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역사는 필연적인가 아니면 우연적인가라는 의문이 역사를 생각하고 공부하는 사람에게는 언제나 들게 마련이다. 다음 주어진 글을 읽으면 역사는 필연적인가 아니면 우연적인가라는 두 가지 입장을 생각할 수 있다.
나중에서 자기 입장을 선택하여 그 입장에 적합한 예를 찾아서 자기 주장을 논술하시오.(800자 내외)
<자료>
우리가 역사에서 찾는 것은 사실들간의 필연성이다. 그러나 역사상의 모든 사건은 다 필연적인 역사 법칙으로 설명할 수 없다. 역사에는 언제나 합리적으로 설명할 수 없는 우연이 끼어들게 마련이고 이 때문에 역사의 행로에는 숱한 굴절과 변화를 일으킨다. 어떤 역사가가 "역사에서 우연이란 역사가의 무지의 징표이다"라고 호언을 하였지만 이는 분명히 지나친 자만이다. 왜냐하면 역사에는 아무리 많은 지식을 가진 역사가라 할지라도 도저히 합리적으로 설명할 수 없는 우발적인 사건이 일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자연 법칙처럼 확고부동한 역사 법칙을 찾아내려 한 실증주의나 마르크스주의 역사가들은 우연의 역할을 인정하는데 매우 인색하였다. 그들은 우연이란 것도 기껏해야 역사적 사건의 전개 과정을 촉진하거나 자연시킬 뿐 그 방향을 근본적으로 바꾸어 놀 수 없다고 주장하였다.
역사에서 말하는 우연한 사건이란 "다른 사건과 필연적인 인과 관계를 맺지 않는 사건"을 말한다. 그래서 겉보기는 우연처럼 보이는 사건도 실제로는 그렇지 않은 경우가 많다. 클레오파트라와 양귀비의 미모는 다른 역사적 사건의 결과가 아니라 순전히 부모로부터 물려 받은 것이다. 그런데 이 여성의 아름다움은 거대한 제국의 몰락과 붕괴에 큰 영향을 주었
다. 또 1789년 프랑스 역사과정에 권좌에서 쫓겨나 단두대에서 목이 잘린 루이 16세는 극히 우유부단한 성격에다 사냥과 자물쇠 만드는 일에나 몰두한 왕으로서 자격미달의 인물이었다. 왕비 마리 앙트와네트는 왕실 재정은 아랑곳하지 않고 호화로운 베르사이유 궁전에서 사치와 방탕으로 날을 지새다 민중의 원성을 샀던 인물이다. 루이 16세와 앙투아네트가 반드
시 그러한 인물이어야 했을 필연적인 이유는 없다. 그러나 이 두 사람의 타고난 무능력 허영심은 프랑스 혁명을 초래한 원인 가운데 하나가 되었다.
그렇다면 역사에서 우연이란 골치아픈 문제를 어떻게 처리해야 할 것인가? 역사가는 과거의 무수한 사실가운데서 의미있는 것만을 선택하여 역사를 서술한다. 역사가가 하는 것은 과거에 그런 사실이 있다는 것을 밝히거나 사실을 단순하게 나열하는 것이 아니라 사실들의 연속된 인과 관계를 밝혀 역사의 필연성을 찾는 일이다. 역사가가 수많은 과거의 사실들 속에서 이렇게 의미있는 사실들만을 골라 인과적인 관계로 묶어 만든 것이 역사이다. 이렇기 때문에 역사에서 말하는 우연이란 인과관계의 사슬에서 단절된 사건을 가리킨다. 그러나 클레오파트라의 미모나 루이 16세의 무능이 비록 그 자체는 필연적인 인과관계를 설명할 수 없는 면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다른 사건에 영향을 주고 있었음을 부인할 수는 없다.
이 때문에 우연적이라고 보이는 각각의 사실들이 가지고 있는 인과성을 간과하여서는 안된다.
이런 때문에 어느 역사가는 역사를 해석의 역사라고 한다. 역사는 이런 필연적인 관계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과거를 관찰하며 동시에 미래를 만들어 가는 열쇠이기도 하다.
⊙ 지도 내용 연구 ⊙
(1) 역사가 필연적인가 우연적인가에 대한 인식은 역사에 인간의 역할을 인식하게 하는데 있어서 반드시 거쳐야 할 문제이며, 또한 이런 인식 과정이 있어야 역사를 과학적으로 접근할 수 있게 된다. 단순히 사실의 집합이 역사라든가 사건들이 우연하게 발생한 것이라든가라고 인식하게 되면 현재의 우리가 우리 사회를 위하여 할 수 있는 것이 아무 것도 없다는 결론을 낳게 된다. 이런 인식은 무정부주의적인 사고를 도출하게 함으로써 개인주의적이고 역사에 책임감이 없는 행동을 낳게 될 수 있으므로 이 주제는 역사에 대한 올바른 인식을 키우는 데 적합한 문제라고 생각한다.
