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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국이상국전집 제8권
●고율시(古律詩)
목차
雪中。訪友人不遇。
朴君玄球家。賦雙鷺圖。
溪上偶作
訪寒溪。住老覺師旅寓。用參寥子詩韻贈之。
又用東坡詩韻贈之
天台玄師聞予訪覺公留飮。携酒來慰。用前韻贈之。
訓長老乞詩。又用前韻。
又分韻得動字。贈覺公。兼簡玄公。
希禪師方丈觀碁
悼朴生兒。兼書夢中事。
同文長老方崔秀才升圭。用古人韻各賦。
走筆贈威知識
安和寺敦軾禪老方丈夜酌。用東坡韻。
復和
明日與二三子登環碧亭。又閱御室。還至別閣小酌。用蘇公詩韻。
草堂雨中睡
偶吟二首有感
呈內省諸郞。
普光堂頭精通師蓄藜杖甚奇。請予賦之。
是日飮闌小息。唯三四人相對飮茶而已。及夜半。坐久體煩。睡暈著眼。師出金橘木爪紅杮。餉于坐客。未及一嚼。不覺眠魔之頓去也。俄而喚沙彌。沙彌鼻鼾不應。師笑入房中。手挈美酒一壺。坐客皆盧胡大笑。於是小酌數四盃。漸引靜中之樂。噫。平生適意之遊。恐他日不復得也。因著一篇。以記一宵之事爾。
又寄題白蓮社石臺
明日。朴還古有詩。走筆和之。
景福寺路上作
投李吏部
題通師古笛
飮通師所寓崇敎寺方丈。會者十餘人。及酒酣。琴瑟交作。倡戱幷呈。予舊習津湧。使坐客唱韻走筆。一人例唱四韻。兼自押傍韻。
訪嚴禪老。用壁上書簇詩韻。
同文長老,韓韶。訪崔秀才宗藩書室。
暮春。同崔博士甫淳。訪尹注簿世儒。置酒用東坡詩韻各賦。
復和
又贈尹公
感興
代陳同年湜。和舍弟澕隨父之東京。憶兄見寄。
題璨首座方丈
又賦木如意占字
六月十七日。訪金先達轍。用白公詩韻賦之。
金君乞賦所飮綠甆盃。用白公詩韻同賦。
初秋。又與文長老訪金轍。用白公詩韻。各賦早秋詩。
又贈金君
又用白公韻。賦文長老草履。
次韻聆首座寄林工部
○눈 속에 친구를 찾아갔으나 만나지 못하다
눈빛이 종이보다 희길래 / 雪色白於紙
채찍을 들고 성명을 써 두니 / 擧鞭書姓字
바람이여 제발 눈 쓸지 말고 / 莫敎風掃地
주인이 돌아올 때까지 기다려다오 / 好待主人至
○박군 현구(朴君玄球)의 집에서 쌍로도(雙鷺圖)를 보고 짓다
지난번 강남에 갔을 때 / 憶昔江南天
연기 낀 물가에 조각배 댄 적 생각나네 / 扁舟泊烟浦
서리 맞은 줄풀 맑은 물에 비치는데 / 霜菰映淸淺
그 가운데 한쌍의 백로가 있었지 / 中有雙白鷺
조용히 푸른 옥 같은 다리를 들고 / 靜翹綠玉脛
한가로이 은빛 같은 날개를 펴네 / 閑刷白銀羽
이 모양을 시구로 묘사하고 싶어 / 擬將詩句摹
오래도록 웅얼거리며 애를 썼지 / 久作猿吟苦
형태는 비슷하게 묘사할 수 있으나 / 寫形雖髣髴
신(神)에 들기란 대단히 어려웠네 / 佳處殊未遇
화공은 참으로 훌륭한 사람일세 / 畫工眞可人
내가 생각하지 못한 것까지 그렸구려 / 到我所未到
눈동자는 생동하는 듯 활력이 있어 / 眼活而有力
우뚝 서서 용감하게 앞을 보고 / 聳立勇前顧
살은 바짝 여위었지만 뼈가 있어서 / 肉瘦而有骨
날기도 전에 벌써 멀리 갈 생각 있네 / 未起已遐慕
그러나 소리는 그리기 어려운지 / 就中畫聲難
우는 태도만을 묘사했구나 / 解作啼態度
내가 일 벌이기 좋아해 시를 짓겠나 / 我詩豈好事
멋있게 그림의 뜻 묘사하고 싶어서지 / 聊寫畫中趣
그림은 사람마다 소장하기 어렵지만 / 畫難人人蓄
시는 어디고 보급될 수 있는 거야 / 詩可處處布
시만 보아도 그림 보는 것 같으니 / 見詩如見畫
이만 만고에 전하고도 남으리 / 亦足傳萬古
○시내 위에서 우연히 짓다
시내 위에 어정거리며 맑은 물결 희롱하니 / 朅來溪上弄淸波
그림자 춤추고 몸 흔들려 괴상도 하구나 / 影舞形搖幻怪多
갑자기 소랑이 영수에서 놀던 일 생각나네 / 忽憶蘇郞臨潁水
수염과 눈썹 흩어져 백동파가 되었구나 / 鬚眉散作百東坡
[주D-001]백동파(百東坡) : 동파가 여럿으로 보인다는 뜻. 소동파(蘇東坡)의 범영시(泛潁詩)에 “갑자기 물결이 비늘처럼 일어, 나의 수염과 눈썹을 산란케 하네. 동파가 여러 사람으로 분산되었다가, 순식간에 다시 제자리에 있구나.[忽然生鱗甲 亂我鬚與眉 散爲百東坡 頃刻復在玆]" 한 말에서 기인된 것으로, 이규보(李奎報) 자신의 얼굴이 물결에 흔들려 여러 모양으로 보이는 것을 뜻한다.
○한계사(寒溪寺) 주지(住持) 노각사(老覺師)의 여우(旅寓)를 방문하여 삼료자(參廖子)의 시운(詩韻)을 따라 지어 주다
안개인 양 구름인 양 반공중에 노니니 / 霞想雲情逸天半
좋은 벼슬 많은 녹(祿)이 날 잡지 못하리 / 玉籠金鎖莫我絆
나는 평생에 원차산을 배웠기에 / 平生自學元次山
한계로 가서 낭만랑(浪漫郞)이라 불리고 싶었네 / 欲往寒溪稱浪漫
한계의 주인을 우연히 여기서 만나 / 寒溪主人偶此逢
재미있게 눈썹 펴고 함께 웃는구나 / 聊復軒眉一笑同
중이지만 술 한 잔쯤이야 어떠하리 / 禪味何妨飮餘滴
그 얘기 솜씨 신바람이 나는구나 / 談鋒更愛生雄風
노느라고 해 지는 줄도 몰랐는데 / 相從不覺西日側
저녁 연기 십리 길에 석양을 재촉하누나 / 十里靑煙催晩色
다시는 한계를 그리워하지 않겠네 / 不須更憶寒溪遊
스님의 눈빛이 한계보다 더 푸르이 / 見公眼色奪溪碧
[주C-001]삼료자(參寥子) : 송(宋) 나라의 고승(高僧) 도잠(道潛)의 호. 《삼료자집(參寥子集)》12권을 남겼다.
[주D-001]원차산(元次山) : 차산은 당(唐) 나라 원결(元結)의 자(字). 처음에 호를 의간자(猗玕子)로 하였다가 낭사(浪士), 또는 만랑(漫郞)으로 고쳤다. 당 대종(唐代宗) 때에 그의 어버이가 늙은 까닭으로 벼슬을 버리고 번상(樊上)으로 돌아가 책을 벗삼고 살았다. ≪唐書 卷143 元結傳≫
○또 동파(東坡)의 시운을 따라 지어 주다
메기가 대나무에 오르는 게 왜 그리 더디뇨 / 鮎魚緣竹一何遲
부끄럽게 벼슬길 옛날과 다름없네 / 慚愧頭銜似昔時
이별한 뒤로 너무 오래 그리웠지 / 只爲別來長飽戀
만나보니 모양이 많이 변했구려 / 故應相見更多姿
시 시름에 머리털이 살짝 희었는데 / 詩敎雪暈微侵鬢
술 기운에 얼굴이 조금 불그레하네 / 酒放春紅半蘸肌
나도 참선하는 늙은 거사이니 / 我亦參禪老居士
옛날 조사림 밑에 곁가지는 될걸세 / 祖師林下舊橫枝
[주D-001]메기가……오르는 게 : 고난을 극복하고 목적을 달성한다는 말. 《爾雅》에 “메기가 비늘도 없이 미끄럽지만 대나무에 오르는 재능이 있어, 물이 내리흐르는 곳이 있으면 훌쩍 뛰어서 대나무잎을 입에 물고서 계속 뛰어 대나무 꼭대기까지 올라간다.” 하였는데, 송(宋) 나라 매성유(梅聖兪)의 아내 조씨(刁氏)가 이 말을 인용하여 그의 남편에게 “당신이 벼슬길에 오르는 것은 메기가 대나무 꼭대기에 올라가는 것과 무엇이 다르냐?” 하였다.
[주D-002]조사림(祖師林) : 불교의 한 종파(宗派)를 창시한 선종(禪宗)의 달마(達摩)가 거처하던 숲을 가리킨다.
○천태 현사(天台玄師)가 내가 각공(覺公)을 찾아가 묵으면서 술을 마신다는 소식을 듣고 술을 가지고 와 위로하기에, 전운(前韻)을 따라 지어 주다
내가 본래 게을러 먼저 찾지는 못했지만 / 自是踈慵訪校遲
이별한 뒤에 어찌 잠시인들 잊었겠나 / 別來那有暫忘時
나를 반겨 웃는 얼굴 봄빛을 띠니 / 笑顔爲我還春色
도경을 읽은 도사(道士)도 평범한 모습일세 / 道經如今亦世姿
좋은 글귀는 손바닥에 구슬 구르듯 하고 현사(玄師) 또한 시를 지었다. / 好句似珠跳遍手
맑은 얘기는 눈처럼 온몸에 싸늘해 / 淸談如雪冷渾肌
한 병 좋은 술을 맘껏 마시고 / 一壺芳醞歡情足
취하자 꽃가지 꺾어 머리에 꽂았네 / 醉折名花揷數枝
○훈 장로(訓長老)가 시를 지어 달라 하기에 전운(前韻)을 따라 짓다
손가락 꼽아보니 만난 지 너무 오래 되었소 / 彈指相逢恨見遲
마치 옹리(甕裏)에서 그림 보는 것과 같구려 / 恰如甕裏閱圖時
목아 알이 부화되듯 불법(佛法)을 깨달았고 / 木鵝卵破方生翼
석녀가 애를 낳듯 환골탈태(換骨脫胎)했구려 / 石女兒嬌更媚姿
우뚝한 어깨는 속세를 떠나 앉았고 / 山字肩高成冷坐
짧은 장삼은 깨끗한 살갗에 어울리네 / 稻畦衲短稱淸肌
이 다음에 취포하여 불법(佛法)을 깨우쳐 준다면 / 他年若許參吹布
조과 선사(鳥窠禪師) 있는 소나무로 찾아가리다 / 會覓飛窠訪樹枝
[주D-001]목아(木鵝) 알이……되듯 : 나무로 만든 거위 알은 생명력이 없어 부화(孵化)될 수 없는 것인데, 이 말은 어느 불가사의한 경지에 도달한 것을 비유함인 듯하다.
[주D-002]석녀(石女)가……낳듯 : 아이를 낳지 못하는 여자를 석녀라 하는데, 이 말도 어느 불가사의 한 경지에 도달한 것을 비유함인 듯하다.
[주D-003]취포(吹布) : 불법(佛法)을 깨우쳐 주는 것을 말한다. 《전등록(傳燈錄)》에 “도림선사(道林禪師) 밑에 있던 시자(侍者) 한 사람이 다른 곳으로 떠나가려 하였다. 선사가 ‘어디로 가려고 하느냐?’ 하고 묻자 ‘여러 곳으로 다니면서 불법을 배우려 한다.’ 대답하였다. 그러자 선사가 ‘그러한 불법은 여기에도 있다.’ 하고는 조금 있다가 자신의 몸에서 포모(布毛)를 따내어 그것을 입으로 불어 계시하여 주었는데, 그는 마침내 불법을 깨달았다. 그래서 당시에 그를 가리켜 포모시자(布毛侍者)라 하였다.” 했다.
[주D-004]조과 선사(鳥窠禪師) : 당(唐) 나라 고승(高僧) 도림 선사(道林禪師)를 말한다. 그의 성은 오씨(吳氏), 이름은 원경(元卿)으로, 진정산(秦亭山)에 들어가 큰 일산처럼 생긴 소나무 위에 집을 짓고 사는데 까치가 그 옆에 둥지를 짓고 깃드니, 당시 사람들이 그를 조과 선사라 불렀다. 《傳燈錄 卷4》, 《淵鑑類函 卷317》
○또 운(韻)을 나누는데 동(動) 자가 나왔기에 각공(覺公)에게 지어 주고 겸하여 현공(玄公)에게 보내다
남종의 노승(老僧)은 중들 가운데 봉인데 / 南宗老宿僧中鳳
한계의 금벽동으로 영원히 들어갔구려 / 一入寒溪金碧洞
물마시고 돌에 누워 원조와 친구 삼아 / 酌泉臥石猿鳥共
빈 바위에 달만을 맞이하고 보내누나 / 空巖惟有月迎送
아마도 낭옹의 와준을 다시 만지면서 / 浪翁窪樽應復弄
푸른 이끼 씻고 생김새를 들여다보겠지 / 摩挲蒼苔窺罅縫
산 울리는 물소리 답답한 가슴 씻어가니 / 山磨水激洗煩宂
맑은 도운이 점점 솟구쳐 나겠구려 / 故應道韻轉淸聳
뛰어난 현공이 부처님 계통을 이어 / 玄公落落繼佛隴
월성에 서너 채의 절도 지었지 / 結茅月城三四棟
현공(玄公)이 서경(西京)의 영창사(永唱寺)로 갔다. (玄往西京永唱寺。)
부벽루 높아 나는 학을 잡을 듯한데 / 浮碧樓高鶴可控
표일한 생각이 운하(雲霞)를 능가하네 / 逸想凌霞欻飛動
물결을 몰아치는 봄바람 철옹을 울리는 듯하고 / 走浪春風鳴鐵甕
강물에 쏟아지는 달빛은 수은(水銀)이 반짝인 듯하네 / 寒流瀉月搖銀汞
돌아오매 시상(詩想)이 마치 샘솟 듯해서 / 歸來作詩似泉湧
청신한 글귀가 많은 사람을 놀라게 했네 / 句法淸新輒驚衆
세 스님은 나와 형제 같은 사인데 / 三師於予若昆仲
배휴(裵休)와 황엽(黃葉), 어법(唹法)이 형제이다. (裴休與黃葉唹法爲昆仲。)
서로 만나 한번 웃은 게 마치 꿈만 같구려 / 相逢一笑怳如夢
친구 간에 깊은 정은 얼른 떠나기 어려워 / 故人情深別難勇
유련하며 마음껏 마시는데 취한들 어떠하리 / 留連劇飮何辭痛
[주D-001]남종(南宗) : 달마(達摩)의 뒤에 영남(嶺南)의 혜능(慧能)이 전한 선종(禪宗)의 일파(一派)를 말한다.
[주D-002]낭옹(浪翁)의 와준(窪樽) : 낭옹은 원차산(元次山)의 호를 존칭한 것이요, 와준은 움푹 파여 술통처럼 생긴 자연석을 가리킨 것이다. 원차산의 와준시(窊尊詩)에 “움푹 팬 돌이 술통에 적합한데, 기괴한 그 모양 형용할 수 없구려.[窊石堪爲尊 狀類不可名]” 하였다.
○희 선사(希禪師)의 방장(方丈)에서 바둑두는 것을 구경하고 임강선(臨江仙)
밤은 고요하고 등잔에서는 불똥이 떨어지는데 / 夜靜紅燈香落灺
뱀 대가리와 토끼 기세가 서로 얽혔구나 / 蛇頭兔勢縱橫
바둑알이 판에 쩡쩡 놓이는 소리만 들리는데 / 但聞玉子響紋枰
누가 지고 이겼는지 달만 차츰 서쪽으로 기울어가네 / 誰饒誰勝山月漸西傾
십구 줄 가운데 천만 가지로 변태(變態)하니 / 十九條中千萬態
세상의 흥망 성쇠가 여기에 분명하구나 / 世間興廢分明
한 판 마치는 사이에 몇 사람이 살아남았으랴 / 箇中一換幾人生
도끼자루 썩으려 하자 갑자기 돌아보고 서로 놀랐네 / 仙柯欲爛回首忽相驚
[주D-001]도끼자루 썩으려 하자 : 《술이기(述異記)》에 “진(晉) 나라 왕질(王質)이 어느 날 산에 나무하러 갔다가 동자(童子)가 바둑 두는 것을 구경하는 중에 동자가 주는 대추씨 같은 물건을 먹었는데, 배가 고프지 않았다. 그래서 그는 도끼를 놓고 차분히 앉아서 바둑을 구경하는 중에, 동자가 그에게 ‘당신의 도끼 자루가 벌써 썩었소.’ 하므로 동리로 돌아와 보니, 전에 살던 사람은 생존한 자가 하나도 없었다.” 한 데서 온 말로, 세월이 덧없이 흘러 변천하는 것을 비유한 말이다.
○박생(朴生)의 아들을 애도(哀悼)하고 겸하여 꿈속의 일을 기록하다. 병서(幷序)
임 선배 춘(林先輩椿)이 세상을 버린 지 24년이 지났다. 그런데 무오년 6월 25일 밤 꿈에 나의 친구 박환고(朴還古)가 와서 말하기를 “임 선생이 죽었으니 그 묘지명(墓誌銘)을 선생이 아니면 누구에게 부탁하겠는가.” 하고는 세 치쯤 되는 목참(木槧)을 내놓으면서 묘지명을 쓰라 했다. 나는 그 목참이 너무 좁아서 쓰지 않으려 하였는데, 박이 말하기를 “선생의 글이라면 한 자만이라도 만족하다.”고 했다. 그래서 드디어 지(誌)하기를 ‘임모(林某)의 자(字)는 기지(耆之)인데 성질이 몹시 까다로워 재주를 퍽 자부(自負)하였으며, 여러 차례 과거(科擧)를 보았으나 등과(登科)하지 못하고 모 월일(某月日)에 집에서 죽었다.’ 하고, 이어 명(銘)하기를 ‘재주를 사용하지 못했으니 운명(運命)이로구나.’ 하였다.
그때 옆의 중이 주사(朱砂)를 갈아 묘지명을 써 주었다. 나는 그 꿈을 깨고서 대단히 괴상하게 여기며 “죽은 지가 오래 되었는데 박이 이제서야 묘지명을 지어달라 하니, 이것이 무슨 징조일까.” 하고 생각했다. 그런데 그 이튿날 박생(朴生)이 왔기에 내가 꿈 얘기를 자세히 했더니, 박이 손가락을 퉁기며 한참 있다가 “참으로 이상한 꿈이오. 어제 내 아이가 죽어서 임춘의 무덤 옆에 장사지내고, 지금 선생의 시 한 수를 청하여 위로해 주려고 여기에 왔으니, 이런 일이 있을 징조가 아니었겠소.” 하였다. 그래서 나는 그 꿈을 이상히 생각하고 또 그 일에 감동되어 시를 지어 애도해 주었다.
꿈이 어찌 징조가 없을쏘냐 / 夢豈自無徵
일에는 미리 참언(讖言)도 있는 것일세 / 事或先有讖
돌이켜 생각하니 어제 한밤중에 / 憶昨夜方午
한단침에 잠이 깊이 들었는데 / 睡熟邯鄲枕
자네가 꿈속에 남의 묘지명을 부탁했었지 / 君來乞人銘
깨고 나니 참으로 너무 이상했네 / 及窹良怪甚
자네가 뜻밖에 아들 죽은 것을 이야기하니 / 子來告兒亡
눈물 흔적이 늙은 뺨에 남았구려 / 淚暈餘老臉
따라서 꿈속의 일을 생각해 보니 / 因思夢中事
이것이 아마 정신의 감동인가 보네 / 莫是精神感
자네 아들이 겨우 여섯 살인데 / 君兒方六齡
얼굴이 꼭 자네를 닮았었지 / 眉目得君範
어떤 자가 빼앗아 갔단 말인가 / 何物奪之去
아마도 귀신의 못된 장난이겠지 / 無奈鬼橫僭
현리(玄理)를 강론한 동오가 죽었고 / 預玄童烏亡
외곽(外槨)이 없이 공리를 염습했네 / 無槨孔鯉殮
오래 살고 일찍 죽는 게 모두 천명(天命)이니 / 壽殤皆關天
부디 자네는 너무 상심하지 말게나 / 子幸勿爲念
자네 부인은 병이나 나지 않았는지 / 細君苟無恙
자식 많은 게 참으로 귀찮은 것일세 / 立竹眞可厭
임군의 무덤 옆에 장사지냈으니 / 葬隣林君墩
일찍 죽었어도 너무 서운할 게 없네 / 雖夭未爲慊
[주D-001]한단침(邯鄲枕) : 인생의 영고성쇠(榮枯盛衰)가 모두 꿈결처럼 헛되고 덧없는 것을 말한다. 이필(李泌)의 《침중기(枕中記)》에 “당 현종(唐玄宗) 개원(開元) 19년에, 도사(道士) 여옹(呂翁)이 한단(邯鄲)의 여관에서, 노생(盧生)이란 한 곤궁한 소년이 신세타령하는 것을 보고, 자기 베개를 빌려 주면서 ‘이 베개를 베고 자면 그대가 많은 부귀영화를 누리게 될 것이다.’ 하였다. 그래서 노생이 그 베개를 베고 잤는데 과연, 꿈속에 청하(淸河)에 사는 최씨(崔氏)의 딸에게 장가를 들고 또 높은 벼슬을 두루 역임하여 부귀영화를 일평생 누리고 살다가 꿈을 깨어 본즉, 아까 여관 주인이 짓던 좁쌀밥이 채 익지 않았다. 이에 여옹이 웃으면서 ‘인간 세상의 일도 이 꿈과 마찬가지이다.’ 했다.” 하였다.
