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는 이 친구가 자기 학생중에 Jachal(하찰)이라는 산후안에서 180Km정도 떨어진 곳으로
갔는데 그 동네 아줌마들과 함께 요가 강사를 초빙한다니 나 보고 맡아서 가르쳐 보라고 권했습니다.
이론도 빈약하고 제 수행으로 수련을 하고 있었기때문에 돈 받고 가르친다는 생각을 해본적이 없어서 망설여지기는 했지만 국경수비대에 가라데를 같이 가르칠 수 있는 조건이라 받아들이고 한 일년 넘게 하찰로 주말마다 수업을 주러 다녔었습니다.
하찰은 안데스 산맥이 시작되는 산 밑자락에 자리 잡고 있는 국경도시 입니다.
산후안에서 하찰까지의 180Km 구간은 낮은 잡목과 구릉지대...사막 외에는 아무것도 없는 곳이라 운전하기 참 지루 합니다.
적은 교통량과 지루함....운전자에게는 마의 조합입니다.
방심하고 속도를 내다가 많은 사고가 나는 죽음의 도로 이기도 합니다.
마구 달리다 갑자기 뛰어드는 야생마나 다른 짐승들은 참 위험합니다. 사고가 나도 뒤에 오는 차가 없으면 오래 방치되기가 쉽고 해서 중상을 입으면 거의 사망합니다.
인구 만여명 정도의 군사도시...전에는 잡화 팔러 자주 갔던 곳인데 요번에는 요가 선생으로
군 교관으로 변신을 해서 나타나게 되었습니다.
동양에서 온 신비의 수행자......ㅋㅋㅋㅋ
조그만 동네에 큰 구경거리 였죠. 얼마 안되는 수업료였지만 생활에 많은 보탬이 되었고 내딴에는 나라 망신 안시키려고 열심히 가르쳐서 반응이 참 좋았었습니다.
처음에는 힘들어하던 아주머니들이 시간이 가면서 눈에 띄게 유연성이 느는 것을 경험하면서, 허리며 어깨며 아프던 것들이 나아지는 것을 보면서....보람도 많이 느꼈습니다.
좀 힘들었던점은 아주머니들이라 한분하고 좀 오래 이야기 하면 다른 분들이 눈에 띄게 기분 나빠하고 일부러 핑계거리라도 만들어서 말을 못하게 끊고는 해서 처신이 좀 어려웠던 점입니다.
학생 중에 몇몇 미혼의 아가씨들도 있었는데, 유치원 선생님이라던 아가씨는 참 적극적이 였습니다. 가끔씩 집에서 손수 만든 잼이며 정성들인 여러가지 선물을 말없이 내밀곤 했었습니다. 처음에는 생각 없이 고맙게 받았는데, 시간이 지나면서 상황이 자꾸 이상하게 흐르는 것 같아 하루는 아들을 데리고 수업을 주러 갔습니다.
아들도 집에서 저와 같이 요가를 좀 했었기 때문에 잘 따라 하더군요.
수업이 끝나고 아들이라고 소개를 했는데 저는 그 아가씨만 실망 할줄 알았는데,
다른 아주머니 한분이 탄식에 가까운 한숨을 내쉬시며...자기딸 소개 시키고 싶었었다고 말씀을 하셨습니다..
그 이후 학생이 두세명정도 줄어들었습니다.ㅎㅎㅎㅎ
마침 천수경을 열심히 하고 있던 무렵이라 수업 끝에는 명상음악을 틀어놓고 명상을 했었는데, 명상을 마칠때 꼭 부처님 설화나 여러가지 생활속의 불교 이야기를 해주고 다음 수업시간까지 각자 참구하라고 숙제를 주고 토론을 시키곤 했었습니다.
요가 아사나(동작) 중 태양을 향한 절이 있습니다. 이왕이면 태양을 향한 경배를 할게 아니라 부처님한테 절을 시키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절을 가르쳐 주고 (저도 잘 몰랐지만) 수업 시작할 때마다 삼배를 시켰습니다.
제가 나무불 하고 외치면 천천히 한번 절하고 나무법 하면 한번 더하고 나무승 하면 또 하고....ㅋㅋㅋ 고두례까지 했습니다.
운동 효과를 감안해서 최대한 천천히 (한번 절하는데 일분 정도 걸리게끔) 했습니다.
잘 아시겠지만 최대한 천천히 하는 절도 꽤 힘듭니다.
의자 생활만 하는 사람들이고 유치원 선생님 빼놓고는 다 헤비급 이신 분들이라 절할때 마다 곡 소리가 나더군요. 많이 힘들어들 하셨지만 동양에서 온 요기가 단호하게 시키니까 열심히들 따라해 줘서 몇달 후에는 수월하게 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나중에는 자기들끼리 절하는 것을 보고 신참 고참을 구분하더군요.
카톨릭 신자들이 대부분이라 불교라는 이야기는 안하고 자연스럽게 부처님 말씀을 전해 주려고 노력했습니다.
알파벳으로 나무불 나무법 나무승 을 써주고 집에서도 매일 아침에 하라고 했는데 지금도 하고 있을까 궁금합니다.
이분들에게 절을 숙제로 내준 상인지 벌인지 저도 스님께 숙제를 받아 어떤날은 수월하게 어떤 날은 죽기 살기로 절을 하고 있습니다.
첫댓글 거사님, 참 다양한 삶을 사시네요.... 부러움^^* 근데 아들 안 데려 갔음, 큰 일 날 뻔 했네요... 혹시 조금이라도 총각 행세를 한 건 아닌지,ㅎㅎㅎㅎ... 아르헨아짐님이 여러 모로 신경 많이 쓰셔야 할 듯...
다양한 삶이라기 보다 살아남기 위해 발버둥 쳤다고 봐야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