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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
4월, 그리고 봄비
- 은유시인 -
지난겨울이 지독스레 추웠던 탓인지 아직까지 겨울의 긴 꼬리가 미련을 두고 남아 있는 듯하다. 따라서 내 곁엔 진작 폐기했어야 할 선풍기난로가 아직까지 머물고 있다.
나이란 늙을 것 같지 않던 내게도 예외가 아닌 듯, 아무리 추운 날에도 내복을 입지 않고 옷소매마저 둥둥 걷어붙이고 일을 하던 내가 이렇듯 추위에 민감하여 벌벌 떨게 될 줄이야.
어제부터 또 추적거리며 내리던 봄비가 아직까지 하늘에 먹장을 드리운 채 간혹 빗발을 내리친다. 외로움이야 늘 몸에 걸치고 있는 속옷처럼 습관적으로 지녀왔다지만, 이렇듯 잔뜩 찌푸린 하늘에다 비마저 추적거리면 괜히 새드무비(Sad Movie)를 본 것처럼 더 더욱 짙어져 아예 슬픔으로 변해간다.
세상일이란 열심히 하면 이루기 마련이란 긍정적 사고도 어느새 꼬리를 감춘다. 최근 몇 달간 바쁘게 내달려왔지만, 늘 제 자리에서 맴맴 돌다 지쳐버린 꼴이다. 배반과 모함과 갈등과 편견, 그리고 질시와 충동, 온갖 허접스러움에 휩싸여 제 갈 길을 잃고 헤매기 일쑤였다.
의욕 때문에 버텨온 육체도 저 하늘의 먹장처럼 좌절과 절망의 농도가 짙어질수록 무너져 내리려 하는구나.
차라리 저 봄비에 영혼도 육체도 흠뻑 젖어 빗물에 흘러 녹아내렸으면….
- 끝 -
(200자 원고지 5매 분량)
2005/04/10/16:4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