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 구례 지리산 피아골 -산동면 좌사리 성삼재 [2008-10-16](부) 산이 붉게 타니 산홍(山紅)이요, 소(沼) 또한 붉으니 수홍(水紅)이요, 사람들 단풍에
가을 산의 정취는 단풍이다. 그 단풍이 설악산 바위벼랑 나무로부터 피어올라 온 계곡을 붉게 물들이며 산하의 남쪽으로 내려오고 있다. 전국이 온통 단풍의 명산인 우리나라에서 어딘들 아름답지 않으랴 마는 단풍 명소를 굳이 손꼽아 본다면 북부권에서는 설악산과 오대산이 현란하고 중부권에서는 속리산 지리산 주왕산이 황홀하다. 단풍이 11월 중순까지 지속되는 남부권에서는 내장산과 백암산이 단연 앞선다. 물론 단풍이 붉어 홍류동이라는 별명이 붙은 가야산도 결코 뒤지지 않는다. 혹 시간과 기회가 된다면 한 번쯤 이들 산을 둘러볼 것을 권한다. 비슷비슷한 것 같지만 뚜렷하게 구별되는 각 산의 매력이 대단하다. 하나하나 견주어 보면 모두가 보석 같은 감동으로 다가오리라 확신한다.
이번 주 소개하는 지리산 피아골도 그런 차원에서 접근한다. 특별히 이곳이어야 한다는 이유는 없다. 잘 알다시피 지리산은 한 해 평균 400만명쯤 찾는 우리나라 최고의 산행지다. 국토의 어머니산답게 품이 너르고 깊기 때문에 어디를 찾아도 오색단풍의 멋진 향연은 즐길 수 있다.
특히 뱀사골은 단풍 탐승지의 정수다. 즐비한 소와 담, 그리고 기암과 어우러진 모습은 그대로 그림이고 비경이다. 단풍철에 인파가 피아골 못지않게, 아니 더 많이 붐비는 것은 그런 이유에서다. 피아골 단풍은 이렇듯 저변의 이야기를 알고 찾으면 조금은 색다르게 즐길 수 있다.
널리 알려진 바와 같이 피아골 단풍은 지리산 10경의 하나다. 계곡미는 뱀사골보다 떨어지지만 단풍의 때깔만은 뱀사골 이상으로 평가받는다. 부연하면 자태가 더 곱고 색깔이 더 진하다는 뜻이다. 피아골 단풍을 일러 곧잘 핏빛 단풍이라 부르는 것도 그런 연유에서 비롯한다.
그 핏빛 단풍과 관련된 슬픈 역사가 있다. 6·25전쟁 당시 피아골은 빨치산과 군인들이 치열한 전투를 벌였던 곳이다. 그 바람에 피아 간 수많은 사람들이 목숨을 잃었다. 그곳의 단풍이 다른 곳보다 더 붉은 것은 그들이 흘린 피 때문이라고 한다. 물론 이는 과학적으로 이해될 수 있는 이야기는 아니지만 그만큼 아픈 역사가 깃들어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하겠다.
어쨌든 피아골 단풍이 더 곱고 더 짙은 것은 사실이다. 이는 조선시대 꼿꼿한 선비의 길을 걸었던 남명 조식 선생의 시에서도 잘 나타난다. '산이 붉게 타니 산홍(山紅)이요, 단풍이 비친 맑은 소(沼)가 붉으니 수홍(水紅)이요, 골짝에 들어선 사람들도 단풍에 취하니 인홍(人紅)'이라 노래했다. 소설가 조정래도 피아골의 단풍 절경을 묘사했다. 그는 그의 소설 '태백산맥'에서 '샛빨간 단풍들은 계곡의 물까지 붉게 물들였다. 주황빛이나 주홍빛의 단풍들 사이에서 핏빛 선연한 그 단풍들은 수탉의 붉은 볏처럼 싱싱하게 돋아 보였다'고 했다.
이렇듯 고금을 통해 아름다움을 칭송받았던 그 단풍이 지금 '핏빛 아우성'으로 타오르기 시작했다. 취재 당시(11일)에는 주릉 부근을 조금 사르는 봉홧불 정도였는데 아마도 오는 하순이면 계곡 전체를 사르는 거대한 들불로 번질 것 같다.
