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정기산행
언제 : 2010년 09월12일
누구와 : KT산악회 회원
어디로 : 운길산(610 m)
이번 주 내내 비가 내린다. 토요일엔 인천에서 같이 퇴직한 단짝(동창들이며 퇴직동료) 4인방이 매달 한번씩 산행하는 날이다. 퇴직하고 나니 점점 멀어지는 것 같아 제안 했던 것이 벌써 여섯 번째가 된다. 비가와도 행사 진행한다고 하니 우중산행 준비하고 오라고 연락해 놓고, 잠결에 펴 붓는 빗소리에 새벽잠을 설친다. 다행이 우리가 산행하는 동안 삼각산은 안개비만 잠시 내리고 오은선과 함께하는 행사는 잘 마무리 되었다. 매달 산행 후 뒤풀이는 간단하게 하자고 다짐하지만 이번에도 산성입구에서 막걸리로 돌려 마지막 소주파티까지 기어코 하고 헤어진다. 집에 들어오니 와이프 내일 산행 어떻게 하려고 그렇게 펴(?)마셨냐고 한다. 새삼 나도 걱정이 앞서지만 속에 있는걸 내 보낼 수 도 없어 일찍 잠자리에 들어간다.
일요일 아침에도 여지없이 내리는 비를 보면서 도시락을 주섬주섬 챙겨준다. 한쪽에 조그마한 반찬통을 덤으로 주면서 승호씨 주랜다.
우잉~ 걔가 뭐가 좋다고. 술에 속 쓰려 마음에 속 쓰려. ㅋㅋㅋ
일찍 일어 났으니 휴게소에 도착하면 해장국이나 먹어야지 생각 미역국 국물만 마시고 일어나니 그래도 속이 개운하다.
비가 뿌리는 강변역에 도착하니 몇몇 분이 반겨준다. 출발시간은 다가와도 인원이 증가하질 안으니 모두들 눈치만 보다 의견들을 모아 차량을 돌려보낸다. 이번 산행은 오대산 국립공원 안에 위치한 황병산이였지만 오늘 비로 인하여 국립공원이 통제가 되면 낭패(어제 북한산도 통제하여 백운대까지 못 가고 위문까지 다녀왔음)라 생각하여 인근에 있는 운길산으로 결정 회원들 차량을 이용하기로 하고 출발이다. 운길산 역에서 만나기로 하고 각자 출발, 이 몸은 만우 차에 동승 새 차라 좋긴 좋다.ㅋㅋㅋ.
가을 장마로 인하여 한강물은 황토색으로 넘실대며 팔당댐을 지나며 잠시 정차 수위조절하기 위한 수문 개방으로 흰 포말을 연신 뽑아내는 멋진 모습도 관광 후 운길산 역에 도착 수종사 내 주차장으로 진행하다 궁금하여 김영주 감사님에게 전화하니 운길산역 주차장이란다. 다시 백하여 도착하니 모두 그곳에 있다. 약간씩 내리는 비는 산행에 그리 어려움은 없을 것 같고 모두 도착하니 출발 준비다. 이른 아침이기에 다른 등산객은 보이지 않고 역 앞에 설치되어 있는 등산안내를 정종백 자문위원님이 설명을 한다. 지난 8월 대만 최고봉인 옥산(3,997m)산행 전 훈련차 방문했다고 하시면서…… 하기 사 나도 6월에 친구들과 산행하고 장어도 먹은 기억이 떠오른다.
