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올해 초등학교에 입학하는 손주에게 저축통장을 만들어 주고 싶었다. 물론 푼돈이지만,
일요 放談 (저축 이야기) 소운/박목철
막내 외손주가 드디어 초등학교 입학하게 되었다.
큰손주 때도 그랬지만, 바깥세상에 첫발을 딛는 기념으로 통장과 도장을 만들어 주고 싶었다.
인사동에 들렀을 때 손주가 좋아하는 초록색 옥돌로 된 도장을 미리 파 놓고, 우체국에 들러
통장을 만들려다 뜻밖의 소리를 듣게 되었다.
"할아버지라도 통장을 대신 만들 수 없어요, 아버지나 어머니가 서류를 떼어 직접 오셔야 합니다"
돈 많은 사람이나 검은돈의 흐름을 차단하려고 통장 실명제를 하는 건 알았지만, 초등학생의 저축을
장려하는 수단마저 차단했을 거라고는 생각해 보지 않았기 때문에 애꿏은 우체국 직원에게 무슨
이런 부당한 처사가 있냐고 불만을 해 봤지만, 스스로 생각해도 말단우체국 직원에게 할 소리는 아니란
생각이 들어 씁쓸한 마음으로 발길을 돌려야 했다. (애 통장 만들자고 서류 떼어 우체국 찾는 부모 없을 듯하다}
소운이 교편을 잡았던 시절 만 해도 교무실에 학급별 저축 통계치를 붙여 놓고 저축을 경쟁시키면서
까지 저축을 독려했었다. 한 나라가 정상적 성장을 위해서는 끊임없이 투자해야 하고 국민 저축이 없으면
결국은 해외에서 자금을 빌려와 빚으로 때우는 수밖에 없으니 민족자본의 축척은 국가 발전을 위한 필수적
과제이고 그 축적은 국민의 저축을 통해서 달성하는 수밖에 없다.
허접하지만, 국산품을 써야 한다는 애국심으로 똘똘 뭉치고, 어려운 살림을 짜 내면서까지 초등학생의 코 묻은
돈까지 닥닥 긁어모아 산업을 일으킨 결과 한국은 세계인이 부러워하는 부자 나라가 되었다.
이제 한국은 초등학생의 푼돈 저축에 기댈 만큼 가난하지도 않고 소비가 미덕이란 말까지 나오는 판이니
손주 녀석 저축심 길러 주겠다고 통장을 만들러 간 할배가 한심하게 보였을 수도 있다는 자괴감마저 들었다.
하지만 국제 정세는 요동치고 언제 무슨 경제적 파탄이 날지 알 수 없는 세상을 우리는 살고 있지 않은가,
땅도 좁고 자원도 없고 식량마저 대부분 외국에 의존하는 우리가 그렇게 한가하게 세상을 봐도 되는지는 의문이다.
우리가 한 세기에 걸쳐 애써 가꾼 울창한 산림도 만약, 에너지 공급이 차단되는 사태가 온다면 아마도 3년 안에
해방 당시 벌거숭이 산 신세를 면치 못할 것이라고 할 만큼 우리의 경제적 실상은 약점이 많다.
미래를 걱정하지 않고 돈이 생기면 차부터 산다는 젊은 세대를 탓하는 것은 물론 아니다.
하지만 자라나는 애들한테 저축도 하고 물건도 아끼자는 기본 교육까지 외면해야 하는지는 확신이 서지 않는다.
애들 저축이라고 해 봤자 기껏 기십만 원이나 아무리 잡아도 백만 원 단위를 넘지 않을 것인데, 그걸 통해 검은
자금이 마련되거나 유통된다고 믿는 당국이 있으리라고는 믿지 않는다. 그냥 복잡하게 예외 규정을 만들고 하는
과정이 귀찮고 그래서 얻어봤자 푼돈인데 하는 마음에 신경쓰지 않았을 것이다.
일본의 경제를 얘기할 때 일본 정부의 부채 비율이 심각하다고 지적한다고 들었다.
하지만 일본의 빚은 모두 일본 국민의 돈이지 외국에 진 빚이 아니라는 사실이 무척 부러웠다.
유사시 일본 국민이 나라가 망하라고 빚 당장 갚으라고 하겠는가? 우리는 일본 같은 저력이 없다고 본다.
까짓 초등학생 돈 몇 푼 저축 받아봤자 관리만 귀찮지! 이렇게 할 게 아니라 저축하는 습관을 어린 시절부터
길러 주자는 발상이 지나친 구세대의 杞憂인가?
자원이 풍부한 나라에서는 소비가 미덕일지 몰라도 아무런 자원이 없는 우리에겐 알뜰한 저축도 필요
하다는 생각이 잘못된 것인지, 손주 입학 기념 저금통장을 만들어 주려다 실패한 할배의 푸념이라면 푸념이다.
첫댓글 https://im.newspic.kr/ZskSui9
답글 달기가 어렵네요,
좋은글 잘읽고 갑니다 ♡❤️🧡
네, 감사드립니다.
행복한 날 되시기 바랍니다.
안녕하세요 작은구름님
좋은글 잘읽고 갑니다
항상 건강하세요 ♡❤️
손주가 귀엽게 생겼네요
좋은글 감사합니다
손주에게 저금통장 하나도 만들어 주기 어렵다니, 정말 딱한 일이군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