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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다온빌 단기사회사업 면접 후기(이다정)
김희호 씨, 김회호 씨 양어머니, 최승호 선생님, 임영아 국장님, 이명이 선생님, 부녀회장님, 이장님, 마을 어르신 두 분을 만나 뵈었습니다. 짧은 시간 속 여러 만남과 배움이 있었습니다. 참 편안했습니다. 분명 무언가를 하러 갔는데, 받기만 했던 날입니다.
첫 만남, 포옹
6.13. 목요일
"선생님, 청주북부터미널로 오후 12시까지 가겠습니다!" - 다정
"네 알겠습니다!" - 최승호 선생님
6.17. 월요일
긴장감과 설렘을 가득 안고 아침 일찍 출발합니다.
"청주시외버스터미널까지는 10시 20분 도착 예정입니다. 거기서 버스 타고 청주북부터미널로 12시까지 갈 예정입니다." - 다정
국장님과 선생님이 청주 북부터미널까지 저를 데리러 가고 있다고 전하셨습니다. '11시 30분쯤 뵙겠다!'
오전 11시 30분. 청주북부터미널. 두 분도 도착했다 하셨고, 저도 분명 역에 서 있는데 차가 보이지 않습니다. 제 위치를 사진으로 알립니다. 알고 보니 지역주민인 국장님과 선생님이 알고 있는 터미널이 제가 검색한 터미널과 다른 곳이었습니다. 터미널 위치가 바뀐 지 얼마 안 되었다고 합니다. '다른 지역에서 왔구나.' 체감합니다.
돌고 돌아 다행히 약속하던 12시에 만났습니다. 입구가 어딘지 정확히 알지 못해 국장님이 직접 차에서 내려 돌아다니며 저를 찾아주셨습니다. 감사했습니다. 첫 만남부터 작은 소동이 있었으니 "안녕하세요." 인사하는 것 외에 무어라 말씀드려야 할까. 머뭇거리던 찰나, 국장님은 "일단 인사부터 합시다." 하며 안아주십니다. 따듯해졌습니다. 긴장감이 살짝 사그라집니다.
국장님의 추천으로 쌈밥집에 갔습니다. 맛집입니다. 북부 터미널로 갈 일이 있다면 꼭 다시 찾아와야겠습니다. 처음 대면한 어른, 직원과의 식사라니. 여전히 긴장됩니다. "지금은 면접 보는 자리가 아니니 편히 식사하세요." 먼저 편히 대화하시는 국장님과 선생님 덕에 조금씩 제 이야기를 꺼내기 시작합니다. 단기사회사업 하고 싶은 이유, 다온빌에 오게 된 이유 …….
다온빌의 사회사업
카페로 자리를 옮겨 두 분과 대화하였습니다. 사회사업으로 방향을 바꾸며 희망재활원을 다온빌로 바꾼 일, 입주자분들이 일반버스를 이용하도록 한 일 등 다온빌의 지나온 이야기를 알려주십니다. 다온빌은 사회사업 바르게 잘하고 싶다는 마음으로 시설 이름부터 바꿨습니다. 주변의 반대와 복잡한 행정 처리 등을 감당해야 했지만, 하나둘씩 바꾸어 나갔습니다. 깨달았을 때 곧바로 행하는 용기와 실천이 참 멋집니다.
국장님과 선생님은 이따금 통화하며 다른 직원분과 일정을 조정하시는 듯합니다. 이에 "프로그램으로 짜진 것이 아니라서 변수가 생긴다.", "약자 전용 수단보다는 일반수단을 추구한다." 하며 설명해 주십니다. 입주자 한 명 한 명의 사람살이를 돕고 있다는 게 느껴지는 순간입니다.
대화하며 장애 개념에 대해서도 배웠습니다. 온전히 기억하지 못해 면접 당일, 집에 돌아와 개념을 다시 찾아본 후, 정리합니다.
