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님의 얼레 줄
설날이면 아이들이 연을 날린다. 높이 솟아오른 연은 아이 손에 잡힌 얼레에 의해 당겨졌다 늦춰졌다
하면서, 주춤주춤 기웃기웃 꺼덕꺼덕 아슬아슬 비틀비틀 바람을 탄다. 나름 바람결에 이리저리 노닌다.
그러나 끈 떨어지면 긴 꼬리가 먼저 구불구불 접히면서 맥아리가 없다.
풍운아 삼손의 생애를 보면 꼭이 연 같다. 하나님이 끈을 잡고 계실 때는 성질대로 좌충우돌하는 듯 보
이지만 나름 중심이 잡혀있다. 하나님은 삼손을 어떤 끈으로 잡고 계셨을까? 삼손은 나실인이다. 나실인
에게는 세 가지의 금기 사항이 있었다. 첫째는 포도의 소산물을 먹을 수 없다. 둘째는 죽은 시체를 가까
이 하면 안 된다. 셋째는 머리를 깎으면 안 된다. 하나님과 나실인은 이렇게 삼 겹, 동아줄로 이어져 있
다.
그러나 삼손은 일찍이 포도밭을 드나들었다. 그러다가 사자를 만나지 않았던가? 사자와의 싸움에서 삼
손은 이긴다. 이긴 것까지는 좋았는데, 자기가 때려잡은 사자는 이미 죽은 시체가 되었다. 조심했어야
한다. 그러나 얼마 후 사체에 지은 꿀벌의 집을 따 꿀을 짜 마신다. 포도 관련 줄이 끊어지고, 시체를 멀
리하여 정결해야 하는 줄도 끊겼다. 남은 것은 삭도를 대지 않은 머리털뿐이다.
그런데 삼손은 그 줄마저 끊는다. ‘팜므파탈’의 화신 들릴라에게 걸려들었다. 들릴라에게 머리털의 비
밀을 누설하는 순간, 하나님의 얼레에서 풀려나오던 줄이 끊겼다. 블레셋에게 붙잡혀 두 눈 뽑히고, 맷
돌 돌리는 노예로 전락했다. 삼손은 그렇게 끝나는가? 아니다! 삼손의 머리털은 다시 자라기 시작한다.
삼손!
눈이 보일 때는 세상을 바라보고,
눈이 뽑히고 나서는 하나님을 본다.
힘이 장사일 때는 사람들의 이목을 끌고,
힘을 잃고 나서는 하나님에게 이끌린다.
정력이 넘칠 때는 여인을 탐하고,
정력이 쇠하니 하나님을 사랑한다.
자유의 몸으로는 여인의 노예였고,
청동 족쇄에 매이니 하나님의 종이 되었다! 아~ 삼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