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들이 ‘무엇에 도전하자’고 할 때 반드시 그것을 방해하려는 작용이 나타나기 마련입니다. 그중에서도 욕망을 충동하고, 혹은 인간관계나 병 따위로 우리들을 괴롭히고 불도수행을 더 이상 못하게 막는 작용을 ‘마의 십군(十軍)’이라고 하며, 마왕에게 복종하는 10종류 번뇌의 군세(軍勢)를 말합니다.
남인도의 논사(論師)인 용수가 쓴 ‘대지도론(大智度論)’에는 ‘욕(欲)’ ‘우수(憂愁)’ ‘기갈(飢渴)’ ‘갈애(渴愛)’ ‘수면(睡眠)’ ‘포외(怖畏)’ ‘의회(疑悔)’ ‘진에(瞋恚)’ ‘이양허칭(利養虛稱)’ ‘자고멸인(自高蔑人)’이라고 씌어 있습니다.
① 욕(慾)은 욕망에 얽매여 수행을 게을리 하는 것으로 욕망에 져서 불도수행을 그치는 사람은 마의 군문(軍門)에 항복한 사람입니다.
② 우수(憂愁)는 매사 근심스럽게 생각하며, 슬픔에 마음을 빼앗겨 신심에 힘쓰지 못하는 상태입니다.
③ 기갈(飢渴)은 굶주림과 목마름에 시달리는 것으로 아무것도 하지 못하는 상태입니다. 활동을 하려고 해도 배가 고파 몸을 움직일 기력도 없고 교통비도 없다, 그러니까 그만두자는 심리라고 할 수 있습니다.
④ 갈애(渴愛)는 애욕 따위, 눈, 귀, 코, 혀, 몸의 오관을 통해 일어나는 다섯 가지 욕망에 집착해 그것을 얻는 데만 급급해서 신심을 버리고 마는 일입니다. 예를 들면 이성에 대한 애착이라든가, 술, 담배 등 쾌락에 탐닉하는 것입니다.
⑤ 수면(睡眠)은 이른바 수마이며, 석존도 깨달음을 얻기까지 이 수마와 열심히 싸웠습니다. 수마가 몰려오지 않도록 하려면 규칙적이고 바른 생활을 확립해 수면을 충분히 취하도록 유의해야 합니다.
⑥ 포외(怖畏)는, 예를 들면 삼류의 강적에 두려워해서 겁쟁이가 되는 것입니다. 신심을 한다고 주위 사람들이 이상하게 보거나 따돌릴지도 모릅니다.
⑦ 의회(疑悔)는 의심이나 후회의 마음을 일으키는 것입니다. 모처럼 신심을 하게 되었는데 어본존을 의심하고, 연합회를 의심하고, 난이 다투어 일어나면 ‘신심 따위 하지 말 걸 그랬다’고 후회를 합니다. 그런 어둡고 음침한 마음을 물리치려면 상쾌한 창제로 마음을 정해야 합니다. 거기에 환희와 대공덕이 있습니다.
⑧ 진에(瞋恚)는 자기 뜻에 맞지 않는 것에 노하고 한을 품어, 바른 가치판단을 할 수 없는 것으로 원질입니다. 신심 지도를 받으면 ‘쓸데없는 참견’이라고 성을 내고 원질하거나 또 본인을 생각해서 어서(御書)에 비춰 잘못된 신심을 지적해도 화를 내고 원망하는 것입니다.
⑨ 이양허칭(利養虛稱)은 재물을 탐하고 허무한 명성, 평판을 얻는 것입니다. 즉 명문명리를 좇아 신심을 얕보고 성불로 가는 길에서 벗어나는 삶의 자세로 명예나 지위는 영원한 생명관에서 보면 덧없는 꿈과 같은 것입니다. 그것에 마음을 빼앗겨 신심을 잊는다면 어리석은 일이지요.
⑩ 자고멸인(自高蔑人)은 자기를 높이고 남을 내려다보는 것이며, 은혜를 망각한 반역자의 공통점입니다. 교만한 생명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만심에 차면 누구의 말도 듣지 않고 연합회 조직에 들어가 겸허하게 불법을 배울 수 없게 됩니다.
‘십군’이라고 하는 이러한 온갖 마의 작용도 결국에는 본인의 신심으로 그것을 선지식[(善知識): 선연]으로 삼을 수도 있고 악지식[(惡知識): 악연]으로 삼을 수도 있습니다. 어떠한 역경에 처해도 그것이 그대로 마가 되지는 않습니다. 어떻게 받아들이느냐로, 일념에 따라 마가 되기도 하고 신심을 향상시키는 힘이 되기도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