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고 지루한 장마가 꼬리를 보이고 그 틈을 비집고 뜨거운 태양이 작열하던 2013. 7. 27에 우리는 대관령옛길을 다녀왔다.
갑자기 뜨거워진 날씨 때문인가 많은 바우님들이 보이지 않았다.
이번까지 일곱차례 모임에 참석했지만 낯익은 얼굴보다 낯선 얼굴이 많았던 때는 처음인듯 싶다.
서울에서 여성 횐님 한 분과 다섯명으로 구성된 친구(같은 회사동료 같기도 하고)들이
참석했다. 세월의 흐름이란 어쩔 수 없는 것인가 새로이 참가하는 바우님들을 보노라니 나의 파릇하고 싱싱했던 신참의 시절은 지나가고 어느 덧 내 얼굴 색깔같이 시커머 죽죽한 중년(중참)의 회원으로 변해가는 모습을 보며 한편으론 대견함과 다른 한편으로는 아쉬움을 곱씹어 본다.
대관령박물관에 모인 바우님들이 버스를 타고 신재생에너지전시관 앞으로 모였다.
이 전시관은 2005. 11월 풍력 등 미래에너지를 활용하여 국가 에너지사업의 효율성과 경제성을 높이고자 이곳 대관령에 세워졌다고 한다. 이곳 앞마당에 내가 도착하기 전 미리 와있던 범일국사님과 현호 그리고 서울에서 오신 횐님들이 다정히 얘기를 나누고 있었다.
사무국장님의 지휘 아래 체조를 마치고 우리는 뜨거운 태양을 머리에 이고 또다른 세상으로 길을 떠났다.
새로운 영동고속도로가 준공되기 전 영동고속도로의 휴게소 역할을 충실히 했던 구 대관령휴게소...
여러차례 와 본 곳으로 전혀 낯설지 않고 친근한 모습니다. 토요일이라 일찍 도착한 사람들이 가지런히 차를 세워둔 모습이 깔끔했다. 정돈된 환경에 익숙하지 않는 나로서도 깨끗이 주차된 모습은 보기에 심히 좋았다.
뜨거운 태양이 내려쬐고 있었지만 그럼에도 우리에겐 숲길이 있었다. 우리 직장동료들과
이 곳을 찾아던 지지난 해에는 이 길을 몰랐다. 그래서 거리가 짧은 콘크리트 길을 이용하여 바로 국사성황당으로 향했다. 이 길을 알았더라면 조금 더 걷더라도 이 시원함을 느끼며
걸었을 것이다. 역시 사람은 알아야 한다. 여기서 조금 저렴한 영어를 써보자.
"Knowledge is power."
내가 알기로는 우리 바우님 가운데 가장 젊은 회원인 현호가 바우길을 완주하고 이를 기념하여 "찐 감자"를 싸왔다. 정말 정감이 나는 선물이라 지누대장님이 대신 나눠주는 감자를 하나 받아들고 맛있게 먹었다. 서울에선 피자나 통닭, 떡볶이나 기타 다른 인스턴트 음식을 돌렸겠지만 역시 감자바우골의 바우님들이라 멋있는 먹거리를 멋있게 받아 들었다.
"잘 먹었다. 현호야"
위, 사무국장님과 서울에서 온 다섯친구들 그리고 지난 주 뵈었던 고흥댁 온누리님(왼쪽에서 일곱번째).
강릉단오제의 시발점인 국사성황당, 세계문화유산인 강릉단오제가 언제부터 시작되었는지는 정확히 알 수 없지만 매년 3, 4, 5월 중 무당들이 산신에게 제사를 지내고 3일 동안 굿을 벌였다는 기록이 있다. <남효온의 추강냉화, 허균의 성소부부고>
김유신 장군이 산신으로 모셔져 있고 범일국사가 성황신으로 모셔져 있는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무교의 성지다. 참고로 이번 걷기에도 범일국사님이 우리와 함께 걸으셨다. 앞모습이 클로즈업된 사진이 없어 못 싣지만 위에서 네번째 사진에 가장 체구가 좋고 둥근 모자를 쓰신 분이 바로 범일국사님이다. 직업이 스님은 아닌 것 같은데,,,, 출발 전 현호와 나누는 대화에서 웃으며 농담처럼 "노가다 뛴다"고 하였는데 실제 무엇인지는 나도.....??????? 하여튼 노가다 뛰는 범일국사님.... 넘 멋있다.