'생활의 장애'란 일상생활이나 사회생활에서 어떤 일을 할 수 없거나 하기 어렵거나 불편하게 되는 현상입니다. 어떤 사회에서 장애인이라 한다고 그 사람 자체가 장애인이 아닙니다. 다른 사회에서는 장애인이라고 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동의합니다. 저도 시력이 좋지 않아 안경이 없는 순간에는 생활하는 데 지장이 있습니다. 그렇다고 매번 막힘을 경험하지 않습니다. 안경이 있고, 렌즈가 있으면 문제없습니다. 그리고, 아는 사람들과 만나는 자리에서는 앞이 보이지 않는 게 크게 문제 되지 않습니다.
장애가 있는 사람, 장애를 겪는 사람입니다. 반복합니다. 사람입니다.
이어 최승호 선생님이 질문하셨습니다. 지원하게 된 계기 등 어느정도는 점심 먹을 때 이미 답을 들었다 하시며 남은 두 가지를 질문하십니다.
1. 당사자인 희호 씨랑 (의견 등) 안 맞을 때 어떻게 하실 건가요?
- "만약 아는 사람, 친한 사람이라면 제 의견도 곁들이면서 합의점을 찾습니다. 그런데 이번에는 단기사회사업 실습생으로서 함께하는 것이니 당사자의 의견을 묻고 의논하고, 부탁하는 것이 맞을 텐데 어찌해야 할지 고민입니다."
-> "당사자의 여행 과업을 돕는 실습생으로서 임하였으면 합니다. 실습이 끝난 이후에는 둘레 사람처럼 언니, 동생으로 지내도 괜찮을 것 같습니다." - 국장님
- "그렇다면 실습생으로서 예의 차리고, 당사자 의견이 앞세워지도록 하겠습니다."
2. 묻고 의논하기 어떻게 하실 건가요?
- "말 그대로 당사자에게 묻고, 의논하겠습니다…."
(어떤 상황이 있을지 몰라 쉽사리 답하지 못하였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정이 가득한 곳, 마을회관.
실습하며 지내게 될 마을회관에 잠시 들렀습니다. 부녀회장님과 마을주민 두 분께 저를 소개하고, 감사 인사 드립니다.
"쌀도 있고, 반찬도 있다. 에어컨도 있다. 편히 써도 된다. 맘껏 써도 된다." 부터 "일찍 들어오고, 밤에는 위험하니 돌아다니지 마라.", "문 잘 잠그고, 커튼 치고 있으면 된다." 마을회관 이용에 대한 부분과 안전까지 신신당부하십니다. 손녀 대하듯 챙겨주시는 어르신들의 배려, 걱정과 관심 덕분에 잘 지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여기저기 미리 둘러보라 하셨지만 아직 남의 집이라는 생각이 커서 대놓고 둘러보지 못했습니다. 마을회관 밖, 화단이 눈에 들어옵니다. '실습 시작하면 저 꽃부터 보러 가야지.'
아이스크림 먹으라고 건네셨습니다. 빠삐코, 잘 먹었습니다. 마을회관에서 나서는 길에 이장님과 마주쳤습니다. 호쾌하게 인사하며 반겨주셔서 감사했습니다.
면접, 일상으로의 초대
드디어 당사자 면접 시간이 다가왔습니다. 김희호 씨와 양어머니를 뵈러 갑니다.
최승호 선생님께서 김희호 씨와 함께 양어머니 댁으로 간다고 전해주셨습니다. 희호 씨를 태우러 다온빌에 먼저 들립니다. 김희호 씨와 처음 마주합니다. 활짝 웃으며 다가와 자신을 소개하십니다. 첫 만남부터 반겨주시는 모습에 감사했습니다. 희호. 뜻은 모르지만 이름과 참 잘 어울리는 분입니다.
양어머니 댁에 도착하니, 한 상 푸짐히 차려놓고 기다리고 계셨습니다. 여느 기업 면접처럼 딱딱하지 않고, 차려주신 밥 먹으며 자연스레 대화나눕니다.