[주D-002]동오(童烏) : 한(漢) 나라 양웅(揚雄)의 아들 신동(神童) 오(烏)를 가리킨다. 그는 무척 총명하여 일곱 살에 웅이 논한 현문(玄文)에 참여하였는데, 불행히도 아홉 살에 요절하였다. 《華陽國誌 先賢揚雄傳》
[주D-003]공리(孔鯉)를 염습했네 : 공리는 공자(孔子)의 아들인데, 그가 죽었을 적에 가난하여 외곽(外槨)이 없이 내관(內棺)만 사용하여 장사지냈다. 《論語 先進》
悼朴生兒。兼書夢中事。幷序
林先輩椿卽世幾踰二紀。戊午六月二十五日夢。予友朴還古來告云。林先生死。墓銘非子焉託。因出木槧三寸許。請其辭。予若嫌其狹。朴曰。得子辭。雖一字足矣。遂誌之曰。林某字耆之。性孤峭。頗以才自員。累擧春場不捷。某月日卒于家。銘曰。未施才。命哉。傍有僧硏朱書之。及窹。甚怪之曰。林死久。朴纔乞誌。是何祥乎。明日。朴生來。予具說夢中事。朴禪편001指良久曰。奇是夢也。昨失吾兒。瘞于林椿塚側。今欲請子一詩爲哭。故來謁。豈此徵耶。予奇其夢。感其事。作此詩以哭之。
夢豈自無徵。事或先有讖。憶昨夜方午。睡熟邯鄲枕。君來乞人銘。及窹良恠甚。子來告兒亡。淚暈餘老臉。因思夢中事。莫是精神感。君兒方六齡。眉目得君範。何物奪之去。無奈鬼橫僣。預玄童烏亡。無槨孔鯉殮。壽殤皆關天。子幸勿爲念。細君苟無恙。立竹眞可厭。葬隣林君墩。雖夭未爲慊。
[편-001]禪 : 彈
○문 장로 방(文長老方)과 최 수재 승규(崔秀才升圭)와 같이 고인(古人)의 운을 따라 각기 부(賦)하다
개미굴의 좋은 벼슬이 무슨 소용이 있겠나 / 蟻坑名宦奈爲何
한평생 생활은 술 마시고 노래부르며 살았지 / 一世生涯付醉歌
맑고 애닲은 시운은 구슬같은 눈물이 떨어지게 하고 / 詞格淸哀珠有淚
공허하고 고요한 도심은 우물물이 잔잔한 것 같네 / 道心虛寂井無波
도림 선사(道林禪師)가 우거한 곳엔 까치가 깃들고 / 禪公旅寓窠依鳥
원객은 누에를 키워 고치를 따자 신선이 되었지 / 園客仙期繭作蛾
늙기 전에 서로 만나 맘껏 마시자꾸나 / 綠髮相逢須痛飮
이 다음에 다시 만나면 머리가 허옇게 셀 걸세 / 他年重見鬢霜多
[주D-001]개미굴의……있겠나 : 세상의 부귀영화가 꿈결처럼 허무한 것을 비유한 말. 《異聞集》에 “당(唐) 나라 때의 순우분(淳于棼)이 어느 날 술에 취하여 집앞 느티나무 밑에서 잠이 들었다가 괴안국왕(槐安國王)의 사신이라는 자를 따라가 괴안국왕으로부터 남가 군수(南柯郡守)를 임명받아 20여 년 동안 영화를 누렸는데, 깨어나니 한바탕 꿈이었고 나무 아래를 보니 굴은 텅 빈 개미 굴로, 왕개미 한 마리가 있었다.” 하였다.
[주D-002]도림 선사(道林禪師)가……깃들고 : 당(唐) 나라 고승(高僧) 도림 선사(道林禪師)를 말한다. 그의 성은 오씨(吳氏), 이름은 원경(元卿)으로, 진정산(秦亭山)에 들어가 큰 일산처럼 생긴 소나무 위에 집을 짓고 사는데 까치가 그 옆에 둥지를 짓고 깃드니, 당시 사람들이 그를 조과 선사라 불렀다. 《傳燈錄 卷4》, 《淵鑑類函 卷317》
[주D-003]원객(園客) : 신선의 이름. 《술이기(述異記)》에 “원객은 제음(濟陰) 사람인데, 얼굴이 예쁘면서도 장가를 들지 않고 항상 오색향초(五色香草)를 가꾸며 산 지 10여 년이 되던 어느 날 오색 나방이 향초 위로 모여들기에 그것을 베에다 받아놨더니, 거기에서 누에가 부화되었다. 그때 마침 한 여인이 나타나 양잠을 도와 향초로 먹여 누에고치 1백 20개를 땄는데, 크기가 항아리만하였다. 이 여인은 그 고치 실을 다 뽑은 뒤에 원객과 함께 신선이 되어 갔다.” 하였다.
○시를 재빠르게 써 위 지식(威知識)에게 주다 이름은 차위(次威)인데, 명리(名利)를 버리고 천태종(天台宗)에 귀의했다.
지난번에 사리(闍梨)를 뵙고 어울림을 회고하니 / 憶昨往拜和闍梨
공과 유를 얘기하며 석양까지 놀았었지 / 談空說有夕晷移
이때에 우연히 보았죠 늙으신 스님을 / 是時偶見老尊宿
반쯤 걸친 해진 장삼 수없이 꿰맸더군요 / 破衲半肩縫萬絲
당신 혹시 부처님의 적통이 아닌지 / 子豈佛隴的孫歟
눈이 마주치자 말 안 해도 벌써 알았지 / 目擊不言心自知
등불 돋우고 다가앉아 얘기 장난 벌어지니 / 挑燈相近接談笑
시원한 그 말솜씨 눈보라가 치는 듯하여라 / 口風吹却雪山欹
스스로 말하기를 천태의 지관을 배워서 / 自言天台學止觀
팔교와 오시를 대강 연구했노라고 / 粗窮八敎與五時
일찍이 세상 명리에서 뛰쳐났으니 / 早年抽身名利門
고기와 새를 조롱이나 못에 가둘 수 없는 것과 같네 / 有如魚鳥不可囚籠池
일조에 용단을 내 청산 백운 속으로 들어가 / 一朝勇去靑山白雲裡
솔잎을 따 먹으며 주린 배를 채우다가 / 採松食葉聊充飢
갑자기 홀어머니가 중병에 걸렸다는 소식 듣고 / 忽聞孀母嬰沈瘵
먼 길에 발바닥 부풀리며 서울로 돌아왔네 / 百舍重繭來洛師
황급하게 치료할 것을 생각하여 / 遑遑汲汲思療理
금궤에서 비방을 꺼내는 삼세의 못 만나는 걸 한하였지 / 恨不遇金樻探方三世醫
아마 사람들은 영문도 모르고 / 世人殊未解
왜 그리 바쁘냐고 비웃겠지 / 應笑浪奔馳
나의 붉은 하의를 돌아보니 / 顧我赤霞衣
홍진이 묻어 많이 더러워졌네 / 多被紅塵緇
홍진에 오래 머물 수도 없고 / 紅塵不堪久
녹라를 속일 수도 없는 거라 / 綠蘿不可欺
얼마 후에 지팡이 짚고 산으로 돌아갈 테니 / 振錫還山無幾日
자네하고 밤새도록 흉금을 얘기하자기에 / 要與吾子專夕論心脾
손을 마주잡고 곁방살이 집으로 와서 / 相將握手到僑居
나물 반찬에 저녁밥 먹고 닭 울도록 얘기했네 / 烹蔬晩食話到鷄喔咿
나더러 내일 다시 와달라는 부탁 / 囑予明日復見訪
문에 나오며 똑똑히 들었다오 / 出門丁寧聞此辭
이튿날 아침 비가 은하수처럼 쏟아지는데 / 明朝有雨如倒河
나는 어젯밤 약속 어기지 않으려고 / 我尙不欲孤前期
진흙 헤치고 빗물 밟으며 문을 두드리니 / 撥泥踏水來叩扃
손 잡고 눈썹 펴며 웃는 얼굴로 맞아주네 / 撫掌迎笑欣揚眉
게다가 자리엔 하수재까지 있어서 / 坐客况有河秀才
셋이 마주 앉아 얘기바람에 피로를 잊었네 / 鐺脚相對語忘疲
단지의 술 몹시 향기로워라 / 樽中有酒香酷烈
스님은 마시지 않고 나에게 자꾸만 권하네 / 師雖不飮勸我頻卮卮
밤 깊어 술상 치우고 찻잔을 돌리는데 / 夜深輟飮開茗席
문에 스며든 밝은 달이 우리를 엿보누나 / 明月入戶偏相窺
내일 아침이면 스님은 떠나가는데 / 明發師當去
나만 어찌 명리(名利)에 얽매일까보냐 / 我豈獨受名韁縻
모시고 떠나도록 허락해 준다면 / 若許陪杖屨
붉은 언덕 푸른 산에 함께 노닐고파 / 且向丹崖碧嶂同棲遲
그대는 원공이 광산에 있던 일을 모르는가 / 君不見遠公在匡山
도ㆍ육과 함께 어울려 놀았다오 / 亦容陶陸相追隨
[주D-001]사리(闍梨) : 불자(佛子)들의 사범이 되는 큰스님을 높여 부르는 말.
[주D-002]천태(天台)의 지관(止觀) : 천태는 수(隋) 나라 때 절강성(浙江省) 천태산(天台山)에서 지자대사(智者大師)가 창립한 천태종의 준말이요 지관은 불교에서 정(定)ㆍ혜(慧)를 닦는 중요한 두 가지 방법인데, 지는 정적(靜的)으로 망념을 거두어 마음을 한 곳에 집중하는 것이고 관은 동적(動的)으로 지혜를 내어 진여(眞如)에 계합하는 것을 말한다.
[주D-003]팔교(八敎)와 오시(五時) : 팔교는 천태종(天台宗)의 화의(化儀) 4교와 화법(化法) 4교를 합하여 말한 것이요 오시는 부처님의 50년간 설교를 시간적으로 판단한 것으로서 화엄시(華嚴時)ㆍ아함시(阿含時)ㆍ방등시(方等時)ㆍ반야시(般若時)ㆍ열반시(涅般時)를 말한다.
[주D-004]삼세의(三世醫) : 경험이 많은 명의(名醫)를 말한다. 《예기(禮記)》 곡례 하(曲禮下)에 “삼대 이상 의원을 한 사람이 아니면 그 약을 복용하지 않는다.” 하였다.
[주D-005]원공(遠公)이 광산(匡山)에 있던 : 원공은 진(晉) 나라 고승(高僧) 혜원법사(慧遠法師)인데, 그가 광산에 있을 적에 도연명(陶淵明)ㆍ육수정(陸修靜)과 어울려 놀았다. 《廬山記》
○안화사(安和寺)의 돈식 선로(敦軾禪老) 방장(方丈)에서 밤에 술을 마시며 동파(東坡)의 운(韻)을 따라 짓다
십년 동안 연사를 찾아가지 못하였는데 / 十年蓮社阻從容
해는 몇 번이나 서쪽으로 넘어가고 물은 몇 번이나 동으로 흘렀나 / 日幾西况水幾東
옛날엔 붓 들고 적멸(寂滅)의 불법 기록했는데 / 援筆舊曾題莫莫
오늘은 등불을 돋우고 공허한 이치 얘기하네 / 挑燈今復說空空
참선하는 스님은 학 모양으로 청아한데 / 學禪師作癯形鶴
세상 피하는 나는 꽁지 빠진 수탉 같네 / 避世吾爲斷尾雄
앞으로는 장문부(長門賦) 짓고 산을 살 테야 / 從此買山長門道
한유(韓愈)의 궁을 물리치려 애쓰지 않고 / 不須辛苦送韓窮
[주D-001]연사(蓮社) : 진(晉) 나라 혜원법사(慧遠法師)가 세운 반야운태정사(般若雲台精舍) 곁에 당시의 현사(賢士)인 유유민(劉遺民)ㆍ뇌차종(雷次宗)ㆍ주속지(周續之) 등이 함께 시주하여 연못을 파고 연꽃을 심었다. 그래서 그곳을 연사 또는 백련사라고도 부른다.
[주D-002]장문부(長門賦)……살 테야 : 글을 지어주고 예폐를 받아 산속에 숨는다는 말이다. 장문부는 《악부해제(樂府解題)》에 “한(漢) 나라 진황후(陳皇后)가 장문궁(長門宮)에 퇴거하여 시름에 잠겨 세월을 보내던 중, 사마상여(司馬相如)가 문장을 잘한다는 말을 듣고 황금 1백 근을 주고 시름을 푸는 글을 지어달라 하므로, 상여가 장문부를 지어 바쳤다.” 한 데서 취한 말이요, ‘산을 살 테야’는 세상에서 숨는다는 것을 말한다. 《琅琊代醉篇 卷34》
[주D-003]한유(韓愈)의 궁(窮)을 물리치려 : 살림살이의 곤궁한 것을 물리침을 말한 것으로서, 한유가 송궁문(送窮文)을 지은데서 온 말이다.
○다시 화답하다
탑(塔) 밑에 선실은 누구 오길 기다렸나 / 一龕仙室遲誰容
그 소식은 꼭 이 절동에게 물어야겠네 / 消息須憑李浙東
유랑한 스님 자취 뜬구름처럼 한가하구나 / 浪跡如今雲不繫
후일에 회고하면 꿈결 같으리 / 回頭他日夢渾空
세상살이는 맑은 술 세 잔이면 그만이고 / 生涯已付三杯聖
의기는 긴 칼 한 자루에 달렸다오 / 意氣都關尺劒雄
쉴 땐 쉬고 갈 땐 가는 게 모두 꿈인데 / 得坎乘流渾是夢
완공은 무엇 때문에 도궁을 통곡했나 / 阮公何必哭途窮
[주D-001]이 절동 : 당(唐) 나라 때에 절동 도단련관찰사(浙東都團練觀察使)를 지낸 이손(李遜)을 말하는데, 한유(韓愈)가 장적(張籍)을 위하여 쓴 여이절동서(與李浙東書)가 있다. 《舊唐書 卷155》
[주D-002]완공(阮公)은……통곡했나 : 《진서(晉書)》 완적전(阮籍傳)에 “그는 가끔 마음이 내키면 혼자서 수레를 타고 놀러 나가 오솔길로는 가지 않고 큰길이 끝나면 통곡하고 돌아오곤 하였다.” 한 데서 온 말로, 대개 운명의 곤궁한 것을 비유한 말이다.
○이튿날 두서너 친구와 환벽정(環碧亭)에 올라서 또 어실(御室)을 구경하고 별각(別閣)에 돌아와 한잔 마시며 소공(蘇公)의 운을 따라 짓다
세 임금 예묘(睿廟)ㆍ인묘(仁廟)ㆍ의종(毅宗) 이 놀고 구경하던 곳에 / 三朝遊賞處
산 빛은 모두 옥을 깎아 세운 듯 / 玉立山一色
그림 기둥엔 용사가 꿈틀거리고 / 畫棟拏龍虵
고층 집은 금옥(金玉)으로 장식했네 / 重樓絢金碧
지금은 아무에게나 개방했으니 / 如今付閒人
완부의 나막신 몇 번이나 밀칠할까 / 幾蠟阮孚屐
임금의 수레는 어느 곳으로 가셨나 / 鑾輿杳何許
옛날을 생각하니 슬프기만 하네 / 弔古爲悲慄
이끼 낀 돌은 이리 저리 누워서 / 篆石臥蒼苔
비에 염색되고 햇빛에 달았구려 / 雨染日灸赤
오가며 여기 저기 끝까지 찾아보면 / 朅來窮冥搜
반드시 신령한 동굴 있을 게야 / 必有靈聖宅
이젠 청정채(淸淨債)를 갚게 되었는데 / 淸債足可償
지나간 일 그다지 따져서 무엇하리 / 往事何煩詰
한 동이 술도 아직 비우지 못했는데 / 一樽猶未傾
해는 벌써 서쪽으로 넘어가누나 / 規燬已西側
재미 있는 모임이 그리 많지 않으니 / 佳會亦無多
석양 구름이 캄캄할 때까지 놀다 가세 / 歸侵晩雲黑
[주D-001]완부(阮孚)의……밀칠할까 : 밀칠한 나막신이 닳도록 여러 번 구경온다는 말. 《세설신어(世說新語)》 아량(雅量)에 “어떤 사람이 완부를 찾아가니, 그가 직접 불을 불면서 나막신에 밀칠을 하고 있었다. 그러다가 그는 스스로 ‘평생에 나막신을 몇 번이나 더 신을는지 모르겠다.’고 탄식하였다.” 하였다.
[주D-002]청정채(淸淨債) : 도(道)에 통하여 청정(淸淨)에 돌아오는 것을 말한다. 소식(蘇軾)의 시에 “산중에 청정의 빚을 질까 걱정이다.[恐負山中淸淨債]” 하였다.
○비오는 날 초당(草堂)에서 낮잠 자면서
처마 끝에 빗줄기 주룩주룩 쉬지 않아 / 緣霤雨浪浪
귓전을 울리며 잠을 방해하려는 듯 / 撼耳似妨睡
어째서 비 오는 날엔 / 云何雨聲中
잠 맛이 그리도 좋은고 / 徧得睡味美
개인 날엔 아무리 문을 닫고 있어도 / 晴時雖杜門
나가고 싶은 생각이 가시지 않더구먼 / 駕言意未弭
그러기에 잠이 깊이 들지 않아 / 自此夢難酣
얼핏 잠이 들다가도 놀라 깨곤 했지 / 假寐或驚起
지금은 장마철이라 / 獨是霖雨中
길은 온통 물바다가 됐네 / 塗路混爲水
아무리 친구를 찾으려 한들 / 雖欲訪情親
지척이 바로 천리란 말일세 / 咫尺卽千里
문에는 아무도 찾는 이 없고 / 門絶客敲扉
뜰에는 인적이 끊겼구나 / 庭無人響履
그러자 잠이 깊이 들어 / 所以得於眠
드릉드릉 우레처럼 코를 골았네 / 齁齁雷吼鼻
이 맛은 참으로 표현하기 어렵지 / 此味固難言
왕후인들 어떻게 이런 걸 누릴까보냐 / 王侯那得致
왕후도 어찌 낮잠을 못 자랴마는 / 王侯豈不能
조청을 어이 게을리할 수 있겠는가 / 朝請安可弛
[주D-001]조청(朝請) : 제후(諸侯)가 천자(天子)를 조회하는 것인데, 봄에 하는 것을 조(朝), 가을에 하는 것을 청(請)이라 한다. 여기서는 백관의 조회 받는 것을 말한다.
○느낌이 있어서 우연히 시 두 수를 짓다
옹졸하고 솔직한 것은 타고난 천성이라 / 拙直由天賦
많은 어려움에 세상 인정을 알겠네 / 艱難見世情
문을 닫아 찾아오는 사람 사절하고 / 杜門妨客到
술을 빚어 아내를 대해 마시누나 / 釀酒對妻傾
이끼 낀 오솔길엔 인적이 드물고 / 苔徑少人跡
소나무 동산엔 새소리도 없구나 / 松園空鳥聲
전원에 돌아갈 계획 늦어가니 / 田園歸計晩
진 나라 도연명에게 부끄럽구나 / 慚愧晉淵明
사방을 돌아봐도 조그마한 한 몸뿐이니 / 環顧六尺身
하루에 먹는 게 결국 얼마나 되나 / 一日能幾食
그런데도 구복을 채우기 위해 / 尙營口腹謀
구름 낀 푸른 산에 돌아가지 못하네 / 未去雲山碧
[주D-001]도연명(陶淵明) : 연명은 진(晉) 나라 도잠(陶潛)의 자(字). 그는 진 나라 말엽에 집이 가난하여 친구들의 권고로 팽택 영(彭澤令)이 된 지 80여 일 만에 호연히 벼슬을 버리고 귀거래사(歸去來辭)를 짓고서 전원(田園)으로 돌아왔다. 《晉書 卷94》
○내성(內省)의 제랑(諸郞)에게 올리다. 병서(幷序) 무오년
모(某)는 천지 사이에 한낱 변변치 못한 사람입니다. 우연히 여와(女媧)의 긍토(緪土) 장난으로 인간에 떨어져 어리석고 가난에 견디지 못하고 광형(匡衡)의 벽 뚫던 부지런함을 본받아 서사(書史)를 꽤 많이 읽었습니다. 그후 과거(科擧)에 급제(及第)한 지도 벌써 9년이 되었는데 육침(陸沈)된 한은 더욱 심하고 궁도(窮途)의 곡(哭)은 너무나 원통하였습니다. 이는 어찌 조정(朝廷)에서 착한 사람을 좋아하지 않아서이며, 대각(臺閣)에 지음(知音)하는 이가 없어서 그렇겠습니까. 내 성질이 본래 치밀하지 못하고 소졸한 데다가 오활(汚闊)하기까지 하여, 한갓 스스로 전포(轉胞)의 게으름만 지키고 한번도 구수(灸手)의 세력에는 나아가지 못하였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달팽이 뿔이 나오려다가 사람을 보면 금방 움츠려들고, 매미의 창자가 스스로 깨끗하여 남에게는 구할 것이 없는 격이 되어서, 벙어리처럼 입을 다물고 스스로 못생긴 것을 감추려고 얼굴을 가리곤 하였습니다. 그러니 아무리 궁하고 고생한들 나를 누가 위로해 줄 것이며 누가 불쌍히 여겨 줄 것입니까. 그런데 요사이 듣자오니 “내성의 제랑(諸郞)ㆍ학사(學士 한림원(翰林院)의 정4품관(正四品官)) 각하(閣下)들이 나의 시초(試草)를 보면서 인물을 평하되, 저를 천박(淺薄)하여 취할 것이 없다 하지 않고 잘못된 곳을 고쳐가면서 앞으로 국가(國家)에 추천하려 한다.” 하니, 나는 곰곰이 생각하기를 “옛날 사람이 이른바 지극히 공정(公正)한 도(道)는 없어진 지가 벌써 오래되었는데, 오늘날 다시 시행될 줄은 생각도 못했다”고 했습니다. 나는 이미 치밀하지 못하고 오활하여 감히 되지 못한 말로 자신을 추천하지 못하였는데, 학사ㆍ제랑이 특별히 알아 주어서 천거까지 하기로 마음을 먹었으니, 하물며 나보다 만 배나 더 어진 사람이야 말할 나위 있겠습니까. 나는 지금 웃음이 나와 입을 다물지 못하고 말로 자랑하고 싶어 가만히 있지 못하겠으며 뛸듯이 기뻐 벌써 좋은 벼슬과 많은 녹(祿)을 받은 것 같습니다.
