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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군인이며, 명령에 따른다. 아무 문제가 없다." - 술림 야마다예프(2008년 4월)
"나와 카디로프 사이에 정상적인 관계를 가로막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 이사 야마다에프(2010년 8월)
대부분의 싸움이 그렇듯이, 야마다예프 가문과 람잔 카디로프의 대결은 우연한 계기로 시작되었다.
2008년 4월 14일, 체첸 남부 아르군 마을에서 카디로비치의 차량 행렬이 교차로에서 야마다에프의 보스토크 부대 행렬과 맞닥뜨렸다. 당연히 어느 한쪽이 양보를 하고 다른 쪽이 지나가야 되는 상황이었지만, 이미 기싸움이 상당히 치열했던 양쪽 부대는 양보하기를 거부했다. 상황을 보고 받은 람잔 카디로프는 직접 현장에 나타나서 보스토크 부대를 지휘하던 야마다예프 형제 중의 막내인 바드루딘 야마다예프를 만나 얼싸안고 '형제'라고 불렀다. 어느쪽이던 행렬이 지나가고 상황은 잘 마무리 되었다. 적어도 그렇게 보였다.
술림 야마다예프와 람잔 카디로프
하지만 카디로프는 자신의 부대를 동원해서 야마다예프 가문의 본거지인 구데르메스를 봉쇄하고 보스토크 부대를 포위하였다. 그러자 보스토크 대원들은 구데르메스 철도역 근처에 있던 카디로비치의 부대를 공격하였고 4월 15일 하루 종일 총격전이 벌어졌다. 기관총, RPG, 장갑차가 모두 동원되었고 양측 모두 18명의 사망자가 발생하였다.
보스토크 부대원들
카디로프의 공격에도 만만치 않은 상대였다.
마침 4월 14일에는 야마다예프 가문의 우두머리인 술림 야마다예프가 여당인 통합러시아당 행사에 참석하기 위해 모스크바를 방문하여 체첸 내 부재중이었다. 람잔 카디로프는 적절한 시기에 좋은 계기를 잡아서 보스토크를 기습적으로 제거하려고 하였지만 전투가 길어지는 동안 러시아군이 개입하였다. 체첸 주둔 러시아군 사령부 및 정보부는 람잔 카디로프에게 멈추라고 압력을 넣었고, 편제상 보스토크 부대의 직속 상관인 러시아군 42사단장은 카디로프가 보스토크 부대를 직접 공격할 경우에 러시아군이 개입하겠다고까지 약속했다.
결국 카디로프는 야마다예프 가문의 집과 보스토크 부대에 대한 봉쇄를 풀고 물러서야 했다. 가장 강력한 경쟁자를 물리력으로 제압하려고 했지만 쉽지가 않았고, 부대가 포위된 상황에서도 보스토크 부대는 완강히 버텼다. 기세가 오른 술림 야마다예프는 4월 19일에 동생인 이사 야마다예프의 생일 잔치를 구데르메스에서 성대하게 치뤘다. 야마다예프와 그의 부하들은 시내를 누비면서 하늘을 향해 총을 쏘며 환호했고, 람잔 카디로프를 '겁쟁이'라고 비웃었다. "카디로프가 날 제거하고 싶은가 본데, 난 군인이며 명령이 있으면 그것을 이행할 뿐이다. 아무 문제 없다." 술림 야마다예프가 한 말이다.
구데르메스에서 기세 등등한 야마다에프 가문
야마다예프 가문은 카디로프에게 한방 먹였지만, 푸틴의 낙점을 받은 체첸의 권력자는 순순히 물러서지 않았다. 5월 동안 카디로비치는 보스토크 부대 주변 도로에 지뢰를 매설하고 가스와 수도를 끊었으며, 부대 외의 검문소에 있는 보스토크 부대원들을 하나하나 제압했다. 막대한 자금을 가진 카디로프는 부대원들을 하나하나 회유하였고 150명 가까운 보스토크 대원들이 이탈하였다.
여기에 더해서 람잔 카디로프는 보스토크 부대원들이 저지른 '자키스트카'를 언급하면서 부대 지휘관인 야마다예프 형제들을 체첸 사법부에서 기소토록 하였다. 보스토크 부대는 보로즈디노브스카야 마을에서 11명을 '제거'하는 등 여러가지 만행을 저질렀다. 따라서 체첸 사법부에서 소를 제기한다면 빠져나갈 구멍은 없었다. 물론 체첸 내의 가장 강력한 군벌인 카디로비치가 가장 많은 만행을 저질렀지만 이를 문제삼을 공권력은 없었다. 여기에 메모리얼 등 러시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인권 시민단체에서도 동참하고 나섰다.
