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편의 시를 보냅니다. 시치료 텍스트로 적당히 편집하여 실어주세요. 한 페이지에 싣는 것보다 중간 중간 실으면 어떨는지요?
그리고 순서를 보냅니다. 다른 것은 달라진 것은 없아오나, 시 치료를 두 분의 본 시낭송 사이에 한 번 더 넣으면 어떨까 싶습니다. 분위기의 고조를 위해서인데, 선생님은 어떻게 생각하시는지요?
오프닝/김성종 5분 컬럼/명사 애송시/송인필 시인 낭송 1/시치료 1 (그 시인의 시로)/ 정대구 시인 낭송/시치료 2 (그 시인의 시와 나의 노래로 하는 시)/독자와의 대화/ 클로징
그리고 미국에서 후원 회원 한 사람이 생겼습니다. 버클리의 이은숙 씨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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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18 회 시바다/ 관계와 거리
시치료/텍스트 1
/석류
이 가 림
언제부터
이 잉걸불 같은 그리움이
텅 빈 가슴속에 이글거리기 시작했을까
지난 여름 내내 앓던 몸살
더 이상 견딜 수 없구나
영혼의 가마솥에 들끓던 사랑의 힘
캄캄한 골방 안에
가둘 수 없구나
나 혼자 부등켜안고
뒹굴고 또 뒹굴어도
자꾸만 익어 가는 어둠을
이젠 알알이 쏟아놓아야 하리
무한히 새로운 심연의 하늘이 두려워
나는 땅을 향해 고개 숙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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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인필
[낭송시]
다섯 밤만 지나고
비린내의 꿈
맹물이 되어
똥에 관한 각서
늪 우포에서
거울이라구요
문
▶ 송인필 시인은 부산에서 출생하여 95년 『시문학』으로 등단. 시집으로 『비밀은 바닥에 있다』<부산 민족문학 작가회의> 회원
낭송 詩
/다섯 밤만 지나고
마당의 무궁화가 해 지는 쪽으로 고개 숙인 꿈을 꾸었네
낯익은 집이었네
여인네는 아이에게 옷을 단단히 입으라 이르시네
머뭇거리며 손을 잡아끄네
눈이 오겠구먼, 먼길을 가야 혀, 마음 단단히 묵어
깡마른 여인네와 어린아이가
마루가 놓인 그 풍경 속으로 들어왔네
이상했네 여인네의 모습이 흐려지고 있었네
다섯 밤의 깊은 고요가 흐르고 있었네
여인네의 몸과 길이 닮아가면서
세상에 그렇게 먼 길이 있다는 걸 처음 알았네
어머니, 그때 왜 저를 두고 가셨어요
아이는 아직도 다섯 밤의 꿈을 꾸네
꿈을 깨면 어디선가 무궁화꽃 냄새가 났네
나는 여전히 그 마당에서 설익은 잠을 깨고
어젯밤 나는 나이든 공양주를 어머니라 불렀네
혼곤히 잠에 빠진 요사채에는
꿈에 본 공양주가 서 있었네
/비린내의 꿈
젖은 갈치 꽁지를 들고 선 아낙
눈에 그득 고인 비린내를 보았지
갯바람을 집어삼켰지
젖은 앞치마에 달라붙은
비린내들의 반짝임
붙들고 있는 주름진 손등이
비린내 하나로 세상을 끌어당기고 있었지
냄새를 피해 다니는 우리를
시커먼 냄새 감춘 우리를
종종걸음으로 따라오고 있었지
수많은 비린내를 끌어안고
비린내를 퍼내는
아낙의 꿈
알싸한 갯내를 피워내고 있었지
/ 맹물이 되어
벌컥, 맹물을 들이키는 그댈 보네
작업복을 입고, 이마에 짠 生을 훔치며
모자를 벗으며 꾸벅, 그대가 허리 굽히네
물바가지 내민 손들이
목마름을 참으며 흙먼지 뒤집어쓴 연장들이
그대의 굽힌 허리를 잡아주네
맹물을 찾아가는
그대, 짠 생이
공사판 떠돌며 색도 냄새도 버린
맹물을 먹고야 푸르게 깨어나네
맹물이 그댈 키우네
맹물같은 세상 향해 꾸벅 꾸벅 수없이 허리 굽혀야
웃음 피는 방 한 칸 지을 수 있을까
온 몸 흘러내리는 냄새나는 삶이
맹물을 찾아 나서네
그대 다시 연장을 두들기며
땀방울 닦으며
고개 숙인 그림이 되네
비로소 맹물이 되네
/ 똥에 관한 각서
여간 어려운 게 아니야
똥을 제대로 싼다는 건
세상을 제대로 사는 일이야
신경줄 모아 숨을 차단하고
대장을 돌고 소장을 지나 받들어 똥!
