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경대 - '나의 죄는 몇 근입니까?'

[햇빛엽서]

얼마 전에 강촌에 있는 강선사에 갔다가 극락전에서 이런 벽화를 보았습니다.

참으로 21세기 현대판 불화지요?

닭갈비집, 노래방, 모텔, 그리고 술주정을 하는 남자 손에 들려 있는 소주병.. 참이슬..

할머니 짐을 들어주는 모습, 쓰레기를 실은 리어카를 끌고 가는 모습..

그런 선행과 악행을 내려다보는 저 분들은.. 염라대왕인듯 보였습니다.

중생들의 일거수 일투족을 낱낱이 살피면서 적고 계시는듯..

그러니까 함부로 살지 말고 정신차려라..

그런 의미로 이해를 하였습니다.

그런데 얼마 후에 이런 벽화 사진을 보았습니다.

서울 봉은사 지장전에 있는 벽화라고 하는데, 그 구도가 매우 비슷합니다.

여기는 저승인가 봅니다. 염라대왕이 지켜보는 가운데..

흰 옷을 입은 영가들과 무서운 모습의 저승사자.. 그런데 저 거울은?

'업경대'라는 거울입니다. 영가들의 행실을 다 비춰본다는 거울입니다.

아무리 오리발을 내밀어도, 업경대에는 '밤중에 담을 넘던 짓거리'가 고스란히 비쳐지고 있습니다.

'봐 여기 다 나오잖아!!' 호통치는 저승사자 앞에서.. 들통나자 머리를 긁적이는 모습..

이걸 보고 놀라서 도망치려는 모습, 마치 '잘 봐달라'는 듯 두 손을 모아 빌고 있는 모습 등..

아주 해학적이면서도 경고의 메시지가 분명한 그런 벽화입니다.

그러니까.. 강선사 극락전의 벽화도 사실은 이러한 구성의 벽화인 거 같습니다.

다시 한 번 보면.. 지금 살아있는 사람들의 행실을 기록하고 있다기보다는

저승에 온 중생들의 행실이 지금 업경대에 비쳐지는.. 그런 장면으로 보아야 할 거 같습니다.

마치 CCTV에 찍혔던 거 재생해 보듯이.. 비디오로 찍어뒀던 거 돌려 보듯이.. ㅎㅎ 

▒ 업경대 (業鏡臺) - 염라대왕이 중생의 죄를 비추어 보는 거울
사람이 죽으면 염라대왕은 업경대 앞에 죄인을 세우고 생전에 지은 죄를 모두 털어놓도록 한다. 업경대에는 그가 생전에 지은 선악의 행적이 그대로 나타나며, 염라대왕은 그 죄목을 일일이 두루마리에 적는다. 죄인의 공술이 끝났을 때 더 이상 업경대에 죄가 비추어지지 않으면 심문이 끝난다. 심문이 끝나면 두루마리를 저울에 달아 죄의 경중을 판가름하고, 그에 따라 가야 할 곳이 정해진다. 중국 현장의 '대당서역기'에 보면, '바라니사국에 있는 정사의 서남쪽에 한 부도가 있고, 그 앞에 돌기둥을 세웠는데 높이가 10여 척이나 된다. 돌은 매우 깨끗하고 맑아서 거울처럼 사물을 비춘다. 그곳에서 간절히 기도하면 중상의 모습이 나타나고 선악에 대한 것도 때때로 나타난다'고 하여 인도에서도 오래 전부터 업경대를 만들었음을 알려 주고 있다.

  전등사 대웅보전 업경대(↑) - 황색사자와 청색사자 한 쌍으로 되어 있고

  거울주변의 조각을 불꽃 문양으로 한 것은 무서운 저승의 분위기를 나타내는 것이다.
  형태는 목각 사자의 몸체와 연꽃 좌대 위에 커다란 화염문 거울이 꽂혀 있는데

  거울 면은 중앙에 볼록하게 튀어나온 청동 원판으로 구성되어 있다.

  사자의 표정은 무섭다기보다는 꽤나 친근한 표정이다.

※ 참고: 기독교의 사심판과 공심판

사람이 착한 일을 하면 상을 받고 악한 일을 하면 벌을 받는 것은 이 세상에서 보편적으로 통용되는 원리이다.

그런데도 현실에서는 악한 사람이 잘 살고 착한 사람이 고통을 당하는 경우가 많다.
물론 인간적이고 현세적 안목에서 볼 때 큰 모순이 아닐 수 없다.

그러나 인간은 자기 행위의 대가를 이 세상에서 다 받는 것이 아니라 죽은 다음에 하느님의 공정한 심판대에서

'육체에 머물러 있는 동안에 한 일들이 숨김없이 드러나면서..' 그에 대하여 총결산을 하여야 한다.
이렇게 우리가 죽은 다음에 하느님께 개인적으로 받는 심판을 사심판(私審判)이라고 한다.
공심판(公審判)은 예수님께서 재림하시는 세상 마지막 날에 산 이와 죽은 이를 포함한 온 인류가

그리스도께서 행하시는 최후의 심판을 받게 되는 것을 말한다.

  ☞ 소고기 상소문.. 나는 어쩌나? http://cafe.daum.net/santam/IRnJ/110

      내가 삶을 살아가는 모습 하나 하나가 TV로 방영되고 있다 http://cafe.daum.net/santam/IQ3h/840

      체중계보다 무서운 저울, 오관대왕 업칭 http://cafe.daum.net/santam/IZ0A/376

원주 성문사 벽화

불갑사 박물관 업경대

☞ 영화 덕분에 얼짱 염라대왕, 양복 입은 저승사자 http://cafe.daum.net/santam/IWGz/361

[lahula]

너무 지은 죄와 업이 만아 저울이 망가지면 그땐 어떻하죠?

[햇빛엽서]

염라대왕 휴가가는 날 ~~ ㅎㅎ

[푸른하늘]

나의 죄는 몇 근일까? 선근이면 좋겠는데 ^^

[팅커벨]

어? 저 사자얼굴, 무주님 사진속, 정면 바위얼굴하고 닮아보입니다

[소금인형]

그렇군요...다음주 일요일 전등사 순례가는데 꼭 보고 오겠습니다...^^*

[햇빛엽서]

사진 좀 찍어오시면.. 감사 ^^

[소금인형]

오늘 전등사 가서 업경대 보고 왔습니다...사진을 못 찍게 하더군요..

[햇빛엽서]

예, 그렇군요. 직접 보고 오셨다니 부럽습니다.
얼굴 한 번 비춰보시지 그러셨습니까? ㅎㅎ

[소금인형]

이 얼굴 비쳐서 뭐해여...옆집가면 도배질 해났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