참고로 피아골은 지리 주릉의 삼도봉에서 황장산으로 뻗어나간 불무장등 능선과 노고단에서 남쪽으로 이어진 왕시루봉 능선 사이 남쪽으로 펼쳐진 계곡이다. 피아골이란 이름도 오곡 중 하나인 피를 많이 심었던 골짜기, 즉 피밭골에서 유래되었다. 처음에는 피밭골로 불리다가 이것이 변해 지금의 피아골로 바뀌었다.
이곳으로의 산행은 통상의 경우와 달리 내리막 코스로 기획했다. 이는 비교적 여유를 가지고 탐승하시라는 뜻이다. 반대로 오른다면 힘이 크게 들 뿐 아니라 태반이 내려오는 사람들로 인해 산행 자체가 어려울 수 있다.
구체적 경로는 다음과 같다. 전남 구례군 산동면 좌사리 성삼재~노고단대피소~노고단고개~피아골삼거리~피아골대피소~구례군 토지면 내동리 직전마을 순이다. 코스를 이렇게 잡을 경우 걷는 시간은 약 4시간, 휴식을 포함하면 5시간30분쯤 걸릴 것이다.
지리산 법정 탐방로를 따라가는 이번 코스는 말 그대로 탐방로를 따라가기 때문에 길 찾는 수고가 필요없다. 그저 이정표만 잘 보고 진행하기만 하면 된다. 다만 피아골로 내려가는 삼거리 갈림목은 신경써야 하는 지점이다. 이곳 외에는 모두 비법정 탐방로로 묶여 있어 무심코 들어섰다간 과태료를 물 수 있다.
성삼재(1,090m)는 전북 남원시 산내면과 전남 구례군 광의면을 잇는 고개다. 지리산을 횡단하는 861번 도로가 뚫리면서부터 전국에서 가장 붐비는 최고의 고갯마루가 됐다. 피아골로의 산행은 여기서부터 시작한다. 등로는 휴게소와 주차장 사이 산책길로 열려 있다. 그 길을 따르면 35분쯤 걸려 노고단대피소에 닿는다. 완만하게 오르다가 대피소를 앞두고 돌계단으로 오르면 된다.
대피소에서 노고단고개로 이어지는 길은 대피소 옆 돌계단 길로 나 있다. 고개까지 8분쯤 걸린다. 노고단고개서 피아골로 이어지는 길은 지리산 주릉이다. 고개로 올라서서 진행방향 정면의 내리막길을 따르면 된다. 이정표가 있어 참고한다. 시간이 있다면 오른쪽의 노고단도 찾아볼 만하다. 종전에는 공단 직원의 인솔이 아니면 갈 수 없었는데 지금은 오전 10시부터 오후 4시 사이 언제든지 자유로이 갈 수 있다. 정상까지 10분쯤 걸린다. 노고단 원래의 정상석과 돌탑이 시선을 끈다.
주릉으로 내려서면 이후 등로는 부드럽고 완만하게 이어진다. 길도 외길이라 부담없이 진행하면 된다. 돼지령까지 20분, 처음으로 만나는 헬기장까지 14분, 다시 만나는 두 번째 헬기장까지 10분이 더 걸린다. 돼지령은 노고단을 오른쪽으로 보고 사면으로 가다가 능선을 만나는 지점이다.
피아골로 내려서는 지점은 이정표상의 피아골삼거리다. 두 번째 헬기장에서 11분쯤 걸리는 지점이다. 이정표를 보고 오른쪽에 나 있는 길을 따르면 된다. 왼쪽으로 내려서는 길은 임걸령으로 가는 길이다. 참고로 식수를 보충하려면 임걸령에서 해결하면 된다. 물은 주능선에서 솟는 샘물로 맛이 기가 찬다. 피아골삼거리에서 10분 거리다.
피아골삼거리에서 오른쪽 위로 올라가면 곧 내리막이 시작된다. 내려서는 지점에 '곰 출몰' 경고 현수막이 걸려있어 참고한다.