이는 제랑의 지극히 공정한 마음이 눈금 없는 저울같이 평등(平等)한 데서 나왔지만 이 못난 자의 혼자 좋아하는 눈물은 교인(鮫人)의 눈물이 소반에 떨어지는 것 같습니다. 그 의리를 저버릴 수 없고 예의(禮儀)에 감사하지 않을 수 없기에, 마침내 거의 끊어지려는 새끼줄에 두레박을 매어 물을 긷고 이미 끊어진 거문고 줄을 이어서 어설픈 곡조를 타봅니다. 삼가 운(韻)을 따라 제랑들의 덕(德)을 기념하는 오언 금체시(五言今體詩) 한 수씩을 각각 지어 편지에 깨끗이 연서하여 여러분에게 바치고 감사를 드립니다. 다시 간절히 바라는 것은, 제랑ㆍ학사께서는 전에 추천한 말은 희롱이라 마시고 기어코 좋은 벼슬을 저에게 내려 주어 그 은혜를 끝내 받도록 해 달라는 것뿐입니다. 황송한 마음 이루다 아뢸 수 없습니다.
우산기상시(右散騎常時) 민식(閔湜)에게 올리다
옛날부터 대대로 양반집으로 내려와 / 世家傳閥閱
조상에는 비후 같은 분을 모셨네 / 系出費侯賢
난옥에 쌍 가지 빼어나 / 蘭玉雙枝秀
아우가 승선(承宣)이 되었다.
무지개처럼 한 기운이 연했구나 / 虹霓一氣連
벼슬길에 형제가 순탄히 승진되어 / 雲梯同坦步
좋은 자리 서로 번갈아 하네 / 仙省迭相遷
나무에는 닭이 교대해 깃들고 / 樹代鷄新舊
하늘에는 기러기가 앞뒤로 나는구나 / 天分雁後先
금년에 성랑(省郞)이 모두 갈렸는데 아우가 성에서 나오고 공이 이어 들어갔다.
우산기(右散騎)는 가장 영광스러운 자리라 / 右貂榮最劇
방승하는 은총 한 몸에 듬뿍 받았네 / 旁乘寵何偏
오색 실로 임금의 곤룡포(袞龍袍) 꿰맸으며 / 五色絲縫袞
시편(詩篇)은 삼장(三丈)의 눈처럼 청신하구나 / 三條雪入篇
주금이 이제부터 뛰어 나오게 되었으니 / 鑄金從踴躍
새 새끼가 날아 다니도록 도와 주오 / 翼鷇助騰騫
도리(桃李) 밑에 나 있는 오솔길이 사랑스러워 / 爲愛蹊成下
화벽(和璧)을 가지고 외람되게 앞을 바치오 / 叨將璧至前
조만 간에 송곳을 주머니에 넣어 주시고 / 囊錐容早晩
환선은 제발 중도에 버리지 마시오 / 紈扇豈中損
더구나 우리는 척분(戚分)이 있는 처지니 / 况接葭莩幸
평생에 그 인연만을 믿으렵니다 / 平生恃淺緣
직문하성(直門下省) 김적(金迪) 대감(大監)에게 올리다
천상의 금성 정기로 태어났고 / 天上金精落
산서에 철간이 높이 솟았네 / 山西鐵幹喬
문벌(門閥)은 반정원과 같고 / 家承班定遠
나라에서는 곽 표요로 믿고 있네 / 國倚霍嫖姚
백옥 같이 마음이 아름답고 / 白玉含中潤
청송 같이 절개는 굳세구나 / 靑松守後凋
삼두담은 벌겋게 서렸고 / 紅盤三斗膽
팔위요는 태산처럼 우람하네 / 岳立八圍腰
마치 이광이 한의 비장군(飛將軍)인양 / 李廣今飛漢
천교는 한 고조(漢高祖)를 어쩌지 못했네 / 天驕不吠高
자라가 선도를 받들고 있는 듯 / 鼇擎仙島聳
봉황이 금지에 노니는 듯하네 / 鳳入禁池翹
바른 말은 뭇 영웅을 놀래키고 / 直論驚群俊
갸륵한 충성은 양조를 도왔네 / 孤忠翼兩朝
한 몸에 문무(文武)를 겸했고 / 身兼雙美具
백 일 동안에 벼슬이 높아졌구나 / 官剩十旬超
나는 시골 구석에서 쓸쓸히 지내니 / 我是水鄕冷
세파(世波)에 밀리는 것을 어찌 견디리 / 那堪陸海漂
목을 내밀고 한 번 나가고 싶으니 / 引吭思一振
부디 도와 주시면 얼마나 좋겠소 / 何幸借扶搖
좌간의(左諫議) 이계장(李桂長)에게 올리다
양반집에 경사 끊임이 없어 / 名家餘慶遠
봉황이 봉황의 둥지에서 나왔구나 / 鳳出鳳凰巢
글씨는 붉은 이무기[蜃]가 꿈틀거리는 것 같고 / 彩筆浮紅蜃
문장은 오색 교룡처럼 웅건하구려 / 華文吐縟蛟
좋은 쇠는 대장이의 공이 많고 / 良金富大冶
날쌘 칼은 신포의 재주를 빼앗았네 / 恢刀奪神庖
높은 벼슬은 삼독에 올랐고 / 峻級超三獨
순후한 풍도(風度)는 오교가 없어 / 淳風鎭五交
인품은 용이 바다에서 뛰어난 듯하고 / 人龍凌海躍
시는 호랑이가 하늘을 향해 우는 듯하네 / 詩虎動天咆
사람 보는 눈은 뱃속에 거울이 있는 듯하고 / 明鏡姸媸別
포용하는 아량은 누구든지 구별을 않네 / 洪溟巨細包
갈대가 옥수(玉樹)에 의지하도록 허용해 주오 / 尙容蒹倚玉
혜초(蕙草)가 띠풀이 되게 해서야 쓰겠소 / 那遣蕙爲茅
한 말 물이면 죽으려는 붕어가 살아날 테니 / 斗水如霑鮒
눈물 흘리는 교인(鮫人)을 생각해 주오 / 盤珠想泣鮫
땅속에 묻힌 칼처럼 되게 마소 / 莫敎埋似劍
내가 어찌 조롱박처럼 매달려 있겠소 / 吾豈繫如匏
벌써부터 나를 아시리라 믿어 왔는데 / 已恃知音幸
벼슬길에 오르는 걸 점쳐서 무엇하리 / 何煩筮仕爻
우간의(右諫議) 이세장(李世長)에게 올리다
본래 부귀한 집에 태어났지만 / 本生紈綺貴
그래도 공부를 많이 하셨네 / 猶事槧鉛勞
성백의 화신은 하늘에서 내려왔고 / 星魄從天降
화요는 벽틈으로 도망가 숨었네 / 花妖入壁逃
이미 장상의 인을 받았으니 / 已傳張相印
여건의 칼을 차게 되리다 / 合佩呂虔刀
글씨는 서대의 살을 떨어버렸고 / 筆洗西臺肉
시는 노두의 기름에 젖었구나 / 詩霑老杜膏
꾀는 전저로 계획을 세울 만하고 / 謀宜前筯畫
벼슬은 후신이 갑자기 높았구려 / 官忽後薪高
공이 순서를 뛰어 승진하였으므로 한 말이다.
분성의 좋은 자리에 승진했고 / 粉省登淸地
빙함에는 임금이 낙점(落點)하셨네 / 氷銜落彩毫
때가 되면 출세할 걸 진작 알았으니 / 早知春有脚
명함지(名銜紙)에 털이 생긴 걸 한하지 않으리 / 何恨紙生毛
짐승이 곤궁에 빠지면 꼬리를 흔들며 애걸하고 / 獸困甘搖尾
매도 배가 고프면 줄을 풀어 주길 바란다오 / 鷹飢望解絛
대감은 저와 같은 이씨(李氏)이고 / 賢侯同姓李
자제(子弟)와 한 문중에서 동방급제했죠 / 郞子一門桃
현사(賢嗣)와 동방급제하였다.
이거 참 평생의 좋은 영광이니 / 亦是平生幸
어찌 실의하여 울부짖게 해서 되오리까 / 寧敎失意號
중서사인(中書舍人) 고영중(高瑩中)에게 올리다
집에는 임금이 하사한 금경이 대대로 전해 오고 / 家傳金鏡賜
성이 고씨이기 때문에 한 말이다.
이름은 과거 방목(科擧榜目)에 올랐구나 / 名在桂仙科
말소리는 마치 우레처럼 웅장하고 / 舌下驚雷出
흉중에는 천문(天文)도 환히 아는구나 / 胸中列宿羅
자귀로 달을 다스리듯 공부도 많이 하셨고 / 玉斤修月妙
자로 재듯이 인물 전형(人物銓衡)도 많이 했네 / 瓊尺剪雲多
요직은 지금 호조(戶曹)를 맡으셨고 / 要職方當戶
중서사인을 호조라 한다.
깨끗한 자리는 벌써 간의(諫議)을 지냈네 / 淸班已亞坡
간의를 파(坡)라 한다.
오화의 가장 좋은 영화를 누렸으니 / 五花榮最好
일불로 어찌 다 축하할 수 있으리 / 一佛賀如何
자단향(紫檀香) 책상엔 하탁이 놓여 있고 / 紫案擎荷槖
교지(敎旨)에는 붉은 도장이 찍혔구나 / 紅泥染印窠
임금의 말씀은 비밀히 받았고 / 絲綸批密誥
작약의 노래는 새로 퍼졌네 / 芍藥播新歌
어찌 온실의 나무를 말할 게 있으리 / 溫室那言樹
벌써 한림학사(翰林學士)도 지냈네 / 金鑾早脫靴
은후의 국에 간을 맞추었고 / 行調殷后鼎
일찍이 채공의 벼를 받았네 / 曾取蔡公禾
부디 형산 밑에 있는 변화(卞和)가 / 願記荊山下
박옥(璞玉) 안고 우는 것을 생각해 주오 / 窮年泣玉和
기거랑(起居郞) 윤위(尹威)에게 올리다
관령의 선풍(仙風)이 멀리 내려왔는데 / 關令玄風遠
그 후손의 뛰어난 뜻도 훌륭하구나 / 仙孫逸志嘉
처음엔 벼슬할 생각이 없어서 / 初無絓組戀
수운 사이에 놀기를 좋아했네 / 甘向水雲賖
공이 처음에 벽송거사(碧松居士)가 되었었다.
소나무의 이슬 받아 먹기를 좋아했고 / 愛吸靑松露
푸른 산 안개 속에서 잠도 잘 잤지 / 貪眠碧岫霞
구슬 빛은 스스로 숨기기 어려워 / 珠光難自隱
금운이 결국 버림을 받지 않았네 / 金韻終不遐
나는 새가 바람을 만난 듯 / 羽翼乘風便
문장이 나라를 빛내는구나 / 文章耀國華
감공의 이름은 달에 새겨져 있고 / 闞公名在月
태백의 붓에선 꽃이 피었구나 / 太白筆生花
많은 경험은 팔이 세 번이나 부러졌고 / 事歷肱三折
높은 재주는 팔차의 손도 우습게 보네 / 才凌手八叉
바른 말은 자주 부금을 받았고 / 直言頻覆錦
공정한 명망은 전거가 합당하구나 / 公望合專車
계각에 대한 말도 많이 했고 / 鷄角言爭解
귀문은 벼슬을 자랑할 만하구나 / 龜文貴可誇
나는 당신 집의 사위로 / 氷淸門下客
두 집 인연 맺은 것 기쁘기만 하오 / 多喜得通家
좌사간(左司諫) 김충(金冲)에게 올리다
오랫동안 침체했지만 / 一千年且暮
지금은 구만리에 높이 나네 / 九萬里翶翔
곡약으로 대궐문의 자물쇠를 열자 / 鵠鑰開璇鎖
용지에 들어가 임금을 뵈옵네 / 龍池對玉皇
이름은 삼척죽에 올랐고 / 籍通三尺竹
은혜는 오시상을 내렸구나 / 恩降五時裳
실력은 청전선을 압도했고 / 價壓靑錢選
시는 녹예장보다 청신하구나 / 訶淸綠蕊章
외로운 충신은 쇠기둥이 우뚝 선 듯 / 孤忠橫鐵棟
표일한 기개는 순풍을 만난 돛대인 듯 / 逸氣迅風檣
태산같이 우러러 보는 마음 간절하지만 / 山仰心雖切
아무리 따라가려 해도 길이 없구려 / 雲從路莫當
혜소(嵇紹)를 만약 붙들어 주신다면 / 攀嵇如可許
예형(禰衡)도 천거하는 게 어떻겠습니까 / 薦禰亦何妨
몸을 깨끗이 하고 나오면 / 潔己而求進
공자도 호향의 동자를 허여(許與)하셨네 / 宣尼與互鄕
우정언(右正言) 최광우(崔光遇)에게 올리다
헌출한 풍채는 모든 사람에 뛰어났고 / 落落風姿秀
활달한 기도(氣度)는 학의 정신인 듯하네 / 昂藏海鶴精
때로는 숨은 재주 발표하여 / 得時伸伎癢
시를 지으면 사람을 놀래곤 하네 / 驚俗動詩名
원(元) 나라에서 태자(太子)를 보호했고 / 漢邸扶龍起
임금이 번저(藩邸)에 있을 때 공이 전첨(典籤)이 되었다가, 즉위하자 임금을 따라 내각(內閣)으로 들어 왔으므로 한 말이다.
지금은 임금을 가까이 모시고 있구나 / 高天捧日行
잠시 어사(御史)가 되었다 / 纔昇鳥府凜
다시 중서성(中書省)에 들어왔네 / 旋入鳳池淸
오언시를 더욱 잘 지으니 / 五字施倫巧
삼다로 학문을 일찍 이룩했구나 / 三多學早成
몸은 천자의 친구가 되었었고 / 身爲天子舊
벼슬은 선비들이 영화로 여기는 곳이네 / 官是士林榮
일척쯤 되는 시제(詩題) 밑에 / 一尺詞頭下
필력이 천균보다 무겁구나 / 千鈞筆力勁
임금을 일찍부터 모시고 있었으니 / 鱗攀曾有素
친구가 잘 되는데 기쁘지 않으리오마는 / 栢悅豈無情
우정(友情)을 계속할 길이 막혔으니 / 阻接縷縷好
그리운 마음 어찌 견디리 / 那堪眷眷傾
스스로 팔리려 애쓸 필요 없네 / 不須煩自鬻
당신이 잘 알고 계실 줄로 믿고 있소 / 輕重在懸衡
[주D-001]여와(女媧)의……장난으로 : 천지의 조화로 태어난 것을 비유한 말. 여와는 중국 태고(太古) 시대의 여제(女帝) 이름인데 복희씨(伏羲氏)의 누이이다. 《태평어람(太平御覽)》 인사부(人事部)에 “천지가 처음 개벽했을 때 사람이 없어서 여와가 황토를 이겨서 사람을 만들었는데, 황토로 사람을 만들던 중 힘이 미치지 못하자 새끼를 진흙 속에 넣어서 사람을 만들었는데, 부귀한 사람은 황토로 만든 사람이요, 빈천하고 못생긴 사람은 새끼로 만든 사람이다.” 하였다.
[주D-002]광형(匡衡)의 벽 뚫던 : 가난을 극복하면서 부지런히 공부하였다는 말. 한(漢) 나라 광형이 공부할 적에 자기 집은 가난하여 촛불이 없고 이웃 집에는 촛불이 있지만, 그 불빛이 자기 집에까지 미치지 못하였다. 그러자 광형은 마침내 이웃집 벽을 뚫고서 나오는 불빛으로 책을 읽었다고 한다. 《西京雜記》
[주D-003]육침(陸沈) : 좋은 벼슬에 발탁되지 못하고 묻혀 있는 것을 말한 것.
[주D-004]지음(知音) : 자기를 알아주는 것을 말함이다. 《열자(列子)》 탕문(湯問)에 “백아(伯牙)가 거문고를 타면 종자기(鍾子期)가 백아의 생각하는 대로 반드시 알았다. 그런데 종자기가 죽은 뒤에는 백아가 거문고 줄을 끊은 것은 지음하는 자가 없기 때문이다.” 하였다.
[주D-005]전포(轉胞)의 게으름 : 《문선(文選)》 혜강여산거원절교서(嵇康與山巨源絶交書)에 “언제나 소변이 마려워도 참고 있다가 결국 참을 수 없게 되어서야 일어나 소변을 본다.” 한 데서 온 말로, 게으름을 피운다는 뜻이다.
[주D-006]구수(灸手) : 세력이 있는 사람을 비유함이다. 《신당서(新唐書)》 최현전(崔鉉傳)에 “현(鉉)이 좋아하는 사람에 정노(鄭魯)ㆍ양소복(楊紹復)ㆍ단괴(段瓌)ㆍ설몽(薛蒙)이 있었는데 그들과 국사를 의논하므로, 그때 사람들이 말하기를 ‘벼슬을 얻으려면 정ㆍ양ㆍ단ㆍ설을 통해야 한다.’ 했다.” 하였다.
[주D-007]눈금 없는 저울 : 저울에 달아 볼 것도 없이 마음속으로 다 안다는 말. 덕청(德淸)의 산거시(山居詩)에 “동기(動機)에 맞추어 눈금 없는 저울만을 사용하고, 골동품이 좋아서 다리 부러진 다당(茶鐺)만 남겨 두었네.[酬機但用無星稱 娛老惟留折脚鐺]” 한 글귀가 있다.
[주D-008]교인(鮫人)의 눈물 : 《술이기(述異記)》 하(下)에 “남해(南海) 물속에 고기처럼 생긴 교인이 사는데, 눈으로 울 줄도 알아 울면 진주(眞珠)가 나온다.” 한 데서 온 말로, 눈에서 눈물이 구슬처럼 떨어지는 것을 비유함이다.
[주D-009]민식(閔湜) : 고려(高麗)의 문신(文臣)으로 벼슬이 우산기(右散騎)를 거쳐 형부 상서(刑部尙書)에 이르렀다. 《高麗史》
[주D-010]비후(費侯) : 공자(孔子) 제자 민자건(閔子騫)을 가리킴이다. 《논어(論語) 옹야(雍也)에 “계씨(季氏)가 민자건에게 사신을 보내어 비재(費宰)를 삼으려 했다.” 한 데서 나온 말이다.
[주D-011]나무에는……깃들고 : 중서성(中書省)에 벼슬함을 가리킨 것이다. 《삼국지(三國志)》 위지(魏志) 유방전(劉放傳)에 “대궐 안에 닭이 깃드는 나무가 있었는데, 그때에 방이 중서(中書)에 있었으므로 후인들이 이것으로 인하여 중서성을 계수(鷄樹)라 하였다.” 하였다.
[주D-012]기러기가……나는구나 : 형제를 안항(雁行)이라고 하는데, 여기서는 민식(閔湜)의 형제가 기러기처럼 앞뒤에서 번갈아가며 벼슬한 것을 비유한 말이다.
[주D-013]방승(旁乘) : 임금을 모시고 수레 옆에 타는 것을 말한다.
[주D-014]오색 실로……꿰맸으며 : 임금을 가까이에서 모시며 여러 면에서 보필한 것을 비유한 말인 듯하다.
[주D-015]주금(鑄金)이……되었으니 : 자천(自薦)하여 벼슬길에 나온 것을 비유한 말. 《장자(莊子)》 대종사(大宗師)에 “지금 훌륭한 대장장이가 쇠를 녹여 틀에 부어 기물(器物)을 만들려 할 때 쇠붙이가 뛰어 나오면서 ‘나는 반드시 막야(鏌鎁)가 될 것이다.’ 하였다.” 한 데서 온 말로 곧 훌륭하게 됨을 말함.
[주D-016]도리(桃李) 밑에……오솔길 : 문하에 많은 사람들이 모여드는 것을 비유한 말. 《한서(漢書)》 이장군전(李將軍傳)에 “도리(桃李) 밑에 오솔길이 생겼다.” 하였는데, 그 주에 “도리는 본래 말을 못하지만 꽃과 열매가 사람들의 마음을 감동시키기 때문에, 사람들이 저마다 도리 밑으로 가 자연히 오솔길이 생기게 된다. 이는 이 장군이 말을 안 해도 사람들이 그에게 감화된 것이 있어 믿고 추종한 것을 비유한 것이다.” 한 데서 온 말이다.
[주D-017]화벽(和璧)을……바치오 : 옛날 초(楚) 나라 사람 화씨(和氏)가 초산(楚山)에서 박옥(璞玉)을 얻어가지고 여왕(厲王)에게 바치니, 여왕은 돌을 가지고 거짓말을 한다고 그의 왼발 발꿈치를 잘라버렸고, 그후 또 무왕(武王)에게 바치니, 무왕 역시 거짓말을 한다고 그의 오른발 발꿈치를 잘라버렸다. 그러나 그는 좌절하지 않고 그후에 마침내 문왕(文王)에게 바치니, 문왕은 옥인(玉人)을 시켜 그 박옥을 다듬게 하여 보물을 얻자, 마침내 화씨벽(和氏璧)이라 불렀다 하였는데, 여기서는 자신을 알아 달라는 뜻이 내포되어 있다.
[주D-018]송곳을……넣어 주시고 : 발탁시켜 줄 것에 비유한 말이다. 《사기(史記)》 평원군전(平原君傳)에 “전국(戰國) 때에 조(趙) 나라가 진(秦) 나라의 포위를 당하여 평원군(平原君)이 초 나라로 구원을 청하러 갈 적에 수행원 20명을 데리고 가야 하겠는데, 19명만을 뽑고 한 사람이 모자라 애를 태웠다. 그런데 이때에 모수(毛遂)가 갑자기 나를 데리고 가달라고 자청하니 평원군이 대답하기를 ‘선비가 세상에 나옴은 송곳이 주머니 속에 있는 것과 같아서 반드시 끝이 보이는 법인데, 선생의 재능에 대해서는 듣지 못했습니다.’ 하자, 모수가 ‘오늘부터라도 주머니 속의 송곳이 되겠습니다. 내가 진작 주머니 속에 들어 갔다면 당장 자루까지 삐져 나왔지, 어찌 끝만 보였겠습니까?’ 했다.” 하였다.
[주D-019]환선(紈扇)은 ……버리지 마시오 : 버리지 말고 영원히 보살펴 달라는 말이다. 한 성제(漢成帝)의 후궁 반첩여(班婕妤)가 총애를 받다가 뒤에 조비연(趙飛燕)에게 밀려나서 원행가(怨行歌)를 짓기를 “새로 재단한 제(齊) 나라 비단이, 희고 깨끗하기 눈과 같구나. 재봉하여 합환선을 만드니, 둥글기가 보름달 같네.……부채를 상자 속에 버려두고, 은혜가 중도에 끊어질까 걱정일세.” 한 데서 온 말이다.