람잔 카디로프
마지막 정적을 제거하기 위해 전력을 다했다.
군사적으로, 사법적으로, 거기에 푸틴의 지지를 받고 있는 람잔 카디로프의 압박으로 인해 야마다예프 가문은 궁지에 몰렸지만, 부대 자체의 해체에는 이르지 않았다. 아직까지는 람잔 카디로프의 군사적 견제 세력이 없어지기를 러시아 군 사령부에서 원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러시아군 사령관 사마노프는 6월 10일에 "'보스토크'와 '자파드' 부대의 해체는 없다"고 공식적으로 발표하여 카디로프를 낙담하게 만들었다.
메드베데프를 사열하는 카디로비치
러시아군으로서는 카디로프의 경쟁 세력이라는 점 외에도 압하지아와 남 오세티아 등 그루지아와의 분쟁 지역에 이들 부대를 투입하고 있었기 때문에 요긴한 존재였다. 심지어 레바논의 평화유지군 임무도 수행하였다. 러시아군이 분쟁지역에 파견되는 정예 부대 중에 이들 부대가 늘 꼽혔다.
보스토크 부대원들
하지만 람잔 카디로프는 포기하지 않고 러시아 정계 내의 유력자들과 계속 접촉하였고, 러시아 군 사령부의 공식적인 견해를 자신에게 유리한 쪽으로 수정토록 만들었다. 6월 25일, 샤마노프는 다시 발표하기를 "보스토크 부대와 자파드 부대의 인원을 3분의 1 감축하고, 추가 병력을 배치하지 않는다."고 하였다. 각각 600명 정도였던 보스토크와 자파드는 인력이 3분의 1이 감축되었고, 정규 기계화 중대로 재편되게 되었다.
보스토크 부대원들
러시아군의 2주 만에 달라진 언급은 러시아군 내부의 조율일 수도 있지만, 람잔 카디로프가 흔들릴 경우 반군과의 전투에 차질이 생길 수 있다는 러시아 정계의 판단일 가능성이 크다. 이후 보스토크와 자파드 부대는 마침 2008년 8월에 발생한 남 오세티야 전쟁에 참전하여 마지막 불꽃을 태웠다. 그루지아의 선공으로 시작된 남오세티야 전쟁에서 러시아군은 신속히 개입하여 5일 만에 그루지아를 제압하였고, 보스토크와 자파드 대대는 러시아군의 거의 선두에서 츠한빌리를 거쳐 고리로 진격하였다.
남오세티야 전쟁 지도.
오른쪽 전역에 츠한빌리와 고리가 있다.
체첸인 부대의 투입은 과거 압하지아 전쟁의 기억을 그루지아군에게 상기시켰고 이들의 존재는 그들의 사기를 저하시켰다고 한다. 술림 야마다예프가 직접 지휘한 이 전쟁에서 보스토크 대대가 입은 손실은 부상 2명이었다. 이들과 전쟁을 수행한 러시아 장교에 따르면 "그들은 진심으로 죽음을 무서워하지 않는 것 같았고 적병의 머리를 맞추는 내기를 하며 낄낄거렸다."고 한다.
남오세티야 전쟁에서의 보스토크 부대원들
보스토크와 자파드는 이 전쟁에서 혁혁한 전과를 세웠지만 2008년 11월에 공식적으로 해체당한다. 러시아 군사법정에는 이들 부대를 기소하기 위해 특별 위원회를 편성한다. 카디로프와 그의 뒤를 봐주는 푸틴의 압력이 1달이 다르게 야마다예프를 압박하였고, 마침내 야마다예프 가문은 체첸을 도망쳐야 했다.
남오세티야 전쟁 중의 술림 야마다예프
가문의 든든한 버팀목이던 러시아 하원 의회 의원인 루슬란 야마다에프는 2008년 9월 24일에 모스크바에서 정부 청사 인근에서 암살당한다. 크레믈린에서 면담을 가진 루슬란 야마다에프는 러시아군 퇴직 상장인 세르게이 키즌 장군과 같이 차를 타고 이동하는데 모스크바 정부 청사 인근에서 10발의 총을 맞고 암살당했다.
