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도계와 온도조절기
날씨가 추워져서 해마다 사용하는 온풍기를 손질해서 전원을 연결하고 시운전을 할 때 새삼스럽게 눈에 와 닿는 것이 있었다. 계기판에 있는 두 종류의 숫자판 이다. 그 하나는 실내의 현재 온도를 알려주는 온도계의 숫자요 다른 하나는 내가 원하는 온도에 맞추어 온도를 조절케 하는 온도조절기의 숫자다.
온도계는 외부의 온도가 올라가면 수은주가 올라가고 외부의 온도가 내려가면 수은주도 내려가게 되어 있다. 온도계는 외부의 환경 변화에 민감하게 반응을 한다. 그 반응 속도와 정밀도에 따라 온도계의 가치가 결정된다.
온도조절기는 외부의 온도변화에 영향을 받는 것이 아니라 영향을 끼치는 기능을 한다. 외부의 온도가 올라가나 내려가나 원하는 온도를 일정하게 유지시켜주는 역할을 하는 것이다.
이 온풍기의 따듯한 바람으로 추운 겨울에 차가운 몸을 녹이고 있는 교인들을 보면 온도계와 같은 교인들도 보이고 온도조절기와 같은 교인들도 보인다.
주위 환경에 따라 기분에 따라 신앙이 쉽게 변하는 교인들이 있다. 주변 사람의 말 한마디에 쉽게 상처를 받는 사람, 목사가 설교를 할 때 그 날은 자기를 한 번도 쳐다보지 않았다며 시험에 드는 사람, 주보의 헌금자 명단에서 자기 이름이 빠졌다고 서운해하는 사람 등등 목회를 하다보면 이런 저런 일로 인하여 숙주나물 변하듯이 하루에도 열 두 번을 울었다 웃었다하는 온도계와 같은 교인들을 본다. 목회자를 피곤하게 만드는 사람들이다.
목회자의 역할은 바로 그런 온도계같은 교인들을 온도조절기같은 교인들로 변화시키는데 있다. 말씀으로 기도로 봉사훈련으로 시간이 지남에 따라 이젠 왠만한 일 가지고는 시험에 들지 않는 사람으로 변해가는 교인들도 생긴다. 목회의 보람을 느낄 때는 바로 이런 때가 아닌가 생각한다.
이젠 온도계 역할을 하는 다른 사람들에게 조언을 하고 격려를 하고 함께 온도조절기로 변해가는 사람들을 보면 목회에 신바람이 난다.
누가 뭐라하든지 개의치 않고 외부 환경이 어떻게 변해도 상관하지 않고 이래도 흥 저래도 흥하며 자기의 길을 묵묵히 가는 사람들, 그렇게 해서 환경에 영향을 받기보다 환경을 변화시키며 모두를 따듯하게 만드는 온도조절기와 같은 사람들이 점점 더 많아지기를 기도한다.
감옥도 기도와 찬송이 있는 성전으로 변화시키는 바울같이, 사자굴도 기적의 장소로 변화시키는 다니엘같이, 졸지에 거지 신세가 되었지만 갑절의 복을 받은 욥과 같이, 노예로 팔려갔지만 애굽의 총리가 된 요셉과 같이 외적 환경에 영향을 받지 않고 세상을 변화시키는 온도조절기 같은 사람들이 많아지도록 기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