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식물 이름 찾아 떠나는 여행 20>
아귀
“학명은 Lophiomus setigerus(VAHL)이다. 몸이 현저하게 등배 쪽으로 납작하여 넓적하고 머리 폭이 넓다. 입이 아주 크고 아래턱이 위턱보다 길다. 몸은 부드럽고 비늘이 없으며 많은 피질돌기(皮質突起)가 있다. 몸빛은 황갈색이고 담색의 반점이 산재한다. 서남부 연해와 동해남부 연해에 분포하고, 또 일본·중국·필리핀 등을 비롯하여 여러 곳에 분포한다. 암초성(巖礁性) 혹은 해조류가 있는 해저에 서식하며 봄에 산란한다.”(인터넷 자료)
아귀는 맛이 있으며 아귀찜은 별미입니다. 살이 맛이 있을 뿐 아니라 내장도 맛이 있어 살보다 낫다고 합니다. 쭉 찢어진 입, 넓적한 몸집, 거무죽죽한 표피, 미끈미끈한 점액 등으로 흉측한 물고기의 대명사처럼 불리던 생선의 표준어 명칭은 아귀입니다. 그러나 ‘아구’라는 이름으로 더 많이 불립니다. 겹모음 ‘ㅟ’보다 홑모음 ‘ㅜ’가 발음하기 더 좋은 탓도 있을 것이고 아귀의 생김새가 ‘입’을 속되게 부르는 ’아구‘를 연상케 하는 탓도 있을 것입니다.
<자산어보>에 속명 아구어(餓口魚)’라는 이름으로 실려 있습니다. 큰 것은 2척 정도이고 모양이 올챙이 같다고 하였고, 또 머리 위에는 두 개의 낚싯대가 있고 그 위에는 낚싯줄이 있으며 그 끝에는 밥알 같은 미끼가 있는데, 낚싯줄과 미끼를 놀려 물고기가 이를 먹으러 달려들면 잡아먹는다고 하였습니다. 그래서 ‘조사어(釣絲魚)라는 이름도 붙여 놓았습니다. 아귀의 뱃속에는 통째로 삼킨 고급어가 들어 있는 수가 있습니다. 이 때문에 ‘아꾸 먹고 가자미 먹고’ 하는 속담이 생겼습니다. ‘아꾸’는 아귀의 방언이며, 이 속담은 일거양득이라는 뜻입니다.
일반적인 아귀류를 비롯하여 초롱아귀, 부치, 씬벵이 등을 포함한 전반적인 아귀 무리는 다른 고기를 낚시해 잡아먹는다고 Anglerfish(낚시고기)라고 부릅니다. 하지만 우리나라에서나 일본 등에서 요리로 쓰는 일반 아귀인 황아귀 류는 Monkfish(수도자고기)라고 부릅니다. 영국을 비롯한 유럽권 영어에서 많이 쓰는데, 근엄하고 경건해서가 아니라, 마치 가톨릭(천주교) 수사(남성 수도자)가 수도복에 달린 모자(후드)를 뒤집어쓴 것처럼 음침해 보였기 때문이라 합니다.
아귀는 옛날 거름이나 사료로 사용했을 뿐 사람들이 먹지 않는 고기였습니다. 어부들조차 힘들여 잡은 아귀를 거름용으로밖에 쓰지 못한다고 해서 바닷가에 그대로 쌓아 두거나 그물에 걸려 올라오는 아귀를 재수 없다고 바닷물에 도로 던져 넣었습니다. 물에 던져질 때 ‘텀벙’ 소리가 났다 해서 인천 지역에 가면 ‘물텀벙이’라는 별명으로 불립니다. 부산 · 경남 지방에서는 ‘물곰’이라고 불렀는데, 경상도 식 센 발음으로 ‘물꼼’이 되었다가 ‘물꽁’으로 변음되었고 그 후 ‘물꿩’으로도 불리게 되었다 합니다. 또 큰 턱(顎, 악)과 위(胃, 위)를 가진 생김새를 지칭한 '악위(顎胃)'에서 유래됐다는 설도 있습니다. 그 외 아꾸, 망청어, 망챙어, 반성어, 귀임이, 꺽정이 등의 다양한 방언으로 불리기도 합니다.
아귀라는 고기의 이름은 불교적 세계관에서 유래한 것이라는 설이 유력합니다. 아귀는 불가에서 계율을 어겨 아귀도(餓鬼道)에 떨어진 귀신을 말하는데, 몸이 앙상하게 마르고 목구멍이 바늘구멍 같아서 음식을 삼킬 수 없으므로 항상 굶주림에 지쳐 있다고 합니다. 아귀라는 이름도 입이 크고 먹을 것을 밝히는 속성이 지옥의 아귀를 닮았다고 해서 붙여졌다는 것입니다. 지옥에서 올라온 악마처럼 흉측한 몰골을 하고 있어 유럽이나 미국 등지에서는 아귀를 ‘악마의 물고기(devil fish)’라 부르기도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