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둘로스 네트워크 前 이사장 유기성 목사(선한목자교회 담임)께서
국민일보에 연재하시는 칼럼을 옮겨 싣습니다.
15년 전쯤 교인들이 여름 단기선교를 다녀왔는데, 교회 선교팀과 선교단체 선교팀이 대조적이었습니다. 교회팀은 철저히 준비했습니다. 현지 선교사님과 소통하며 상황을 파악하고 필요한 예산과 세부 일정을 짜고 예상되는 문제들도 파악해 대비했습니다.
반면 선교단체팀은 오직 예수님이 인도하실 것을 믿고 주님의 인도하심을 받는 훈련에 치중했습니다. 이 팀은 출발하기 전날까지 경비가 마련되지 못한 팀원을 위해 기도했습니다. 당연히 선교단체팀 교인들은 고생을 많이 했습니다. 계획과 준비가 없었기에 갈등도 많았습니다. 교회 선교팀도 어려운 일이 없지는 않았지만, 현지 교회에 큰 감동을 주었고 배운 것도 많았습니다.
두 팀을 보면서 진정한 선교 경험과 훈련을 위해서는 선교단체팀의 방식이 옳았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들의 방식이 예수님의 제자들이나 초대교회 전도자들과 유사했을 것으로 여겨졌기 때문입니다. 그들은 고생을 많이 했지만 주님이 함께하시고 인도하셨다는 생생한 간증 거리를 갖고 돌아왔고, 주님을 의지하는 믿음도 몰라보게 달라졌습니다.
오늘날 교회의 선교 활동은 전적으로 예수님만 의지하고 순종하는 방식에 익숙하지 않습니다. 자신들이 계획하고 준비하고 판단하고 행동해야 안심합니다. 이런 차이는 단기선교 활동 중 기도에서도 차이를 보였습니다. 교회 선교팀도 기도했지만, 선교단체팀처럼 일정 내내 무섭게 기도하지는 않았습니다. 준비된 일정과 계획에 따라 움직였기 때문입니다.
이후 청년들은 국내 거지 순례 전도를 떠났습니다. 그야말로 예수님만 의지하고 따라가는 여행이었습니다. 거지 순례를 떠나자마자 기도가 나왔습니다. 기도하라고 할 필요도 없었습니다. 어디서 먹고 잠을 잘지 정해진 것이 없었기 때문입니다. 진짜 기도가 터졌습니다. 매 순간 예수님만 의지했습니다. 그러자 먹는 것, 자는 것이 간증이 됐습니다.
교회로 돌아온 거지 순례팀은 말 그대로 거지꼴이었습니다. 그러나 눈빛은 어느 때보다 강렬했습니다. 세상 어디 가서도 살 수 있을 것 같은 확신이 생겼습니다. 그때 주님은 거지 순례 전도 팀처럼 우리가 예수님을 따라가야 한다는 것을 알려주셨습니다. 당시 교회 상황은 한 치 앞을 내다볼 수 없을 만큼 어려웠습니다. 그때 교회가 어떻게 예수님을 믿고 따라야 하는지, 그 눈을 열어 주셨습니다. 그리고 지금의 선한목자교회가 됐습니다.
우리는 사람이 회심하면 예수 그리스도를 의지하는 법을 배워갈 것이라 생각합니다. 처음엔 기도를 시작해 말씀 읽는 생활을 배우고, 그다음엔 복음을 전하고 교회에서 직분을 맡고, 어느 순간 해외 선교사로 나갈 마음을 가질 수도 있다는 것입니다.
그러나 누구나 이렇게 예수님을 따라가는 것은 아닙니다. 북한과 같이 박해받는 교회의 경우 개종은 즉각적인 순교를 의미합니다. 그리스도인이 되겠다고 결정하는 순간, 즉시 협박과 추방, 감옥에 갇히는 일을 각오해야 합니다. 그리스도를 선택한다는 것은 죽음을 선택하는 것과 같습니다. 이것이 예수님의 부름이었습니다.(막 8:34)
대한민국에서 예수님을 믿는 것과 북한에서 예수님을 믿는 것은 차이가 많지만, 하나님께서 서로 다른 기준을 가지고 보시지 않을 것은 분명합니다. 우리는 항상 북한 지하교회 성도들과 함께 하나님 앞에 설 것을 명심해야 합니다. 그 말은 우리도 예수 그리스도를 선택할 때, 순교를 각오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오늘날 교회와 성도들이 실망을 주는 이유는 한 가지입니다. 나는 죽고 예수로 사는 결단이 없기 때문입니다. 우리가 세상을 향해 그리스도의 가치를 보여줄 수 있는 길은 죽음을 통해서입니다. 죽음도 각오했는데 돈 걱정이 되겠습니까. 무시당한다고 슬퍼하겠습니까.
(선한목자교회)
[출처] - 국민일보
[원본링크] - http://news.kmib.co.kr/article/view.asp?arcid=09242052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