꿀맛 같은 휴식시간. 날씨가 몹시 더워서인지 자주 쉬었다. 맨 왼쪽 의자에 앉은 횐님이 서울에서 홀로이 참가한 분이다.
여름에 시원한 커피솝에서 수다나 떨고 수영장이나 해변가에서 선텐을 즐기기 쉬운 젊은 여성이 무더운 날씨에 걷기를 즐기다는 것이 신선한 충격이었다. 건강한 몸처럼 건강한 마음씨를 가진 젊은이다.... 아니 젊은이로 보였다. 그리고 가운데 나무 옆에서 물을 들이키시는 분이 범일국사님 같은데...... 거리가 멀어서리....
시대의 흐름에 어쩔 수 없이 고속도로의 자리를 내주고 지금은 지방도로로 바뀐 구 대관령고속도로.
대관령옛길은 조선시대 우리나라 9대로 가운데 하나이다. 송강 정철이 관동별곡을 노래한 길이다. 한강을 지나 대관령을 넘어 동해에 이르는 자연과 생명의 길이다. 서울에서 출발하여 울진의 평해까지 구백이십리길 가운데 이곳 대관령옛길이 있다. 우리는 자랑스럽게 지금 이 길을 걷고 있다.............. 하지만 자랑스러운 건 나중 문제이고 날씨가 덥긴 덥다.
사진만 보면 마치 싸울 듯한 분위기다. 옛날 어렸을 적에 윗동네와 아래동네 친구들간 동네싸움을 꽤나 했다. 날아오는 돌에 머리를 맞고 피를 줄줄 흘리던 기억이 난다. 그 때 잘못돼서 석두(石頭)가 되었는지 모르겠지만 하여튼 어렸을 때는 그것이 당연한 것으로 알았다.
사랑초님이 아랫 동네대장 같고 현호가 윗 동네 대장같다. 사랑초님이 현호를 누르기만 해도 바로 항복을 받아낼 것 같다. 든든한 보디가드 지누대장님이 옆에 있다. 마침 두 분은 동창(친구)이란다. 수바리75님이 심판을 보는 것같다...... ㅋㅋㅋㅋ 혼자서 괜한 상상을 해본다.
역시 시원한 계곡물에 발을 담그는 濯足은 현명한 선조들의 지혜다. 더운 날씨에 나는 이성을 잃고 내 발 냄새에 물고기가 죽던 말던 계곡물에 발을 담갔다. 시원함은 말할 나위가 없었다.
길을 한참이나 내려와 주막을 만났다. 옛길 어디서나 있을듯한 주막집. 정감이 간다. 개그우먼 이영자나 인심좋은 이웃집 아줌마 같이 생긴 주모의 구성진 육자배기 소리가 나올 것 같다. 옛길의 주막들은 어쩔 수 없는 시대의 흐름에 밀려 없어지고 이제는 터(址)만 남았다. 대표적인 주막과 주모는 역시나 동강의 가장 아름다운 곳 '어라연' 가는 곳에 있었던 전설적 객주집 주모인 전산옥이다. 일제강점기 때부터 1960년대까지 동강을 따라 서울을 오가는 뗏꾼들의 수고와 설움을 노래로 달래주던 사람이었는데 정선 아리랑의 가사에도 등장을 한다.
언듯보면 와인과 어울릴 것 같은 나지만 막걸리 역시 매우 좋아한다. 이 대관령옛길 도중에 실제로 탁주를 파는 주막을 운영한다면 그것도 괜찮을 듯싶다. 경상북도 예천 회룡포 근처에는 옛 주막을 복원해 실제 마을부녀회에서 운영하는 '삼강주막'도 있다.