똥에게 경배하는 거야
빠른 세상, 때와 장소 가릴 새 없이 싸갈긴 똥은
구린 줄도 모르는 거야
무얼 삼켰는지 어떻게 살았는지
똥을 보면 흘러 온 싸가지가 보여
똥은 똥만의 철학이 있어
빛깔이 있어
세상이 싫어 제대로 삭히지 못한 똥은
주루루룩 볼멘 소리만 급하게 뱉어내는 거야
똥을 집어넣고 다니는 그대는 똥통
골치가 아플 때
몸에 열이 오를 때
한 번 시원하게 똥이나 싸 봐
깨끗이 깊은 공복에 든 새벽
도올 선생의 똥철학이나 읽어 봐
소가지 더부룩한 얼굴로 변비에 시달리는 낯짝
오늘은 어떤 구린내를 향긋하게 끌어안을지
/ 늪, 우포에서
어느 잠 못 든 가을날, 내 걸음은
슬픔으로 돌돌 말린 너를 찾아 나섰다.
영산, 창녕, 부곡 지나 화왕산 기슭을 돌아온
너의 문장 맨 끝집 , 부초처럼 흘러 온
왜가리, 물닭, 청둥오리떼, 깃을 새워 물버들 고운 눈매를 보듬고
아득히 정물이 되는 곱디고운 족지포, 목포
눈이 아려 땅거미에 기대 너를 부른다
사랑아
푸르게 손을 내밀며 슬픔을 피워 올리던 너의 노래가
꽹과리를 치고 학춤을 추며 굽이굽이 고개를 넘던 남사당패
허위 허위 목 쉰 몸짓을 감싸안고
이 젖은 땅에서 상좌가 되었구나
적멸의 집터가 되었구나
사랑아
나를 향해 솔씨처럼 집을 버리고 예까지 떠밀려와
그리움으로 그리움으로 깊어진 너의 울음이
늪이 되었다
아, 이젠 내가 너의 푸른 생으로 살고 싶다
너의 젖은 노래로 함께 말려 마침표로 남고 싶다
온 밤 내내 기다림으로 뒤척이던 우리 걸음이
어둠의 맑은 얼굴이 되어 물소리에 묻힌 밤
되돌아가야만 하는 철새들의 울음 끌어안고
슬픈 늪이 된다
사랑아
상여꽃처럼 하이얀 안개가 남쪽으로 남쪽으로 몸을 눕힌다
사랑아
/ 거울이라구요
거울을 닦는다구요
거친 세월을 지우고 싶은 마음이
병 든 지아빌 닦는다구요
술에 취해 밤새 고래고래 살아 온 시간 뿜어내는
아욱, 아욱 눈알 흰창 까뒤집고 혼줄 놓아버린
마흔 둘, 딸을 닦는다구요
이 땅에 온 시간을
허겁지겁 전생이 뒤바뀐 당신을
닦는다구요
너무 오래 거울을 닦아 허리가 삐걱 했다구요
주름 접힌 세상이
아하, 거울 속에 비친다구요
목숨 다한 울음을 삼키며 누웠다구요
삐적 삐적 말라간다구요
서로에게 거울이 된 만남은
침을 퇴퇴 뱉으며 당신을 닦아주는 만남은
어지럽게 스쳐가고 스쳐오는 내 모습이라구요
잡은 손금과 손금이 합쳐지듯
더운 기운이 흘러 넘치는
강물 같은 아린 삶이라구요
아하, 그대도 그런 거울이 있다구요
/ 문
속 다 덜어내고 난 껍질
쓰다듬을 것이다
아이구 이 남가 남가 니도 얼마나 속이 상했걸래
내처럼 속이 다 둘러 빠졌노
마당귀 발자국 끊어진 지 오래
아직도 백태 낀 눈 꿈뻑이며 바다 건너는 할머니
파리 한 마리, 해초 달라붙듯
멍한 눈에 들어앉을 것이다
몸 그득 출렁이는 얼룩들
눈 먼 피붙이들 냄새로 껍질 덧씌울 것이다
반됫박 보리쌀 뜨물에
종이조각처럼 허옇게 떠내려 갈 것이다
그렇게 비워질 것이다
군불 때던 냄새
식구들 부르는 소리
다시 마당으로 걸어와
때 낀 마룻바닥에 쌓일 것이다
할머니는 그렇게 앉은 채
속 비운 등걸과 동행하려고
속을 태우며
빈 등걸 자꾸 쓰다듬고 있을 것이다
정대구 시인편
[낭송 시]
장롱생각
거울의 잠
그녀의 방
열망 2
아이스크림 단비
창문을 바꾸어 달면서
석공의 비문
/ 장롱 생각