운길산(610m)은 서울에서 동쪽으로 40km 북한강과 남한강이 합류되는 양수리(두물머리)에서 서북쪽으로 4km 거리에 솟아 있는 산이며, 중앙선 복선 전철화에 따른 선로 이설로 인해 폐역 된 능내역을 대신하여 2008년12월에 산행기점이 되는 진중리에 운길산역을 신설 개통하여 한층 교통이 편리하다. 서쪽의 적갑산(561m)과 예봉산(683m)을 종주할 때 기준점이 되는 산이기도 하며 특히 산 중턱에 있는 수종사에는 지방문화재 제 22호인 팔각 5층석탑과 500년이 넘는 수령을 자랑하는 은행나무가 있고 물 맛이 좋아 차와도 인연이 깊은 곳이다. 무엇보다도 남한강과 북한강을 한눈에 내려다 보이는 경관이 뛰어나 해동 제일의 사찰이라 말한다. 여섯 왕을 섬긴 조선 초 문신이며 학자인 서거정이 말하기를『동방사찰 중 제일의 전망』이라 격찬한 수종사에는 서거정, 초의선사, 정약용, 송인, 이이 등이 머물던 곳으로 시 몇 수가 전해지고 있다. 산세가 부드럽고 등산로가 순탄하여 가족산행이나 가벼운 주말산행에 적합한 곳이며 두물머리의 아침에 피어나는 물안개와 부근에 연꽃공원인 세미원도 볼거리다.
대합실에서 나와 오른쪽으로50여 메타 아스팔트 길을 걸어가면 지하도가 나오며 비닐하우스 사이를 지나 진중교 아래 힘차게 내려가는 물소리를 들으며 진중리로 접어 든다. 지난 늦은 봄에 방문했을 때는 패랭이꽃이 담장에 아름답게 피어 있던 기억을 떠올리며 멀어져 가는 선두를 보고 발걸음을 재촉한다. 생태농장 초록향기에서 설치해 놓은 수차와 철로에 오랜만에 중앙선 열차가 달리는 모습이 다가온다. 논에는 이삭이 피어 고개 숙이려고 하지만 때도 안인 비가 내려 농민들에게 근심거리를 만들고 있다. 마을 어귀에서 왼쪽으로 접어들면서 음식점(운길산 해맞이농원) 옆을 지나 마을 마지막 집 앞에서 시작하는 2코스로 산행이 시작된다. 바로 목재나무 다리를 건너 들어가니 등산로는 잘되어 있고 계곡에서 내려오는 물줄기가 세차다. 개울물을 건너며 경사진 산길을 오르니 습기가 많아 땀이 줄줄 흐른다. 초입에서 20여분 올라 오른쪽으로 꺾이는 이정표가 있는 능선으로 올라선다. 잠시 휴식하며 과일을 나누어먹고 10여분 오르니 전망이 좋은 바위가 나온다. 북한강과 남한강이 만나는 두물머리가 조망되고 마주 보이는 예봉산에는 구름이 걸려있다. 조금씩 내리던 비도 멈추고 간간히 불어주는 바람이 조금만 휴식하면 한기를 느끼게 만든다. 선두가 먼발치에서 휴식하는 모습이 보이다 우리가 올라오는 모습을 보이면 자취를 감추고 한다. 운길산 0.9Km 남은 이정표와 휴식할 수 있는 벤치가 있어 잠시 휴식하며 요즘 살아가는 이야기들을 늘어 놓는다. 모두들 자세히는 표현하지 않지만 힘든 모습들이 눈에 보인다. 경사가 심한 곳은 헉헉거리고 누군가 언제부터 시작 했는지 성황당 돌무더기가 꽤 크게 이루어 져 있다. 오름 짓을 하면서 무엇을 그리 소원 했을까 싶지만 나 또한 돌 하나를 주워 올리면서 가족의 무 탈이 우선 머리에 떠오르니 산행 출발하면서 길옆 이정표에서 본 다산 정약용의 하피첩이라는 싯글이 떠오른다.
하피첩
정약용
병든 아내가 헤진 치마를 보내왔네
천리 먼 길 애듯한 정을 담아 왔네
흘러간 세월에 붉은 빛 다 바래서
만년에 서글픔을 가눌 수 없구나
마름질로 작은 서첩을 만들어
아들을 일깨우는 글을 적는다
부디 어버이 마음을 잘 헤아려
평생토록 가슴에 새기려무나.
