 가능한 일석이조의 틈새종목이지만 돈이 되는 물건은 쉽게 눈에 띄지 않으며 사업용 부동산이라는 점에서 선별적으로 경매물건을 골라야 한다. 우선 도로망을 잘 살펴야 한다. 공장은 접근성이 매우 중요하다. 교통의 편리성이 확보되지 쪾으면 물류비용이 증가하기 때문이다. 제대로 된 도로가 없을 경우 새로 만들 수 있는지 또는 기존도로를 확장할 수 있는지 여부에 대해 사전조사가 필요하다.
공장 수요가 많은 곳을 노려야 한다. 수도권은 신규 공장 허가에 통상 1~2년 정도의 기간이 소요되어 상대적으로 수요가 풍부하다. 투자 유망지역으로는 김포, 파주, 화성, 양주, 평택 등지인데 이들 지역은 택지개발 및 산업단지 조성을 비롯해 도로망 확충 등 각종 개발 사업이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어 지가 상승이 예상된다. 투자 유망한 수도권에서 값싸게 낙찰 받으면 임대수익과 시세차익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다.
용도변경이 가능한 공장이라면 부동산의 가치를 높일 수 있어 금상첨화이다. 공장을 낙찰 받아 물류센터, 음식점 등으로 용도변경을 할 수 있다면 가치를 올릴 수 있다. 사전에 관할 시, 군청 공업계 등 유관부서를 방문하면 용도변경 가능여부를 확인 할 수 있다. 또 수도권 공장은 건물보다 토지 가치가 핵심이다. 감정가에서 토지비중이 높은 게 좋다. 참고로 공장용지의 가격은 통상 동일지역 내 대지 가격의 약 70~80% 선이다.
경매에 부쳐진 공장은 명도에 특히 신경 써야 한다. 체불임금이 있으면 명도가 지연되는 게 관례화돼 있다. 체불임금은 법적으로 낙찰자의 부담이 아니다. 하지만 공장 직원들이 기계기구, 건물 등을 파손할 수가 있고 기숙사에 거주하는 직원은 주택임대차보호법에 적용될 수 있다. 명도저항이 심할 경우 모든 것을 법적으로 해결할 수가 없는 경우도 있어 명도에 다소 시간이 걸릴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는 투자수익률과 직결되는 문제이다.
공장 경매물건을 고를 때 현장답사는 기본이다. 주변 시세와 공과금·세금 체납여부, 임차관계, 기계나 기구, 장비 포함 유무 등을 확인하고 지역특성과 공업배치법 등 관계법령에 따라 업종에 규제를 받는 곳인지 응찰 전 반드시 점검할 사항이다. 또 경매 부동산 내 오염물은 낙찰자가 처리해야 한다는 대법원의 판례가 나와 주의가 요망된다. 기계나 장비가 토지·건물과 일괄 경매되는지 알아보고 건물을 임대 사용한 경우 지상권 문제가 생길 수 있으므로 사전에 철저한 조사가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