―어머니와 아내의 장롱 사이에서
장롱은 어머니 것이고 아내의 것이고 내 것이 아니다 어머니의 장롱과 아내의 장롱은 네모난 것이라는 공통점이 있을 뿐 어머니 장롱은 이부자리를 장롱 위에 얹어 두는 아주 소탈한 것이었고 아내의 장롱은 이부자리를 장롱 안에서 꺼내는 아주 크고 화려한 것이었다 어머니 장롱과 아내의 장롱 사이엔 보이지 않는 알력과 질시가 있었고 나는 그 틈새에서 괴로워한 적이 있었다 어머니 장롱은 결곡한 고집으로서 버티었고 아내의 장롱은 번쩍이는 전의가 매우 도전적이었다 나는 지금 장롱과 관계없는 나날을 살고 있다. 장롱이 없는 내 방에 들어와 벌렁 침대 위에 눕는다 하지만 장롱의 싸움으로부터 아주 해방된 건 아니다 장롱 위에 얹힌 이부자리를 내려 펴고 이불 속으로 빨가벗고 들어 가 어머니 품에 잠들었던 그때 그 어린 시절은 행복했다 단칸 셋방에 어머니가 평생을 두고 아끼시던 그 장롱은 어디로 갔는지 어머니를 따라 하늘나라로 날아갔는지 아득하기만 하고 아내가 10년을 넘게 경영하여 장만한 으리번쩍 열두 자 짜리 자개 장롱 안에서 비단 이부자리 꺼내어 아내와 함께 그 속에서 단꿈 꾸던 그 시절도 지금 여기 없고 간단한 서랍장 하나 놓고 홀아비 냄새 풍기며 장롱과는 아득히 먼 그리움으로 어머니를 입고 아내를 입고 뒹구는 오늘 저녁 어머니는 어머니의 자리를 지키려 싸우시고 아내는 아내대로 양보함이 없는 틈새에 서 나 쉽게 잠들지 못한다
/ 거울의 잠
조심해야 한다 본의든 아니든 일단 황홀한 거울의 속임수에 빠져들면 거울의 잠 거울의 마술에서 좀체 풀려 나오기 어렵다
소리란 소리 모두 잡아넣고 맑고 고요한 잠 숨소리도 없는 잠 팔다리 다 움직이며 눈뜨고 잠드는 태평양 같은 잠에 빠져서 잠자는 줄도 모르고 그대 지금 소리를 저당 잡힌 잃어버린 말속에 잠들어 있어 너와 나 그리고 그대, 죽음 속으로 들어가 돌들의 반항과 바위의 분노도 꾹꾹 눌러 잠재우는 거울은 잠의 공동체 거대한 잠의 강 잠의 나라를 이루고 있어 미성과 괴성 가리지 않고 소음과 굉음 온갖 소리들이 잡혀 들어와 언제 어디서 한꺼번에 터져 나올지 모르는 위험한 폭발물을 안고 거짓 영원을 흉내내고 평화를 시늉하며 잠시 잠들어 있는 소리들의 공동묘지 귀먹은 소리의 平葬
그때는 그대와 나 그리고 너 모든 물상이 비명과 함께 산산조각으로 피를 흘리고 자신의 모습으로 깨어나 자유를 회복할 수 있을지 그 날 그 위험한 순간은 언제가 될지 우리 모두 힘을 모아 기다려 보는 거지 숨을 죽이고
/ 그녀의 방
그녀와 나는 전세방에 세 들어 살고 있다
장백 아파트 105동 9층 2호
여기가 지금 그녀와 내가 동거하는 현주소다
그녀의 방이 하나 나의 방이 하나
그리고 정교수의 방이 또 하나
그녀와 나 그리고 정교수는
말하자면 삼각관계에 있다
정교수와 내가 그녀를
동시에 소유할 수 없기 때문
그녀를 먼저 차지한 것은 나인데
그녀와 나 사이에 정교수가
나중 세 들어 와서 나를 제치고
변비와 설사라는 무기를
다 갖추고 있는 그가
더 오래 더 많이 그녀를 차지
하지만 어쩌겠는가
이것이 어제오늘의 현실이요
힘의 논리요 역학인 것을
내가 아는 한 그녀는 요조숙녀
누구를 만나러 한 번도 외출해 본 적이 없는 그녀
내가 그녀를 찾을 때마다
그녀의 방에서 오롯이 나만을 기다려 반갑게 맞이하는 그녀