이후 등로는 물소리를 만나는 계곡까지 급경사로 떨어진다. 바닥이 돌로 깔려 있어 조금은 힘든 구간이다. 하지만 단풍은 여기서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된다. 그 단풍을 보며 천천히 내려간다면 부담을 한결 덜 수 있다. 처음으로 계곡을 횡단하는 불로교까지 40분, 지리산 호랑이로 유명한 함태식 선생의 피아골대피소까지 13분이 더 걸린다. 함 선생은 올해 여든한 살로 지금도 건강하게 오가는 산꾼을 반갑게 맞아준다.
피아골 단풍 탐승의 하이라이트는 피아골대피소 이후 직전마을까지 이어진다. 온 산을 불지를 듯 불타는 산홍(山紅)과 핏빛으로 물들이는 수홍(水紅), 그리고 그 단풍과 물에 취해 마음까지 붉어지는 인홍(人紅)이 깊어가는 가을과 함께 비경을 연출하는 곳이다. 등로도 비교적 부드럽게 이어질 뿐 아니라 계곡 좌우를 왔다갔다하기 때문에 각각의 비경을 손 닿을 듯 가깝게 만나볼 수 있다. 소요시간 측정이 불필요하겠지만 구계포교까지 23분, 삼홍소가 있는 삼홍교까지 13분, 표고막터까지 20분쯤 걸린다.
표고막터를 지나 다리를 건너면 임도 수준의 넓은 길을 만나고 다시 그 길을 20분쯤 더 걸으면 구례군 토지면 내동리 직전마을의 버스종점에 닿게 된다. 평소에는 여기서 군내버스를 타고 구례읍으로 갈 수 있지만 단풍철에는 그렇게 하기가 어렵다. 전국에서 몰려온 차량들로 번잡하기 때문에 대부분 출입이 통제된다. 혹 통제가 될 경우 대형버스 주차장 혹은 연곡사 주차장까지 좀 더 걸어가야 한다. 대형버스 주차장까지는 5분, 다시 연곡사 주차장까지는 20분이 더 걸린다.
# 찾아가는 길
이번 주 코스는 기·종점이 많이 떨어져 있는 데다 대중교통편 연결이 원활하지 않아 일반 교통편 소개가 어렵다 하겠다. 가능하다면 단체산행 지원 차를 이용하는 것이 좋겠다. 잘 알다시피 단체산행 지원 차는 들머리에 내려다주고 날머리에서 기다리고 있기 때문에 교통편 문제에 대해 고민할 필요가 없다.
다만 단체로 움직이기 때문에 시간이 제한돼 있고 개별 행동이 허용되지 않는 점이 흠이라면 흠이다. 하지만 비용이 비교적 저렴하고 피곤한 몸을 편히 쉴 수 있기 때문에 일부러라도 이용하는 경우가 많다.
단체산행 지원 차를 이용하려면 본보 섹션 신문 위크앤조이 등산 낚시 가이드면을 잘 살펴보면 된다. 통상 33면이다. 그곳을 보면 단풍철을 맞아 피아골로 향하는 산악회가 날짜별로 일목요연하게 잘 정리돼 있어 쉬 찾을 수 있다.
혹 인터넷을 통해 피아골로 가는 산악회를 찾으려면 본보 홈페이지(www.busanilbo.com)로 접속하면 된다. 초기 화면이 뜨면 왼쪽 하단에 있는 '산&산' 등산 가이드 등록란을 클릭한다.
그러면 리스트에 등록된 부산·경남지역 산악회의 전 일정이 안내된다. 바로 그곳 검색란에 가고자 하는 곳을 치면 된다. 피아골은 주로 '지리피아' 혹은 '노고피아' '피아골'로 등록돼 있다. 이후 조건에 맞는 산악회를 골라 전화를 걸어 이것저것 꼼꼼히 물어보고 신청하면 된다. 회비는 통상 2만원쯤 한다.
http://news20.busan.com/news/newsController.jsp?sectionId=1_4&subSectionId=1010070101&newsId=200810160013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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