[주D-020]김적(金迪) : 고려(高麗)의 무신(武臣). 충숙왕(忠肅王)이 원(元) 나라에 머물러 있을 적에 중랑장(中郞將)으로 시종(侍從)한 공이 있어 뒤에 2등 공신이 되었다. 《高麗史》
[주D-021]산서(山西)에 철간(鐵幹) : 산서는 원(元) 나라의 산서도(山西道)를 가리킨 것이요, 철간은 소나무의 경절(勁節)을 말함이니, 곧 김적(金迪)이 원 나라에서 충숙왕을 충성껏 모셨다는 뜻이다.
[주D-022]반정원(班定遠) : 동한(東漢)의 반초(班超)가 서역(西域)의 50여 국을 항복받고 정원후(定遠侯)에 봉해졌다. 《後漢書 卷77 班超傳》
[주D-023]곽 표요(霍嫖姚) : 한(漢) 나라 곽거병(霍去病)을 가리킨다. 그는 표요교위(嫖姚校尉)로 흉노(匈奴)를 쳐서 공을 세워 표기장군(驃騎將軍)이 되고 관군후(冠軍侯)에 봉해졌다. 《漢書 卷55 霍去病傳》
[주D-024]삼두담(三斗膽) : 담이 커서 겁이 없다는 말. 두보(杜甫) 음중팔선가(飮中八仙歌) 집주(集注)에 “《당사습유(唐史拾遺)》를 살펴보니, 여양왕 진(汝陽王璡)이 어느 날 임금 앞에서 취하여 계단을 내려가지 못하므로, 임금이 사람을 시켜 겨드랑을 부축하여 계단을 내려가게 하니, 진이 사죄하기를 ‘신(臣)이 삼두(三斗)쯤 되는 장담(壯膽)을 지니고서 이런 지경에 이를 줄은 몰랐습니다.’ 했다.” 하였다.
[주D-025]팔위요(八圍腰) : 허리 둘레가 여덟 뼘임을 말한다. 《남사(南史)》 위방전(韋放傳)에 “방(放)의 키는 7척 7촌이요, 허리띠는 여덟 뼘으로 용모가 매우 우람하였다.” 하였다.
[주D-026]이광(李廣)이……비장군(飛將軍) : 이광은 한(漢) 나라 성기(成紀) 사람으로 흉노(匈奴)를 공격하여 많은 공을 세우고 북평 태수(北平太守)가 되니, 흉노들이 두려워하여 비장군(飛將軍)이라 불렀다. 《前漢書 卷54 李廣傳》
[주D-027]천교(天驕)는……못했네 : 천교는 하늘이 내려준 것처럼 강성하다는 말로 곧 흉노(匈奴)를 가리킨 것이다. 흉노가 백등(白登)에서 한 고조(漢高祖)를 7일 동안이나 포위하였으나, 고조가 진평(陳平)의 비계(祕計)를 써서 포위를 풀고 무사히 빠져나오게 되었다. 《漢書 匈奴傳》
[주D-028]자라가……있는 듯 : 한림원(翰林苑)에 벼슬한 것을 말한다. 전설에 오산(鰲山)은 신선이 산다는 곳인데, 한림원이 청현직(淸顯職)이기 때문에 신선이 되는 것에 비유한 데서 온 말이다. 마조상(馬祖常)의 ‘상경한원 서회시(上京翰苑 書懷詩)’에 “오봉객을 다시 볼 줄 누가 알았으리, 하얀 귀밑머리 바람에 나부끼네.[誰知重見鼇峯客 颯颯臨風鬚已星]” 하였다.
[주D-029]봉황(鳳凰)이……듯하네 : 요직(要職)에서 벼슬한 것을 말한다. 중서성(中書省)이 금중(禁中)에 있어 중요한 정무(政務)를 처리하여 임금의 총애를 많이 받기 때문에, 중서성을 봉황지(鳳凰池)라고도 부르는데, 여기서는 문하성(門下省)을 지칭한 것이다. 《문선(文選)》사조 직중서성시(謝眺 直中書省詩)에 “여기가 상봉지라는 곳이지, 패옥소리 쟁그랑쟁그랑 울리네.[玆言翔鳳池 鳴珮多淸響]” 하였다.
[주D-030]이계장(李桂長) : 고려(高麗)의 문신(文臣)으로 청주인(淸州人)이다. 희종(熙宗) 7년에 문하시랑(門下侍郞)으로 과거(科擧)를 관장하였다. 《高麗史》
[주D-031]신포(神庖) : 신통(神通)한 백정(白丁)을 가리키는 말인데, 도(道)에 능통한 것을 비유함이다. 《장자(莊子)》양생주( 養生主)에 “훌륭한 백정은 매년마다 칼을 바꾸는데 살을 자르기 때문이요, 보통 백정들은 달마다 칼을 바꾸는데 뼈를 자르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지금 저의 칼은 19년이 되었고 그동안에 잡은 소는 수천 마리나 됩니다. 그러나 칼날은 숫돌에 새로 갈아 낸 것처럼 예리합니다.” 하였다.
[주D-032]삼독(三獨) : 어사대부(御史大夫)ㆍ상서령(尙書令)ㆍ사예교위(司隸校尉)는 조회(朝會) 때에 모두 전석(專席)으로 앉기 때문에 삼독좌(三獨坐)라 한다. 《後漢書 宣秉傳》
[주D-033]오교(五交) : 다섯 가지 사귐. 즉 세교(勢交)ㆍ회교(賄交)ㆍ담교(談交)ㆍ궁교(窮交)ㆍ양교(量交)를 말한다. 《廣絶交論》
[주D-034]갈대가 옥수(玉樹)에 의지 : 변변치 못한 사람이 훌륭한 사람에게 의지한 것을 비유한 말. 《세설신어(世說新語)》용지(容止)에 “위 명제(魏明帝)가 황후의 아우 모증(毛曾)을 하후현(夏侯玄)과 같이 앉게 하니, 그때 사람들이 ‘갈대가 옥수(玉樹)에 의지하였다.’ 했다" 하였다.
[주D-035]혜초(蕙草)가……쓰겠소 : 《초사(楚辭)》이소(離騷)에 “전혜(荃蕙)가 변하여 띠풀이 되었다.” 한 데서 온 말로, 착한 사람이 나쁜 사람으로 변한 것을 비유한 말인데, 여기서는 유능한 사람이 무용지물로 변하게 해서는 안 된다는 것에 비유한 말이다.
[주D-036]붕어가 살아날 테니 : 미천하고 곤궁한 사람을 구원해 주는 것을 비유한 말. 《장자(莊子)》 외물(外物)에 “주(周)가 어제 오는데 도중에서 누가 부르는 자가 있기에 뒤를 돌아보니, 수레바퀴 자국의 괸 물속에 붕어가 있었다.……그 붕어가 말하기를 ‘나는 동해(東海)의 파신(波臣)인데, 당신이 두승(斗升)의 물로써 나를 좀 살려주지 않겠느냐?’ 했다.” 하였다.
[주D-037]교인(鮫人) : 《술이기(述異記)》 하(下)에 “남해(南海) 물속에 고기처럼 생긴 교인이 사는데, 눈으로 울 줄도 알아 울면 진주(眞珠)가 나온다.” 한 데서 온 말로, 눈에서 눈물이 구슬처럼 떨어지는 것을 비유함이다.
[주D-038]땅속에……마소 : 인재(人材)를 등용하지 않는 것을 비유한 말이다. 《도일록(刀釰錄)》에 “효무제(孝武帝) 태원(太元) 원년에 화산(華山) 꼭대기에 칼 한 자루를 묻었다.” 한 데서 온 말이다.
[주D-039]조롱박처럼 매달려 : 쓸모가 없어 가만히 있는 사람을 비유한 말. 《논어(論語)》양화(陽貨)에 “내가 어찌 조롱박처럼 매달려만 있겠느냐? 먹지 못하는 쓸모 없는 조롱박은 되지 않을 것이다.” 한 데서 온 말이다.
[주D-040]성백(星魄) : 태백성(太白星)의 정기를 말한다. 《철언(摭言)》에 “하지장(賀知章)이 이태백(李太白)에게 ‘공(公)은 인세(人世)의 사람이 아니니, 아마 태백성의 정기로 태어난 것이 아닌가?’ 했다.” 하였다.
[주D-041]화요(花妖)는……숨었네 : 화요는 화월(花月)의 요귀(妖鬼)인데, 기생 따위들이 가까이하지 못하는 것에 비유한 말이다. 《육훈(陸勳)》집이지(集異志)에 “무삼사(武三思)가 첩을 두었는데 얼굴이 절색이어서 사대부들이 모두 그를 방문하여 구경하였다. 어느 날 적양공(狄梁公)도 그를 찾아갔는데, 그의 첩이 도망가버려 보이지 않았다. 그러자 삼사가 사방으로 수색해 보니, 벽틈에 숨어서 ‘나는 화월의 요귀인데, 하늘이 나를 보내어 당신을 모시고 이야기도 하고 웃으면서 지내도록 하였습니다. 그런데 양공은 일세의 정대(正大)한 사람이므로, 내가 볼 수 없습니다.’ 했다.” 하였다.
[주D-042]장상(張相)의 인(印) : 개원(開元) 11년에 장열(張說)이 상주(上奏)하여 정사당(政事堂)을 고쳐 중서문하(中書門下)라 불렀고, 정사당의 인(印)도 중서문하의 인으로 고쳤는데, 이는 중서문하의 관인(官印)을 가리킨 말이다.
[주D-043]여건(呂虔)의……되리다 : 정승이 되는 것을 말한다. 《진서(晉書)》왕림전(王覽傳)에 “여 건에게 패도(佩刀)가 있었는데, 장공(匠工)이 그 칼을 보고서 ‘반드시 삼공(三公)이 된 사람이라야 이런 칼을 찰 수 있을 것이다.’ 하니. 여 건이 그 칼을 왕상(王祥)에게 주었다. 그후에 왕상이 죽을 무렵에 그 칼을 왕람(王覽)에게 주면서 ‘너의 후손들이 반드시 잘되어 이 칼을 차게 될 것이다.’ 했다.” 하였다.
[주D-044]서대(西臺)의……떨어버렸고 : 글씨를 잘 쓴다는 말. 진(晉) 나라 색정(索靖)이 상서랑(尙書郞) 벼슬을 하였는데, 장지(張芝)의 글씨를 배워서 그의 육기(肉氣)를 얻었다. 그런데 여기서는 글씨가 육기가 없이 웅건한 것을 말한다.
[주D-045]노두(老杜)의……젖었구나 : 노두는 두보(杜甫)를 존칭한 것으로서, 두보처럼 시를 잘하는 것을 말한다. 《문슬신화(捫蝨新話》에 “노두의 시는 동중서(董仲舒)의 책(策)처럼 글귀마다 전아(典雅)하다.” 하였다.
[주D-046]전저(前筯)로……세울 만하고 : 식상(食床)에 놓인 젓가락을 가지고 수[籌]를 놓아서 계획을 세우는 것을 말한다. 《한서(漢書)》장량전(張良傳)에 “신(臣)은 밥상 앞에 놓인 젓가락을 빌려가지고 수를 놓아보겠습니다.” 하였다.
[주D-047]후신(後薪)이……높았구려 : 뒤에 벼슬길에 나왔으나 앞에 나온 사람보다 벼슬이 더 높은 것을 비유한 말이다. 유효위(劉孝威) 원시(怨詩)에 “후신이 따라서 다시 높이 쌓였구나.[後薪隨復積]” 하였다.
[주D-048]분성(粉省) : 상서성(尙書省)의 별칭.
[주D-049]빙함(氷銜) : 청현(淸顯)한 관직을 말한다.
[주D-050]명함지(名銜紙)에……않으리 : 벼슬길에 오르려고 대관(大官)들을 찾아 다니다가 명함지가 달아 털이 일어나도 한하지 않겠다는 뜻이다. 유노봉(劉魯鳳)이 아는 사람을 찾아 갔는데 문지기가 가로막고 들어가지 못하게 하자, 그가 시를 지었는데 “명함지가 털이 생겨도 안내해 주지 않네.[名紙生毛不爲通]” 하였다.
[주D-051]고영중(高瑩中) : 고려(高麗)의 문신으로 옥구 고씨(沃溝高氏)의 시조. 벼슬은 태복경(太僕卿)이었다. 《高麗史》
[주D-052]금경(金鏡) : 금배경(金背鏡)의 준말. 《해록쇄사(海錄碎事)》에 “고계보(高季輔)가 이부 시랑(吏部侍郞)이 되어 인사 발령(人事發令)을 함에 있어 적재 적소에 잘 처리하니, 태종(太宗)이 그에게 금배경을 하사하여 사람을 잘 전형하는 것을 표창하였다.” 하였다.
[주D-053]오화(五花) : 중서사인(中書舍人)의 별칭. 당(唐) 나라 때 중서성(中書省)에 군국왕사(軍國王事)가 있으면, 중서사인들이 각각 자기의 소견을 가지고 이것저것 적어서 제출하여, 그것을 오화판사(五花判事)라 하였다. 《職林》
[주D-054]일불(一佛) : 하나하나씩 센다는 뜻이다. 《歐陽詹 智達上人 水精念珠歌》에 “상인이 염불하면서 진체를 외어, 부처 하나에 염주 한 알씩 계산하는구나.[上人念佛泛眞諦 一佛一珠以爲計]” 하였다.
[주D-055]하탁(荷橐) : 하포(荷包)와 같은 것으로 조그마한 주머니를 말한다. 《통속편(通俗編)》에 구양수(歐陽脩)의 글에 ‘자하가 주머니에 드리워졌다 [紫荷垂橐]’는 말을 인용하여 “아마 후세의 하포와 같은 것인가보다.” 하였다.
[주D-056]작약(芍藥)의 노래 : 정승이 되었다는 뜻이다. 《비아(埤雅)》작약(芍藥)에 “세상에서 ‘모란(牧丹)은 꽃 중의 왕이요, 작약은 꽃 중의 정승이다.’ 한다.” 하였다.
[주D-057]온실(溫室)의……있으리 : 온실은 전명(殿名)으로, 조정의 정사를 누설시키지 않는다는 뜻이다. 《한서(漢書)》공광전(孔光傳)에 “어떤 사람이 광에게 ‘온실성(溫室省) 가운데 모두 무슨 나무를 심었습니까?’ 하고 묻자, 광은 잠자코 대답하지 않았다.” 한 데서 온 말이다.
[주D-058]은후(殷后)의……맞추었고 : 정승으로 임금을 잘 보필한다는 뜻이다. 《서경(書經)》설명 하(說命下)에 “만약 국을 끓이거든 그대는 염매(鹽梅 양념)가 되어다오.” 한 데서 온 말이다.
[주D-059]채공(蔡公)의 벼 : 정승으로 가장 많은 녹(祿)을 받는다는 말이다. 한(漢) 나라 채무(蔡茂)가 꿈에 태극전(太極殿) 위에 세 이삭의 벼가 나 있는 것을 보고 뛰어 올라 벼를 잡았다. 그리고서 곽하(郭賀)에게 그 꿈의 길흉을 물으니, 하는 자리에서 일어나 축하하면서 “대궐 대들보에 벼가 있는 것은 신하로서 상록(上祿)을 받을 징조이다.” 하더니, 그후 과연 순월(旬月) 만에 사도(司徒)가 되었다. 《後漢書 蔡茂傳》
[주D-060]변화(卞和)가……우는 것 : 큰 포부를 가지고 있으나 알아주는 사람이 없는 것에 비유한 말이다. 옛날 초(楚) 나라 사람 화씨(和氏)가 초산(楚山)에서 박옥(璞玉)을 얻어가지고 여왕(厲王)에게 바치니, 여왕은 돌을 가지고 거짓말을 한다고 그의 왼발 발꿈치를 잘라버렸고, 그후 또 무왕(武王)에게 바치니, 무왕 역시 거짓말을 한다고 그의 오른발 발꿈치를 잘라버렸다. 그러나 그는 좌절하지 않고 그후에 마침내 문왕(文王)에게 바치니, 문왕은 옥인(玉人)을 시켜 그 박옥을 다듬게 하여 보물을 얻자, 마침내 화씨벽(和氏璧)이라 불렀다한다.
[주D-061]관령(關令)의……내려왔는데 : 관령은 진(秦) 나라 함곡관(函谷關)을 지키던 윤희(尹喜)를 가리킨다. 그는 함곡관을 지키다가 노자(老子)를 만나 그의 학설을 듣고 《관윤자(關尹子)》를 지었다 한다. 여기서는 윤위(尹威)가 윤회와 성이 같기 때문에 우언(寓言)한 것이다.
[주D-062]금운(金韻) : 훌륭한 인재(人材)에 비유한 말이다.
[주D-063]감공(闞公)의……있고 : 《상우록(尙友錄)》에 “삼국(三國) 시대 오(吳) 나라 사람 감택(闞澤)이 3세에, 자기 이름자가 달 가운데 환하게 씌어 있는 꿈을 꾸었다.” 한 데서 온 말로, 이름이 널리 알려진 것을 말한다.
[주D-064]태백(太白)의……피었구나 : 문장이 극치에 달하여 천하에 이름이 떨친 것을 말한다. 《개원천보유사(開元天寶遺事)》에 “이태백(李太白)이 소시에 평소 사용하는 붓머리에 꽃이 핀 것을 꿈꾼 뒤로부터 천재가 더욱 드러나 이름이 천하에 알려졌다.” 하였다.
[주D-065]팔이……부러졌고 : 본디 의원은 세 번이나 부러뜨린 팔을 치료하여 많은 경험이 있어야 양의(良醫)가 된다는 뜻인데, 여기서는 공부를 많이 하였다는 것에 비유한 말이다.
[주D-066]팔차(八叉)의……보네 : 시를 빨리 짓는다는 뜻이다. 《전당시화(全唐詩話)》에 “온정균(溫庭筠)은 언제나 손을 여덟 번만 마주 잡으면 팔운(八韻)을 다 지어내니, 당시 사람들이 온팔차(溫八叉)라 불렀다.” 하였다.
[주D-067]부금(覆錦)을 받았고 : 임금의 총애를 받는다는 말이다. 《연감류함淵鑑類函)》용현(用賢)에 “위수(韋綬)가 한림학사(翰林學士)가 되었을 적에, 제(帝)가 한림원에 거둥하자 비(妃)도 뒤를 따랐다. 그런데 그때 마침 위수가 잠이 들었기에 제는 비의 촉힐포(蜀襭袍)로 덮어주고 갔다.” 하였다.
[주D-068]전거(專車) : 수레를 혼자 타고 다님을 말한다. 《진서(晉書)》화교전(和嶠傳)에 “교가 중서령(中書令)에 승진되자 임금이 매우 예우(禮遇)하였다. 그때 순욱(荀勖)이 감령(監令)이 되었는데, 교는 순욱의 사람됨을 비루하게 여겨 그와 수레를 함께 탈 적마다 호기를 부려 수레를 독차지하고 앉으므로, 임금이 감령으로 하여금 다른 수레를 타도록 하였다.” 한다.
[주D-069]계각(鷄角)에……많이 했고 : 계각은 닭 머리에 뿔이 난 것이니, 국가가 망하려면 반드시 요얼(妖孼)이 나타난다는 뜻으로, 흉조(凶兆)를 미리 알아 말하였다는 뜻. 《구당서(舊唐書)》오행지(五行志)에 “함통(咸通) 6년 7월에 서주(徐州)의 팽성(彭城) 민가에 뿔이 난 닭이 났으니, 뿔은 전쟁이 일어날 징조이다.” 하였다.
[주D-070]귀문(龜文) : 거북 모양으로 손잡이를 만든 관인(官印). 《한관의(漢官儀)에 “승상(丞相)은 황금으로 만든 거북 손잡이 도장에 장(章)이란 글자를 새긴다.” 하였다.
[주D-071]김충(金冲) : 고려(高麗)의 무신(武臣). 본래 최충헌(崔忠獻) 집의 종으로서 무관(武官)에 진출하여 상장군(上將軍)에 이르렀다. 《高麗史》
[주D-072]구만리에……나네 : 《장자(莊子)》소요유(逍遙遊)에 “붕새가 남극 바다로 옮아 갈 적에 물을 쳐서 3천리나 튀게 하고, 빙빙 돌며 회오리바람을 타고 구만리나 올라간다.” 하였는데, 여기서는 높은 벼슬에 올라 부귀영화를 누리는 것에 비유한 말이다.
[주D-073]곡약(鵠鑰) : 따오기 모양으로 만든 금문(禁門)의 열쇠. 《북사(北史)》에 “금문의 열쇠를 곡약이라 한다.” 하였다.
[주D-074]용지(龍池) : 대궐 안에 있는 연못 이름으로 궁중을 가리킨다.
[주D-075]삼척죽(三尺竹)에 올랐고 : 옛날에는 종이가 없어서 법률이나 역사를 세 자쯤 되는 댓조각에 기록하였는데, 이는 역사에 이름이 기록되었다는 말이다.
[주D-076]오시상(五時裳) : 시절에 따라 바꿔 입는 다섯 가지 옷으로서, 봄에는 푸른 옷, 여름에는 붉은 옷, 늦여름에는 누른 옷, 가을에는 흰 옷, 겨울에는 검은 옷 등을 말한다. 《후한서(後漢書)》여복지(輿服志)에 “도포(道袍)는 오시(五時)의 색깔을 따른다.” 하였다.
[주D-077]청전선(靑錢選)을 압도했고 : 푸른 동전(銅錢)을 여러 개 모아도 모양이 똑같은 것처럼 과거를 볼 적마다 합격하여 장원하였다는 말이다. 《서언고사(書言故事)》문장류(文章類)에 “여러 번 과거를 보아 번번이 합격하는 글을 청전만선(靑錢萬選)이라 한다.” 하였다.
[주D-078]녹예장(綠蕊章)보다 청신하구나 : 시가 푸른 꽃술의 빛깔보다 더 청신하다는 뜻인 듯하나, 출처는 미상하다.
[주D-079]혜소(嵇紹)를……주신다면 : 벼슬길에 승진시켜 줄 것을 기대한 말이다. 《몽구중(蒙求中)》혜소불고(嵇紹不孤)에 “진(晉) 나라 혜소의 자(字)는 연조(延祖)이다. 그의 아버지 강(康)이 산도(山濤)와 친하였는데, 강이 사형을 당할 무렵에 아들 소에게 ‘산도가 생존해 있으니 너는 외롭지 않을 것이다.’ 하였다. 그후에 과연 산도가 소를 천거하여 비서승(祕書丞)이 되었다.” 하였다.