김희호 씨가 물어보십니다.
1. 교회, 한글 교실, 자립센터에 함께 가고, 인사하러 갈 수 있어요?
2. 함께 여행 갈 수 있어요?
3. 이름이 뭐예요? 나이가 어떻게 돼요?
- "네, 함께할 수 있습니다. 여행도 같이 갈 수 있습니다. 제 이름은 이다정이고, 22살입니다."
사전에 희호 씨의 사람살이 기록을 읽고 왔습니다. 다행입니다. 덕분에 희호 씨가 하는 말의 의도를 바로 알아챌 수 있습니다. 누구를 말하는지 알아들을 수 있습니다. '미리 알고 가면 다 안다고 자랑인 양 떠들어대지는 않을까, 희호 씨는 나를 처음 볼 텐데, 첫 만남인데 희호 씨가 언급하지 않은 부분에 대해 내가 알고 있으면 당황스럽지 않으실까?' 조심스러워 읽지 않으려 했습니다. 그러나 기록에 적힌 내용이 희호 씨 모습의 전부는 아닐 테니, 알 수만 있다면 그 일부를 미리 알아가는 것도 좋겠다고 생각하였습니다.
다행입니다. 희호 씨가 먼저 둘레 사람을 언급하십니다. 오늘, 희호 씨 둘레 사람을 알게 됐습니다.
다행입니다. 양어머니가 먼저 희호 씨와 함께한 이야기를 들려주십니다. 오늘, 양어머니와 희호 씨의 관계를 알았습니다.
희호 씨가 사랑하고, 희호 씨를 사랑하는 이들은 과연 어떤 사람들일까. 다른 분들도 얼른 만나 뵙고 싶어집니다.
"어머니도 이다정 학생에게 묻고 싶은 것 있으면 물어보세요." - 최승호 선생님
양어머니는 더 물을 게 없다고 하십니다. 와준 것만으로도, 함께해준 것만으로 감사하다고 하십니다.
내가 뭐라고. 이리 고맙다 해주시니 '이곳으로 오기를 잘했다, 와서 다행이다.' 생각합니다.
덧붙여 여행을 간다면, 꽃이 있는 곳이면 좋겠고, 걷기 편한 곳이면 좋겠다고 의견 주십니다.
"할 수 있는 만큼만 해요. 잘하려고 하면 부담돼요." 양어머니께서 해주신 이 말이 마음에 남았습니다. 숨 고릅니다.
"희호 씨, 이다정 학생에게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 있으세요?" - 최승호 선생님
김희호 씨는 자신이 언니라며, 밥 사주겠다고 하십니다. 동생처럼 여겨주십니다.
양어머니의 제안으로 희호 씨, 양어머니, 이명이 선생님, 최승호 선생님, 임영아 국장님까지 함께 카페에 갔습니다. 돌아가는 시간을 정해두지 않아 다행입니다. 희호 씨가 자신이 언니라며 제 커피값까지 직접 계산해 주셨습니다. 양어머니와 이명이 선생님, 희호 씨가 주로 대화를 이끕니다. 곁에서 듣다 보면 희호 씨를 아끼고, 사랑하는 마음이 느껴집니다. 그 자리에 함께 있으니 희호 씨의 세상에 한 발짝 들어선 듯합니다.
다음 만남을 기약하고 돌아가는 길, 국장님이 청주시에 대한 이야기를 해주십니다. 주말에 무얼 할 건지도 물어보셨습니다. 기관교류 하는 날이 있다고 하셨습니다. 무조건 따라가겠습니다. 다른 시설팀과의 만남. 벌써 기대됩니다.
"마을회관 맘껏 쓰세요. 나중에 저희가 나누면 되니까요." "…네!"('저도 감사 인사 잘하겠습니다.')
청주시외버스터미널까지 바래다주신 최승호 선생님, 임영아 국장님 감사합니다.
초행길. 덕분에 지치지 않고, 헤매지 않았습니다.