전남 강진에서 유배 중이던 다산이 1810년 한양에서 아내가 보내준 치마에 글을 써서「하피첩」이란 이름으로 아내가 '부부의 정'을 기억해달라고 보내온 치마에 자녀에 대한 애정을 표현한 것으로 멀리 유배지에서도 가족을 생각하는 마음이 남달랐다고 생각한다.
역에서 출발한지 한 시간20분만에 수종사와 정상 갈리는 헬기장 앞 쉼터에 당도한다. 선두는 벌써 도착, 탁자에서 여유로운 휴식을 하고 과일을 나누어 먹는다. 정상까지는 0.3Km, 휴식 후 헬기장으로 내려오니 지난번 막걸리 파는 가게가 장사진이었는데 아직 출근 전인가 보다. 플라스틱 탁자와 의자들이 숲 속에 숨겨져 있는 것이 눈에 들어 온다. 10분 만에 정상에 오르니 데크로 설치한 전망대와 정상석이 반긴다. 옆에는 성인봉(聖人峯)이라 바위에 새겨있다 왼쪽 건너편엔 운길산도 안인 예봉산 정상이 구름에 가려져 있다. 자기도 운길산 하고 싶은가.ㅋㅋㅋ
일찍 도착하니 산객들이 없어 아침 겸 점심식사자리를 전망데크에 펼친다. 정상에서 감로주파는 분이 도착하여 준비 중이라 막걸리 2병을 시키고 오랜만에 참석한 손홍렬팀장이 가지고 온 안동소주 한잔에 정상의 맛을 느끼며 승호넘이 좋아하는 갈치젓을 건네니 밥에 비벼서 잘도 먹는다. 등반부장이 끓여주는 커피 맛도 일품이며 만우가 깍아주는 과일도 입에 넣으니 살살 녹는다. 오랜만에 정기산행에 여유로운 모습들이다. 이제 조금씩 산객들이 올라오니 우리도 자리를 내줘야 할 시간, 단체(?)사진을 찍고 배낭을 멘다. 이곳까지 올라와 갈증 해소를 돕는 감로주 파는 부부 옆에는 정약용의 생애 마지막 글인 결혼60주년이라는 애듯한 시가 이정표 옆에 걸려있다. 지난2008년 3월 로부체 원정팀 하중훈련으로 예봉-운길산 왔던 기억이 떠오른다. 그때 예봉산에서 마신 감로주가 꿀맛이었는데 은근히 한잔 마시고 싶은데 그냥 하산하는 회원들 뒤꽁무니만 따라간다. 그거 마시려고 막걸리도 마시질 안 했는데…… 나중에 다시 와야지. 우린 헬기장 갈림길에서 왼쪽 수종사 방향(1코스)으로 길을 잡는다. 5분여 내려오니 오른쪽으로 길잡이가 되어 있고 직진하면 수종사 뒤길 하산(3코스)코스인 절상봉(522m)이 있다 내려가는 하산 길은 급경사이다. 등산로 옆은 밧줄로 안전장치는 되어 있지만 비 온 후라 좀 더 조심을 해서 내려간다. 한참을 내려가는데 손홍렬팀장이 뭔가를 읽고 있어 보니 알아두면 재미있는 토막 산림상식 9가지가 적혀있는 게시판을 본다. 머릿속에 넣어두면 좋은 상식이지만 그냥 웃고 만다. 너덜과 돌계단을 힘들게 내려와 왼쪽으로 이어지는 수종사 입구에 당도, 이번 태풍이 쓸고 간 흔적들이 여기저기 보이며 물줄기가 바위 여기저기에서 흘러나온다. 돌계단을 올라 옆으로 약수가 있어 한 바가지 마셔보니 이곳 찻방에서 사용하는 물이라 그런지 물맛이 괜찮다. 다원 옆으로 두물머리 전망을 할 수 있는 곳이 있어 사진을 찍기 위한 관광객들이 줄 서있다. 이런 멋진 풍광을 보기 위함이니라!! 여러 번 방문했지만 이번처럼 두물머리가 가깝게 보이는 건 처음이다. 