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금 맞는 새로운 12월에

[박동환]

 가을은 아무런 미련 없이 떠날 채비를 마쳤습니다.

 온 산의 단풍이 이내 떨어질까 봐 가을비 한 번 올 때마다 소마소마 마음이 급했었는데 유난히 풍성한 노란 은행잎이 도로 위를 뒹굽니다. 미화원아저씨의 손길도 마냥 바쁜 아침입니다.

  감사하게도 수고로움도 없이 아무런 댓가도 치루지 않고도 또 다른 12월의 초하루를 맞습니다.

  12월 초하루 아침 문안 인사를 올립니다.

  11월 21일부터 신(新)도서정가제가 시행되었다. 기존 거래 판도를 뒤흔들 변화와 조짐이 보인다.

  그러나, KDI 보고서의 전망은 부정적이고 어둡다. 새로운 도서정가제가 소비자의 편익을 훼손하고 책시장을 위축시킬 거라는 게 결론이다.

  나는 일 년에 어느 정도의 도서비를 지출하는지 대략적인 계산을 해보았다. 전문서적을 제외한 일반 서적으로 지출하는 금액은 2십만 원 내외가 될 듯 싶다.

  다행스럽게도 보수동 책방골목에서 헐값에 수십 권의 시집과 단편집 수필집 등을 사는 것은 헌책이기에 정가제의 감옥에서 벗어날 수는 있을게다.

  모든 가격 규제가 그렇듯 도서정가제도 후유증을 예고한다. 사실상 책값이 오르는 것도 그렇고, 책 거래가 움츠러들면 시장 참여자 모두가 손해를 보게 된다. 그렇다고 이번기회에 유통질서가 확실히 잡힐 것 같지도 않고 여전히 ‘편법 할인’의 여지는 남겨져 있다.

길이 아닌 게 빤히 보이는데도 일단 가보자는 정책, 그것이 우리사회에서 통할 수 있는 것일까?

  근간의 복지정책은 세대간의 부담의 형평과 노블레스 오블리주의 맥락에서 접근이 필요하다고 본다.

  적자의 누적은 다음 세대에게 큰 짐이 되는 만큼 연금 개혁은 절박하고 시급한 과제이다. 사실 교원, 공무원 등의 연금은 일반인에 비해 지나치게 많이 지급되고 있다.

연금 개혁안은 현 공무원들이나 은퇴자들의 양보와 희생이 절대적으로 요구되는 사안이다.

  아이러니하게도 연금의 폭탄수혜자인 국회의원들이 자기네의 몫은 지키면서 공무원들에게 희생을 강요하는 건 앞뒤가 맞지 않는 행동이다. 그네들 자신부터 모범을 보이고 희생을 각오해야한다.

  이참에 국회의원들의 세비를 적어도 30% 정도 삭감하겠다는 자세여야하고 기여금 한 푼 안 내고 받고 있는 기존 국회의원 연금은 기초연금이나 국민연금으로 대체되어야 마땅하다.

 수령 연금은 자신들이 낸 기여금에 합당한 수준이어야 한다는 것이 상식이고 그게 당연하다. 기여금을 한 푼도 안 낸 국회의원 등 공직자들의 경우 왜 자신들이 연금을 받아야하는지에 대해 명분은 없다.

  우리는 참 이상한 나라에서 살아가고 있다. 무상보육, 무상급식 같은 보편적 복지에는 이른바 보수언론과 보수주의자들이 눈에 쌍심지를 켜고 나라가 망한다고 난리에 난리다.

  그러나 의혹투성이이고 부실덩어리 국책사업이 나라재정을 파탄지경으로 몰고 가도, 막대한 국부가 유출되어도, 그 손실이 국민부담으로 전가되어도 그들은 침묵한다. 우선순위가 문제가 아니고 판돈의 크기가 아니라 국민들의 알권리를 막아버리고서는 권력을 등에 업고 득세하는 자들은 국민세금으로 먹자판 잔치를 벌이고 있으니 일반국민은 늘 불안하고 걱정으로 하루하루를 살아간다.

  4대강 사업은 환경재앙을 우려하던 소리가 현실로 나타나고 있다. 이따금씩 고향을 오가며 마을 앞을 흐르던 맑은 개울물에는 습지가 있었고 자연스럽게 이루어진 둑에는 각종 민물고기와 새우와 민물장어가 살았었다.

  강바닥을 퍼내서 16개 보(洑)를 만들어 흐르는 물을 가두니 물이 썩어 악취가 진동을 하고 녹조는 계절을 잊었고 흉측한 큰빗이끼벌레가 득실거리고 물고기가 떼죽음한다. 강 길을 따라 펼쳐졌던 농지, 습지, 수림은 사라졌다. 4대강은 죽어가고 있다. 그런데도 현 정권도 깨진 독에 물 붓듯이 어디서 나오는지 세금을 쏟아 붓는다.

