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변의 처음 이름은 습경이고 수주(樹州)사람이다. 과거에 급제하고 천안부 판관으로 배치되어 정사를 잘한 까닭에 공역서(供驛署) 승(丞)으로 승진하였다. 고종 때 여러 번 승진하여 예부시랑이 되었다. 억울하게 죄를 입어 섬으로 귀양갔으나 이내 경상도 안찰부사로 임명되었다.
그 때 어느 남매간에 서로 송사가 있었다. 남동생의 주장은 다음과 같았다. "다 같이 한 태생인데 어찌 부모의 유산을 누이 혼자 독차지 하고 동생인 나에게는 나누어 주지 않느냐" 누이의 답은 이러했다. "아버지가 세상을 떠나실 때 가산 전부를 나에게 주셨다. 너에게는 검정옷 한벌, 검정 갓 하나, 미투리 한 컬레, 양지(兩紙) 1권만 남기셨다. 이미 문권이 있는데 어찌할 수 있느냐" 서로 송사한지 몇 해를 지났으나 아직 해결되지 못하고 있었다.
이 때 손변이 두 남매를 불러다 세우고 물었다. " 아버지가 죽을 때에 어머니는 어디 있었느냐"
어머니가 먼저 죽었다고 대답하였다. 손변이 또 물었다. "그 때 너희들 나이가 각각 몇 살이었느냐"
남매가 대답하였다. "누이는 이미 시집갔고 동생은 아직 어린애였습니다"
손변이 듣고 남매에게 타일렀다. "부모의 마음은 어느 자식에게나 다 같은 법이다. 어찌 장성하여 출가한 딸에게만 후하고 어미도 없는 어린 아들에게 박하게 할 리 있겠느냐. 생각해 보니, 아들의 의지할 곳은 누이 밖에 없는데, 만약 재산을 나누어 준다면 누이의 사랑과 양육이 부족할까 우려한 것이다. 아이가 장성해서 재산 까닭에 분쟁이 있을 경우 검정 옷을 입고 검정 갓을 쓰고 미투리를 신고 관가에 가서 고소하면 이것을 잘 분간하여 줄 관원이 있을 것이므로 오직 이 네가지 물건만 아이에게 남겨준 것이었을 것이다"
누이와 동생이 그 말을 듣고 비로소 깨닫고 감동되어 서로 안고 울었다. 이에 손변은 재산을 반씩 나누어 남매에게 나누어 주었다. ( 이하 줄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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