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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많던 야생화는 어디 있을까? 조지 말로리는 "산이 거기에 있기 때문에 오른다"라고 했던가. 하지만 어떤 이들은 그 산 속에 꽃이 있기 때문에 힘들게 그곳을 넘어간다. |
등산에 대해 "내려갈 걸 뭣하러 힘들게 올라가냐"는 생각을 갖고 있는 사람에게 산 정상에 올랐을 때의 희열을 이해시키기란 쉽지 않다. 그들에게는‘정복’ 이외의 것이 필요하다. 이를테면 동북아 식물연구 소에서 진행하는 "꽃 산행 프로그램" 같은 계기가 있으면 더욱 수월하다 얘기. 꽃 산행은 매주 야생화 에 관심 있는 사람들이 모여 꽃을 보기 위해 오르는 주말여행 프로그램. 산을 굳이 정복할 필요도 없고, 쫓기듯 헉헉거리며 올라갈 필요도 없다. 오르다 힘들면 쉬면 되고, 도저히 못 올라가겠으면 그냥 내려 와도 된다. 산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 이들에게 꽃 산행은 어쩌면 산의 매력을 알게 해주는 기회가 될 지도 모른다. 지난 11일에 교사를 대상으로 동북아 식물연구소의 현진오 소장이 직접 가이드를 하는 꽃 산행이 있었다. 전국에서 야생화를 볼 수 있는 곳은 많다. 그중 남양주에 위치한 천마산은 서울에서 교통도 가깝고 800 여종의 야생화가 자라고 있어 일반인뿐 아니라 식물 연구자에게 인기 있는 곳이다. 천마산은 평동과 금 곡 두 방향에서 산행을 시작하는데, 꽃을 보려면 평동매표소에서 출발하는 것이 좋다. 계곡이나 갈대숲 처럼 휴식 공간은 없지만, 길가에 숨은 야생화가 많아 꽃 산행에는 안성맞춤. |
아무리 낮은 산이라 할지라도 꽃 산행은 보통 7~8 시간이 소요되기 때문에 아침 일찍 출발한다. 그다지 특별할 것 같아 보이지 않는 천마산 진입로, 그러나 얼마 오르지 않아 어느새 길 양옆으로 보라색의 점 현호색이 눈 앞에 펼쳐진다. 잎에 하얀 점이 있어 이런 이름이 붙었다는 이 꽃은 천마산에서 가장 먼저 발견된 종이라 한다. 온 몸을 바닥에 붙인 채 어떻게 하면 좀더 예쁘게 꽃을 찍을 수 있을까 이리저리 자리를 잡아보는 사람들의 모습이 여간 심각한 것이 아니다. 마음 같아서는 쭉 잡아 뽑아 햇빛 잘 드는 곳에 깨끗하게 정리해서 사진 한 장 찍었으면 하는 마음이 굴뚝 같지만, 그건 꽃산행을 하는 사람의 마 음가짐이 아니라는 질책에 잠시 반성을 해본다. |
생강나무, 미치광이풀, 양지풀 등 다양한 야생화에 대한 설명을 들으며 올라가다 보니 어느 덧 점심 시 간. 그나마 평지인 곳을 찾아 출발전에 가방에 챙겨뒀던 도시락을 하나 둘씩 꺼내기 시작한다. 매번 허 겁지겁 산행을 시작해서 정상에서 소리 한 번 지르고 후닥닥 내려와 산 밑에서 식사를 해결하곤 했는데, 산 위에서 먹는 도시락도 여간 맛있는 것이 아니다. 여기 저기서 맑은 소리를 내는 산새들의 지저귐과 움직일 때마다 사박사박 소리를 내는 나뭇잎, 게다가 주변은 얼레지 꽃밭이니 이보다 더 완벽한 피크닉 장소는 없을 정도. 물론 모두들 먹고 난 뒤에 빈 도시락을 깔끔하게 봉투에 넣어 다시 가방에 넣는 것 도 잊지 않았다. 얼레지꽃밭을 지나 천마의 집 방향으로 올라가다 보면 앉은부채가 곳곳에 펼쳐 있다. 얼핏 보기에는 커 다란 풀 같지만 큰 잎 아래에 숨어 있는 작은 꽃이 마치 커다란 잎을 부채 삼아 햇빛을 피하고 있는 어 린아이의 모습 같다. 산행에 익숙하지 않은 탓에 가장 중요한 물통을 미처 준비하지 못해 이곳까지 올 라가는 데 상당히 갈증이 났다. 이는 초보 등산객이 많이 하는 실수중 하나인데, 다행히도 내려오는 길 에는 마실 수 있는 시원한 계곡 물을 만날 수 있었다. 땀에 범벅이 된 얼굴을 씻기 위해 돌핀샘에 손을 대는 순간 얼음처럼 차가운 물에 온몸이 서늘해진다. 계곡 물에서 휴식을 취하다가 문득 옆에 있는 바 위를 보니 노란색의 천마괭이눈이 아담하게 피어 있다. 잎 색깔이 노랗다고 해서 예전에는 금괭이눈 이라 부르기도 했다고. 내려오는 계곡 곳곳에 피어 있는 천마괭이눈과 노란색의 피나물, 처음 봤던 점 현호색보다 작은 왜현호색꽃밭을 지나 산 아래까지 내려왔다. 아는 만큼 보인다고 했던가. 모든 산행이 마찬가지겠지만 꽃산행은 오히려 올라갈 때보다 내려올 때 더 의미가 생긴다. 전혀 생각지도 못했던 곳에도 꽃이 자라고 있고, 모두 똑같은 들꽃이라 생각했는데, 각 각 모두 이름이 있고 가치가 있다고 생각하니 발을 내딛기가 조심스러웠다. 게다가 저밑에서 봤던 똑같 은 꽃이 산위에서 봤을 때는 색깔이나 모양이 조금 다르고, 습성이 비슷한 종끼리 한곳에 모여 있는 것 을 보니 이것이 바로 야생화의 매력이구나 싶다. 혹시 또 알까, 뜻하지 않게 새로운 종류의 꽃을 발견 해 자신의 이름을 붙인 꽃이 생겨나게 될지. 봄철 천마산에서 볼 수 있는 야생화 |
[점현호색] 등산로 입구 쪽에서 많이 발견되는 야생화로 천마산에서 가장 먼저 발견됐다. 강원도, 경기도, 충북, 경북의 숲속에서 자라는 한국 특산의 여러해살이풀로 보통 3월 ~ 4월에 꽃이 피 고 6월에 열매가 익는다. 높이는 20cm 안팎으로 우리나라 현호색속 식물 중에서 꽃이 가장 커 큰현호색 으로도 불린다. 천마산 이외에 가리산, 공작산, 월악산, 주흘산 등지에서도 볼 수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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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이런 곳이 있었군요.... 전 들꽃 카페에 몇군데 가입하고는 산행을 하거나.. 답사를 하는데... 이렇게 전문적으로 하는 곳이 있었군요.... 위에 참가 비용이 한번 참여하는데 드는 비용인가요?? 좋은정보 감사합니다... 비오님!~^*^
좋은정보가 되셨다고 말씀해주시니, 제가 감사하네요..^^ 늘 행복한 하루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