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권교체기에 기업 주총시즌까지 맞물린 요즘 각 조직의 首長 '물갈이'가 한창이다.
이때쯤 언론에 오르내리는 단골메뉴가 고위층 퇴임의 辯이다.
이들 대부분은 이임사를 통해 고사성어 등을 원용하며 그간의 소회와 조직에 대한 애정 등을 피력한 뒤, '퇴장' 한다.
반면 임기중 중도하차한 일부 인사는 불편한 심쇼ㅏ를 대놓고 쏟아내기도 하고,
어떤 이들은 무슨 연유인지 이임식을 아예 하지도 않은 체 표표히 떠났다.
사정이야 어쨌든 이들 퇴임의 변을 곱씹어보면 그 속에 각자의 인품이 슬몃슬몃 녹아 있음을 알 수 있다.
기자가 접한 가장 기억에 남는 퇴임의 변은 이구성 전 재정경제부장관이 한국과학기술원(KAIST)
테크노경영대학원 강의를 스스로 접기 직전 한 말이다.
2010년말 이 장관은 몇몇 얼론인과의 저녁 자리에서 불쑥 "이제 강의를 그만해야겠다"고 말했다.
그는 이 대학원 설립을 주도했을 만큼 이 강의에 애착이 컸다.
그의 '용퇴' 이유는 의외였다.
"언젠가 강의를 하는데 환율 상승과 하락이 입에서 몇 번 헷갈려 나오더라고.
그때 15년간 지켰던 강단에서 내려올 때가 됐구나하는 생각을 했지."
관료사회에서 존경받는 이 전 장관의 '인간적인' 고백에 동석자들은 할 말을 잃은 채 서로의 얼굴만 쳐다본 기억이 생생하다.
기자는 당시 자신에게 가혹하리만치 엄격한 그의 선비정신 앞에 숙연함을 느꼈다.
김대중 정부 때 최장수였던 김성훈 전 농림부 장관 이임의 변도 인상적이다.
당시 'DJP 재결합' 으로 자민련 출신이 임명되는 바람에 급작스레 경질 통보를 받은 김 장관은 발표
즉시 함박웃음을 띠며 기자실에 나타나 '홍시론'을 펼쳤다.
"홍시는 때되면 떨어지기 마련이니 떨어지지 않으려 해도 떨어지고, 나뭇가지가 붙잡으려 용을 써도 떨어진다."
賢者의 지헤와 여유가 묻어난 귀거래사다.
대통령이 현행법상 인사권을 행사할 수 있는 자리가 6000~70000개에 달한다고 한다.
박근혜發 '인사 쓰나미'가 막 불어닥칠 태세다.
이들 중 상당수는 '새정부의 국정철학 공유'라는 폭풍의 피해자가 될 가능성이 크다.
그러나 떠밀려 나갈지라도 퇴임의 변만큼은 남은 이들에게 깊은 울림으로 남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열심히 일한 당신에게 정호승의 시 '봄길' 일부를 소개한다.
'길이 끝나는 곳에서도 길이 되는 사람이 있다.' 박학용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