(2) 이 과제의 출제 목적은 역사의 필연성을 인식하고 이런 사실을 올바르게 표현할 수 있는 능력을 체득하게 하는 데 있다. 이 때문에 주어진 자료를 정확하게 읽을 수 있는 능력, 이 자료에서 자기 입장을 정리하여 낼 수 있는 능력, 자료를 바탕으로 자기 주장에 적합한 소재를 찾고 그에 적합한 논리적 설명을 할 수 있는 능력, 적절한 어휘를 구사하여 문장을 작성할 수 있는 능력들을 키우는 것도 이 과제 선정의 목적이다.
2. 논술문의 사후 지도
역사의 필연성을 찾기 위해서는 역사에서 다루는 사실이 무엇인가를 파악하고 그 사실들을 비교하여 필연성을 찾되, 우연적인 요소들은 어떻게 설명되어야 할지도 고려하여 논리적으로 자기 주장을 서술하여야 한다.
또한 역사의 필연성을 인정하는 방향에서 우리는 역사에 어떤 역할을 하여야 하는가를 고려하여야 한다.
⊙ 지도 내용 연구 ⊙
(1) 서론 본론 결론의 구성은 적절하며, 그 전개 과정에서 논리적 비약은 없는가?
(2) 문장의 연결과 어휘의 사용은 적절하게 이루어졌는가?
(3) 문장 서술에서 유의할 점은 제대로 지켜졌는가?
(4) 역사에서 다루는 사실과 일반적인 사실은 구분되어 설명하고 있는가?
(5) 역사의 필연성을 증명하는 근거로 들었던 사실은 적절한가?
(6) 우연적이라고 볼 수 있는 사실은 없는가 있다면 이것을 어떻게 해석
하여야 하는가?
(7) 역사의 필연성이 존재한다면 우리의 행동은 어떤 의미가 있으며 우리
가 인류를 위해 하여야 할 역할은 무엇인가?
● 학생 작품 예시
역사는 필연적인가 아니면 우연적인가라는 의문은 역사와 과거의 사실을 구분만 할 수 있다면 쉽게 풀리리라 생각한다. 역사는 과거 사실의 한 부분이기는 하지만 그 자체는 아니다.
역사는 역사가들이 과거의 사실중에 가치가 있다고 생각하는 것들의 집합이다. 쉬운 예로 우리 하루 하루의 삶도 과거의 사실이지만 역사라고는 하지 않는다. 그러므로 역사는 반드시 필연적이다.
과거의 사실은 필연적일 수도 있고 우연적일 수도 있다. 그러나 이 과거 사실들이 역사가 된 것은 필연적인 어떠한 가치에 의해서이다. 또 역사가 필연적이기 때문에 역사가들은 현재 우리가 겪고 있는 어려움에 대한 해결책으로 과거의 사실을 역사로써 우리에게 알려주기도 하고 이미 알려진 역사를 강조하기도 한다. 그 예로 민족주의 역사가 신채호 선생님
은 일제 시대에 충무공 이순신 등 우리 조상이 외적의 침입으로부터 우리 민족에게 일본으로부터 우리도 독립할 수 있다는 사상을 고취시키기 위하여 필연적으로 쓰인 것이 틀림없다.
끝으로 E. H Carr는 '역사란 무엇인가'라는 글에서 다음과 같은 결론을 내렸다.
"역사란 역사가와 사실사이의 상호작용의 부단한 과정이며, 현재와 과거와의 사이에서 끊임없는 대화이다."
(총 평)
서론에서 역사에 대한 자기 입장이 정리되어야 한다. 예시문에서는 역사가 다루는 사실이 가치가 있다고 선택한 사실이기 때문에 필연적이라고 서명하는 논리는 비약하며 적절한 설명이 되지 못한다. 예를 들면 역사가 필연적이 아니라면 왜 과거의 사실들이 그렇게밖에 나타날 수 없었는가를 의문으로 제시하면서 도입부를 시작하는 방식도 생각할 수 있다.
본론에는 자기의 주장을 설득할 수 있도록 논지가 전개 되어야 하며 이 과정에서 적절한 예가 필요하다. 예시문은 적절하게 예를 들지 못하고 있다. 예를 들면 19세기에 민란의 연장 선상에서 동학 농민 운동의 발발을 이해한다든가, 대동법이 조선후기 상품 화폐경제를 발전시키는데 영향을 주었다든가의 예를 들 수도 있겠다.
결론에서는 본론에서 언급했던 내용을 바탕으로 자기 주장을 정리하는 것이다. 예시문에서는 그 결론을 다른 사람의 말을 빌어 결론을 내고 있으나 논술의 글에서는 이러한 방식은 자양하여야 한다. 결론은 단순 명쾌하고 분명하여야 한다. 나아가 이런 주장에 맞는 역사의 의미를 붙여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