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활 제6주일(생명 주일)
T. 주님의 평화를 빕니다.
내가 내 아버지의 계명을 지켜 그분의 사랑 안에 머무르는 것처럼,
너희도 내 계명을 지키면 내 사랑 안에 머무를 것이다.
내가 너희에게 이 말을 한 이유는,
내 기쁨이 너희 안에 있고 또 너희 기쁨이 충만하게 하려는 것이다.
이것이 나의 계명이다. 내가 너희를 사랑한 것처럼 너희도 서로 사랑하여라.
여기서, 예수님께서 말씀하신, ‘내 아버지의 계명’이란 무엇일까요?
예수님께서 우리에게 주신 계명과 다른 것일까요?
그렇지 않습니다.
예수님께서 말씀하신, ‘내 아버지의 계명’과
예수님께서 우리에게 주신 계명은,
‘사랑’이라는 단어로 귀결됩니다.
오늘 복음 말씀을 요약하면,
‘서로 사랑하여라.’라는 계명을 지키면,
우리 기쁨이 ‘충만’하게 된다 는 것입니다.
예수님께서는, ‘서로 사랑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구체적으로 말씀하십니다. 그 사랑은,
“내가 너희를 사랑한 것처럼 너희도 서로 사랑하여라.”
입니다.
예수님께서 말씀하신 그 사랑은, 절대 추상적인 것이 아니라,
우리가 머리에 떠올릴 수 있을만큼, 구체적인 것입니다.
예수님께서 보여주신 사랑은,
사랑 자체이신 하느님을 인간에게 보여주시기 위해
죽음을 맛보지 않아도 되는, '영원한 생명'을 내려놓고,
언젠가는 죽어야만 하는 인간이 되기를 선택하신 것으로부터 시작되었고,
하느님의 사랑을 모든 이에게 선포하기 위해
사랑하는 가족들을 떠났던 것에서 찾아볼 수 있습니다.
또한, 아무도 돌보지도 않고, 관심조차도 두지 않았던,
가난하고 병든 이들,
가장 소외된 이들을 찾아가는 모습 안에서 드러났으며,
사랑을 살아가는 데에 있어 지치지 않도록,
홀로 산에 가시어 하느님께 기도하는 모습 안에서도
찾아볼 수 있습니다.
우리를 향한 예수님의 사랑은,
자신을 팔아넘길 제자와도 함께
최후의 만찬을 나누셨던 모습에서 드러났으며,
마침내, 자신을 십자가에 못박았던 군인들조차
용서해 달라고 하느님께 애원하셨던 모습에서
그 절정을 이룹니다.
복음을 듣고, 복음을 이미 알고 있는 우리는,
예수님께서 우리를 어떻게 사랑하셨는지,
또 얼마만큼 사랑하셨는지를
너무나도 잘 알고 있습니다. 그리고,
바로 그 사랑 덕분에, 우리는 오늘을 살아갈 수 있고,
지금도 어려울 때마다 예수님을 찾습니다.
예수님의 그 사랑은 우리를 숨쉬게 하고,
희망하게 하고, 용기를 줍니다.
예수님의 그 사랑은, 나를 통해,
너를 숨쉬게 하고,
너를 희망하게 하고,
너에게 용기를 줍니다.
그리고, 예수님의 그 사랑은,
그 모든 과정을 통해,
우리에게 기쁨을 가져다 줍니다.
예수님께서는 우리를 ‘종’ 이 아니라, ‘친구’ 라고 부르십니다.
예수님께서 아버지에게서 들은 것을 모두 알려 주셨기 때문이다.
우리가 아직 사랑에 서툴고, 또는 사랑하기를 거절하기도 하지만,
그럼에도 예수님께서,
아버지에게서 들으신 것을 모두 알려주시면서까지,
우리를 ‘친구’라고 부르신 이유는,
우리를 향한 그 사랑이, 결코 헛되지 않고,
언젠가는 우리 안에서 열매를 맺을 것이라는 확신 때문입니다.
그렇습니다. 우리를 향한 예수님의 그 사랑은,
지금은, 우리가 사랑하기에 서툴고, 사랑하기를 거부하기도 하지만,
마침내, 우리 안에서 열매를 맺을 것입니다.
그래서, 우리 스스로, 우리 자신의 모습을 보며,
실망할 필요는 없습니다. 다만, 사랑하다가 지쳐서
넘어지고 또 넘어져도,
우리를 한없이 사랑하시는 예수님을 기억하고,
용기를 내어 일어서기만 한다면 그뿐입니다.
예수님께서, 복음을 통해 이미 보여주신 우리를 향한 그 사랑으로
언제나 우리를 지켜보시고, 함께 하시며,
우리와 함께 기뻐하시고, 슬퍼하시며,
위로하시며, 희망을 주신다는 사실을 잊지 않을 수 있도록,
겸손되이 주님의 은총을 청하며,
매 순간 다시 시작할 수 있는 힘을 청하도록 합시다.
예수님께서는 오늘도
우리를 참된 기쁨으로 초대하시며 말씀히십니다.
이것이 나의 계명이다.
내가 너희를 사랑한 것처럼 너희도 서로 사랑하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