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
저는 자녀 둘을 둔 가정주부입니다. 저는 가족에게만 불같은 성격으로 급하고 직설적인 말로 많이 힘들게 합니다. 반성하고 뉘우치기도 하지만 잘 고쳐지질 않습니다. 유년시절 권위적이셨던 할아버지와 아버지, 반면 너무도 순종적인 어머니를 보면서 내 아이들은 정말로 사랑해줘야겠다고 생각했는데, 제가 아버지를 그대로 따라하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남편의 성격은 순하지만 사업 일로 바빴고 저는 직장과 집안일과 아이들을 키우면서 힘들 때 마다 큰 아이인 딸에게 화를 내고 가끔 때리기도 했습니다. 아이들을 사랑하는 것 보다 가르치는 역할만 했습니다. 그래서인지 큰 아이의 성격은 굉장히 소심하고, 본인의 생각이나 마음을 표현을 하지 못해 그냥 미소 짓는 걸로 끝납니다. 교우관계도 친한 친구3~4명 정도만 가끔 만나거나 연락을 주고받습니다.
20대 초반인 딸아이는 고등학생 때 강박장애 진단을 받았습니다. 기숙학교를 다니면서 가족과 떨어져 지냈는데 아이가 쓰레기통 옆을 지나 갈 수 가 없고 손과 샤워를 자주 오랫동안 하고 뭔가 불안하면서 스트레스를 받고 있다고 울면서 이야기하더군요. 대학을 입학하고 원룸생활을 하면서도 계속 손을 씻고 문이 닫혔는지 자주 확인하고 밖에 다녀오면 모든 옷을 세탁하고 가끔 불안한 마음이 들기도 해 외출도 잘 안 했습니다. 약복용을 2년 째 하고 있지만 호전이 잘 안 되고 있습니다. 본인이 더럽다고 생각한 물건을 접촉하거나 접촉한 물건이 다른 곳을 접촉하게 되면 또 불결하다고 생각하며 꼬리에 꼬리를 물어 하루 종일 청소를 하고 힘들어 할 때도 있지만, 무기력하게 하루 종일 방안에서 지낼 때가 더 많습니다. 작년 말 쯤 혼자 살고 있던 원룸이 곳곳이 더럽다는 생각이 들어 다른 곳으로 이사 가고 싶다고 했고, 결국 원룸 생활을 접고 현재는 집으로 내려와 있습니다. 여전히 물건을 만질 때마다 손을 씻고 있어 저도 스트레스를 받아 아이를 다그칩니다. 아이는 왜 화를 내냐며 그 한마디만 하고 더 이상 말을 안 합니다. 저는 화를 낸 것에 미안해서 저도 더 이상 말을 안 합니다. 선생님!!간단한 조언이라도 부탁드리겠습니다. 제가 딸애와 제가 어떻게 해야 좋을까요??
A: 안녕하세요. 어머님. 한국아동청소년 심리상담센터입니다.
자녀분의 강박문제로 온라인 상담을 문의 주셨네요. 고등학생 때 진단을 받고 현재까지라면 진단 후, 3년 정도 관련문제로 자녀분도 부모님도 스트레스로 힘드셨을 것으로 보여집니다. 본인이 더럽다고 생각하는 물건이 다른 곳과 접촉이 되면 꼬리를 무는 듯한 침습적인 생각으로 그것마저도 오염이 되었다고 생각하고 있는 것으로 보여지네요. 강박장애의 경우는 꼬리를 무는 원하지 않는 침습적인 생각과, 그 생각을 중화시키고자 하는 강박행동(자녀 분의 경우 자주 씨는 청결, 반복확인, 정리정돈)으로 나눠어고 둘 중에 하나만 강하게 나타나거나 둘 다 나타나는 경우가 있습니다. 적어주는 내용만으로는 전반적인 것을 다 파악하기는 어려우나 강박사고와 행동 모두를 포함하는 것으로 보이며 외현적 강박사고의 유형으로 보여집니다. 본질적으로 물건 자체가 협오스럽다기 보다는 더럽다는 생각이 나타나게 된 어떠한 외적인 자극을 왜곡해서 받아들인 경험의 결과로 볼 수 있습니다.
강박은 자신이 통제하기 어렵다고 느끼는 불안의 한 형태로서 원인에는 여러가지가 있습니다. 도파민이나 세로토닌 같은 신경전달 물질의 균형이 깨져서 나타나는 경우가 있습니다. 위의 경우는 약물치료를 필요로 할 수 있습니다. 환경적인 요인으로 드러나는 경우는 훈육이나 체벌, 잔소리 등 부정적인 피드백의 자극을 많이 받은 경우 정신적인 스트레스가 과도해져 발생하고 악화될 수 있습니다. 위와 같은 경우는 전문적인 심리치료가 병행되는 것이 필요로 합니다.
강박이 힘든 이유는 지켜보는 사람들도 지치지만 무엇보다 본인 스스로 강박 사고와 행동이 부적절 하다는 것을 인지하면서도 조절할 수 없다고 느껴 힘들어 하고 악순환에 빠지기 때문입니다. 기숙사 생활 자체가 강박을 강화시켰다기 보다는 원룸에서의 환경적인 조건이나 외부적인 스트레스가 살고 있는 기숙사에 집중되어 청결에 대한 과한 생각을 강화시켰을 가능성도 있습니다.
