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10월 8일, 전국놀이의 날, 제주
비가 많이 쏟아지던 아침부터 운영진 톡방은 분주했다. 각자 일기예보를 포털과 어플로 여러 곳에서 확인을 하며 조마조마했다. 비는 낮 12시까지 온다하니 기다려보기로 하고, 놀이 변경도 고민을 하며 오전을 다 보냈다.
12시가 되어도 부슬부슬하던 비에 고민들이 오락가락했는데, 1시가 넘어도 비는 그치는 듯하기도 하고 해가 나는 것 같기도 하고 너무 널을 뛰고 있었다. 취소 공지까지는 아직 시간이 남은 터라 2시가 되어 지부장님은 현장으로 향했다.
다행히, 현장은 비가 그친 흐린 하늘아래 바닥은 바람에 물기가 조금 사라지고 있었다. 2시 20분에야 축소해서라도 진행하기로 어려운 결정이 났다.
*** 준비사진들
여러 놀이를 준비하고 챙겨왔던 준비물들은 많았으나 날씨 여건상 많이 축소를 했다. 코너별 배너를 설치하고 자리를 잡아
기념으로 사진을 찍고 나니 또 비가 후두둑 떨어졌다. 결국, 아쉽게도 고누와 딱지는 놀이를 펼칠 수가 없었다.
*** 망줍기
망줍기 코너는 판을 그리자마자 이 놀이를 알고 있는 어린 친구들부터 와서 관심을 보였다. 몇 분 같이 오신 부모님들이 계시기는 했으나 사진을 찍는 움직임들은 바쁘셨으나 직접 놀아보는데는 참여가 더디셨다. 같이 참여하는 분들이 거의 없으셔서 아쉬웠다.
분홍옷을 입은 여자아이와 청쟈켓을 입고 왔던 남자아이가 눈에 띄었다. 이 두 친구는 모든 놀이판에 적극 참여하는 모습을 보였다. 궁금해하고 하고 싶어하고 잘 따라 놀았다. 우중충한 날씨는 아랑곳않고 밝게 웃으며 뛰다니던 모습이 너무 예뻤다.
*** 낙서판
낙서판은 언제나처럼 인기였다. 수분이 남은 바닥에 분필이 더 잘 먹어서 그림이 도드라졌다. 덕분인지 각자 자기만의 이유로 놀이판에 들어가지 않는 아이들이 많이 몰려서 실컷 낙서를 했다. 오늘만큼 또 마음껏 아무데나 낙서를 할 수 있게 허락받는 날도 없을테니 질리도록 그려도 좋을테다.
누가 보면 그냥 낙서지만, 아이들은 각자 무엇인가는 쏟아냈을 거란 생각을 해 본다. 이 아이들중 누군가는 아마 다시 이 공원에 놀러 나오는 날이면 바닥을 보고 희죽희죽 웃을지도 모른다. 그때 누구를 좋아한다고 썼을지도! 아니면 바닥을 박박 긁어가며 써 가던 글자에 남모르던 짜증이라도 털어버리고 갔으면 시원했겠다. 그랬으면 좋겠다. 뒤늦게 사진을 보는 나는 재밌는 상상을 해 본다.
*** 8자놀이
제법 아이들이 많이 몰려온 틈을 타 뛰는 놀이판에 불러 모았다. 역시 이 놀이판도 언제나 인기다. 단순한데 이렇게 재밌어 하다니! 잡힐 듯 잡히지 않는 놀래를 쫓는 술래를 지켜보는 재미가 있단말이지.
지부장님과 달리 나는 아이들을 쫓느라 헉헉 댔다. 얼른 누군가를 잡아서 술래를 바꾸고 싶었다. 다리는 왜 내 말을 듣지 않고 느린 동작으로 뛰는지 모르겠다. 항상 운동 잘 하게 생겨서 젤 못하는 내가 이렇게 재빠른 녀석들과 같이 뛰는 게 영광인거다. 얘들아, 아줌마랑 놀아줘서 고맙다.
*** 비석치기
비석치기는 평소에 많이들 못해 보는 거 같다. 지난 3년간 다양한 장소나 환경에서 놀이판을 펼치지 못한 까닭에 알릴 틈이 없던 티가 난다. 올해 이 코너에 참여한 여럿 중에 비석치기를 아는 참가자가 아무도 없었다.
참가자들이 낮은 단계만 체험하고 나머지는 슥슥 듣고 지나치는 게 아쉬웠다. 날씨 탓인지 마음들이 급한 것 같았다. 이 두 모녀와 청쟈켓 소년(망줍기 사진 참고) 진지하게 끝까지 남아 꽤 여러 단계를 통과해 보며 놀고 갔다. 학교갔다 오면 집 앞 올레에서 먹대를 주워다가 놀았는데, 하루에 승부가 안 나서 뒷날까지 단계를 이어가며 놀았던 비석치기의 묘미가 사라지는 것 같아 괜스레 안타깝다.
( 요 친구가 비석으로 젠가를 쌓아서 지키는 바람에, 나는 비석을 빌려 달라고 해야했다. 하핫)
*** 안녕~~!!
두 시간을 바짝 놀고 나니 또 비가 부슬부슬 내리기 시작했다. 누가 정말 딱 2시간만이라도 봐 달라고 소원이라도 빌었던 건지.
비가 오기 시작하니 어느새 모두들 자리를 뜨고 있어서, 남은 이 아이들과 조촐하게 기념 사진을 박았다. 궂은 날씨에 아무도 놀러 나오지 않으면 어쩌나 했는데, 진행 여부에 대한 문의를 하시면서까지 아이와 함께 나와주신 부모님 몇 분도 참 감사한 날이었다. 긴장 가득했던 22년 놀이의 날, 안녕!
첫댓글 비석 젠가 짱입니다. ~ 꼭 한번 해보고 싶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