예전에는 대관령옛길을 오르내리는 사람을 위하여 편의를 돌봐주는 곳으로 제민원이 있었는데 여기가 그 곳인듯 하다. 하지만 지금은 이렇게 바뀌었다. 보기 드물게 우주선모양의 화장실이 있었다. 우주인들도 화장실을 이용하는지 하루에 몇 번 이용하는지 안 만나봐서 모르겠지만 음식을 먹는다면 반드시 카타르시스(배설)의 즐거움과 수고로움을 겪을 것이고 그래서 화장실은 존재할 것으로 생각된다.
휴게소 앞 데크에 범일국사님과 심순화님이 서 있었고 사무국장님께서 사진촬영을 하고 있었다.
이번 길여행은 이렇게 갈무리되었다. 차를 대관령박물관 주차장에 세워놓았어야 함에도 게으름을 부리는 바람에 신재생에너지전시관 주차장에 세웠다. 그래서 나는 다른 분들 보다 조금 먼저 샛길로 빠져 차를 가지러 큰 길을 찾아 나서 하이재킹을 시도하였다. 예전처럼 쉽게 차가 서질 않았다. 다리를 걷고 들어올리려 했으나 기사들이 내 다리통을 보고 놀랄 것 같아 자제하였다. 재수 좋게 근처를 지나는 택시를 타고 차를 세워둔 재생전시관까지 갈 수 있었다.
첫댓글 와~ 주막에 피어있던 그 꽃이 올해도 피어 있네요~
현호가 감자를 싸왔군요~
새벽에 홀로 앉아 대관령 풍경을 봅니다.~^^*
범일국사님이 국사성황당을 지나신다니 기분이 좀 야릇합니다~ㅎ
고참 횐님이신 밝은달아래시원한바람님, 새벽에 와하하 웃으며 재미있게 잘 보았습니다.~
반갑습니다. 바쁘신 것 같아요. 여름철 건강 해치지 않게 조심하십시요. 주부가 건강해야 나라가 건강합니다.
다음 모임에 뵙겠습니다.
이열치열이죠? ㅎㅎ
길을 위한 자세한 설명 고맙습니다
더위에 수고 많으셨습니다 ^^
얼굴 뵌 지가 꽤 오래되었네요. 지혜의 여신님.....더운 여름 특히 강릉은 더 더울 수 있더라구요. 건강이 제일입니다.
조금 길게 쓰고 싶었는데 긴 것을 사람들이 좋아하지 않아서 그 정도만 했습니다. 나중에 뵈요.
덕분에 멋진 추억을 간직하게 되었습니다. 사진솜씨도 출중하시고 필력도 대단하시네요~ㅎㅎ
아, 정확히 누구신지 얼굴이 매치가 되지 않는데요... 다섯분의 친구 가운데 한 분이 아니신가 생각됩니다.
사진솜씨는 바우님 가운데 고수님들이 많아 얘기할 것도 없구요, 글솜씨는 동네에서 축구 조금 하는 정도와 같습니다.
다음 모임 때 자주 뵙기를 바랍니다.
이야기가있는 대굴령길,,,정말 무수한 얘기꺼리가 많네요,,,,,,,수고하셨읍니다,,,,,글솜씨,,대단하신것 같아요,,,,잘보았습니다,,,
조금 길게 쓰고 싶었는데 길면 잘 안 읽더라구요. 저부터도.... 수고하셨습니다. 사랑초님 등 친구들과 우정이 보기 좋습니다.
강릉에 살면서 가장 많이 다니는 길인데
이렇게 자세한 설명과 구수한 글솜씨로
새로운 길을 만들어 주셨네요~
감사 !
바쁘셨나 봅니다. 지난 주 뵈었었는데.... 저도 이러저러한 사정이 많아 매주 참여를 장담은 못 하지만 가끔 뵙도록
하겠습니다. 더위에 건강하십시요.
정성스런 사진과 후기 재밌게 잘 보았습니다.^^ 그리고 건강한 젊은이로 봐주셔서 감사합니다.^^ㅋ
아,,,, 동작구 (신대방동) 친구... 직장에서 겉기모임을 했는데 그때 비슷한 연령의 여성회원들이 많았어요. 그 녀석들이 생각나서 좋았지요. 멋있어요... 그래 게스트하우스는 잘 찾았나요? 글구 그 다음날 바우길을 잘 걸었나요? 모임 때 가끔 봐요... 난 닉을 동해라 들었는데 동행이었군요...