[주D-080]예형(禰衡) : 동한(東漢) 평원(平原) 사람으로 공융(孔融)과 친히 지냈다. 공융 역시 그의 문재(文才)를 대단히 아낀 나머지, 예형이 겨우 20여 세에 공융은 40세였지만 마침내 교우(交友)가 되었다. 공융은 상소하여 예형을 천거하면서 “새매[鷙] 수백 마리가 독수리 한 마리보다 못합니다. 만약 형이 조정에 서게 된다면, 반드시 볼 만한 것이 있을 것입니다.” 하였다. 《後漢書 禰衡傳》
[주D-081]호향(互鄕)의……허여하셨네 : 《논어(論語)》술이(述而)에 “호향은 어울려 말하기도 어려운 곳인데 동자(童子)가 공자(孔子)를 뵙자 제자들이 이상하게 여기니, 공자는 ‘사람이 몸을 깨끗이 하고 오면 그 깨끗함을 받아들일 뿐, 옛일은 묻지 않아야 한다.’ 했다.” 한 데서 온 말로, 여기서는 버리지 말고 붙잡아 줄 것에 비유한 말이다.
[주D-082]삼다(三多) : 많이 보고 많이 짓고 많이 생각함을 말한다.
呈內省諸郞。幷敍。戊午年。
某天地間一微喘也。偶落女媧縆土之戱。不奈愚貧。悞師匡鼎鑿壁之懃。頗窮書史。自登一第。已換九霜。陸沈之恨劇焉。途窮之哭痛矣。朝庭豈不好善。臺閣豈無知音。然性本散踈。加之迂闊。徒自守轉胞之懶。未嘗趨炙手之炎。蝸角纔生。見人卽縮。蟬膓自潔。與物無營。緘口如瘖。掩顔自拙。然則雖窮且苦焉。孰唁之而孰憐之耶。近者。伏聞內省諸郞學士閤下。視草之暇。言及人物。不以爲僕淺薄無取。雌黃潤澤。將欲薦進於國家。僕竊自以爲古人所謂至公之道。廢之已久。不意復行於今日矣。僕旣踈懶迂闊。不敢以長喙頑脣自鳴自叫。而學士諸郞。特置於齒牙之間。至以薦達爲心。況萬萬賢於僕者哉。口嘗笑而不闔。舌嘗詫而不停。躍躍然若已得美官豐祿矣。雖諸郞至公之心。平似無蠅편001之秤。而鯫生私喜之淚。滴若泣鮫之盤。義不可辜負。禮不可不謝。是用執將斷之索。汲出餘波。連已絶之絃。彈生乾韻。謹隨韻著成記德五言今體詩各一首。連簡繕寫。奉贄于左右。旣有以謝之。復竊望諸郞學士勿謂前言戱耳。期以好爵縻之。以終其惠而已。無任惶悚之至。
上右散騎常侍閔湜
世家傳閥閱。系出費侯賢。蘭玉雙枝秀。弟爲承宣。虹蜺一氣連。雲梯同坦步。仙省迭相遷。樹代雞新舊。天分鴈後先。今年。省郞皆遷。舍弟出省。公繼入。右貂榮最劇。旁乘寵何偏。五色絲縫衮。三條雪入篇。鑄金從踴躍。翼助騰騫。爲愛蹊成下。叨將璧至前。囊錐容早晚。紈扇豈中捐。況接葭莩幸。平生恃淺緣。
上直門下省金迪侯
天上金精落。山西鐵幹喬。家承班定遠。國倚霍嫖姚。白玉含中潤。靑松守後凋。紅盤三斗膽。岳立八圍腰。李廣今飛漢。天驕不吠高。鼇擎仙島聳。鳳入禁池翹。直論驚群俊。孤忠翼兩朝。身兼雙美具。官剩十旬超。我是水鄕冷。那堪陸海漂。引吭思一振。何幸借扶搖。
上左諫議李桂長
名家餘慶遠。鳳出鳳凰巢。彩筆浮紅蜃。華文吐縟蛟。良金富大冶。恢刃奪神庖。峻級超三獨。淳風鎭五交。人龍凌海躍。詩虎動天咆。明鏡姸媸別。洪溟巨細包。尙容蒹倚玉。那遣蕙爲茅。斗水如霑鮒。盤珠想泣鮫。莫敎埋似劒。吾豈繫如匏。已恃知音幸。何煩筮仕爻。
上右諫議李世長
本生紈綺貴。猶事槧鉛勞。星魄從天降。花妖入壁逃。已傳張相印。合佩呂虔刀。筆洗西臺肉。詩霑老杜膏。謀宜前筯畫。官忽後薪高。公躐遷。故云。粉省登淸地。氷銜落彩毫。早知春有脚。何恨紙生毛。獸困甘搖尾。鷹飢望解絛。賢侯同姓李。郞子一門桃。與賢嗣同榜。亦是平生幸。寧敎失意號。
上中書舍人高瑩忠
家傳金鏡賜。取同姓 名在桂仙科。舌下驚雷出。胷中列宿羅。玉斤修月妙。瓊尺剪雲多。要職方當戶。中書舍人謂之戶。淸班已亞坡。諫議謂之坡。五花榮最好。一佛賀如何。紫案擎荷橐。紅泥染印窠。絲綸批密誥。芍藥播新歌。溫室那言樹。金鑾早脫靴。行調殷后鼎。曾取蔡公禾。願記荊山下。窮年泣玉和。
上起居郞尹威
關令玄風遠。仙孫逸志嘉。初無絓組戀。甘向水雲賖。公初爲碧松居士。愛吸靑松露。貪眠碧岫霞。珠光難自隱。金韻不終遐。羽翼乘風便。文章耀國華。闞公名在月。太白筆生花。事歷肱三折。才凌手八叉。直言頻覆錦。公望合專車。鷄角言爭解。龜文貴可誇。氷淸門下客。多喜得通家。
上左司諫金沖
一千年且暮。九萬里翺翔。鵠鑰開璇鎖。龍池對玉皇。籍通三尺竹。恩降五時裳。價壓靑錢選。詞淸綠蘂章。孤忠橫鐵棟。逸氣迅風檣。山仰心雖切。雲從路莫當。攀嵇如可許。薦禰亦何妨。潔己而求進。宣尼與互鄕。
上右正言崔光遇
落落風姿秀。昂藏海鶴精。得時伸伎癢。驚俗動詩名。漢邸扶龍起。上在藩邸。公爲典籤。上卽位。隨龍入內。故云。高天捧日行。纔昇烏府凜。旋入鳳池淸。五字施偏巧。三多學早成。身爲天子舊。官是士林榮。一尺詞頭下。千鈞筆力勍。鱗攀曾有素。栢悅豈無情。阻接縷縷好。那堪眷眷傾。不須煩自鬻。輕重在懸衡。
[편-001]蠅 : 星
○보광사(普光寺) 주지(主持) 정통사(精通師)가 기이하게 생긴 여장(藜杖)을 가지고 나에게 시를 지어달라 하기에 짓다
검푸른 잎사귀에 굳굳한 명아주가 / 老藜葉紺生植植
중앙에 한줄기 우뚝히 솟았구나 / 中有一條脩且直
기름진 흙에 억센 뿌리가 얽혀 / 千年土肉封硬根
용의 수염을 감싼 듯 가시처럼 붙었구려 / 深祕虯鬢攢似棘
스님이 여러 날을 생각해 오다 / 吾師好事蓄意多
보장을 만들어 다리 힘을 돕네 / 斫爲寶杖扶脚力
길다란 주둥이에 목은 혹이 붙고 꼬리는 가늘어 / 喙長頸癭尾細尖
마치 꿈틀거리며 달아나려는 하얀 뱀 같구나 / 冤如欲走銀蛇色
스물두 마디에 구슬이 주렁주렁 / 二十二節珠纍纍
길에 나서면 귀신도 찾지 못하네 / 中路鬼神求不得
태항산(太行山) 험한 길도 평탄한 길로 변해 / 大行化作砥路平
몸이 가뿐하여 날개 돋친 듯하여라 / 更覺身輕如傳翼
등은 볼품 없고 대는 메말라 좋지 않은데 / 藤頑竹悍何足珍
이 여장만이 스님이 아끼는구나 / 獨此便安師所嗇
스님 그거 나 좀 빌려 줄 수 없겠소 / 問師割爾贈吾無
나도 요새 와서 쇠병이 심하다오 / 我亦年來衰病劇
○이날 늦도록 마시다가 잠깐 쉬게 되니, 오직 서너 사람만이 마주 앉아 차를 마시게 되었다. 그후 밤중이 되어 오래 앉아 있자 몸이 피로하고 졸음이 눈을 가리곤 했다. 그러자 스님이 나가서 금귤(金橘)ㆍ모과(木瓜)ㆍ홍시(紅柹)를 가지고 와서 손들을 대접하는데, 한 번 씹자마자 나도 모르는 사이에 졸음이 벌써 어디로 가버렸다. 조금 있다가 사미(沙彌)를 부르니 사미는 코를 골고 대답이 없었다. 그러자 스님이 웃으며 방으로 들어가 손수 좋은 술 한 병을 가지고 나오니, 손들은 껄껄대고 웃었다. 여기에 간소하게 몇 잔씩 마시며 차츰 조용한 가운데 흥취를 자아냈다. 아, 평생에 이런 재미 있는 놀이는 이 다음에 다시 있을 것 같지 않다. 그래서 시 한 편을 지어 오늘밤의 일을 기록하여 둔다
이십여 년을 떠돌이 신세로 / 二紀落浮遊
티끌이 창자에 꽉 찼다가 / 塵土日滿膓
하룻밤 깨끗한 얘기를 들으니 / 一聞淸夜話
온 몸이 시원해지는구나 / 已覺渾身霜
더구나 소반에 가득한 과일은 / 何况滿盤菓
하나하나가 모두 선향을 풍기는구나 / 一一餘仙香
동정에서 생산된 특이한 귤은 / 寄哉洞庭橘
옥 같은 살에서 시원한 즙이 나오네 / 玉腦流寒漿
나는 이형의 후손이니 / 我是李衡後
이건 내가 먹어야 마땅하리 / 此味宜我嘗
서리 맞아 말랑말랑한 홍시는 / 霜柹肌肉脆
대단히 붉어 눈이 부시네 / 殷赤眩目光
예쁘기도 하다 이 붉은 용의 알이 / 愛此赭虯卵
까마귀 떼에게 먹히지 않았구나 / 不入金烏場
반쪽이 붉으레한 모과가 / 木瓜紅半頰
점점이 칼 끝에 떨어지네 / 片片落銛鋩
융숭한 대접을 어떻게 갚나 / 珍投何以報
좋은 경거 없는 게 부끄럽구려 / 愧無瓊琚將
시원한 맛이 잇몸에 남아 있으니 / 餘寒在牙齒
마치 눈 온 땅에 서 있는 것 같네 / 似入氷雪鄕
오늘 밤 이렇게 재미 있는 일은 / 適意一宵樂
한평생을 두고 어찌 잊을쏘냐 / 平生安敢忘
[주D-001]이형(李衡)의 후손이니 : 이형은 오(吳) 나라 양양(襄陽) 사람인데, 그가 단양 태수(丹陽太守)로 있을 적에 감귤(柑橘) 1천 그루를 심었다. 여기서 이형의 후손이라 한 것은 이 상국(李相國) 자신이 그와 성(姓)이 같기 때문에 우언(寓言)한 것이다.
[주D-002]붉은 용의 알 : 홍시(紅柹)의 모양. 한유(韓愈)의 영시시(詠柹詩)에 “붉은 용의 알을 까마귀가 쪼아먹네.[金烏下啄赭虯卵]” 하였다.
[주D-003]경거(瓊琚) : 경거는 아름다운 옥인데, 남에게 보답하는 좋은 물건에 비유한 말이다. 《시경(詩經)》위풍(衛風) 모과(木瓜)에 “내게 모과로 던져주면, 경거로 보답하리다.[投我以木瓜 報之以瓊琚]” 하였다.
○또 백련사(白蓮社) 석대(石臺)에 제(題)한 시를 보내다 보광 선사(普光禪師)가 백련사를 공덕산(功德山)에 지었는데 앞에 석대가 있다.
부럽구려 그대는 일찍이 백련장을 짓고 / 羨君曾結白蓮莊
산수(山水)의 경치가 어디보다도 좋다 했지 / 自說溪山甲四方
동산에 과일이 익으면 원숭이 살림살이 넉넉하고 / 果熟空園猿活計
소나무 우거진 골짜기는 온통 학의 세상일세 / 松深幽谷鶴家鄕
조화옹이 꾸며 놓은 석벽은 천 길이나 높고 / 天開古壁千尋直
용은 한줄기 영천을 토해내누나 / 龍吐靈泉一派長
선사가 말하기를 “백련사 앞에 사시로 마르지 않는 샘이 있는데, 세상에서는 용이 있는 것으로 전한다.”하였다.
불공을 끝내고 대에 올라 조용히 앉았으니 / 齋罷登臺嘗燕坐
티끌 한 점인들 깨끗한 마음 더럽힐쏜가 / 一塵那得汚氷腸
又寄題白蓮社石臺 師結白蓮社於功德山前。有石臺。
羨君曾結白蓮莊。自說溪山甲四方。果熟空園猿活計。松深幽谷鶴家鄕。天開古壁千尋直。龍吐靈泉一派長。師言社前有泉。四時不渴。世傳有龍。齋罷登臺嘗燕坐。一塵那得汚氷膓。
○이튿날 박환고(朴還古)가 시를 보내왔기에 즉시 붓을 들어 화답하다
하늘 땅 사이에 홀가분한 한 몸은 / 乾坤一箇身
바위 구멍에서 나온 무심한 구름인 양 / 出岫無心雲
스님은 감자씨의 불법을 전하고 / 師傳甘蔗氏
나는 선리군의 선도를 계승했다오 / 我繼仙李君
불(佛)과 선(仙)은 본래 같은 것이니 / 釋老本一鴻
부을을 하필 분간할 게 뭐 있으리 / 鳧乙何須分
하물며 연사를 결성하여 / 何况結蓮社
혜원의 유풍이 있음에랴 / 惠遠遺風存
나는 장차 종병이 되어 보려고 / 吾將作宗炳
간혹 찾아가도 만나주지 않았지요 / 叩鍵間未聞
학인 양 모습도 깨끗하고 / 鶴情殊皎皎
탈속한 생각도 더욱 높아라 / 霞想復軒軒
조금도 취검의 소리가 없는데 / 尙無吹劍吷
어찌 주금에 혼미함이 있겠나 / 那有注金昏
도잠(淘潛)의 눈살을 찌푸리지 않게 하려고 / 陶眉不許攢
날마다 술상을 차려 대접하누나 / 日日開淸樽
오묘한 도를 내 눈으로 직접 보게 했고 / 妙道資目繫
시원한 얘기는 답답한 마음을 풀어 주었네 / 淸談洗心煩
조용한 잠에 다시 코를 고는데 / 尺寢方再鼾
동쪽에 어느덧 아침 해가 떴구나 / 扶桑放紅暾
[주D-001]감자씨(甘蔗氏)의……선리군(仙李君) : 감자씨는 석가모니의 성이고, 선리군은 노자의 별칭.
[주D-002]부을(鳧乙) : 부ㆍ을은 물오리와 제비를 이름인데, 모양은 서로 비슷하지만 실지는 다르므로, 서로 비슷한 것은 잘 분별해야 하나 여기서는 분별할 것이 없다는 말이다. 《남제서(南齊書)》 고환전(顧歡傳)에 “옛적에 기러기 한 마리가 하늘 높이 날아가는데 아득하여 분별하기 어려운 까닭으로, 월(越) 나라 사람은 물오리라 하고, 초(楚) 나라 사람은 제비라 하였다. 그러나 사람은 초 나라ㆍ월 나라 사람의 구분이 있어도 기러기는 언제나 한 가지다.” 하였다.
[주D-003]연사(蓮社) : 진(晉) 나라 혜원법사(慧遠法師)가 세운 반야운태정사(般若雲台精舍) 곁에 당시의 현사(賢士)인 유유민(劉遺民)ㆍ뇌차종(雷次宗)ㆍ주속지(周續之) 등이 함께 시주하여 연못을 파고 연꽃을 심었다. 그래서 그곳을 연사 또는 백련사라고도 부른다.
[주D-004]혜원(惠遠) : 원공은 진(晉) 나라 고승(高僧) 혜원법사(慧遠法師)인데, 그가 광산에 있을 적에 도연명(陶淵明)ㆍ육수정(陸修靜)과 어울려 놀았다. 《廬山記》
[주D-005]종병(宗炳) : 연사(蓮社)의 고현(高賢) 중의 한 사람으로 거문고와 그림에 능하였고, 또 현리(玄理)에도 정통하였다. 《蓮社高賢傳》
[주D-006]취검(吹劍)의……없는데 : 《장자(莊子)》즉양(則陽)에 “혜자(惠子)가 말하기를 ‘피리를 불면 높게 울리는 소리가 나지만, 칼자루의 구멍을 불면 피- 하고 가느다란 소리가 날 뿐이다. 요순(堯舜)은 사람들이 칭찬하는 바이지만, 요순을 대진인(戴眞人) 앞에서 말하는 것은 마치 피- 하고 가느다란 소리를 내는 것과 같다.’ 했다.” 하였는데, 여기서는 세상의 명예에 초월한 것을 비유한 말이다.
[주D-007]주금(注金)에……있겠나 : 세상 외물에 얽매이지 않고 초월한 것을 말한다. 《장자(莊子)》달생(達生)에 “질그릇을 내기로 걸고서 활을 쏘면 잘 맞히고, 은갈고리를 내기로 걸고서 쏘면 마음이 두근거리고, 황금을 내기로 걸고서 쏘면 정신이 혼미하게 된다.” 하였다.
[주D-008]도잠(陶潛)의……찌푸리지 : 《연사고현전(蓮社高賢傳)》에 “혜원법사(慧遠法師)가 편지로 도연명(陶淵明)을 초청하니, 연명이 ‘술을 마시게 한다면 가겠다.’고 답하자, 혜원법사가 그러겠다고 허락하였다. 그런데 연명이 연사(蓮社)에 도착하자, 혜원법사가 연명에게 연사에 들어오라고 강요하니 연명은 눈살을 찌푸리고 돌아갔다.” 하였다.
○경복사(景福寺) 길에서 짓다
길이 구불구불 벽산을 감돌아드니 / 一路脩脩繞碧山
사모가 소나무에 부딪쳐 가지에 걸리누나 / 觸松紗帽絓梢端
목이 마르나 깊은 우물 움켜 마시기 어렵고 / 渴窺深井難抔飮
그윽한 꽃 옆으로 지나다가 꺾어 들고 구경했네 / 行過幽花試折看
잠자리는 맑은 시내 위로 날아가고 / 蜻蜓點過淸溝上
도마뱀은 풀 속으로 쏜살같이 도망가누나 / 蜇蝪遁藏碧草中
산길에 중의 인도를 바랄 필요 없네 / 山路何須僧導去
풍경 소리 나는 곳이 바로 절간이겠지 / 磬聲敲處認鴦宮
○이 이부(李吏部)에게 드리다
우리 이씨가 천하에 널렸는데 / 我李羅天下
대감(大監)은 농서가 근본이지요 / 賢侯表隴西
맑은 회포는 눈보다도 깨끗하고 / 素襟淸映雪
훌륭한 문장은 무지개처럼 빛나네 / 長焰欻橫霓
달을 손질하는 둘도 없는 솜씨로 / 修月無雙手
몇 층이나 높은 운제에 오르셨나 / 登雲第幾梯
패귀(佩龜)는 푸른 인끈으로 장식되고 / 佩龜靑嚲綬
임금의 비답엔 붉은 도장이 찍혔구나 / 批鳳紫濡泥
공이 지제고(知製誥)가 되었으므로 한 말이다.(公爲知制誥故云。)
높은 명망은 요직에 적합하고 / 雅望宜華要
훌륭한 저울로 인재 전형을 맡았구려 / 洪權管品題
망치를 휘둘러 거궐을 만들어내고 / 下椎鎔巨闕
돌을 쪼개어 현려를 골라내네 / 剖石覓懸黎
이 세상에 바싹 마른 선비는 / 天地癭儒在
출세할 길이 전혀 없구려 / 風波宦海迷
수레바퀴 자국에 괸 물의 붕어가 되고 / 久爲居轍鮒
걸핏하면 울타리를 받은 숫염소 꼴이라오 / 動作觸藩羝
그러나 일찍이 과거(科擧)에 급제하고 / 早折姮娥桂
태일 지팡이의 불을 보려 했지요 / 期燃太一藜
시 쓰느라 토끼털 붓이 자주 무지러졌고 / 詩毫頻禿兔
책은 무소 가죽으로 튼튼하게 꿰맸지요 / 書卷費編犀
글을 읽다가는 웅담도 씹었지만 / 學或嘗熊膽
어리석어 말 발굽도 헤아리지 못하네 / 癡難數馬蹄
앞 길이 깜깜하여 어디로 갈지 모르고 / 窮途翻失適
쭉지 짧은 새 앉을 곳 없어라 / 短翶未安捿
코 끝의 백토(白土)를 자귀로 떼어주길 기다렸는데 / 鼻待揮斤斲
박옥(璞王)을 안고 우는 소리 슬프기만 하네 / 聲悲抱璞啼
모난 바퀴가 어떻게 굴러가겠나 / 方輪那解轉
패금의 중상마저 입어 관운이 막혔네 / 貝錦謾蓬萋
신을 삼는 어머님이 너무 애처롭고 / 織屨憐慈母
술청에 앉은 늙은 아내에게 부끄럽구나 / 當壚愧老妻
생각이 납니다 지나간 묘년(卯年)에 / 憶曾單閼歲
외람하게도 대감 댁에서 글 배운 일이 / 叨向孔門躋
공이 집에서 매양 관동(冠童)들을 모아 놓고 글을 가르쳤는데, 나도 어릴 때에 참여했었다.(公於宅中。每集冠童敎授。予少時亦預之。)
그때 선생의 지위로 모시었고 / 坐席間函丈
도리(桃李) 그늘 밑에는 오솔길이 났지요 / 依陰作下蹊
나를 닮으라는 기대에 나나니벌로 화했고 / 祝煩成蜾蠃
비로소 혜계의 뚜껑을 열어 주었네 / 覆始發醯鷄
공의 학문 고명한 경지에 이르렀으니 / 學繢堪方渙
소를 들음이 제에만 있는 것이 아니지요 / 聞韶不必齊
깊은 은혜는 비록 뼈에 사무쳤지만 / 恩深雖刻骨
소식이 끊어져 찾아 뵐 수 없구려 / 信斷忽無輗
자질구레한 예절을 어찌 따지시겠나 / 末禮何曾檢
이끌어 주려는 마음이 없어서이겠지 / 中心不是携
예형을 천거해 주기만 믿고 있으니 / 憑公一薦禰
혜소처럼 나를 붙잡아 주시오 / 記我昔攀嵇
[주D-001]달을……솜씨 : 공부를 많이 쌓았다는 비유이다. 《유양잡조(酉陽雜俎)》천지(天咫)에 “태화(太和) 연간에 정인본(鄭仁本)이 숭산(嵩山)으로 놀러 갔다가, 어느 한 사람이 보따리를 베고 누워 있는 것을 보고 불러 깨우자 그 사람이 ‘당신은 달이 칠보(七寶)가 합해서 이루어진 것임을 알고 있는가? 나는 언제나 8만 2천 호(戶)의 달을 손질하고 있다.’면서, 보따리를 풀어 보여주는데, 그 속에 도끼와 끌이 있었다.” 하였다.