암살된 루슬란 야마다예프
러시아군 하원 의원이 암살된 데 이어 두바이로 피신한 술림 야마다예프는 두바이로 피신했지만 2009년 3월 말에 지하 주차장에서 목 뒤로 3발을 피격당한다. 그가 현장에서 죽었다는 설과 이후 병원에서 회복했다는 설이 나눠지지만 이후로 람잔 카디로프의 가장 유력한 경쟁자는 체첸 정계에서 사라졌다.
술림 야마다예프
야마다예프 형제들은 카디로프에 의해 한명씩 집요하게 제거당했고, 이에 술림의 동생인 이사 야마다예프는 2009년 11월에 러시아 메드베데프 대통령에게 공식 서한을 보내서 "카디로프의 정적은 모두 죽어가고 있고 나도 다음에 죽을 것이다. 이 미친 죽음의 행렬을 멈춰달라"고 하였다.
이사 야마다예프
메드베데프가 그의 호소에 응했는지는 알 수 없지만, 이사 야마다예프는 죽지 않았고 2010년 8월에는 다시 공개적으로 '카디로프의 동맹이 될 준비가 되어 있다"고 말했다. 물론 체첸의 율법에 따르면 그는 자신의 형제들을 죽인 람잔 카디로프에게 복수를 할 수 있고, 해야 하지만 그는 그렇게 하지 않았다. 그는 야마다예프 가문이 '전멸'당하는 것을 원치 않았던 것이다.
사이드 마고메드 카키에프
위 야마다예프 가문의 선례에 따라 2007년도 순순히 부대를 해체한 카키에프를 끝으로, 체첸 내의 친러시아 진영에서는 람잔 카디로프에 대항할 세력이 없어졌다. 이는 람잔 카디로프의 개인의 능력과 군사력에 더해서, 러시아 정계에 현재까지도 강하게 남아 있는 푸틴의 입김이 작용한 결과였다. 푸틴은 체첸 내의 람잔 카디로프에 대한 견제 장치를 마련해 두기를 원하는 러시아 군부의 의견을 거스르고 카디로프에게 반군을 제압하고 자신에게 충성할 수 있는 전권을 부여하였다.
람잔 카디로프.
이제 친러시아 진영에서 그를 견제할 자는 없었다.
체첸 친러시아의 늑대는 다른 늑대를 제압하였고 그들을 모두 굴복시켰다. 이어서 자신의 군사력에 대적하는 다른 세력들 - 체첸 반군들 - 에 눈길을 돌려 그들을 모두 제거하고자 하였다. 반드시 제거해야 될 가장 위험한 늑대는 역시 샤밀 바사예프였다.
샤밀 바사예프
출처 : http://en.rian.ru/russia/20100822/160298426.html
http://en.wikipedia.org/wiki/Special_Battalion_Vostok
http://en.wikipedia.org/wiki/Sulim_Yamadaev/Ramzan_Kadyrov_Power_Struggle
http://kavkazcenter.com/eng/content/2008/06/21/9849.shtml
http://kavkazcenter.com/eng/content/2008/06/22/9871.shtml
첫댓글 으아늬... 이게 얼마만의 업뎃이여
유치하지만 이 글에는 순위놀이를 해야겟엉 ㅋ 나 1등 ㅋ
잘보고 갑니다~~~ 2등
체첸에 붙어있는 나라가 중소국이었다면 진작에 독립했겠지만 하필 소련-러시아라서 ......
아 멋진 글입니다
오오오 오랫만입니다!! 잘 보고 가요~
일년만...
야거님 기다리고 기다렸어요 ㅠㅠ 일년만에 ㅠㅠ 그래도 올려주시기만해주셔도 고맙습니다~~~
샤밀바샤에프는 폭탄테러 준비하다가 죽지않나요 ㅠㅠ
오랜만에 올리셨네요. 반갑습니다.
중간에 깨알같은 메드베데프를 사열하는 카디로비치ㅋㅋㅋ 진짜 메드베데프가 사열당하는 느낌도ㅋ
여튼 오랜만의 연재 감사드립니다
오래간만에 연재 너무 감사합니다.
너무 감사해요
처음부터 여기까지 정말 재미있게 잘봤읍니다..감사합니다
항상 야거님의 연재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감사합니다.
인제 올릴때가 되신듯한데ㅎㅎㅠ
야거님 항상 기다리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