나의 똥과 오줌까지 마다하지 않고 다 받아주는
아리따운 그녀 커다란 입과 항문이 함께 열려 있는
남다른 생김새와 매끄러운 몸매 벌거벗은
그녀가 없는 하루를 나는 생각할 수도 없다
적어도 하루에 한 번 이상 나는 그녀를 타고 앉아
24시간 중 가장 행복한 시간을 즐긴다
형님 먼저, 오늘 아침도 나는
선취득권을 인정해 주는
예의 바른 정교수의 양보를 받아
그녀 방에 들어가 성급하게 아랫도리를 내리고
짧은 시간 나의 욕망을 배설한다
(나는 정교수와 달리 쾌변 속변)
그녀 또한 자기 몸 속에 들어간 나의 분비물을
실은 똥오줌을 한참을 굶주린 듯
달게 달게 감칠맛 나게 쭉쭉 뻘아 들이는 괴성
속전속결로 처리하는 기쁨
못 참겠다는 듯 터져 나오는 희열의
그 희한한 소리 즐기며 들으며 내려다보며 뒤돌아보며
적어도 이 순간만은 그녀는 나만의 것
그녀 또한 나밖에 아무도 없어
더 이상 행복할 수가 없어
그녀는 요조숙녀 나밖에 아무도 없어
그녀 앞에 거침없이 훌훌 벗어 던지고
실컷 보라는 듯 샤워를 하는데
그녀 또한 그런 내가 귀여워 죽겠다는 듯
빤히 나를 쳐다보고 있는데
급하다고 빨리 나오라고
정교수가 노크를 해대고 있어
아우님, 더 좀 참아보지 않고… 아하, 이걸 어쩌나.
/ 열망·2
-그녀의 칫솔이 되어
밥숟갈이 될까 칫솔이 될까
그대는 밥숟갈이 되게나
밥숟갈이 되어 그녀의
입안에 음식 찌꺼기를 남기게나
나는 칫솔이 되어
그녀의 입술을 열고 들어가니
아침 저녁 혹은 점심
하루 세 번씩 3 3 3 공법으로
그녀를 밀착 공략하여
이빨과 이빨 사이
이와 잇몸 사이 부딪쳐
구린내 나는 이똥을 제거하고
산뜻한 분위기로 반짝
그녀와 입맞출 터
몸이야 백 번 마모된들 어떠리
그녀가 나를 수시로 아껴 주면
다시 새로운 칫솔이 되어
살짝 그녀를 밀고 들어가
반짝반짝 님도 보고
뽕도 딸 수 있으리
(하지만 다른 사람 입 속엔
나 절대 들어가지 않으리
억만 금을 주어도 들어가지 않으리)
/ 아이스크림 단비
아이스크림을 권한다 나에게
아이스크림을 권하는 그녀가
더 아이스크림 맛이다
아이크림을 좋아는 나를
어찌 알고
아이스크림처럼 사르르
스며들어오는 그녀
한 보지락으로는 모자라
입맛 당긴 김에 둘
셋 넷 다섯…
나의 아이스크림 탐미
한참 궁해 메마른 내 몸에 촉촉이
젖어드는 그녀
꿀맛 같은 단비
처음에 내 입술을 적시고
쩍쩍 갈라진 혓바닥
불타는 목구멍에
살살 녹아들어
푸석푸석 거친 피부에 물 올리고
말라 가는 실핏줄에
피를 돌려
숨 넘어가던 이파리들이
뜨거운 숨을 몰아 쉬며
빳빳이 일어나
파란 손을 흔드네
아직 도랑물이 흘러
논밭 흠뻑 적시기엔
좀 모자라긴 하지만
급한 대로 나는
아이스크림을 빨아들이듯
알뜰하게
그녀를 빨아들여
쪽쪽 빨려 들어오는 그녀
아이스크림 단비
맛이네 맛있네
/ 창문을 바꾸어 달면서
오늘 아침 나는
창문을 바꾸어 달면서
아내와 말다툼을 한다
창문을 떼었다 맞추었다 떼었다 맞추었다
이 말을 돌려서
저 말에 붙이고
저 말을 빼내어
이 말에 맞추어도
아내는 속아 넘어 가지 않는다
아무것도 모르면서
아내는 무조건 속지 않는다
나의 행동만 뒤집히고
창문을 떼어서
이리저리 맞추어 보는 이유만
모호해지고
수준 없는 여편네의 말만 올라가는가
올라가는가
뿌옇게 흐려 버린 바깥 풍경이
잘 보이지 않는다.
