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날 복음서 공부를 하면서 이전에 일이 생각났어요. 우리 남편은 자신이 말하고자 하는 것이 있으면 그것에 맞춰 자신의 경험을 시간 순서를 바꿔가면서 짜깁기를 하는 경우가 종종 있었어요. 그럼 저는 여지없이 지적을 했지요. 사실이 잘못되었다고요. 사실을 이리저리 짜맞추어서 자신이 하고 싶은 말에 근거를 삼으면 안 된다고요. 그런데 남편은 그게 뭐 그리 중요하냐면서 왜 자신이 하고자 하는 바의 의미를 생각지 않느냐고 했어요. 그때는 당연히 제가 맞고 남편이 틀리다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복음서의 저자들이 그렇게 하고 있었어요. 마태복음의 저자는 먼저 쓰여진 마가복음에 있는 예수님 공생애의 기간 동안의 사건들을 이렇게 저렇게 재배열했어요. 그리고 산상수훈도 마태복음과 누가복음에 차이가 있었어요. 누가복음의 것이 더 예수님의 말씀에 가깝다고 한다면 마태복음의 저자는 자기가 말하고자 하는 색깔대로 예수님의 생애를 쓴 것이 되겠죠. 사 복음서의 저자들이 고백한 예수님의 색깔이 다 다르다고 해도, 그건 다 예수님인 거겠죠. 마치 우리 안에 한 성령님이 계시다고 할 때 다 똑같은 성령님이 아니지만 한 성령님이시듯 말이에요. 왜냐하면 우리 각 지체들은 다 다르잖아요. 그 지체들을 통해 드러나시는 성령님의 모습도 다 다르겠지요. 그러나 한 성령님이신 거지요. 또 그렇게 다르게 드러날 수 있는 성령님의 모습이 한 성령님으로 공감될 수 있는 것은 바로 우리가 예수를 주로 고백하는 한 몸 안에 있기 때문이 아닐까요?
불교의 경전이 부처가 쓴 것이 아니고 노자의 도덕경이 노자가 쓴 것이 아니듯이 기독교의 성경 또한 예수님이 쓰신 것이 아니죠. 그래도 각각의 책들은 사람들에게 지금까지 큰 지침서가 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자신의 영역에서 권위를 갖고 있는 것은 당연한 것이라고 생각해요. 오히려 성경만이 하나님의 말씀이라는 절대적인 권위를 부여할 이유가 없다는 게 상식이구나 생각했어요.
그렇다면 여기서 질문이 되는데 하나님은 기독교의 하나님만 되는 것이 아닌 건가요? 하나님이 이 모든 세상을 창조하실 때 ‘기독교인’이라는 개념은 없었잖아요. 그리고 마태 마가 누가 복음을 봐도 예수님은 오히려 이방인들 즉 사마리아인, 백부장, 페니키아 여인, 세리, 한센인들과 함께 하셨잖아요. 도대체 인간이 하나님을 알 수는 있는 것인가? 하는 의문이 들었어요. 그래서 예수님의 삶이 당시 사람들에게 하나님을 알 수 있는 큰 지표로 예수님 사후에 더욱더 고백되어지면서 예수님이 하나님의 아들로 고백되어질 수 밖에 없지 않았을까 추측해 봅니다.
하지만 불쑥 그렇다면 예수님은 하나님이 성육신하신 것이 아니라 하나님으로 고백되어진 것인가? 다시 묻게 됩니다. 예수님이 태어난 시기에 예수님이 ‘신’이라고 아무도 생각할 수 없었다라고 말씀하셨는데 그렇다면 같은 이유에서 지금의 시기에 예수님은 ‘왜 하나님이 성육신하신 것으로 이해되면 안 되지?’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혹시라도 예수님은 하나님이시니까 그런 삶을 사신 거지 라며(‘우리같은 사람은 안 돼.’라는 마음으로) 삶이 빠진 믿음 생활과 찬양으로 갈 수도 있겠지요. 하지만 정말 예수님을 따라가는 사람이라면 하나님이심에도 성육신하셔서 그 삶으로 하나님께 순종한다는 것이 무엇인지 직접 보여 깨닫게 해주신 것이라고 이해하는 사람들 또한 있다고 생각합니다.
첫댓글 후기와 질문 감사합니다. 소윤님의 질문을 간단히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질문 1 : 하나님은 기독교의 하나님만 되는 것은 아닌가?
질문 2 : 인간이 하나님을 알 수는 있는 것인가?
질문 3 : 예수님은 하나님이 성육신하신 것이 아니라 사람들에 의해 하나님으로 고백되어진 것인가?
질문 4 : (이미 기독교란 종교가 존재하는) 지금 예수님을 성육신한 하나님으로 고백하면 안되나?
1,2와 같은 큰 질문은 간단히 대답하면 오해를 낳기 쉬운데, 그래도 간단히 답하면 이렇습니다. 당연히 하나님은 기독교를 넘어서는 분이시지요. 그리고 유한한 인간은 무한한 하나님을 전부 다 알 수는 없습니다. 다만 알아가려고 노력할 뿐이죠. 다 알지 못해도 우리는 하나님이 존재하심은 알 수 있고, 그것에 바탕해 신앙생활을 할 수 있지요.
3번은 당연히 고백되어진 것인데, 더 자세한 답은 요한복음을 공부할 때 드릴께요. ^^
4번은 당연히 그럴 수 있고, 또 기독교인으로서 우리는 그래야만 합니다. 하지만 예수님이 성육신한 하나님이라고 고백하는 것이 나에게 또 우리에게 어떤 의미인지를 물어야 합니다. 그 의미는 3번 답을 참고할 필요가 있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