2024. 6. 17. 월요일 이다정
1. "ORCHIV"
최승호 선생님, 임영아 국장님과 들렀던 카페 이름이 오치브입니다. 카페 입구에 있던 소개 글에 시선이 가고, 발이 묶입니다.
"오치브는 아카이브를 변형하여 만든 이름입니다. 아카이브는 기록을 보존하고 과거의 추억을 저장하는 곳을 의미합니다."
2024년 단기사회사업. 첫 만남을 기록합니다. 언젠가, 우연히 이 기록을 돌아보았을 때 쉼이 되고, 추억이 되었으면 합니다.
2. "틈타다 : 때나 기회를 얻다."
오전 11시 30분. 길이 엇갈렸습니다. 청주북부터미널에서 선생님과 국장님을 기다리는 잠깐의 때. 기도합니다.
"서로 사랑하라 하셨으니 다른 이를, 낯선 이를 사랑하러 갑니다. 함께하여 주세요."
3. 희호 씨 강점
- 희호 씨도 사랑하고, 희호 씨를 사랑하는 양어머니가 계신다.
- 그간 있었던 일을(ex. 이다정 학생이 온 것.) 말할 둘레 사람이 있다.
- 한턱내며 동생을 챙기는 언니다운 씀씀이가 있다.
- 어머니 댁을 방문할 때 선물을 준비하는 마음씨가 있다.
- 사진으로 기록을 남기신다.
첫댓글
삶의 여정이 또렷해 보이고 따뜻한 마음이 전해집니다. 이번 단기사회사업 경험으로 다정씨 마음속에 있는 열정이 더욱 또렷해 질 수 있을거 같네요. 사진도 멋집니다!
응원하고 또 응원 합니다.^^
이다정 학생! 고맙습니다!
적는 모습도 보지 못했고, 긴장한 모습이 보였는데...
이렇게 세세히 기억하고 의미를 밝히고 있었을 줄은 몰랐습니다!
저와 국장님, 희호 씨와 어머님의 질문과 대화에 집중하고, 거기에서 뜻을 밝혀 배우려는 모습에서,
그리고 희호 씨의 기록을 미리 읽어 보는 것에 대한 고민에 대해서
마을 분들의 호의에 감사하는 것에 대해서
어찌 보면 당연할 수 있는 터미널 까지의 배웅에도 감사함을 느끼며 기록한 것에서
잠깐 들렀던 카페의 이름의 뜻을 해석하며 거기에서도 단기사회사업의 포부를 밝히는 것에 대해서
김희호 씨의 강점에 대해 고민한 것에 대해서
모두 고맙고 귀합니다.
한 순간 한 순간 모두 뜻을 밝히고, 감사하고, 의식을 가지고 임하는 학생에게서 저 또한 많이 배울 수 있을 것 같은 예감이 듭니다.
다시 한 번 고맙고, 희호 씨와 함께 하는 과업 재밌고 보람있게 하시길 바랍니다.
이다정 학생의 지원서및 자기소개서를 읽으면서 작은것에 감사하고 소소한 것을 놓치지 않는 학생인줄은 느꼈었는데 이 글을 읽으면서 다시 한 번 이다정 학생을 알아갑니다.
희호 씨의 사람살이 이야기를 읽어 내려가며 조심스러운 마음이 들었다는 글을 읽었을 때, 사람을 소중하게 대하는 이다정 학생의 마음을 알게되었습니다.
이런 귀한 마음을 가진 학생을 다온빌 단기사회사업을 통해 알게 되어 너무나 감사합니다.
희호 씨와 함께하는 이다정 학생의 단기사회사업을 응원합니다.
좋은 사람이 좋은 사람을 만나, 좋은 일을 만들어 가는 이야기.
좋은 일이 다 오는 다온빌과 참으로 어울리는 이야기.
오늘보다 내일이 더 기대되는 이야기.
전해주어서 고맙습니다. 응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