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 목 : 웃으며 걸었으면 어땠을까
* 저 자 : 유영자
* 분 량 : 320쪽
* 가 격 : 15,000원
* 책 크기 : 135 x 210mm
* 초판인쇄 : 2022년 4월 8일
* ISBN : 979-11-92075-53-2
* 도서출판 명성서림
저/자/소/개
엮은이 구성 송순안
■설중매문학상 신인상
■노동문화제노동부장관상 장려상수상
■갈맷길문학제 시부문수상
■사)한국 문인협회 회원
■한국문학세상 회원
■시집 『홍시』
■동인지 「시인의정원」
해처럼 뜨겁고 달처럼 차가운 인생
지금은 2021년도, 내 나이 83세 시골에 홀로 사는 독거노인이다. 몸에서 냄새도 나고 걸음도 마음대로 걸어지지 않아서 원하지 않는 방향으로 막 달려가다 쿵 하고 넘어지기 일쑤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난 올해에도 고추 농사를 지을 것이라고, 고추씨를 사서 움 틔우기 하고 있는 중이다. 고추씨가 꿈틀거리니 거름 먹은 흙이 가슴을 열어준다. 이제 막 트기 시작하는 잎의 고운 젖살이 뽀얗다. 생명 탄생의 경이로움과 자연의 신비함, 그리고 하늘이 사람을 위하여 해와 달과 별을 내이시는 조물주의 사랑을 느낀다. 내 좁은 방에서부터 봄이 시작되고 있다.
시들은 꽃을 아름답다고 말하지 않고 마른 꽃을 화병에 꽂지 않는데, 나의 화병에는 아직 생수가 남아있다. 고추씨를 사다가 움 틔우고 있는 지금도 여전히 생수를 붓고 있다.
내 삶의 종착지와 지금 내가 서있는 자리의 간격이, 어느 정도의 거리를 두고 있는지는 아무도 모른다. 다만, 나는 아직 20년을 더 살 것 같은 생각이 들긴 하지만, 적당히 살다가 잠자는 듯 죽고 싶은 소망을 가지고 살아가고 있다. 죽음은 삶이라는 직선에 어느 한 지점 찍히는 점에 불과하다.
살아오는 동안 흘리던 눈물도 성냄의 소리도, 밤을 새워 쫓으며 선망하던 부와 명예도 높은 하늘에 걸리었다.
좁은 소견으로 우는 마음에 돋보기처럼 드리워진 기억을 소환한다. 들판에 피는 한 송이 꽃도 불리는 이름을 가지고 꽃으로 살았다.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이름을 부여받아 바쁘고 부지런하게 살았지만, 웃으면서 살지 못한 삶에 미련이 많이 남는다. 웃으면서 살았더라면 어땠을까? 가을 논바닥에 잘 익은 낱알만큼 그리움이 달리는 엄마라는 이름으로 살면서 웃지 않는 삶은 자식들을 병들게 한다. 죽어도 씻을 수 없는 미안함으로 이 글을 쓴다.
나의 삶이 다하여, 어느 날 갑자기 구부러진 오솔길을 지나 따뜻한 흙속에 눕는 날이 멀지 않았다. 무지하고 어리석고 냉정했던 엄마라는 이름을 부끄러워하며, 자식 앞에서 엄마가 웃으면서 살았더라면 내 아이들은 지금 얼마나 더 멋있는 삶을 살고 있을까? 바라볼수록 미안하고 고맙다.
지은이 유영자
1부 성마루의 봄
■장자의 축복 | 10
■삼남매의 마마앓이 | 17
■모란꽃처럼 붉은 사랑 | 25
■혼담婚談 | 29
2부 꽃길을 걷다
■굶어도 배고프지 않는 신분 | 42
■돈과 자식 | 51
■떠안은 빚, 눌린 가슴에 태어난 딸 | 55
■꽃이 피지 않는 꽃길을 걷는다 | 75
■흙은 마법의 성이다 | 82
■초상집도 내 삶의 무대다 | 90
■금줄에 달리는 빨간 고추 | 93
■담장을 넘는 분쟁소리 | 110
3부 젖소의 하품
■동행하려고 쓴 가면 | 118
■신용을 지켜야 살 수 있다 | 123
■여주 법원에 버려져 | 128
■진실이 은폐되는 날 | 138
■젖소가 낳은 황송아지 | 144
■콘크리트 바닥에 피는 민들레 | 155
■짧은 만남 긴 이별을 준비하는 사람들 | 173
■젖소 주인이 나타났다 | 180
4부 이별도 추억이다
■고빗길 지나 늪에 빠지다 | 188
■혼자 들으려니 백짓장도 무거웠소 | 210
■들개처럼 허대는 삶 | 232
■집을 짓는다 | 246
■등대 같았던 아버지 | 251
■아들은 내 삶의 이유다 | 255
■노부부 원앙새 | 264
■술을 끊고 밝아진 눈 | 272
■회귀본능 | 276
■꽃 봉우리에 이슬이 맺힌다 | 279
■순박한 꽃이 피었다(어머님께) | 29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