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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 권역의 대표 민속, 줄다리기
무언가를 잡아끌고, 당기는 것은 우리 인류의 본능이자, 가장 기본적인 움직임 중 하나이다. 줄다리기는 줄이라는 간단한 도구와 경기 방식으로 인해 인류 보편의 놀이이자 운동, 의례의 한 가지로 이어져 왔다. 아시아, 유럽, 아프리카, 오세아니아와 중남미 지역에 이르기까지 줄다리기는 다양한 형태로 전승되고 있는데, 특히 아시아 권역에서는 벼농사 문화권에서 공동체의 풍작과 번영, 그리고 안녕을 기원하는 의미로 널리 행해지고 있다.
줄다리기는 캄보디아에서는 테안 프롯, 필리핀에서는 푸눅, 베트남에서는 께오꼬, 한국에서는 줄다리기, 줄당기기 등으로 불린다. 대부분 한 해를 시작하는 마을 축제에서 이루어지지만, 필리핀의 경우 농사를 짓고, 새로운 농사를 시작하는 8월에 줄을 당긴다. 줄은 한국에서는 주로 짚으로 만들고, 캄보디아는 가죽끈 혹은 넝쿨, 베트남에서는 넝쿨 혹은 대나무, 필리핀에서는 나뭇가지를 고리에 걸어 당긴다. 각 줄다리기에서 줄을 당기기 전에는 제례의식을 지내는데, 대부분 마을의 풍년을 기원하고, 구성원들의 무사안녕을 기원하는 내용이다. 이처럼 각국, 그리고 각 지역마다 줄을 당기는 시기도, 형태도 조금씩 다르지만, 모두 풍년과 화합을 기원하는 마을공동체의 소박한 마음이 깃들어 있다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
앙코르와트 신전에 장식된 줄다리기 부조, 테안 프롯
캄보디아의 대표적인 역사유적 앙코르와트에는 줄다리기가 연상되는 많은 부조들이 있다. 캄보디아에서 전해지는 설화 중에는 악마와 신의 줄다리기가 있다. 악마와 신들은 줄다리기를 통해 힘을 겨뤄보기로 하였는데, ‘발린’이라는 원숭이 신이 ‘나가’라는 뱀을 줄로 사용하되, 신이 머리를 잡고, 악마가 꼬리 부분을 잡게 하도록 조언하였다. 그리고 신들에게 줄을 당기는 도중 뱀의 배꼽을 간질이도록 하여 결국 신들이 악마들에게 이겼다고 전해진다. 이처럼 오랜 역사를 가진 캄보디아의 줄다리기는 매년 4월 중순 쫄츠남(우리나라의 설날에 해당하는 캄보디아 명절)에 지난해를 마무리하고, 새해의 새 주기를 맞이하는 의미로 시행된다. 또한, 캄보디아의 줄다리기인 테안 프룻은 농사를 짓고 공동체를 유지하는 데 필요한 적절한 양의 비를 기원하며 풍년을 기원한다.
세찬 강물에서 행해지는 필리핀의 줄다리기 푸눅
1년에 두 번씩 벼농사를 짓는 필리핀 루손 섬 이푸가오 주에 속한 훙두안의 3개 마을은 매년 여름, 쌀을 수확하고 후오와(huowah)라는 의식을 치른다. 후오와는 세 의식으로 구성되는데 바키(baki)라는 의식은 신에게 닭이나 돼지를 바쳐 조상신에게 고마움을 표시하는 의식이며, 이눔(inum)은 쌀로 만든 술을 마시며 구성원들이 함께 즐기는 축제이다. 마지막에 이루어지는 푸눅이 바로 줄다리기이다. 각 공동체는 하파오 강이 다른 하천과 합류하는 지점에서 만나 강물에 허수아비 모양의 ‘키나악’을 던지고, 서로 파키드라는 고리가 달린 나뭇가지로 이 키나악을 당기는 것이다. 3개 공동체가 서로 돌아가면서 계속 줄다리기를 하는데 승리를 거두는 공동체는 한 해의 남은 기간 동안 풍작을 거두며, 지는 편은 그렇지 못하다고 전해진다. 키나악은 줄다리기가 끝나면 물에 떠내려 보내는데, 이는 액운을 떠내려 보내는 의미도 지닌다.