우리강산의 젖줄인 한강을 만들기 위하여 금강산에서 발원하는 북한강물과 대덕산에서 발원하는 남한강물이 수백 킬로의 긴 여행 끝에 만나는 이 곳은 양쪽의 강물이 만나는 모습은 형용 할 수 없는 용들의 소용돌이 치 듯한 흐름이 있다고 한다. 두물머리의 물빛과 그 너머 구름으로 약간씩 가려진 산세를 보노라면 옆에 있는 다원으로 들어가 차 한잔 마시고픈 마음이 절로 생긴다. 다만 한가지 아쉬움이 남는 건 두물머리 바로 앞에 세워진 양수대교가 거슬린다. 아무리 산수를 즐길 줄 모른다 해도 선인들이 감탄한 풍경을 이처럼 현대에 와서 모습을 변화시킬까! 마치 명화 한 폭에 무뢰한이 붓으로 한일(-)자를 쓴 것처럼 보기 흉한 모습에 쓸쓸한 마음달래며 발길을 돌린다. 수종사 부도와 5층 석탑을 지나 해탈문 앞 세조가 심었다는 은행나무가 500년의 세월의 풍상을 이겨내고 진 푸른 색으로 날 반긴다. 해탈문을 나와 직진하면 송촌리지만 요즘은 역이 생기고 많은 이들은 오른쪽 일주 문 방향으로 하산하는 편이다. 하산하면서도 회원들은 두물머리의 멋진 모습에 하산 길을 느리게 한다. 일주 문 도착 전 길옆에 큰 참나무가 뿌리째 물을 흘러 보내니 머리를 식힐 겸 승호넘이 그곳에 머리를 댄다. 이 물로 머리 감으면 머리털이 안 빠진다면서…… 거짓인지 알면서도 나도 하고 싶은 충동을 참으면서 사진한방 찍는다. 지하에서 나오는 물이 아니기에 시원하진 안겠지만 언제 이런 행동을 할까 이런 행동이 가슴 깊이 남아 옛추억을 말할 때가 있겠지 싶다. 이곳도 예외는 없나 보다 MTB팀들이 저단기어를 놓고 식식거리면서 페달을 발고 있다. 멋진 모습이지만 남자들은 전립선 손상의 원인도 된다기에 나도 이런 산속으로 잔차 끌고 오고 싶어도 무리하게 살지 말자고 다짐 주말이면 잠깐씩 주변 한강에서 달리고 있다. 일주문을 지나 포장도로를 내려가 맞은편 산으로 들어가면 팔각정이 나오며 좀 더 내려가면 2코스 계곡길이 나오기에 우린 오른쪽 방향 산속으로 들어간다. 누구는 산속으로 또 들어가냐고 하고 나 또한 스틱에 묻은 흙 씻었는데 라고 씨부렁거리지만 갈 곳은 한곳이기에 따라 내려간다. ㅋㅋㅋ (팔각정 방향 하산 길 (1코스)은 계속 포장도로임) 어느덧 아침에 올라온 나무다리 길을 지나 숲 가에서 청솔모가 뭔가를 물고 지나가는 모습과 부추꽂이 하얀 게 피어 있는 모습을 본다. 나비들이 날아다니는 것을 보니 만우가 올라가 한 주먹 꽃을 따다 나누어 줘 먹어보니 매우 맵다. 며칠 전 모 방송에서 저녁 늦게 중견 탤런트와 야생초 연구가가 진행하는 프로를 보니 야생초의 효능과 먹지 못하는 풀이 거의 없다고 하며 둘이 맞장구를 친다. 예전부터 한강주변에서 잡히는 장어요리가 이곳에 유명하다 하여 역 앞에 장어집이 즐비하지만 지난번 맛본 한강어부 집이라는 곳으로 가보니 장어가 안 잡혀 요즘은 매운탕만 한다고 사장님이 옆에서 주낙을 대바구니에 정리하면서 매운탕 드시지요 한다. 이 집이 맛 집인 것 같지만 할 수 없이 다른 집으로 가 장어 맛을 보고 나오니 운길산 정상에 구름이 걸려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