  해외자원투자는 투자손실액만도 35조원에 달해 에너지 공기업들이 재정파탄에 처한 상태이고 2018년까지 30조원 넘게 더 투자해야 한다고도 한다.

  방위산업도 부정부패의 온상이다.

  공급자가 소수라서 경쟁이 제한적인데 군대는 조직의 폐쇄성으로 인해 외부의 감시가 사실상 차단되어 있다. 여기에다 공급자, 중개상, 수용자가 연고주의에 따라 군사관학교 출신 끼리끼리 똘똘 뭉쳐 서로가 밀고 당기며 공동이익집단이 되어버렸나 보다.

방산비리와 군수비리가 간헐적으로 터져 나오지만 군사기밀과 군사안보라는 그늘에 가려 그 실체가 드러나지는 않고 있다.

우리는 국민이 봉인 나라에 살고 있다.

이상한 나라에 사는 우리에게는 극단과 모순이 있다. 그것은 바로 국민들이 정부를 바라보는 태도에 있다. 국민은 정부를 신뢰하지 않는다. 그러나 무슨 일이 터지면 다 같이 정부를 쳐다본다. 정부의 몫이 아닌 일까지 정부더러 해결하라고 한다. 정부는 자신들의 몫도 제대로 해내지 못하기에 해결할 수가 없다.

  우리는 대안 없이 일단 저질러 보는 정부를 신뢰할 수 없다.

 도서정가제가 그러하고 해경해체가 그렇다. 우리는 대안을 먼저 만들고 그에 따라 해경을 해체하기로 한 게 아니라 일단 해경을 해체하기로 해놓고 대안을 마련했다.

 국민안전처 소속 해양경비안전본부. 그렇지 않아도 해경이 해체된 후 중국 불법어선이 서해바다를 심지어는 동해바다까지 싹쓸이 한다고 하니....

 해경이 그 거대 조직내에서 어떻게 본연의 임무를 수행할 수 있을까?

  11월의 말일은 묘사를 모시기 위해 함양 서하의 숭조당을 다녀왔습니다. 꼭 20년 전인 94년도에 종중등록을 하고 흩어져 있던 농지와 임야를 종중 명의로 이전등기를 경료하고 숭조당을 마련하여 윗 대 조상들을 안치하기까지 많은 세월을 집안일에 봉사하였지만 후세의 자손들은 이를 대물림할 수 있을는지 의문입니다.

  지금도 대부분의 젊은 세대는 묘사에 대한 관심이 없어서 숭조사상이 엷어지는 세상에 언젠가는 이러한 종사가 모두 없어져 버릴지도 모른다는 생각도 해봅니다.

  그래도 이런 만남의 자리에서 8촌은 아주 가까운 사이이고 10촌 이내의 친척을 알고 지낸다는 것도 의미있는 삶일 수 있습니다.

  세월은 정말 바쁘게 제 갈 길을 가고 있습니다. 눈에 익은 풍경 모두가 떠나는 채비만 하고 있습니다. 다음 순번의 누군가를 위해 자리를 비우는 세월은 곁눈길 한 번 주지 않습니다.

  말없이 떠나는 모든 것들은 이내 그리움들입니다.

 이제는 겨울채비를 해야 할 때인가 봅니다. 옷장속의 세월을 털고 겨울 옷들을 꺼내야겠습니다. 떠나는 것들에게는 미련 없이 떠남을 이해하고 다가서는 인연들에게 소중함과 감사함을 전해야겠습니다.

  아침햇살에 사무실의 화초와 나무들은 연초록의 맑은 빛깔로 마음을 편안하게 합니다.  

 아마도 12월에는 좋은 날들로 채워질 것 같습니다. 12월에도 나날이 건강하시고 하시는 모든 일들이 형통하시고 행복하시기 바랍니다. 묵묵히 지켜봐 주시는 님에게 감사함을 전합니다.

                                                          2014년 12월 초하루

                                           세금나라 박 동 환 올림

[진주]

봄같이 따스한 가을에서 갑자기 겨울로 바뀐듯,,,, 세찬 바람이 어깨를 움츠리게 합니다.
길거리 바람에 나부끼는 노란 은행잎처럼 갈곳도 할일도 잃어버린듯,,,

12월도 평안한 나날되시길 바랍니다.

[박동환]

삶의 전환점에서 겪는 일종의 방향감각을 잃은 듯한 그런 느낌이랄까.
다시금 차분하게 자신의 자리를 지켜가면 그곳에도 삶의 향기가 묻어 날 것입니다.
좋은 날들 되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