[주D-002]운제(雲梯)에 오르셨나 : 운제는 신선이 승천(昇天)할 때에 타고 오르는 구름사다리인데, 여기서는 높은 벼슬에 오른 것을 감탄한 말이다.
[주D-003]패귀(佩龜) : 당(唐) 나라 때 5품 이상의 관원들이 출입할 때에 부신(符信)으로 삼아 차고 다니던 거북 모양의 패물.
[주D-004]거궐(巨闕)을 만들어내고 : 거궐은 칼 이름인데, 여기서는 인재를 잘 양성해 내는 것에 비유하였다. 장협(張協)의 칠명(七命)에 “풍륭(豊隆)은 망치를 휘두르고 비렴(飛廉)은 숯불을 풀무질하여 신기(神器)를 만들어 이름을 진거궐(珍巨闕)이라 했다.” 하였다.
[주D-005]현려(懸黎)를 골라내네 : 현려도 아름다운 옥(玉) 이름으로, 인재를 잘 뽑아 등용시키는 것에 비유한 말이다. 《전국책(戰國策)》진책(秦策)에 “양(梁) 나라에는 현려가 있고, 초(楚) 나라에는 화벽(和璧)이 있어 천하의 유명한 보물이 되었다.” 하였다.
[주D-006]수레바퀴……붕어 : 미천한 처지에 있는 것을 비유한 말. 《장자(莊子)》 외물(外物)에 “주(周)가 어제 오는데 도중에서 누가 부르는 자가 있기에 뒤를 돌아보니, 수레바퀴 자국의 괸 물속에 붕어가 있었다.……그 붕어가 말하기를 ‘나는 동해(東海)의 파신(波臣)인데, 당신이 두승(斗升)의 물로써 나를 좀 살려주지 않겠느냐?’ 했다.” 하였다.
[주D-007]울타리를 받은 숫염소[羝羊] : 나갈 수도 없고 물러날 수도 없이 궁지에 빠진 것을 말한다. 《주역》대장괘(大壯卦) 상육(上六)에 “숫염소가 울타리를 받다가 걸리면 물러나지도 못하고 나가지도 못한다.” 한 데서 온 말이다.
[주D-008]태일(太一)……했지요 : 태일은 태을(太乙)과 같은 뜻으로 북신(北辰)의 귀신 이름이고 지팡이는 청려장(靑藜杖)이니, 여기서는 벼슬길에 오르기를 기대한 말이다. 《삼보황도(三輔黃圖)》에 “유향(劉向)이 천록각(天祿閣)에서 교서(校書)하고 있는데, 밤에 한 노인이 청려장을 짚고서 청록각 문을 두드리고 들어와 청려장의 끝을 부니, 연기가 나면서 불이 켜졌다. 유향이 그에게 성명을 물으니, 그는 ‘나는 태을의 정기이다.’ 했다.” 하였다.
[주D-009]웅담(熊膽)도 씹었지만 : 공부를 부지런히 하였다는 뜻이다. 《당서(唐書)》유중영전(柳仲郢傳)에 “어머니 한씨(韓氏)가 중영 등 여러 아들들에게 웅담환(熊膽丸)을 만들어 주어 밤에 씹으면서 부지런히 공부하도록 하였다.” 하였다.
[주D-010]어리석어……못하네 : 《한비자(韓非子)》에 “초 장왕(楚莊王)이 궁문(宮門)의 출입을 규제하여 군신(群臣)ㆍ대부(大夫)와 여러 공자들이 입조할 때 말발굽소리가 처마밑[霤]까지 들리게 되면 정리(廷理)가 수레채[輈]를 자르고 마부를 베었다.” 했는데, 여기서는 자신이 어리석어 나라의 규제도 모른다는 겸사(謙辭)로 쓰인 듯하다.
[주D-011]코 끝의……기다렸는데 : 《장자(莊子)》서무귀(徐無鬼)에 “옛날 초(楚) 나라 서울 영(郢)에 사는 어떤 사람이 자기의 코 끝에다 흰 흙을 파리 날개처럼 얇게 발라 놓고 목수로 하여금 그 흙을 떼어내도록 하자, 목수가 바람이 일어날 정도로 자귀를 휘두르되 코는 상하지 않고 흙만 사뿐히 떼어냈다.” 한 고사가 있는데, 여기서는 벼슬길에 발탁시켜 줄 것에 비유한 말이다.
[주D-012]박옥(璞玉)을……우는 소리 : 알아주는 사람이 없는 것을 한탄하는 뜻이다. 옛날 초(楚) 나라 사람 화씨(和氏)가 초산(楚山)에서 박옥(璞玉)을 얻어가지고 여왕(厲王)에게 바치니, 여왕은 돌을 가지고 거짓말을 한다고 그의 왼발 발꿈치를 잘라버렸고, 그후 또 무왕(武王)에게 바치니, 무왕 역시 거짓말을 한다고 그의 오른발 발꿈치를 잘라버렸다. 그러나 그는 좌절하지 않고 그후에 마침내 문왕(文王)에게 바치니, 문왕은 옥인(玉人)을 시켜 그 박옥을 다듬게 하여 보물을 얻자, 마침내 화씨벽(和氏璧)이라 불렀다한다.
[주D-013]패금(貝錦) : 남을 교묘하게 중상하여 죄를 씌운다는 뜻. 《시경(詩經)》소아 항백(小雅 巷伯)에 “형형색색으로 비단 무늬를 짜듯이 참언(讒言)을 꾸며낸 자 너무나 지나치구나.” 하였다.
[주D-014]신을 삼는 어머님 : 어머님이 고생한다는 뜻이다. 《한서(漢書)》책방진전(翟方進傳)에 “그 어머니를 하직하고 서울로 올라오자, 그의 어머니는 어린 아들이 안타까워서 서울로 따라와 신을 삼아서 아들의 뒷바라지를 해주었다.” 하였다.
[주D-015]나나니벌로 화했고 : 《시경(詩經)》소아(小雅) 소완(小宛)에 “나나니벌[蜾蠃]은 토봉(土蜂)으로, 뽕나무 벌레를 물어다 나무 구멍에 둔 지 7일이 되면 뽕나무벌레가 나나니벌 새끼로 화한다.” 하였는데, 여기서는 선생의 교화를 받은 것에 비유한 말이다.
[주D-016]혜계(醯鷄)의……열어 주었네 : 혜계는 술단지에 생기는 작은 벌레로서, 선생의 가르침으로 학문이 성취됐다는 비유이다. 《장자(莊子)》전자방(田子方)에 “공자(孔子)는 도(道)에 있어 혜계를 열어준 사람과 같다. 그분이 술단지의 뚜껑을 열어 주지 않았더라면, 나는 천지의 위대한 참모습을 모를 뻔하였구나.” 하였다.
[주D-017]소(韶)를 들음 : 소는 순(舜)의 악명(樂名)으로, 도(道)를 즐긴다는 뜻이다. 《논어(論語)》술이(述而)에 “공자가 제(齊) 나라에서 소를 듣고 3개월 동안이나 고기 맛을 몰랐다.” 하였다.
[주D-018]예형(禰衡) : 동한(東漢) 평원(平原) 사람으로 공융(孔融)과 친히 지냈다. 공융 역시 그의 문재(文才)를 대단히 아낀 나머지, 예형이 겨우 20여 세에 공융은 40세였지만 마침내 교우(交友)가 되었다. 공융은 상소하여 예형을 천거하면서 “새매[鷙] 수백 마리가 독수리 한 마리보다 못합니다. 만약 형이 조정에 서게 된다면, 반드시 볼 만한 것이 있을 것입니다.” 하였다. 《後漢書 禰衡傳》
[주D-019]혜소(嵇紹) : 《몽구중(蒙求中)》혜소불고(嵇紹不孤)에 “진(晉) 나라 혜소의 자(字)는 연조(延祖)이다. 그의 아버지 강(康)이 산도(山濤)와 친하였는데, 강이 사형을 당할 무렵에 아들 소에게 ‘산도가 생존해 있으니 너는 외롭지 않을 것이다.’ 하였다. 그후에 과연 산도가 소를 천거하여 비서승(祕書丞)이 되었다.” 하였다.
○통사(通師)의 고적(古笛)에 제(題)하다 병서(幷序)
보광사(普光寺) 주지(主持) 통사가 대단히 이상한 고적을 보관하고 스스로 말하기를 “공덕산(功德山) 백련사(白蓮社) 승 좌상(承座上)에게서 얻었다.”며 사람을 시켜 불게 하니, 그 소리가 대단히 맑아 사랑할 만하였다. 공덕산은 본래 원효(元曉)와 의상(義湘) 두 스님이 있던 곳으로 의상이 남겨 놓은 삿갓이 지금까지 보존되어 있다. 그러니 이 피리[笛]도 어찌 당시의 유물(遺物)이 아닌지 알겠는가. 스님이 시를 지어 달라 하기에 그를 위하여 짓다.
하늘을 찌를 듯한 청산은 한 떨기 꽃인 양 / 靑山挿天玉一朶
원효(元曉)와 의상(義湘)이 여기서 놀았네 / 曉湘二公曾燕坐
설법할 당시에 사람과 하늘을 감동시켰으니 / 當時說法動人天
아마도 선악이 공중에 퍼졌을 것일세 / 應有仙樂飄空下
생소는 홀연히 흩어져 옥루 하늘에 있는 선루(仙樓) 로 돌아갔는데 / 笙簫忽散返玉樓
우연히 보적은 남겨 놓고 가져가지 못했구나 / 偶遺寶笛誤不收
천년 동안 귀신이 보호해 자물쇠를 채워 놓아 / 千年鬼護祕扃鑰
신성한 물건이 제대로 숨어 사람이 찾아내지 못했네 / 神物自隱人難搜
우리 스님의 성스러운 그 눈이 처음 발견하고 / 吾師眼聖獨見之
손이 내키는대로 어루만지며 마음으로 좋아했네 / 信手摩挲心自寄
신령스러운 보배는 본래 이인을 위해 나오는 법이라 / 靈珍本爲異人出
옛날 악기(樂器)를 지금 사람이 어찌 알아볼쏘냐 / 古器那宜今世知
밖에 천작으로 새겨진 모양은 사람의 솜씨 아니며 / 外費天巧非人鐫
안에 울려나는 용소리는 어찌 세속의 전함이랴 / 中含龍吟豈俗傳
조식은 부질없이 운몽의 대를 자랑했고 / 曹植謾誇雲夢竹
채옹은 가정의 서까래만 알았구나 / 蔡邕空識柯亭椽
의자에 앉아 세 곡조 부니 맑은 소리 돌이 깨지는 듯 / 據床三弄淸裂石
그 소리 바람을 타고 멀리멀리 퍼지는구나 / 長風挽落猶滴滴
한 곡조가 만약 사자 우는 소리를 낸다면 / 一聲若作獅子吼
선가의 무공적은 우습기만 할 걸세 / 堪笑禪家無孔笛
[주D-001]운몽(雲夢)의 대 : 조식(曹植)이 오질(吳質)에게 보낸 편지에 “운몽의 대나무를 베어 피리[笛]를 만들고, 사빈(泗濱)의 가래나무를 베어 쟁(箏)을 만들었다.” 하였다.
[주D-002]가정(柯亭)의 서까래 : 복도(伏滔)의 장적부서(長笛賦序)에 “채옹(蔡邕)이 가정관(柯亭館)에서 자는데, 그 집은 대나무로 서까래를 하였다. 그는 그 서까래를 쳐다보고 ‘좋은 대나무다.’ 하고서, 가져다 피리를 만들었다.” 하였다.
[주D-003]돌이 깨지는 듯 : 피리 소리가 청아하다는 뜻. 《국사보(國史補)》에 “이주(李周)가 연죽(煙竹)을 가지고 피리를 만들었는데, 철석(鐵石)같이 견고하였다. 달밤에 배를 띄우고 불면 그 소리가 청아하면서 웅장하여 산석(山石)도 깨어질 정도였다.” 하였다.
[주D-004]사자 우는 소리 : 《유마경(維摩經)》불국품(佛國品)에 “두려움 없이 설법하는 것이 마치 사자가 우는 소리와 같다.” 한 데서 나온 말로, 본래 설법하는 소리가 세계를 진동하여 마치 사자의 울음에 뭇 짐승들이 모두 무서워하는 것과 같다는 뜻인데, 여기서는 피리 소리가 그처럼 웅장하다는 말이다.
題通師古笛 幷序
普光堂頭通師蓄古笛甚奇。自言得之於功德山白蓮社承座上。使人吹之。淸越可愛。功德山。是元曉,義相二公所棲之地也。義相所遺笠子。至今尙存。然則此笛亦焉知非當時之遺物歟。師請詩爲賦之。
靑山揷天玉一朶。曉相二公曾燕坐。當時說法動人天。應有仙樂飄空下。笙簫忽散返玉樓。偶遺寶笛誤不收。千年鬼護秘扃鑰。神物自隱人難搜。吾師眼聖獨見之。信手摩挲心自奇。靈珍本爲異人出。古器那宜今世知。外費天巧非人鐫。中含龍吟豈俗傳。曺植謾誇雲夢竹。蔡邕空識柯亭椽。據床三弄淸裂石。長風挽落猶滴滴。一聲若作師편001子吼。堪笑禪家無孔笛。
[편-001]師 : 獅
○통사(通師)가 붙여 사는 숭교사(崇敎寺) 방장(方丈)에서 마시는데, 모인 이가 십여 인이였다. 술이 취하자 거문고와 비파를 번갈아 울리며 광대놀이까지 겹치게 되었다. 이때 대궐(大闕)에서 나온 큰 광대 두 사람이 스님과 더불어 절 구경을 하며 큰 놀이를 개최하였기에 달려 왔다. 나는 옛날 버릇이 용솟음쳐 앉아 있는 사람에게 운자(韻字)를 부르게 하고 붓을 드니, 한 사람이 예(例)에 따라 사운(四韻)을 부르기에 겸하여 스스로 방운(傍韻)까지 붙여 지었다
두성 남쪽 푸른 바다 밑에 / 斗城南角蒼巖根
용봉 같은 사찰이 반공중에 솟았구나 / 金龍鐵鳳飛凌雲
들어서자 지는 해 서쪽 마루에 비꼈는데 / 初來落日半西軒
우는 학과 지저귀는 까마귀소리뿐이네 / 叫鶴呼鴉空自聞
주인의 대우는 어찌 그리 정성스러운가 / 主人接遇一何勤
광산(匡山)의 원공(遠公)이 도잠(陶潛)을 청했네 / 匡山遠老引陶君
웃고 이야기하는 사이에 빙수를 따뜻하게 해 / 笑談足使氷叟溫
초겨울 기후가 봄날처럼 훈훈하네 / 十月天氣爲春醺
불을 따라 고콜 앞으로 가까이 다가가고 / 地爐試近榾柮火
낙타 탄자 위에 이야기가 벌어졌구나 / 駱駝高坐空閑話
취중의 풍치 누가 나같으랴 / 醉中風味莫如我
모두들 떠들어대니 아는 사람 적네 / 坐客啁啾知省寡
나는 말했지 인생은 번개같이 지나가고 / 我言人生若電過
부귀 영화는 꽃처럼 쉽게 진다고 / 富貴榮華花易謝
소년시절 한번 지나면 어쩔 수 없으니 / 少年一去又可奈
그저 마시고 흠뿍 취하는 게 제일이지 / 要須酩酊飛羽斝
여보게나 칠귀와 오후를 좀 보게 / 君看七貴與五侯
아차하면 저승길을 면하지 못하오 / 數窮未免九原遊
만약 죽은 자가 다시 살아난다면 / 假令去者或更留
천년이고 만년이고 세월이 짧다 여기리 / 萬歲千年如一秋
고금의 인사는 뜬 구름처럼 허무한데 / 古今人事秋雲浮
해는 서로 지고 물은 동으로 흐르네 / 白日西浸水東流
인간에 구속된 자는 모두가 남관수라 / 人間迫束南冠囚
조롱에 갇힌 새나 낚시에 걸린 고기와 같다오 / 飛鳥在籠魚在釣
내 말이 끝나기도 전에 손이 일어나 춤을 추니 / 我言未終客起舞
마치 옥수가 바람에 꺾어지는 것 같구나 / 有如風前摧玉樹
곧장 마음대로 거문고 줄을 퉁기니 / 直把朱絃信手撫
간드러지는 소리 소곤거리는 것 같네 / 細聲切切如私語
전생의 많은 인연으로 지금 서로 만났는데 / 多生緣重各相遇
내일 아침이면 빗발처럼 헤어질 게 안타깝구나 / 又恐明朝散如雨
동방만청도 벌써 저승으로 떠나갔는데 / 東方曼倩今已逝
순우 선생이 또 어디에 계실까 보냐 / 淳于先生又何處
재주 좋은 광대 두 사람이 있어 / 二君繼出伎倆多
서로 손목 잡고 중의 집에 왔구나 / 相將握手來僧家
우리 스님의 도량은 강하같이 넓어서 / 吾師大度如江河
너희들을 모두 품안에 포용하셨네 / 許容爾輩同共波
나의 타고난 운명은 너무나 기구하여 / 我今賦命恨蹉跎
너희들 놀음을 빌려 취중에 노래를 부른다 / 借汝戱謔聊酣歌
평생에 이렇게 즐겁기는 처음인데 / 平生歡笑莫此過
동방이 밝아오니 이 낙을 어찌하면 좋을까 / 東方欲曙奈樂何
[주D-001]광산(匡山)의 원공(遠公) : 원공은 진(晉) 나라 고승(高僧) 혜원법사(慧遠法師)인데, 그가 광산에 있을 적에 도연명(陶淵明)ㆍ육수정(陸修靜)과 어울려 놀았다. 《廬山記》
[주D-002]빙수(氷叟) : 빈한(貧寒)한 늙은이. 소식(蘇軾)의 시(詩)에 “어떻게 빙수로 벼슬할 수 있으리[曷從氷叟來游宦]” 하였다.
[주D-003]고콜 : 옛날에 방구석에 흙으로 난로(煖爐)처럼 만들어 놓고 관솔불을 피워 등불과 난방(煖房)으로 겸용하였다.
[주D-004]낙타 탄자 : 양털에 융(絨)을 섞어서 낙타 모양으로 짠 양탄자.
[주D-005]칠귀(七貴) : 한(漢) 나라 때 외척(外戚) 및 귀족으로 권세를 누린 칠성(七姓). 곧 여씨(呂氏)ㆍ곽씨(霍氏)ㆍ상관씨(上官氏)ㆍ왕씨(王氏)ㆍ조씨(趙氏)ㆍ정씨(丁氏)ㆍ부씨(傅氏)들을 말한다. 《小學紺珠 氏族 七貴》
[주D-006]오후(五侯) : 한 성제(漢成帝) 때 후(侯)로 봉해진 다섯 왕씨(王氏). 평아후(平阿侯) 왕 담(王譚)ㆍ성도후(成都侯) 왕상(王商) 홍양후(紅陽侯) 왕립(王立)ㆍ곡양후(曲陽侯) 왕근(王根)ㆍ고평후(高平侯) 왕봉시(王逢時)를 말한다. 《漢書 立后傳 群書拾唾》
[주D-007]남관수(南冠囚) : 《좌씨(左氏)》성구(成九)에 “진후(晉侯)가 ‘남관(南冠)을 쓰고 포로가 된 사람은 누구냐?’고 묻자, 유사(有司)가 ‘정(鄭) 나라 사람이 바친 초(楚) 나라 죄수입니다.’ 하고 대답하였다.” 한 데서 나온 말로, 본래 포로의 신세를 말한 것인데, 여기서는 속세에 속박 당한 것을 말한다.
[주D-008]동방만청(東方曼倩) : 만청은 한(漢) 나라 동방삭(東方朔)의 자(字). 그는 문사(文辭)에 능하고 해학(諧謔)도 잘하였다. 속설(俗說)에는 “그가 서왕모(西王母)의 복숭아를 훔쳐 먹고는 장수(長壽)하였으므로, 삼천갑자 동방삭(三千甲子東方朔)이라 일컫는다.” 한다.
[주D-009]순우 선생(淳于先生) : 순우곤(淳于髡)을 가리킴이니, 그는 전국 시대의 제(齊) 나라 사람으로, 변론에 능하고 익살도 잘 부렸다. 《史記 卷74》
○엄선로(嚴禪老)를 찾아가서 벽에 걸린 족자(簇子)의 시운(詩韻)을 따라 지은 두 수
동화의 영광을 잠시 떨어버리고 / 笑却東華一餉榮
홀로 타갈을 걸치고 혜능(慧能)같은 분 찾았지요 / 獨披駝褐訪南能
조용한 가운데 지은 시 부처님께 바칠 만해 / 靜中得句堪呈佛
글씨를 쓸 때 벼루의 얼음 입김으로 녹였네 / 欲寫時呵玉硯氷
돌솥에 차를 달여 술 대신 마시며 / 石鼎烹茶代酒巵
화로를 끼고 둘러 앉아 찬 옷을 말리누나 / 擁爐圍坐熨寒衣
향불은 뭉실뭉실 파란 연기 날아오르고 / 香畦縈穗靑烟直
귤을 쪼개니 하얀 즙이 이슬처럼 흐르네 / 橘腦分漿玉露飛
[주D-001]동화(東華) : 학사(學士)를 가리킨다.