연장자를 존중하는 마을축제, 베트남의 줄다리기 께오꼬
베트남의 줄다리기는 음력 새해를 시작하는 일종의 마을 축제로서, 마을회관이나 제당 앞에서 행해지며, 줄 준비와 마을사람들의 행진, 제물을 바치는 제사, 줄다리기의 순서로 진행된다. 줄은 등나무나 대나무로 만들어지며, 마을 연장자의 주관 하에 줄을 당긴다. 베트남은 마을 혹은 부족마다 다양한 형태로 줄다리기를 행하는데 어떤 마을은 연장자가 먼저 신에게 줄다리기 시작을 허락받는 의식을 치르기도 하고, 마을의 연장자 두 명이 줄을 당기는 의식을 하기도 하며, 또 어떤 마을은 연장자와 젊은 사람이 나누어 연장자가 이기도록 하는 등 연장자는 중요한 역할을 맡는다. 베트남은 줄이 물을 다스리는 용을 상징하며, 이러한 용의 형태를 가진 줄을 움직이는 줄다리기를 통해 물이 풍부하게 공급되기를 바라고, 풍년을 기원하고 있다.
신명나는 한바탕의 잔치, 한국의 줄다리기
정월대보름, 당제를 지내고, 마을사람들이 모두 모여 한 해의 풍년과 평안을 기원하며 줄을 당기는 것은 우리나라의 보편적인 마을 민속이다. 우리나라에는 경남 창녕의 영산줄다리기, 충남 당진의 기지시줄다리기, 강원 삼척의 기줄다리기, 경남 밀양의 감내게줄당기기, 의령 큰줄땡기기, 남해 선구줄끗기 등 많은 지역에서 지금도 줄다리기를 전승하고 있다. 이들은 대부분 두 줄을 통나무로 연결한 쌍줄다리기 형태이며, 특이하게도 감내게줄당기기는 둥근 도넛 형태의 큰 줄을 가는 줄로 연결해, 이 줄을 목에 걸고 엎드려 기어가는 형태이다. 줄을 당기면서 암줄과 숫줄이 결합하는 모습에서 한 해 농사가 잘되기를 바라면서 풍요와 평안을 기원한다. 우리나라 줄다리기의 특징이라면 공동체의 구성원이 모두 참여할 수 있고, 함께 어우러져 흥겹게 놀면서 풍요와 평안을 기원하는 줄다리기라는 것이다. 물론 치열한 경쟁을 통해 마을사람들은 있는 힘껏 줄을 당기면서 승패는 정해지지만, 공동체의 구성원들은 농악과 한바탕 어울리면서 함께 뒤풀이를 즐기고 풍년을 기원한다.
치열한 경쟁 속에서 나타나는 공동체의 화합, 풍년과 평안의 기원
줄다리기는 대부분의 놀이처럼 경쟁구도를 가지고 있지만, 이러한 경쟁 속에서 공동체의 단결과 화합을 추구한다는 점에서 무형유산으로서의 높은 가치를 가진다. 비록 줄을 당기기 전과 줄을 당기면서 줄다리기의 승리를 위해서 강한 경쟁을 보이고 있지만 이러한 과정에서 함께 줄을 당긴 구성원들은 강한 유대감, 연대감을 갖게 되고, 줄을 당긴 후에는 양 팀이 서로 어울려 화합의 한마당을 가지게 된다는 점에서 줄다리기의 독특한 특성이 나타난다. 특히 줄다리기는 모내기나 추수 등 과정에서 많은 노동력의 집중적인 투입이 필요해 공동체 구성원 간 협업이 절실한 벼농사권역의 공동체 문화 특성을 반영하고 있다. 또한 시기나 형태는 조금씩 다르지만 줄다리기는 단순한 놀이나 유희가 아니라 풍년을 기원하는 제의와 연계되어 있다. 이 점은 아시아권의 벼농사문화권의 특색을 잘 보여주는 줄다리기의 공유유산적 가치를 나타내는 것이다.
줄을 잡은 공동체 구성원이 하나가 되고, 또 풍요와 평안을 기원하는 소박한 바람을 담은 줄다리기. 기회가 된다면 한번 줄다리기에 참여해보면 어떨까 싶다. 바쁜 일상 속에 매몰된 개인주의에서 벗어나 같은 줄을 잡은 수많은 사람과 함께 호흡하며 줄로 연결된‘우리’라는 인식과 더불어 공동체의 따뜻한 연대와 든든함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글.고대영(기지시줄다리기박물관 학예연구사)
첫댓글 모르긴 모른다해도
전남 광산 대촌면..
고싸움...
국내 명품입니다,요.
이 게시글은 문화재사랑..이라는 월간지 3월호에 실려 있는 걸
펌하여 온거 랍니다
이 월간지..3월호 부터 받아 보고 있거등요.
@봉봉오봉 신간 4월호..기대하시면서요...
아직 이른시간에이네요..
저는 뭔가 모르게..평생
첨으로 피곤한몸.. 샤워를하고
자야겠어요...
@Libido 신간 4월도 벌써 받았습니다
3월호 게시글 다 올리고.
4월호 올릴려구요..ㅎㅎㅎ
...네..편히 줌셔요
@봉봉오봉 벌써 주무시게요?
전 이제 샤워를...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