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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색(李穡)이 중국에 들어가 과거에 응시해 장원 급제를 하니,
그 명성이 중국 땅을 울렸다.
한 절에 도착하자 절의 중이 예를 갖추어 말했다.
그대가 동쪽나라의 문사로 중국에서 장원 급제했다는 말을 물리도록 들었는데,
지금 만나 보게 되어 얼마나 다행인지 모르겠습니다.
조금 있다가 어떤 사람이 떡을 가지고 와서 올렸다.. 중이 이에 시 한 구절을 지었다.
승소(僧笑) 조금 오니 승소(僧笑) 적구나(떡이 조금 오니, 중의 미소 적구나.)
(僧笑小來僧笑小)
그러고는 이색으로 하여금 대구(對句)를 짓게 했다.
승소(僧笑)란 것은 떡의 별칭이다.
이색이 창졸간에 대구를 지을 수가 없어 사례하고 물러나며 말했다.
훗날에 응당 다시 와서 갚겠습니다.
그 뒤 천 리 밖에서 멀리 노닐었는데,
그곳 주인이 병(甁)을 들고 오는 것을 보고는 무엇이냐고 물었더니,
대답하기를 '객담(客談)'이라고 하였다.
객담(客談)이란 술의 별칭이다.
이색이 크게 기뻐하며 드디어 전날의 시구에 대를 맞추어 지었다.
객담(客談) 많이 오니 객담(客談) 많구나.
(술이 많이 오니, 나그네의 말 많구나.)
(客談多至客談多)
반 년 뒤에 돌아가 그 중에게 말해주니, 중이 크게 기뻐하며 말했다.
무릇 대구를 얻음에 있어서는 정교함을 귀하게 여깁니다.
늦었다고 해서 무슨 흠이 되겠습니까?
한 구절의 정교함을 얻어서 천 리를 멀다 여기지 않고 와서 갚으니,
이것이 또한 기이하고도 기이한 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