소용없다 소용없어
나의 말다툼은
무엇을 위한 말다툼인지
말다툼도 말다툼 같다 말다툼이 안 되고
제자리를 찾는 바깥 풍경은
제자리가 아닌가 봐
내가 떼었다 붙었다 하는 말들은
허공에 흩어지고
애초부터 우리 집 창문은
고정식이었어 고정식이었어
/ 석공의 비문
석재사에 갔다가 그를 만났어
박사도 싫고 석사도 싫다
돈도 명예도 차 버린 그 녀석
여인에게 채여서 소식 없더니
오늘 우연히 돌 공장에서 만난 그 녀석
돌에 미쳐 있는 석공이었어.
뭐라고 말할까 녀석은
한 대 얻어맞고 얼얼한 돌의 경악
중심권에서 벗어나서
멀리 변두리에 숨어사는
숨죽이는 잡석 같지만.
그것은 나의 선입견이었어
녀석은 비현실적인 잡상의 조각들을
떼어버리고 잘라 버리고
심장만으로 뛰고 있는 비문을
단단히 돌면에 새기고 있었어.
아른아른 쑥돌
손도 못 댈 새까만 오석
녀석은 손바닥이 닳도록
반들반들 갈아서 깍아서
콧대 놓은 그녀의 코를
더욱 높게 세우고.
녀석은 아직도 팔팔하데
기죽지 않았어
포기하지 않았어
기죽었다고 생각하는 건 나와 그녀뿐이었어
돌 조각이 폭발하듯 뛰어 오르고
번쩍번쩍 그의 서슬에는 날이 서 있데.
돌도 그의 서슬 푸름에 굴복 당하고
순종하듯 부드럽게 부드럽게
녀석의 정을 곱게 맞고 있는
행복한 여인의 숨결-
이것은 녀석의 환상이 아니었어
그의 방법으로 사랑을 조각했고
사랑의 소원 성취였어
말하자면
끈질긴 사랑의 승리였지.
아, 돌의 단단함이여
녀석의 더 질긴 정신이여
손바닥에 집념의 못이 박히고
돌 속에 박혀 있는 한 시대의 절망을
두들겨 켜내는 그 녀석
분노같이 일어선 두 팔뚝이 달려가서
돌의 단단함을 더 사랑하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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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치료/ 텍스트 2
비리데기의 여행노래
―3곡 /사랑
강 은 교
저 혼자 부는 바람이
찬 머리맡에서 우네
어디서 가던 길이 끊어졌는지
사람의 손은
빈 거문고 줄로 가득하고
창 밖에는
구슬픈 승냥이 울음소리가
또다시
만리 길을 달려갈 채비를 하는구나.
시냇가에서 대답하려므나
워이 가이 너 워이 가이 너
다음 날 더 큰 바다로 가면
청천에 빛나는 저 이슬은
누구의 옷 속에서
다시 자랄 것인가
사라지는 별들이
찬바람 위에서 우네
만리 길 밖은
베옷 구기는 소리로 어지럽고
그러나 나는
시냇가에
끝까지 살과 뼈로 살아있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