[주D-002]타갈(駝褐) : 낙타 털로 짜서 만든 너절한 옷.
○문 장로(文長老)ㆍ한소(韓韶)와 함께 최 수재 종번(崔秀才宗藩)의 서실(書室)을 방문하고서
우연히 용 같은 세 친구가 / 偶作龍三友
함께 한 귀공자를 방문했네 / 同尋鳳一毛
최(崔)는 바로 지금의 상국 선(詵)의 막내아들이다.(崔乃今相國詵季子。)
언덕 나무엔 맑은 빛이 어렸고 / 霽光浮陌樹
후원의 복숭아 나무엔 꽃망울이 맺었구나 / 芳意着園桃
성시도 오히려 숨어 살 수 있으니 / 城市猶堪隱
꼭 공허한 곳으로 피할 것 없네 / 空虛不必逃
파란 책이 서가에 가득 쌓였는데 / 縹堆齊架帙
붉은 글씨로 경서(經書)에 주를 썼구나 / 朱染注經毫
손님을 좋아하여 자주 투할하고 / 愛客頻投轄
시를 쓰면 탈포하고도 남겠구려 / 題詩剩奪袍
잠깐 술 마시는 흥을 빌어 / 暫乘浮白興
공부하는 노고를 쉬게 되었네 / 爲輟汗靑勞
사귀는 마음은 서로 통하게 되었고 / 交愛心雙照
취한 기운은 호기를 더해 주는구나 / 醺添氣大豪
서로 만났으니 맘껏 마셔보세 / 相逢須劇飮
운치는 우리들이 독차지했네 / 風味屬吾曹
[주D-001]투할(投轄) : 손님이 만류하여 못 가게 하는 뜻이다. 한(漢) 나라 진준(陳遵)이 손님을 좋아하여 연회마다 손님 수레의 굴대 빗장을 빼서 우물에 던져버려, 아무리 급한 일이 있어도 돌아가지 못하게 하였다. 《漢書 陳遵傳》
[주D-002]탈포(奪袍) : 시를 잘 지어 남의 영예를 빼앗는다는 비유. 《당서(唐書)》송지문전(宋之問傳)에 “무후(武后)가 낙남(洛南) 용문(龍門)에서 놀 적에 종신(從臣)들에게 명령하여 시를 짓도록 하였다. 얼마 후 좌사(左史) 동방규(東方虯)가 먼저 시를 짓자 무후가 금포(錦袍)를 하사하였는데, 조금 뒤에 바친 지문의 시가 더 좋자 무후가 보고서 다시 금포를 빼앗아 하사하였다.” 했다.
○모춘(暮春)에 박사 최보순(崔甫淳)과 함께 주부(注簿) 윤세유(尹世儒)를 찾아 술상을 차려놓고 동파(東坡)의 시운을 따라 각각 짓다
마주앉아 세 잔씩 마셨으나 / 對酌三杯酒
수인장은 엿볼 수 없네 / 難窺數仞墻
꽃이 지니 시 생각 어지럽고 / 落花詩思亂
해는 지는데 취한 노래 흥겹구나 / 殘日醉歌長
내 살쩍에는 처음에는 흰 털이 났고 / 我鬢初抽綠
그대는 일찍부터 명성이 알려졌네 / 君名早飮香
서로 만나 글 얘기하며 마시는데 / 相逢文字飮
꼭 이량을 연주할 게 뭐 있나 / 何必奏伊凉
[주C-001]최보순(崔甫淳) : 벼슬은 판이부사(判吏部事)에 이르렀고 시호는 문정(文定)이다.
[주C-002]윤세유(尹世儒) : 고려(高麗) 시중(侍中) 윤관(尹瓘)의 손자로, 벼슬이 예부 원외랑(禮部員外郞)에 이르렀다. 《高麗史》
[주D-001]수인장(數仞墻) : 두어 길 되는 담장으로, 인격과 도덕이 높다는 뜻이다. 《논어(論語)》 자장(子張)에 “선생님의 담장은 두어 길이 되기 때문에 그 문(門)을 찾아 들어가지 않는다면, 종묘(宗廟)의 아름다움과 백관(百官)의 훌륭함을 볼 수 없다.” 하였다.
[주D-002]이량(伊凉) : 이주(伊州)와 양주(凉州)의 두 악곡(樂曲). 《악원(樂苑)》에 “이주는 상(商)에 해당한 곡조요 양주는 궁(宮)에 해당한 곡조이다.” 하였다.
○다시 화답하다
푸른 술동이는 북해보다 훌륭하고 / 綠樽傾北海
어여쁜 첩은 동장이 생각나네 / 紅臉憶東墻
세월은 늙음을 재촉하고 / 月日衰容換
건곤엔 춤추는 소매가 길구나 / 乾坤舞袖長
우리는 본래 뜻도 잘 맞고 / 室蘭曾襲臭
각기 선(善)을 닦아 인품도 훌륭하네 / 佩蕙各紉香
자리 위에 맑은 바람까지 잘 불어 주어 / 賴有淸風榻
옷깃을 헤치고 서늘함을 맘껏 쐬네 / 披襟快納涼
[주D-001]북해(北海)보다 훌륭하고 : 주인이 손님을 좋아하여 잘 대접한다는 비유이다. 《후한서(後漢書)》공융전(孔融傳)에 “그가 북해상(北海相)에서 태중대부(太中大夫)로 임명되었을 적에 선비를 좋아하여 손님들이 날마다 집안에 가득하였다. 그는 언제나 한탄하기를 ‘좌상에는 손님이 항상 가득하고 술동이에는 술이 떨어지지 않으니 아무 걱정이 없다.’ 했다.” 한 데서 나온 말이다.
[주D-002]동장(東墻) : 송(宋) 나라 조사행(趙師睪)의 호(號). 그 당시에 정권을 잡은 한탁주(韓侂冑)가 애첩(愛妾) 14명을 두었는데, 어떤 사람이 북주관(北珠冠) 4개를 선사하였다. 탁주는 4명의 애첩에게만 나누어 주었으므로 나머지 10명이 모두 욕심을 냈으나 주지를 못했다. 사행은 그 소문을 듣고 돈 10만 꾸러미를 들여 북주(北珠)를 사서 관(冠) 10개를 만들어 바치고, 자기의 첩을 시켜 벼슬을 구하도록 하여 공부 시랑(工部侍郞)에 승진되었다. 《宋史 卷247》
○또 윤공(尹公)에게 주다
채문에서는 진작 신을 거꾸로 끌었는데 / 蔡門初倒屣
궐리에서 누가 담 밖으로 거절하랴 / 闕里孰摩墻
글씨는 바다에 파도가 치는 듯하고 / 筆海怒濤迅
몽롱하게 취하여 돌아갈 길 멀구나 / 醉鄕歸路長
나는 아황주만 부질없이 마시는데 / 鵝黃空酌酒
당신은 일찍이 계설향을 머금었구려 / 鷄舌早含香
언제쯤이나 벼슬에 함께 나가서 / 何日同簪管
서늘한 대궐에서 시를 읊어 볼거나 / 賡吟殿閣涼
[주D-001]채문(蔡門)에서는……끌었는데 : 손님을 반갑게 영접하는 것을 말한다. 《위지(魏志)》왕찬전(王粲傳)에 “채옹(蔡邕)이 문밖에 왕찬(王粲)이 와 있다는 말을 듣고는 신을 거꾸로 끌고 나가 영접하였다.” 한 데서 나온 말이다.
[주D-002]궐리(闕里)에서……거절하랴 : 궐리는 공자(孔子)가 탄생한 옛마을 이름으로, 거기서 공자가 제자들을 받아들여 가르쳤는데, 여기서는 손님을 거절하지 않았다는 뜻으로 쓰였다.
[주D-003]아황주(鵝黃酒) : 거위 새끼의 빛깔처럼 노란 술 이름.
[주D-004]계설향(鷄舌香) : 향명(香名). 《초학기(初學記)》직관부(職官賦)에 “상서랑(尙書郞)은 계설향을 머금고 엎드려 일을 아뢴다.” 하였다.
○감흥(感興)
혀가 있어도 말 못하고 / 有舌不可掉
눈이 있어도 눈물 내지 못하네 / 有眼不可泣
누가 내마음 알아 줄는지 / 誰能測予懷
종일토록 혼자 답답하기만 하구나 / 竟日空悒悒
어찌 내 몸이 추워 / 豈爲我身寒
누더기옷 꿰매지 못할까 걱정돼서며 / 藍縷憂難緝
어찌 내 배가 고파 / 豈爲我腹空
나물밥도 넉넉지 못할까 걱정돼서랴 / 蔬食憂不給
근심하는 뜻이 너무나 깊어 / 所憂意殊深
발 모으고 하늘을 쳐다보고 섰네 / 疊足仰天立
하늘을 쳐다보고 더욱 마음 상하는 것은 / 仰天益自傷
북두가 너무 멀어 만져볼 수 없어서이네 / 北斗不可挹
어떤 사람은 관인을 주렁주렁 찼고 / 何客印纍纍
어떤 사람은 갓이 높기도 하네 / 何人冠岌岌
어살에 사다새는 부리도 젖지 않았는데 / 梁鵜咮不濡
단혈에 봉황새는 이내 날개를 움츠리고 있네 / 穴鳳羽長戢
함정을 일찍 깊이 파지 않아서 / 檻井不早嚴
승냥이 호랑이가 각처에 꽉 찼으니 / 豺虎滿州邑
가의는 눈물 흘릴 게 두 가지라 했고 / 賈誼流涕二
정공은 십점에 대해 논하였네 / 鄭公論漸十
강개한 이 두 분의 마음을 / 慷慨二子心
지금 누가 이어 받으리 / 今者知誰襲
아 거듭 말하기도 어렵구나 / 嗚呼難重陳
소인들이 귓속말로 소곤거리니 / 兒小言咠咠
[주D-001]북두(北斗)가……없어서이네 : 북두는 임금을 상징한 것으로, 여기서는 요로(要路)에 올라 임금을 가까이 모시지 못한 것을 비유한 말이다.
[주D-002]사다새는……젖지 않았는데 : 소인(小人)이 조정에 있음을 비유한 말이다. 《시경(詩經)》조풍(曹風) 후인(候人)에 “어살에 있는 사다새 부리도 젖지 않았네.” 하였다.
[주D-003]봉황새는……움츠리고 있네 : 군자(君子)가 출세(出世)하지 못함을 비유한 말이다.
[주D-004]가의(賈誼)는……두 가지라 했고 : 가의는 한(漢) 나라 양태부(梁太傅)로 있을 때 상소(上疏)하기를 “통곡할 만한 일이 한 가지 있고, 눈물 흘릴 만한 일이 한 가지 있다.” 한 데서 온 말로, 시정(時政)이 걱정스러운 것을 뜻한다.
[주D-005]정공(鄭公)은……논하였네 : 정공은 당(唐) 나라 위징(魏徵)이 정국공(鄭國公)에 봉하여졌으므로, 그를 지칭한 것이다. 그는 열 가지 조짐에 대해 깊이 생각할 것을 열거하여 당 태종(唐太宗)에게 상소하였다. 십점지소(十漸之疏). 《唐書 卷77》
○동년(同年) 진식(陳湜)의 아우 화(澕)가 아버지를 따라 동경(東京)에 가서 형을 생각하고 시 두 수를 보내왔는데, 진식을 대신해서 화답하다
부탁하노니 동생은 빨리빨리 돌아오게 / 寄語郞君早早歸
단언을 본받아 대대로 함께 살고 싶네 / 欲師鄲郾世同居
동생 혼자 아버님 잠자리에 부채질하는게 가엽고 / 憐渠獨扇蚊飛枕
나는 개에게 편지 보내지 못하는 게 한스럽다네 / 恨我難憑犬寄書
호위가 비단 묻던 일은 괜히 본받지 마소 / 莫效胡威空問絹
양속이 생선 달아맨 것을 벌써 들으셨네 / 已聞羊續久懸魚
비단주머니에 담은 시 삼천 수는 / 錦囊詩草三千香
거의가 꽃 앞의 취흥에서 나왔으리 / 多是花前醉興餘
이 년토록 돌아오지 않는 게 안타깝구려 / 二年相憶苦難歸
조그마한 방 한 칸에 고생스럽게 지내겠지 / 身寄幽蝸殼底居
관리들이 물러간 뒤에는 홀로 감사님 모셨고 / 吏散獨陪棠樹苃
손님이 오면 아마 비단 바지에 글씨를 썼을 걸세 / 客來應向練裙書
아버지를 따라 임소(任所)에 가 있으므로 이 말을 쓴 것이다.(隨父在任。故用此事。)
글 읽다가 보리 떠내려 보낸 고봉이 생각나고 / 橫經漂麥思高鳳
또 예 배웠느냐는 물음 받은 백어가 생각나네 / 問禮趍庭想伯魚
돌아올 기한이 차츰 가까움을 알았으니 / 要識來期行漸迫
두 줄기 누런 빛이 눈썹 사이에 떠오르는구려 / 兩條黃色上眉餘
[주C-001]화(澕) : 호는 매호(梅湖)로 뛰어난 문장가인데, 이규보(李奎報)와 함께 이름을 떨쳤다. 벼슬은 지공주사(知公州事)에 이르렀다.
[주D-001]단언(鄲郾) : 당(唐) 나라 최단(崔鄲)과 최언(崔郾)의 형제를 가리킨 것으로, 최씨(崔氏)가 4대를 한 솥에 밥을 지어 먹었다. 《唐書 卷163》
[주D-002]잠자리에 부채질 : 후한(後漢)의 황향(黃香)이 아버지를 지극한 효도로 섬겨, 여름에는 잠자리에 부채질하여 드렸다 한 데서 온 말로, 아버지에게 효도하는 것을 말한다.
[주D-003]개에게 편지 보내지 못하는 : 진(晉) 나라의 육기(陸機)가 서울에 와 있을 적에 집 소식이 오랫동안 끊기었다. 이에 웃으면서 개에게 “네가 편지를 가지고 가서 소식을 알아가지고 올 수 있겠느냐?” 하자, 개가 꼬리를 치면서 응답하는 듯한 소리를 내었다. 이리하여 편지를 써서 대통에 넣어 개의 목에 매달아 주었더니, 개가 마침내 그의 집에 이르러 답장을 받아가지고 돌아왔다고 한다. 《晉書 卷54》
[주D-004]호위(胡威)가 비단 묻던 일 : 호위는 진(晉) 나라 호질(胡質)의 아들. 그의 아버지가 형주 자사(荊州刺史)로 있을 적에 위가 가서 뵙고 돌아오는데, 비단 한 필을 주므로 위가 꿇어 앉아 “아버님께서 청백하신데 어디서 이 비단을 얻으셨습니까?” 하고 물었다. 질이 “이것은 내 봉급에서 남은 것으로 너의 생활에 보태주는 것이다.” 하자, 위가 그제서야 받았다. 《晉書 卷90》
[주D-005]양속(羊續)이 생선을 달아맨 것 : 뇌물 가져오는 것을 거절하는 뜻이다. 《후한서(後漢書)》에 “양속이 남양 태수(南陽太守)로 있을 적에 부승(府丞)이 생선을 선물로 보내오자 속이 그걸 받아서 뜰에 매달아 두었는데, 부승이 또 가져오자 속이 전일에 받았던 것도 아울러 내주어 그의 뜻을 거절하였다.” 하였다.
[주D-006]비단 바지에 글씨 : 손님들의 귀여움을 받는다는 뜻. 남송(南宋)의 양흔(羊欣)은 불의(不疑)의 아들로, 그의 아버지가 오정령(烏程令)이 되었을 때에 흔의 나이는 겨우 12세였다. 그때에 왕헌지(王獻之)가 오흥 태수(吳興太守)가 되어 그를 몹시 사랑하였다. 한 번은 여름에 헌지가 현(縣)에 들어갔는데, 흔이 새 비단 바지를 입고 낮잠을 자고 있었으므로 헌지가 그의 비단 바지 두어 폭에 글씨를 써놓고 돌아온 고사에서 나온 말이다. 《南史 卷36》
[주D-007]글 읽다가……고봉(高鳳) : 고봉의 자(字)는 문통(文通), 한(漢) 나라 때 사람이다. 한 번은 아내가 밭에 가면서 보리를 마당에 널어 놓고, 그에게 닭을 보라고 부탁하였는데, 마침 비가 와서 보리 멍석이 떠내려갔으나 그는 그런 줄도 모르고 장대만 들고 글을 읽었다고 한다. 《後漢書 卷113》
[주D-008]예 배웠느냐는……백어(伯魚) : 백어는 공자(孔子) 아들 리(鯉)의 자(字). 《논어(論語)》계씨(李氏)에 “리가 종종걸음으로 뜰을 지나가자 공자가 ‘예를 배웠느냐?’ 하고 물었다.” 하였는데, 여기서는 아버지를 모시고 공부한 것을 뜻한다.
[주D-009]누런 빛이……떠오르는구려 : 《상리형진(相理衡眞)》에 “두 눈썹 사이에 자황색(紫黃色)이 떠오르면 반드시 기쁜 일이 있게 된다.” 하였는데, 여기서는 서로 만나게 될 것을 뜻한다.
○찬 수좌(璨首座)의 방장(方丈)에 제(題)하다
두 눈썹 펼 곳 없으니 / 雙眉無處展
누구와 함께 한 번 웃어보리 / 一笑爲誰開
해가 삼간쯤 올라온 무렵에 / 日欲三竿上
십 홀쯤 걸어 방장에 왔네 / 房尋十笏來
차두로 자주 촛불 똥 지우니 / 釵頭頻落灺
품자처럼 모여 재가 되었구나 / 品字漸成灰
차 마시며 재미 있게 얘기하니 / 山室茶談足
구태여 술을 찾을 게 뭐 있나 / 何須索酒杯
[주D-001]삼간(三竿)쯤……무렵에 : 해가 세 길쯤 올라온 오전 8시 경을 말한다.
[주D-002]십홀(十笏) : 1척(尺) 6촌(寸)이 1홀(笏)인즉, 십홀은 가까운 거리를 말한다.
[주D-003]차두(釵頭) : 비녀처럼 생긴 불똥지우개.
○또 목여의(木如意)에 관(觀) 자를 짚어 부(賦)하다
중의 집엔 좋은 물건 없고 / 僧家無長物
이것만이 가장 볼 만하네 / 獨此最堪觀
검은 학 머리처럼 조금 갸우뚱하고 / 玄鶴頭方側
푸른 뱀 꼬리처럼 반쯤 서렸구나 / 蒼蛇尾半蟠
단단한 나무가 사람의 키만하여 / 堅頑等身木
수척한 어깨를 편안히 호위하네 / 安穩護肩山
계륜에겔랑 보여주지 말게나 / 莫使季倫見
산호수도 부러지고 말았다오 / 珊瑚樹不完
[주C-001]목여의(木如意) : 나무로 만든 중의 지팡이.
[주D-001]계륜(季倫)에겔랑……말았다오 : 계륜은 진(晉) 나라 석숭(石崇)의 자(字). 왕개(王愷)가 산호 지팡이를 석숭에게 보여주니, 숭이 다 보고 나서 쇠지팡이로 쳐서 당장 산산조각을 내버렸다. 《晉書卷33》
○유월 십칠일에 선달(先達) 김철(金轍)을 방문하고 백거이(白居易)의 시운을 따라 짓다
부럽구려 자네는 아직도 소년 같아 / 羨君猶少年
시원한 모습 바람 부는 나무인 양 / 蕭洒臨風樹
슬프다 나는 점점 늙어만 가서 / 嗟我漸素秋
머리털이 드문드문 셀 수도 있네 / 衰髮稀可數
서로 만나 웃으며 손꼽아 보니 / 相逢笑彈指
이십년 세월이 번개같이 지났네 / 二紀眞電露
어울려 놀던 옛친구들은 / 昔年交遊輩
어디로 구름같이 흩어졌는가 / 雲散名何處
오직 우리 두 사람만이 남아서 / 唯殘二人在
옛날같이 마주 보고 앉았구려 / 顔色坐成故
서울 안에 함께 놀면서 / 共遊京洛中
깨끗한 옷만 풍진에 더럽혔네 / 風塵化衣素
한 달 동안 지리한 장맛비는 / 三旬密雨天
컴컴한 숲에 연기가 낀 듯하구나 / 萬木蒼煙暮
이때에 자네를 찾아 왔는데 / 此時訪君來
차마 작별하고 떠나 가겠나 / 何忍辭君去
그대 집 좋은 술에 흠뻑 취해서 / 借君醉鄕留
선비로 실수한 것도 난 잊었네 / 忘我儒冠誤
아예 세상 얘길랑 하지 말게나 / 愼莫談世緣
어딜 가나 다 맹문 길일세 / 俱是孟門路
○김군(金君)이 녹색 자기[綠甆] 술잔을 두고 시를 지어 달라 하기에 백거이의 시운을 따라 함께 짓다
나무를 베어 남산이 빨갛게 되었고 / 落木童南山
불을 피워 연기가 해를 가렸지 / 放火烟蔽日
푸른 자기 술잔을 구워내 / 陶出綠甆杯
열에서 우수한 하나를 골랐구나 / 揀選十取一
선명하게 푸른 옥 빛이 나니 / 瑩然碧玉光
몇 번이나 매연 속에 파묻혔었나 / 幾被靑煤沒
영롱하기는 수정처럼 맑고 / 玲瓏肖水精
단단하기는 돌과 맞먹네 / 堅硬敵山骨
이제 알겠네 술잔 만든 솜씨는 / 迺知埏塡功
하늘의 조화를 빌려왔나 보구려 / 似借天工術
가늘게 꽃무늬를 놓았는데 / 微微點花紋
묘하게 화가의 솜씨와 같구나 / 妙逼丹靑筆
쟁그랑하고 내 손에 들어오는데 / 鏗然入我手
가뿐히 우상같이 빠르네 / 快若羽觴疾
유공의 은술잔을 부러워 말게나 / 不羨柳公銀
하루 아침에 변화하여 잃어버렸다오 / 羽化一朝失
깨끗하기는 시가에 있는 게 알맞고 / 淸宜蓄詩家
공교하기는 괴상한 물건인가 싶다 / 巧或家尤物
주인이 좋은 술 있으면 / 主人有美酒
너 때문에 자주 초청하는구나 / 爲爾頻呼出
세 잔이니 네 잔이니 말을 말고 / 莫辭三四巡
내가 흠뻑 취하게 해다오 / 使我醉兀兀
[주D-001]유공(柳公)의 은술잔을……잃어버렸다오 : 유공은 당(唐) 나라 유공권(柳公權). 그는 일찍이 술잔 한 상자를 보관하여 두었는데, 포장하여 표지를 붙인 상자는 그대로 있으나 술잔은 다 없어져버렸다. 그런데 종들의 말이 요망하여 종잡을 수가 없자, 공권은 웃으면서 “은술잔이 신선이 되어 가버렸는가 보다.” 하고, 다시는 힐문하지 않았다. 《唐書 柳公權傳》
○초가을에 또 문 장로(文長老)와 더불어 김철(金徹)을 방문하고 백거이의 시운을 따라 각각 조추시(早秋詩)를 짓다
은전에 누수는 뚝뚝 떨어지는데 / 銀箭初驚漏漸遲
휘어진 가지에는 붉은 과일 주렁주렁 / 撑林朱實燦離離
갈포(葛布)가 시기 지난 것은 몸이 먼저 느끼고 / 輕絺寵薄身先認
부채가 필요 없는 것은 손에서 알았네 / 團扇恩疏手始知
찬 이슬 푸른 나무엔 새벽 매미가 울고 / 碧樹露寒蟬嘒曉
진흙 마른 대들보엔 제비가 돌아갈 때로세 / 畫梁泥盡燕歸時
대체 시인들은 왜 그리 감회도 많은지 / 要看詞客偏多感
모두 송옥의 비사요 이부의 시로구나 / 宋玉悲辭史部詩
[주D-001]송옥(宋玉)의 비사(悲辭) : 송옥은 전국 시대 초(楚) 나라 사람으로 굴원(屈原)의 제자인데, 굴원이 추방 당함을 민망스럽게 여겨 구변(九辯)을 지어 자기 선생의 뜻을 대신 나타냈다.
