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있었던 일
문 남선
아침에 베란다 창문을 열자 강한 바람을 동반한 빗줄기가 얼굴을 때린다. 얼굴을 때리는 빗줄기에 어제 오후에 있었던 일이 생각났다. 남편 직장의 직원 결혼식에 참석한 후 우리는 김포공항 근방의 개화산을 찾았다.
녹음 우거진 여름 산의 향기가 무척이나 상큼하고 싱그러웠다. 코의 면적을 최대한 넓히고 산의 향기를 맡으며 산길을 오를 때 발밑에 무언가 이상한 것이 지나는 듯 했다. 자세히 보니 긴 띠를 형성한 개미떼의 움직임이었다. 길 양쪽이 풀숲인지라 행렬의 시작과 끝을 알 수는 없었지만 마치 그 산의 개미란 개미는 다 모인듯했다. 그 엄청난 행렬은 사람과 개미라는 차이점만 빼면 마치6.25 특집극에서 봤던 끝없던 난민 행렬과 다를 바 없었다.
이 작은 개미의 이동에도 분명 진두지휘를 하는 선두주자는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이 엄청난 이동이 있다는 지령은 어떻게 모두에게 전달되었는지……. 그들의 행동은 감탄의 수준을 넘어 일종의 신비감마저 느끼게 한다.
어제 저녁부터 장마가 시작된다는 사실을 우리는 일기예보를 통해 알았지만 이 작은 생물체는 누가 가르쳐주지 않아도 저절로 알게 되는 모양이다. 그리하여 물의 피해를 받지 않는, 어쩌면 미리 답사 해놓았을 지도 모르는 높은 곳의 안전한 아지트로 피신하고 있음이 틀림없다.
![](https://t1.daumcdn.net/cfile/cafe/1729FA314CC30D0E9C)
2004년 12월 26일 스리랑카 해변을 인공위성이 찍은 사진
(얼마 후 엄청난 해일이 밀어닥침)
작년 6월 인도네시아에서 발생했던 지진으로 인한 해일인 쓰나미를 생각해보자. 바로 앞에 파도가 밀려드는 순간까지 만물의 영장이라는 인간은 누구도 그 엄청난 재앙을 예측하지 못했었다. 하지만 쥐나 고양이 코끼리같은 동물들은 본능적으로 밀어닥칠 재앙을 미리 감지하고 피신했다지 않은가? 인간이 그들의 정확한 예지력을 미리 유추해 낼 수만 있다면 천재지변을 피할 수 있는 길을 찾을 수 있을 텐데. 그들의 본능을 통해서 과학의 힘을 능가하는 결과를 얻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하면서 산을 올랐다.
산 중턱의 편편한 곳에 돗자리를 깔고 누우니 무릉도원이 따로 없었다. 그런데 갑자기 주변이 까치 소리로 시끄러웠다. 왜 이리 심하게 까치가 울지? 했더니 남편이 나를 바라보며 자신들의 영역에 이상한 아줌마가 침입해서 화가 나서 그럴 거란다. 돗자리에 누워 하늘을 이불삼아 잠시 눈을 붙이고 싶었기에 남편한테 15분 후쯤 깨우라고 하고선 깜빡 잠이 들었다.
잠결에 남편이 내 몸을 흔들며 깨우는 것 같았다. 까치가 많이 다친 것 같아! 저길 봐!하며 남편이 가리키는 쪽을 보니 한 30미터쯤 떨어진 곳에 중년 부인이 손에 뭔가를 감싸듯 쥐고 있었다. 그 부인 말에 의하면 산을 오를 때 심하게 까치 우는 소리가 나서 살펴보니 어미 까치가 나무에서 울고 있었고 풀숲에 새끼 까치 한 마리가 떨어져 있더란다. 실수로 아마 나무에서 떨어진 모양인지 가엾게도 4개의 발가락 중 3개를 움직이지 못하고 있었다.
그렇다면 우리가 산을 오를 때 심하게 우짖던 울음소리는 누군가에게 새끼의 구원을 요청하는 까치 가족의 울음소리였단 말인가? 시끄럽던 주변이 잠시 조용했던 것은 계란 삶은 것과 물을 새끼에게 정성껏 먹이던 부인의 모습에서 자신의 새끼를 해치지 않을 거란 확신을 했기 때문인 듯했다.