강박치료는 스스로 개선하려는 의지가 있으면 일상생활에서도 가능하지만 그렇지 못한 경우는 전문적인 상담을 받는 것을 권유드립니다. 어머니께서 먼저 받으시려는 이유가 자녀분을 훈육하고 화를 낸 것에 대한 마음 때문에서 일까요? 자녀분이 상담을 받고 치료를 받게 되더라도 심리상담 센터에서는 부모상담을 통해서 양육코칭을 받으실 수 있습니다. 한 가지 방법을 추천 드리면 강박적인 생각이 떠오를 때 종이에 써 보는 것입니다. 그리고 그 생각들이 무의미하다고 생각해보면서 하나씩 그어보며 인식하며 머릿속에 되뇌이는 것입니다. 뇌는 우리의 행동을 수정하고 바꾸려고 할 때 행동을 기억하고 인출하는 과정의 역할을 합니다. 이러한 방법만으로는 강박 증상이 모두 없어지는 것은 아니지만 자신의 생각을 들여다보고 인식하는 것에는 도움을 줄 수 있습니다. 이 외 다른 방법들을 함께 개입하면서 나아가나는 과정이 필요합니다. 강박증상은 두면 둘수록 강화가 되고 시간이 지나면 개입을 하고 치료하는데 시간이 많이 걸릴 수 있기 때문에 어머니와 자녀 분 모두 상담을 받아보시는 것을 권유드립니다.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셨기를 바랍니다.
Tip. 내 아이가 강박적인 성향을 보일 때, 점검해야 할 사항!
첫째, 부모가 강박적인 성향으로 아이를 대하고 있지 않은지 점검해 봅니다.
부모가 아이를 대할 때 지나치게 청결을 유지하려고 하고 있거나, 무의식적으로 아이에게 청결을 강요하고 있는 등, 부모가 강박적인 태도로 아이를 대하고 있는것은 아닌지 점검해보아야 합니다. 부모의 강박적 태도를 보여주는 것만으로도 아이에게는 무의식적인 강박이 자리를 잡을 수 있습니다.
둘째, 아이의 강박적 경향이 자신의 불안하고 불편한 마음을 전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점검해 봅니다.
아이가 강박적인 행동을 반복한다면, 단순히 표면적으로 보이는 행동만을 바라보는 것 보다는 더 넓은 관점으로 행동 너머의 의도를 파악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아이가 현재 불편해 하거나 불안함을 느끼는 것을 강박적인 행동을 통해서 부모에게 표현하고 있는 것일 수도 있습니다.
셋째, 아이에게 너무 많은 규칙을 정해주고 있지는 않은지 점검해 봅니다.
아이에게 지나치게 많은 규칙을 정해주고, 아이가 그 규칙에서 벗어나는 것에 대해 엄격한 양육 태도를 취하고 있다면, 그러한 양육방식이 아이의 강박적 성향을 강화시킬 수 있습니다. 자녀를 양육할 때 어느 정도의 규칙을 세우고 그것을 지켜나가는 훈련을 제공하는 것도 필요하지만, 그 정도가 너무 지나치지 않은지 세심하게 돌아보는 과정이 필요합니다.
넷째, 아이에게 기질적인 문제가 있지 않은지 점검해 봅니다.
유전적으로 예민하고 쉽게 불안해하는 성향을 타고난 아이의 경우에도 강박으로 인해 어려움을 경험할 수 있습니다. 아이가 까다로운 기질을 타고나서 주어진 환경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은 아닌지 한번쯤 생각해볼 필요성이 있습니다. 만일 유전적 요인으로 인해 아이가 어려움을 겪고 있다면 전문가에게 정확히 아이의 상태를 진단받고, 아이의 상태에 맞는 효과적인 치료가 진행되어야 합니다.
다섯째, 아이의 행동을 고치는 데에만 집중하고 있지는 않은지 점검해 봅니다.
만일 아이에게 강박의 증상이 나타났을 때, 그 행동을 고치는 데에만 집중하고 있다면 그러한 부모의 태도는 자녀의 강박증상을 더욱 강화시킬 수 있습니다. 아이의 행동을 고치려고 하는 것 이전에, 아이의 마음을 먼저 읽고 수용해주고자 하는 노력이 필요합니다. 아이가 강박적인 행동을 보이면 자연스럽게 그 행동을 고치는데에 집중하게 될 수 있는데, 그 행동을 고치려는 부모의 집착이 아이의 강박적인 행동을 오히려 강화시킬 수 있음을 기억해야 합니다. 강박적 행동을 반복하는 아이의 마음을 먼저 읽어주시고, 공감과 이해, 수용적 태도로 대화를 나누는 것이 중요합니다.
강박증이 치료되지 않고 지속될 때에는 우울증과 같은 다양한 심리장애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그러기에 아이에게 강박적인 모습이 발견된다면 주의를 기울여 아이의 상태를 관찰해야하며, 필요에 따라 효과적인 치료가 진행되어야합니다.
[이향숙 소장님 인터뷰 및 칼럼] >> 교육부월간지 행복한교육 칼럼 21년 5월호
[이향숙 소장님 상담후기] >> 성인 틱장애 치료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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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문헌
신지연. "강박성향과 우울." 국내석사학위논문 서강대학교 대학원, 2013. 서울
이신애. "오염강박장애의 공포와 혐오의 소거." 국내석사학위논문 중앙대학교 대학원, 2010. 서울
권윤정 ( Yun Jeong Kwon ) , 이강이 ( Kang Yi Lee ).“강박사고 및 행동을 보이는 여아의 권윤정; 이강이. 강박사고 및 행동을 보이는 여아의 놀이치료 사례: 어머니의 냉담하고 훈육적인 양육태도를 개선하기 위한 부모자녀놀이치료의 적용. 아동교육, 2016, 25.2: 185-200
백은영. 건드리면 안 돼 안 돼! 강박적인 아이, 나랑 같이 놀아요. 교육교회, 2016, 460: 136-138.
*사진출처: pixabay
*작성 및 옮긴이: 한국아동청소년심리상담센터 인턴 김단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