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최근 꽤 좋은 자료를 발굴하였다. 이 고서의 이름은 어정제권이다.정조대왕이 저술한 어정제권은 12책으로 이루어진 필사본 고서이다. 어정에서 "어"는 임금님을 이야기하는데 정조대왕을 가리킨다. 책의 사이즈가 대형으로 가로 24센티미터 세로 37센티미터이다. 일반 문집이나 족보보다는 더 큰 편이다. 정조대왕이 저술하고나서 열람하시고[어람] 나서 임금께서 총애하는 윤행임 신하에게 내사한 책이다. 정조는 학문을 매우 좋아하는 학자 군주였다. 그래서 학자들과 이야기 나누는 것을 즐기고 토론하고 학술적인 주제에 대한 강연을 즐긴 편이었다. 정조는 조선시대 군주 가운데 가장 아카데믹한 군주라고 말할 수 있다.
이 고서는 제1권에는 정조임금의 시(示)가 서문처럼 있는데 <示三禮手圈謄本校正諸學士>가 등장하고 있다.삼례란 세 가지 예학서를 말한다. 예학을 중시한 생각을 읽을 수 있다. 그리고 당송팔대가의 중요한 시문을 가려 뽑아서 실려있고, 공자가어 등에 대한 독후감이 실려 있는 등 서책에 대한 언급이 지속적으로 나온다. 최근 이 고서가 발굴되었는데. 이 고서는 원래 남원윤씨의 현조이신 윤행임에게 정조대왕이 직접 열람하고 나서 총애하는 입장에서 하사하신 책이다. 가문의 입장에서는 매우 중요한 고서이나 유통되고 있다.
내사기에는 이렇게 적혀 있다.
己未二月二十八日낙관(채泉堂藏)
內賜手圈十二冊
臣 行恁 낙관(一片之心)
한편 好學君主인 정조대왕을 연구하거나 윤행임을 연구하는데 꼭 필요한 책이다. 연민 이가원 박사는 정조의 학예사상이라는 논문을 일찌기 작성하여 이가원전집에 게재한 바 있고, 서울대 국사학과 한영우, 정옥자, 김문식 박사 등이 저술을 남겼다. 최근 성균관대 한문과 안대회 교수, 진재교 교수와 단국대 사학과 김문식 교수등이 정조가 신하인 심환지에게 보낸 299통의 간찰을 발굴하여 연구 발표하여 화제가 된 바 있다.
한편 홍양호(洪良浩)의 발문이 붙은 <팔가수권>(상, 하)이 따로 있어서 최근 어느 출판사에서 영인하여 내었다.이 팔가수권은 당송팔대가에 대한 자료집이며 해설집이다.
최근 성신여대 국문과 강혜선 교수와 통화를 한 적이 있다. 강 교수가 장서각 3호에 게재한 논문인 정조대왕의 시선집 편찬에 대한 논문을 읽고 미진한 부분을 문의하였다. 정조와 다산의 관계는 무척 가까왔고, 윤행임과도 무척 가까왔으며, 채제공과도 무척 가까운 사이였다. 강 교수는 <어정제권>을 본 적이 전혀 없고, 장서각과 규장각 도서를 중심으로 살폈고 홍재전서를 우선 순위로 하여 보았다고 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