예로부터 까치는 신과 인간의 중개 역할자라고 여길 정도로 영특한 새이며 특히 우리나라에선 반가움과 길조의 상징으로 여기는 새 이기도하다. 더구나 나뭇가지로 엮어 만든 까치집은 뱀이나 족제비도 들어올 수 없을 정도로 견고하고 비가와도 비 한 방울 안 샌다하니 이 얼마나 훌륭한 건축술인가?
![](https://t1.daumcdn.net/cfile/cafe/1864662E4CC30D3CA0)
쓰나미가 훑고 지나간 참옥한 현장
유년시절 어머니가 보여 주셨던 <전설 따라 삼천리> 라는 책에서 봤던 까치에 대한 전설이 생각났다. 한 선비가 깊은 산골을 가던 중 까치가 너무 슬피 울어서 위를 바라 봤더니 뱀이 까치 새끼를 잡아먹으려고 하기에 활을 쏘아 뱀을 죽였다한다. 그리고 밤늦게 젊은 여자 혼자 사는 외딴 집에서 잠시 묵으며 잠을 자던 중 숨이 막혀 눈을 떠보니 커다란 구렁이가 선비의 온 몸을 칭칭 감고 있었다했다. 낮에 선비의 활에 맞아 죽은 뱀이 자신의 남편이라며 원수를 갚겠다기에 죄 없는 여린 새를 네 남편이 죽이려기에 그럴 수밖에 없었다.고 얘기하자 그 구렁이 왈. 내일 새벽 빈 절의 종이 세 번 울리면 너를 살려 주마고 했단다. 빈 절에 종이 울릴 리는 만무할 터. 모든 걸 운명에 맡기고 있을 때 땡 땡 땡 하는 종소리가 들렸고 뱀은 약속대로 선비의 몸을 풀어 주었다한다.
너무도 이상해서 그 종각을 가 봤더니 머리에 피가 낭자한 까치 두 마리가 죽어 있었다는 슬픈 얘기다. 마지막 종소리는 희미하게 들렸다하니 아마도 그건 선비에 대한 보은의 마음으로 까치 부부가 사력을 다해 종을 향해 돌진했기 때문이 아닐까. 까치가 보은을 상징하는 새란 것도 아마 이 전설 탓 인듯하다.
휴일이라 동물병원의 문을 여는 곳이 없을 것 같다며 걱정스럽게 새끼 까치를 안고 자리를 뜨는 부인에게 말했다. 까치가 아줌마를 엄마인 줄 알겠네요. 그리고 꼭 은혜를 갚을 거예요.라고.
세차게 떨어지는 빗줄기를 바라보니 어제일이 생각난다. 그 사려 깊은 부인이 까치 다리를 치료해서 어제 그 자리에서 꼭 까치 가족과의 재회가 이루어졌으면 ……. 그리고 개미나 쥐 고양이 같은 동물 모두가 이번 장맛비에 큰 피해를 당하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2005년 6월 27일
첫댓글 지구촌이 자연재해로 연일 몸살을 앓습니다. 5년 전 인도네시아와 스리랑카 말레이시아등을 덥쳤던 쓰나미를 기억하고 있는 우리들에게 최근엔 아이티와 칠레의 지진, 그리고 대만과 일본의 심상치 않은 징조.......우리 나라의 이상 기온으로 인한 폭설과 국지성 호우, 이러다 지구가 멸망하는 건 아닌가하는 걱정이 됩니다.
자연을사랑하는.마음.그자체가.아름답읍니다
엥? 오라버니 오랫만이네여. 워디 댕겨왔심껴? ㅎㅎㅎㅎㅎ
도법자연이란 말이 생각납니다. 자연의 순리에 따라야 하는데 지구의 심장에 있는 휼륭한 자원은 있는 데로 몽~땅 퍼 올려 인간의 소유물로 이용하고, 인간이 써다버린 온갓 환경오염성 쓰레기는 지구 심장속으로 파 묻으니, 이제 지구도 짜증 낼만도 합니다. ㅎㅎㅎ
지구 온난화 탓에 북극이나 남극의 빙하가 요즘은 너무 빨리 녹아 없어진다고 합니다. 아마존의 밀림지대도 파괴하고 또 파괴하다보면 결국 그 피해는 우리 인간에게 돌아옵니다. 요즘은 눈이와도 비가와도..... 걱정되는 부분이 넘 많아요. 나같은 범인도 이리 걱정이 많은데 부처님이나 예수님이 보시기에 우리 인간과 동물들의 장래가 얼마나 걱정이 되었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