[주D-002]이부(吏部)의 시(詩) : 이부는 당(唐) 나라 한유(韓愈)가 이부시랑(吏部侍郞)이 되었기 때문에 한유를 지칭한 것으로, 여기서는 한유와 같은 대문장가의 훌륭한 시와 같다는 말이다.
○또 김군(金君)에게 주다
대단하다 김군의 손 좋아하는 마음씨 / 珍重金君愛客心
오기만 하면 언제고 술이 나오는구나 / 見來長共酒杯深
서리 오는 밤에 잠이 적어 닭 울기 전에 일어나고 / 霜秋少睡先鷄起
이슬 내린 새벽에 재미 있게 학을 짝해 읊조리네 / 露曉多情伴鶴吟
자네의 뛰어난 총명은 귀가 셋이 될 것이요 / 俊拔子應三耳湧
자꾸 늙어가는 나는 벌써 흰털이 생겼네 / 衰遲我已二毛侵
서로 만나 옛날 얘기하여 쓸쓸한 생각이 감돌아 / 相逢話舊翻悽悵
자꾸 등잔불을 돋우며 눈물로 옷깃을 적시네 / 挑盡靑燈淚濕襟
[주D-001]귀가 셋이 될 것이요 : 총명(聰明)이 더욱 뛰어난다는 뜻이다. 《속수신기(續搜神記)》에 “장심통(張審通)이 꿈에 태산부군(泰山府君)의 부름을 받아 갔더니 이마 위에 귀 하나를 붙여 주었다. 얼마 후에 꿈을 깨니 과연 이마가 가려우면서 귀 하나가 더 생겨나 더욱 총명하여졌다.” 하였다.
○또 백거이의 운을 따라 문 장로의 짚신을 두고 짓다
그대가 강남에서 멀리 왔으니 / 君從江南來
산수를 천만 굽이나 지났겠지 / 山水千萬曲
누가 짚신을 삼아 드렸길래 / 何人餉草履
촘촘히 만든 것이 스님 발에 맞으오 / 促密宜老宿
당(唐) 나라 주도추(朱桃椎)가 삼은 짚신이 총이 촘촘하고 얽기도 잘하여 사람의 발에 꼭 맞았다.(唐朱桃椎織芒履。促密環繞宜人。)
여행하며 온갖 꽃 다 구경했고 / 行惹楚花香
신고서 온갖 풀 다 밟았네 / 踏遍秦草綠
도추의 짚으로 예쁘게 삼았으니 / 織巧桃椎芒
영운의 나막신처럼 굽을 안 떼도 쓰겠네 / 折非靈運木
옛 물건을 어찌 차마 버리랴 / 舊物那忍遺
신곡을 많은 계곡을 지났다 / 護足度溪谷
하비에 가서 봉후(封候)가 된다면 / 下邳行可封
나는 벌써 조심조심 복종했겠네 / 已使革華伏
멀리 갈 때는 당신에게 빌릴 것이며 / 遠遊當借君
거기에 죽장까지 곁들여 달라겠네 / 副之以杖竹
[주D-001]주도추(朱桃椎) : 당(唐) 나라 때 사람으로, 그가 짚신을 삼아서 길가에 놓아두면 보는 사람들이 모두 말하기를 “주거사(朱居士)가 만든 짚신이다.” 하고서, 쌀로 값을 계산하여 그곳에 놓아두고 짚신을 가져갔다. 《唐書 卷197》
[주D-002]영운(靈運)의……굽을 안 떼도 : 영운은 진(晉) 나라 사영운(謝靈運). 《남사(南史)》사영운전(謝靈運傳)에 “언제나 나막신을 신고 산에 올라갈 적에는 앞굽을 떼어버리고 산에서 내려올 적에는 뒷굽을 떼어버렸다.” 하였는데, 여기서는 짚신이기 때문에 그럴 필요가 없다는 말이다.
[주D-003]하비(下邳)에……봉후(封侯) : 하비는 지명(地名). 한(漢) 나라 장량(張良)이 하비의 다리 위에 나갔더니, 한 노인(老人)이 량의 옆으로 다가와서 다리 밑으로 신을 떨어뜨려 놓고 량더러 주워 오라고 하자, 량은 공손히 주워다 신겨 주었다. 그후 노인은 마침내 책 한권을 량에게 주어, 그는 그 책을 읽고 뒷날 한 고조(漢高祖)를 도와 공신이 되어 유후(留侯)에 봉해졌다. 《史記 留侯世家》
○영 수좌(聆首座)가 임 공부(林工部)에게 부친 시를 차운하다 병서(幷序)
내가 어제 방장(方丈)에 나갔더니, 스님이 우연히 말씀하기를 “예산(禮山)의 향천사(香川寺)는 예전에 내가 있던 곳인데 적병(賊兵)이 지나간 까닭으로 퇴락(頹落)한 지가 이미 오래되었다. 그런데 친구인 임 공부(林工部)가 이 고을에 순안사(巡按使)로 나가서 그 고을 군수(郡守) 진군(陳君)으로 하여금 재목을 구하여 수리해 주도록 했다. 그래서 내가 지금 시를 지어 사례했으니 자네도 화답해 줄 수 있는가?” 하며 그 시를 꺼내어 보여 주기에 즉석에서 화답해 바쳤다.
우리 스님은 중들 중에 장로(長老)로서 / 吾師釋中老
이 세상에 참으로 주저(洲渚)가 됐네 / 於世眞爲洲
큰 바다가 겹겹이 둘러쌌지만 / 周回在巨海
높은 곳에는 파도가 미치지 못하네 / 高顯無狂流
제단을 얻은 뒤로는 / 自從得際斷
만사에 아무 생각 없네 / 萬事從悠悠
대반야(大般若)에 선현(善現)이 부처님께 아뢰기를 “어떤 보살이 세간을 위해 주저(洲渚)를 만들어 주어 짐짓 무상 정등(無常正等)의 묘취(妙趣)를 발하게 합니까?” 하자 부처님이 말씀하기를 “비유하면 큰 바다에 크고 작은 주(洲)들 가운데 높이 솟아서 살 수 있는 데는 주위에 물이 끊어진 것과 같으니, 이것을 주저라 하고 이런 것이 선현색이다. 앞뒤로 제단해야 비로소 모든 부처의 정등에 이르고, 이 앞뒤로 제한됨을 인연해서 일체의 법이 끊어지느니라" 했다.
외롭고 높은 생각 속세를 초탈했으니 / 孤高靑霞想
세상을 얕보는 것이 지허의 짝이구나 / 躙躒支許儔
천자의 초빙을 받아 / 天子爲邀致
오래도록 깊은 산을 이별했네 / 一別煙林幽
흐르는 물은 옛 물가가 그리웁고 / 流水戀舊浦
구름만 보아도 옛 터전이 생각나네 / 白雲思古丘
두루마기를 하사한 은총을 받았으나 / 雖蒙賜袍寵
몸에는 부스럼과 혹이 난 것만 같네 / 身若生瘡疣
더욱 싫은 것은 세상 사람의 국량이 좁아 / 又猒人世隘
마치 먼 일가 붙이가 갇힌 것같이 보네 / 譬如疏屬囚
산을 좋아하기는 사슴과 같지만 / 愛山似麋廘
달을 건지려는 원숭이는 아니네 / 捉月非獮猴
향천은 옛날에 있던 곳인데 / 香川是舊居
구름과 물이 잘 있는지 / 雲水好在不
두어 칸 집을 한스럽게 바라보니 / 悵望數間室
반쯤은 쓰러져 바위 머리에 기댔구나 / 摧頹半巖頭
혼자 말했네 당장이라도 쫓아가서 / 自言旦暮去
산신령에게 부끄럼을 사과해야겠다고 / 無厚山之羞
꿈이 몸보다 먼저 떠나 / 夢先身獨往
만리에 살랑 바람을 따라갔네 / 萬里隨輕颼
훌쩍 떠나고 싶지 않아서가 아니라 / 不是不勇歸
세상 형편 때문에 짐짓 머뭇거리는 거지 / 閱世故應留
오솔길에 풀이 우거진 지 오래 되었으니 / 幽徑久蕪沒
양구 같은 이도 찾아오지 않겠구나 / 來訪無羊求
옛우물에는 오동잎이 가득하고 / 廢井桐圭滿
무너진 섬돌엔 이끼가 끼어 있네 / 荒階苔錦稠
간혹 걱정이 되네 나무꾼들이 / 或恐樵蘇輩
낙락한 소나무를 베지나 않을까 / 刈松落蒼虬
또 애석하구려 수풀 밑에 샘물을 / 又惜林下泉
아무나 마시게 내버려 두었네 / 盡屬野民喉
경실은 짐승 우리처럼 지저분하고 / 經室鞠爲囿
길가에 풀은 멋대로 우거졌구나 / 旅草生油油
시냇가에 차 따는 사람이 없어 / 溪茗人不採
아예 다완(茶梡)에 들어오지 않네 / 阻入紫花甌
여보 스님 무엇이 그리도 그리워 / 問師何苦戀
그 흰 눈썹을 펴지 못하시나요 / 未展雪眉脩
새들의 보금자리에 비유하면 / 此之鳥棲處
여기는 조롱에서 뛰쳐나온 격이고 / 此若由籠抽
고기 노는 데에 비유하면 / 比之魚遊處
여기는 낚시에 물리지 않는 격일세 / 此可免舍鉤
얇은 구름은 비단을 펴 놓은 듯하고 / 薄雲鋪魯縞
괴석은 옥(玉)을 진열해 놓은 듯하네 / 怪石列荊璆
땔나무를 무엇으로 사용했길래 / 何以充㸑薪
마른 남나무가 소를 가릴 만큼 컸는가 / 枯楠大蔽牛
지금 귀에 쟁쟁한 것은 / 至今猶在耳
학과 비둘기의 울음일세 / 嘷鶴與鳴鳩
티끌이 묵봉발에 침범하는 게 / 塵侵墨蜂髮
스님의 제일 큰 걱정이네 / 最是師心憂
스님이 무량수 여래(無量壽如來)를 조각해 만들어 안시사(安是寺)에 보냈다. 그래서 스님의 시에 “티끌이 모여서 보살님 눈을 가려버릴까 항상 걱정일세.” 하였다.
매양 불전(佛殿)을 짓는데는 / 每欲起殿宇
대리석으로 담을 쌓고 잡석은 쓰지 않으려 했다 / 碭基刪縹瑈
물을 향해 푸른 문이 아자(亞字) 모양으로 달렸고 / 臨水亞綠戶
바위에 의지해 붉은 누가 솟았구나 / 架巖聳丹樓
가운데 부처님 모신 방을 꾸미고 / 中成佛龕室
채색 기둥에는 교룡을 새겼구나 / 彩棟蛟龍鎪
매우 튼튼하고 웅장하게 지었으니 / 耽耽極壯麗
이만하면 도솔과 우두에 비기겠지 / 兜率牛頭侔
이 뜻을 오래도록 이루지 못했을 적엔 / 此意久未就
산과 물도 근심을 하였다오 / 林泉爲之愁
임공은 참으로 훌륭한 사람일세 / 林公古丈夫
신비한 지혜는 육안귀(六眼龜)와 같아 / 智祕龜六眸
공사(公事)를 끝내고 이 절에 와서 / 公餘遊古寺
이 구석 저 구석을 모조리 탐사했지 / 萬景赴冥搜
순식간에 높은 집을 깨끗이 수리하니 / 咄嗟搆飛閣
새가 날고 꿩이 나는 듯해 / 翔翮得自由
상상해 보니 불전(佛殿)의 벽에는 / 想像殿壁間
천인이 활과 창을 들고 섰겠지 / 天人列弓矛
옛날부터 절을 지을 때에는 / 自昔浮屠者
으레 원님이 짓기 마련일세 / 成物由邦侯
나는 들으니 옛날 두타사가 / 吾聞頭陀寺
초도의 제일 큰 절이라 하네 / 楚都信爲樞
방은 공 강하가 치장했고 / 室就孔江夏
마루는 채 영주가 장식했다 / 堂成蔡郢州
이들이 법사를 도와서 / 是助宗法師
절을 지어 천추에 전했네 / 結搆留千秋
충헌에는 단청으로 훤칠하게 아로새겼고 / 層軒丹刻煥
깊은 불전에는 부처님 얼굴이 자비롭구나 / 深殿晬容柔
두타사비(頭陀寺碑)에 “층층 마루는 넓게 놓였다.” 하고, 또 “단청으로 아로새긴 것은 꿩이
나는 듯 하고 부처님 화상을 편안히 모셨구나" 하였다.
또 들으니 장 유후는 / 又聞章留後
우연히 폐사에 구경 갔는데 / 偶向廢寺遊
세존도 티끌에 파묻혀 있고 / 世尊亦塵埃
옛 법당에는 바람만 쓸쓸하더라네 / 古殿空颼飀
절의 중들은 원님을 뵈옵고 / 寺僧遇使君
쉴새없이 사정을 하소연하니 / 告訴自不休
장공이 병사를 돌아보고 명령하여 / 章公顧兵徒
절간을 깨끗이 수리해 주었다오 / 棟宇俾營修
시(詩)에 “비록 고전은 남아 있으나, 세존도 티끌 속에 파묻혔네. 원님이 붉은 말을 타고 호위를
받으며 서쪽에서 왔다. 옷이 남루한 절의 중들이, 절이 다 허물어졌다고 하소연하네. 장공이 병사
(兵士)들을 돌아보며 어서 빨리 수리하라고 했네.
[雖有古殿存 世尊赤塵埃 使君騎紫馬 奉擁從西來 山僧衣藍縷 告訴棟架摧 公爲顧兵徒 咄嗟檀施開]”
하였다.
그 거룩한 이름 글로 전해서 / 書傳名煥煥
천 년이 지나도 그대로 뚜렸하네 / 千載尙鬱攸
이분들을 다시 만날 수 없으니 / 此輩復不見
이 일을 누가 다시 맡아할거나 / 此事復誰收
오직 스님과 임공이 있어서 / 惟師與林公
그 이름 옛사람보다 훌륭하네 / 名與古人優
나는 본래 알뜰하지 못해서 / 我亦不檢束
아까운 살림이라곤 오추도 없다네 / 牽戀無五楸
기어이 앞으로 스님을 따라가서 / 誓將陪甁錫
함께 불공을 드릴 계획일세 / 同爲香火謀
[주D-001]지허(支許) : 모두 요(堯) 임금 때 고사(高士)인 지보(支父)와 허유(許由)이다. 《장자(莊子)》양왕(讓王)에 “요 임금이 자주 지보(子州支父)에게 천하를 물려 주려고 하니, 자주 지보가 ‘나를 천자(天子)로 삼으려는 것은 좋습니다. 그러나 내가 마침 우울병이 있어서 지금 막 그것을 치료하려 합니다. 그래서 천하를 다스릴 겨를이 없습니다.’ 하고 사양했다.” 하였으며, 《장자(莊子)》소요유(逍遙遊)에 “요 임금이 허유에게 천하를 물려 주려고 하니, 허유는 ‘당신이 천하를 다스려 천하는 이미 잘 다스려졌습니다. 그런데 내가 당신을 계승한다면 나는 장차 명예를 위하라는 말입니까? 뱁새가 깊은 숲에 서식(棲息)하여도 한 개의 나뭇가지에 의지할 뿐인 것입니다. …… 그러니 당신은 돌아가십시오.’ 하고 사양했다.” 하였다.
[주D-002]달을 건지려는 원숭이 : 무모하게 탐혹(貪惑)만 하는 것을 비유한 말이다. 《승기율(僧祇律)》에 “5백 마리 원숭이들이 사는 나무 밑에 우물이 하나 있는데, 우물 속에 달이 비쳤다. 그러자 원숭이들은 모두 나뭇가지를 잡고 손과 꼬리를 서로 연결하여 우물로 들어가 달을 잡으려다가 나뭇가지가 부러져 한꺼번에 죽고 말았다.” 한 데서 나온 말이다.
[주D-003]양구(羊求) : 양중(羊仲)과 구중(求仲). 《삼보결록(三輔決錄)》에 “장허(蔣詡) …… 집 가운데 세 오솔길에서 양중과 구중만이 그를 따라 놀았다.” 하였다.
[주D-004]남나무[楠] : 《본초(本草)》에 “남나무는 남방(南方)에서 나는데, 잎이 예장(豫章) 잎을 닮았으며 크기는 소 귀만하다.” 하였다.
[주D-005]도솔(兜率)과 우두(牛頭)에 비기겠지 : 절이 도솔천(兜率天)에 있는 7보(寶)로 장식한 궁전과, 우두산(牛頭山)처럼 웅장하고 높은 것을 말한다. 《남사(南史)》하윤전(何胤傳)에 “세상에서 전하기를 ‘진(晉) 나라에서 대궐을 건립하려고 할 때 왕 승상(王丞相)이 우두산을 가리키면서 「저것이 천궐(天闕)이다.」하였다.’ 했다.” 하였다.
[주D-006]육안귀(六眼龜) : 눈이 여섯 개가 있는 신귀(神龜)를 말한다. 《산해경(山海經)》에 “오흥군(吳興郡) 양선현(陽羨縣) 군산(君山) 위에 연못이 있는데, 연못 속에는 육안귀가 있다.” 하였다.
[주D-007]초도(楚都) : 영주(郢州)를 가리킨 것으로, 두타사(頭陀寺)가 여기에 있었다.
[주D-008]장 유후(章留侯) : 장은 장구(章仇)인 복성(複姓)의 약칭이요, 유후는 절도사(節度使)의 별칭이니, 이는 장구겸경(章仇兼瓊)을 지칭한 것이다. 그는 영천(潁川) 사람으로 검남 절도사(劍南節度使)를 지냈다.
次韻聆首座寄林工部 幷序
予昨詣方丈。師偶言曰。禮山香川寺。是吾之舊居也。爲賊兵所歷。頽沒已久。故人林工部巡按此郡。
俾郡宰陳君具材營葺。予以詩謝之。子亦可賡和耶。因出其詩示之。卽和成一首奉呈。
吾師釋中老。於世眞爲洲。周回在巨海。高顯無狂流。自從得際斷。萬事徒悠悠。大般若曰。善現白佛
言。何菩薩與世間作洲渚。故發趣無上正等。佛言。比如巨海大小河中高顯可居。周回水斷。是名洲渚。
如是善現色。前後際斷。乃至諸佛正等。由此前後際斷。一切法斷。孤高靑霞想。躙躒支許儔。天子爲
邀致。一別煙林幽。流水戀舊浦。白雲思古丘。雖蒙賜袍寵。身若生瘡疣。又猒人世隘。譬如踈屬囚。
愛山似麋鹿。捉月非獼猴。香川是舊居。雲水好在不。悵望數間屋。摧頽半巖頭。自言旦暮去。無厚山
之羞。夢先身獨往。萬里隨輕颷。不是不勇歸。閱世故應留。幽徑久蕪沒。來訪無羊求。廢井桐圭滿。
荒階苔錦稠。或恐樵蘇輩。刈松落蒼虬。又惜林下泉。盡屬野民喉。經室鞠爲囿。旅草生油油。溪茖人
不採。阻入紫花甌。問師何苦戀。未展雪眉脩。比之鳥棲處。此若由籠抽。比之魚遊處。此可免含鉤。
薄雲鋪魯縞。恠石列荊璆。何以充㸑薪。枯楠大蔽牛。至今猶在耳。嘷鶴與鳴鳩。塵侵墨蜂髮。最是師
心憂。師雕造無量壽如來。送安是寺。故師詩。常憂野馬集。翳損靑蓮眸。每欲起殿宇。碭基删縹瑈。
臨水亞綠戶。架巖聳丹樓。中成佛龕室。彩棟蛟龍鎪。耽耽極壯麗。兜率牛頭侔。此意久未就。林泉爲
之愁。林公古丈夫。智秘龜六眸。公餘遊古寺。萬景赴冥搜。咄嗟搆飛閤。翔翮得自由。想像殿壁間。
天人列弓矛。自昔浮屠者。成物由邦侯。吾聞頭陁寺。楚都信爲樞。室就孔江夏。堂成蔡郢州。是助宗
法師。結構留千秋。層軒丹刻煥。深殿睟容柔。頭陁寺碑云。層軒延豪。又云。丹刻翬飛。睟容已安。
又聞章留後。偶向廢寺遊。世尊亦塵埃。古殿空颼飀。寺僧遇使君。告訴不自休。章公顧兵徒。棟宇俾
營修。杜甫同章留後遊山寺詩曰。雖有古殿存。世尊亦塵埃。使君騎紫馬。奉擁從西來。山僧衣藍縷。
告訴棟架摧。公爲顧兵徒。咄嗟檀施開云云。書傳名煥煥。千載尙欝攸。此輩復不見。此事復誰收。
唯師與林公。名與古人優。我亦不檢束。牽戀無五楸。誓將陪甁錫。同爲香火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