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야산(大耶山. 931m)
힘든 산 왜 올라-?
힘든 만큼 얻는 게 있기 때문이다. 얻는 것 없으면 누가 산을 올라?- 얻는 것이 무엇인고-? 정상인증의 성취감과 체력의 자신감, 그리고 자연과의 동화(同化)로 일상에 쌓인 스트레스를 싹 다 날리고 새로운 일상에 활력이 되기 때문이다.
죽기전에 1산이라도 더
지난주 가은산 산행에 구사일생(九死一生)하여 이제 등산은 쫑내기로 다짐하였건만 고사이 마음이 변하여 오늘 또 산을 오르려 차에 올랐다. 사람의 마음은 간사하고 아침 저녘, 어제 오늘 다름을 새삼 깨달았다.
일 년에 30여 산을 오른지가 4년 째인데 올 해는 아무래도 그 숫자를 못 채울 것 같다. 세월에 장사없네-
대야산의 명소
오늘 문경 가은읍에 있는 대야산(大耶山. 931m)을 오르려 용추계곡 주차창에 새벽 5:10에 도착하였다. 산 이름이 야(耶)를 어조사로 보면 큰 산이라는 뜻인데 대야산은 속리산 국립공원 속리산맥에 있는 산인데 속리산(1,058m)이 더 큰 산인데 대야산을 큰 산이라 이름지어진 것은 대야산 쪽의 사람들이 이름을 지었는가-
대야산에는 전국의 산객이나 일반인들에게까지 잘 알려진 명소 몇 개가 있다. 첫째가 용추계곡이다. 그 길이가 3.8km로 엄청 길다. 수량이 풍부하고 풍광이 아름답다. 또 숲길에 접한 부분이 많고 국립공원에 속해 있는데도 입수가 가능하여 피서지로도 이름 나 있다. 그 다음은 그 유명한 용추(龍湫)폭포가 있다. 바위 가운데에 수백년 수천년동안 바위가 물에 깎여 하트모양의 작은 웅덩이가 있다. 암수 두 마리의 용이 하늘로 승천한 곳이다. 소(沼)의 양쪽에는 비늘 모양의 띠가 있는데 이것은 승천하면서 떨어진 비늘이라고 한다. 또 용추의 양 바위에 신라때 최치원이 쓴 세심대, 활청담, 옥하대, 영차석등의 음각의 글씨도 있다. 그리고 또 월영대(月影臺)가 있다. 달이 중천에 뜨면 계곡물에 아름다운 달그림자가 비치는 곳이다.
물소리 산길
대야산장과 식당가를 지나면 이내 계곡과 접한 산길이 시작된다. 월영대를 지나 밀재까지는 계곡물을 보며 또 물소리를 들으면서 걸을 수 있어 좋다. 그 길이가 3.8km나 된다.
이른 아침 아무도 없는 용추계곡은 신선 세계 같았다. 청량한 물소리는 생기를 돋아 주었고 숲길에 쌓인 피톤치드는 정신을 맑게 해 주었다.
전보다 더해지는 체력한계
밀재까지는 4.2km이나 적당한 고도로 트레킹정도의 산길이었다. 1시간 50분이 소요되었다. 그러나 밀재에서 정상까지 거리는 1km였으나 본격적인 급경사와 계단이 많고 험하여 1시간 25분이 소요되었다.
두 번 씩이나 다리가 다운될 것 같았고 가슴이 엄청 고통스러웠던 순간도 몇 번 있었다. 다리는 주저앉으면 되지만 심장은 방법이 없었다. 이제 산을 버릴 때가 왔구나-
정상에서 아침을-
정상은 끝까지 정상값을 하였다. 계단과 바위길이 정상석까지 이어졌다. 10평이 좀 못 된 넓적 바위에 정상석이 조그맣게 서 있었다. 힘들여 올라왔던 산길에 비해 정상석이 초라하였다.
뾰족한 정상에는 바람이 조금 부는데도 추웠다. 안전구조물 쪽에 자리를 잡아 아침을 먹었다. 밥 한 통 찬 한 통의 도시락이었지만 어느 호텔의 식사와도 맛과 품위를 비교할 수 없었다. 출렁이는 산맥들- 산봉우리를 스치는 하얀 구름- 가물가물 천길 단애의 낙낙장송들- 모두가 아침상 앞에 펼쳐저 있었다.
수 백명의 산객들
아침 9시 10분에 아무도 없는 정상을 두고 내려오니 정상을 오르는 산객들이 띄엄띄엄 보이기 시작하였다. 올라오는 산객들은 점점 더 많은 무리들로 좁은 등산로를 메웠다. 정상은 10평정도인데 그 많은 사람 다 어디로 줄서나- 밀재를 지나니 산객들이 더욱 많아 자주 서서 길을 양보하였다. 그들은 젊었고 활기찿다. 아- 젊음이여-
덕담에 우쭐해지고-
올라오는 사람들은 줄줄이 나를 쳐다보았다. 연식이 나와 비슷한 사람들은 나를 빤히 쳐다보고는 “그 연세에 대단하시다-” 하고, 젊은 아줌마들은 몇 발자국 보내고 “저 할아버지 대단하시네”하니 정말 내가 대단한 줄 우쭐해졌다.
안전산행에 감사의 마음
주차장이 반가웠다. 텅 비었던 주차장이 차들로 꽉 차 있었다. 대형버스 15대가 줄지어 주차되어 있었고 승용차도 많았다.
정상까지 편도 5.2km 거리를 왕복하는데 6시간 15분이 소요되었다. 젊은 시절에는 소요 시간에 신경썼지만 이제는 안전산행이 우선이다.
오늘도 안전산행에 감사의 마음- 또 1산을 인증한 즐거움!
<끝>
2024. 7. 6
백산 우 진 권 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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