글로 풀어가는 옛길 다시한번 신나게 걸어 보았습니다 ^^ㅎㅎ
수고하셨습니다. 부군과 열심히 다니는 모습이 보기 좋습니다. 건강하십시요.
윗동네 사람이 이긴상황 같은디요~~
허리춤에 손얹고 있는것이 ~~^^
아랫마을 사람이 깨깨깽~~~!!
ㅎㅎㅎ
재밌게 표현해 주셔서 다시 보게끔 하네요~~
동네 골목대장으로 표현해 기분 나쁘지는 않았지요? 카페를 보니 지누대장님과 다른 분도 계시던데 우정을 쌓아가는 모습이 보기에 무척 좋았어요. 저도 남자친구는 물론 여자친구도 꽤 있는데... 그 놈들은 시집가니까 보기 힘들더라구요... 쭈욱.... 즐거운 만남 이어나가시길 바랍니다.
기특한 현호.
전 다음에 나가서 신입회원으로 다시 신고식을 해야 할것 같네요.
아기자기하고 맛갈스런 후기 잘 보았습니다.^^
웹상으로는 많이 뵈었는데 모임에서는 아직 뵙질 못했네요... 여러가지 바쁘신 것으로 말씀 들었습니다.
열심히 바쁘게 사시는 모습이 좋게 느껴집니다. 다음에 뵙겠습니다.
옛길 걷기에도 다녀가셨군요
전날 금요일에 옛길을 걸어서 그날은 다른곳에 가느라 참여를 못했네요
그러셨군요. 선배님!!!! 여기저기 바쁘게 활동하시는 모습이 보기 좋습니다. 저에게도 자극이 되구요. 열심히 살려고 하는데
쉽진 않습니다. 여름 건강하고 즐겁게 보내시고 다음 모임에서 뵙겠습니다. 감사합니다.
멋드러진 해설과 함께 한 사진 잘 보았습니다
멋진 사진도 수고 하셨지만
재미있고 친근감 있는 해설 작성하시느라 수고 많으셨습니다
감사드립니다^^
넷 선배님,. 여행은 잘 다녀오셨습니까? 쓰신 글은 잘 보았습니다. 건강하신 모습으로 사시는 것 같아 보기에 참 좋습니다.
다음 모임에서 뵙도록 하겠습니다. 늘 건강하십시요.
우선 감사 인사를 먼저 드립니다
이렇게 저의 대해서 클로즈업과 좋은 어필을 해 주셔서 감사 합니다
다음 기회에 쇠주 한잔 살께요,,,,,,ㅋ ㅋ ㅋ ,,,,,,, 다시 한번 사진빨도 받지 않는 저를 피알 해주신 것에 대해...............
좋으신 말씀입니다. 소주야 누가 사면 어떻습니까? 강릉 시내 쪽에서 모임을 갈무리할 때 한잔 하시죠? 달가듯님도 함께 글구 다른 분들도 함께.... 그것을 떠나 인상 좋으시고 풍채가 좋으십니다. 나중에 뵙겠습니다.
"언듯보면 와인과 어울릴 것 같은 나지만 막걸리 역시 매우 좋아한다." <== 와인과 어울릴 것 같다고 했는데 아무도 인정 안하는것 같습니다. 그래서 저라도 인정~~!!! ㅎㅎㅎ
감사합니다. 우리 옆집 강아지 말고는 와인과 어울린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없는 듯합니다. 바람의 노래님 생긴 것만 후덕하게 생긴 것이 아니라 행동도 후덕하십니다. 언제 막걸리 한잔 합시다.
사진과 좋은 글 감사합니다.
잘 읽었네요.
기쁜날 더 행복하세요.
홧팅하셩
심 이사님! 감사합니다. 글을 늦게 보았습니다. 건강하시고 다음 모임에서 뵙도록 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