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현재 나의 모습과 실패를 받아들일 수 없다. 난 대학 때까지는 성인아이로 자라, 성취에 매우 몰두했다. 그러다 20대 후반에 어머니와의 갈등 속에서 삶이 무너지는 체험을 했다.
나의 노력과 열정이면 사회에서 성공해야 한다. 그런데 현재 인생은 심하게 실패했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가장 중요한 청춘의 절정에서 병들었기 때문이다. 어머니가 내 인생에 깊이 개입하고 간섭하는 일이 벌어졌다.
그리고 사회에서는 권위주의와 만났고, 사람에게서는 끊임없는 스트레스 상황을 겪었다. 이때 난 너무 힘들어 정신을 놔 버린다. 심리학적으로 이것을 심한 퇴행으로 볼 수 있다.
지금 가장 중요한 나의 감정과 마음은 나의 실패를 인정할 수 없다는 것이다. 내가 인생에 얼마나 몰입했는데, 마흔다섯 살 나이에 실패 속에서 살아야 하느냐 말이다. 난 내가 죽은 후에 유명해지고, 성공하기를 바라지 않는다. 성취는 현세에서 이뤄내야 한다.
난 정신이 무너지면서도, 내 인생에 집중했다. 이 사건이 내게 무엇이고, 왜 이런 일이 일어나는지 탐구했다. 결론은 한국 사회 부모들의 병든 마음이다. 그들은 너무 병든 나머지 자녀의 인생을 파괴한다. 물론 이것은 매우 안타까운 일이다. 하지만 이것이 진실이다. 그리고 누구도 이 진실을 이야기하는 사람이 없다.
요즘 이 이야기를 하는 사람을 한 명 발견했다. 홍상수 감독이 최근 영화 ‘여행자의 필요’에서 낯선 이국인의 시선으로 한국을 잘 보여준다. 홍상수 감독은 내부고발자의 입장에 선 것이다. 영화 내용은 나이 많은 프랑스 여자와 사귀는 한국 남성의 모습인데, 그의 어머니가 아들의 삶을 간섭하고 선을 넘는 것이다.
그동안 이 홈페이지에서 심리적 건강을 연구하려 했는데 한계를 느꼈다. 한국 사회의 병든 모습이 계속 내 눈에 어른거렸다. 그래서 사회적 건강을 뜻하는 ‘철학’이란 단어를 넣었다. 그래서 심리철학 연구소로 변경하게 된 것이다.
한국에 어른이 있다면, 이 나라는 매우 유치해 보일 것이다. 아이가 엄마에게 달라붙어 있는 모습이 눈에 띌 것이고, 그것도 성인인데 말이다. 그리고 부모와 자녀 간의 밀착 관계는 가히 눈을 뜨고 지켜볼 수 없다. 괜히 ‘딸은 엄마의 아바타다’와 ‘아들은 엄마의 대리남편이다’라는 말이 유행하는 것이 아니다.
2008년에 난 어머니가 내 인생에 깊이 개입하고 심하게 잔소리를 한다는 것을 느껴, 그 순간을 진정으로 체험하고 싶었다. 그리고 미치게 되었다. 이때 깨달은 것은 어린 자녀의 인생에 부모가 개입하게 되면 아이는 미치게 된다는 것이다. 즉 건강하게 인생을 살아갈 수 없다는 것을 난 경험했다.
이것은 무엇으로 증명이 되느냐 하면, 한국 아이들의 행복지수가 전 세계에서 꼴찌인 것을 보면 잘 알 수 있다. 그리고 이들이 자라서 한국의 성인이 되면, 그 누구도 행복하지 않은 사회를 만들게 된다. 즉 한국인 모두가 불행하게 산다는 것이다. 지금 벌어지고 있는 저출산 문제는 이 연장 선상에 있다는 말이다.
이것이 진실이건만 난 현재까지 이 사실을 이야기하는 사람을 본 적이 없다. 물론 자신이 겪지 않으면 자세히 알 수 없고, 이것이 현재 한국에 일어나는 모든 문제의 본질이라는 것을 깨달을 수 없다. 하지만, 내가 여기까지 이야기한 것이 불편한 진실이다.
불편한 진실은 누구도 받아들이지 않으려 한다. 마치 쓴 약을 거부하는 것처럼 말이다. 그러면 계속 병든 상태로 살아야 한다. 하지만 나는 병들고 싶지 않다. 그래서 한국 문화에서 이탈한다. 내가 아웃사이더가 될 수밖에 없고, 외골수가 아닐 수 없는 이유다. 나아가 한국 사회는 건강하지 않다. 이것이 내가 겪은 체험으로부터 깨달은 진정한 진실이다.
240425
김신웅 홈페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