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 7 천만 년 전 야생의 상태로 태어나 1 만 년 전에 인디언들과 처음 만나 기원전 4,000년경부터 길러지기 시작하여 벼, 밀, 옥수수와 함께 세계 4대 식량작물로 꼽히는 작물이 있다.
남아메리카 안데스 산맥을 고향으로 가진 감자이다.
잉카 사람들은 감자를 식량으로 이용했을 뿐 아니라 신으로 숭배하였다.
어린 양의 피를 감자에 뿌려 제물로 삼고 기도문에는 ‘땅에 과일과 감자 그리고 다른 음식을 번성하게 하여 우리 인간이 굶주림과 불행으로 고통스러워하지 않게 해달라.’는 기원이 들어있다.
3,000종 이상의 야생종이 있으며 서양은 물론 동양에서도 불리한 기상조건에서도 잘 자라서 흉년이 들면 배고픔을 덜어 주는 작물로 오랫동안 이용 되었고 산간지방이나 화전민들이 필수적으로 심었던 작물이기도 하다.
라틴아메리카의 감자는 1532년경 스페인 탐험가 피사로가 항해 중 식량으로 먹으면서 유럽으로 전파되었고 교황에게 바치면서 본격적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200년이 지나도록 식용작물로 재배가 거의 이루어지지 않았다.
물론 생김새가 지금의 감자와는 많이 다른 형태였지만 이탈리아에서는 돼지 사료로 이용되었고 스코틀랜드에서는 성서에 나오는 230종의 식물에 없다는 이유 ‘악마의 식물’이라 하여 법률로 재배를 금하였다.
당시 유럽을 지배하던 기독교적 신념으로 감자 화형식은 물론 감자 종교재판까지 열렸고 씨눈을 사탄의 손톱이라고 주장하기도 하였다.
1630년 프랑스에서는 감자를 재배하여 식량으로 이용하던 나병환자를 마녀 혐의로 화형을 시키기도 하였다.
또한 가지과 식물에 포함되어 있는 솔라닌 성분으로 인한 중독과 나병, 구루병, 결핵에 걸릴 수 있다는 오해와 편견이 겹쳐져 식용작물로서 이용을 더디게 하였다.
감자의 값어치는 유럽 사람들이 전쟁과 기아를 경험한 후 인정받기 시작하였다. 영국에서는 엘리자베스 1세가 감자파티를 열었고 독일의 프리드리히 2세는 외국과의 전쟁을 위한 군대 식량으로 감자를 선택하여 농민들에게 재배를 강요하였다. 프랑스의 파리망티에는 루이 16세 왕과 왕비에게 감자 꽃 장식을 하게 하여 왕족과 귀족들에게 감자에 대한 관심을 불러 일으켰다.
16∼18세기에 영국, 아일랜드, 독일, 프랑스, 러시아 등에서 재배가 확산되었고 특히 18세기 영국에서는 노동자, 농민과 같은 빈곤층이 주로 소비하는 중요한 식량이자 영양공급원이었다.
독일의 문학가 괴테는 ‘신대륙에서 건너 온 것 중에 악마의 저주는 담배이고 신의 혜택은 감자이다.’라고 하였을 정도로 고마운 식물이었다.
이렇게 어렵게 보급된 감자이지만 큰 불행이 닥쳤다.
1845년 아일랜드에서 감자 역병이 5년간 계속되었고 100만 명 이상이 굶어 죽고 200만 명이 미국 등지로 이민을 떠났다.
당시 아일랜드는 토지의 80%는 영국의 소유였기 때문에 소작에 의지하던 농민들은 사실 밀과 보리와 같은 곡식을 식량으로 사용하기는 어려웠다.
한때는 기근을 구제했던 감자가 오히려 대기근의 원인이 된 것이다.
영국의 지주들은 밀과 돼지고기, 유제품을 뺏어갔고 수확량이 많은 감자 ‘럼퍼’라는 단일품종 재배를 강요하였다.
한 가지 작물과 품종에 의존한 농업방식의 문제가 드러났고 생물의 다양성과 품종의 다양화를 생각하게 하는 대목이다.
굶주림에 시달리던 농민들은 아이들에게는 잘 삶아진 감자를 먹이고 어른들은 덜 익은 감자를 먹으면서 소화를 더디게 하여 버티게 되었다. 덜 익은 부위는 완전히 익은 부위와 색이 달라 둥그런 무늬가 생겼고 ‘달이 뜬 감자’라는 표현이 생겨났다.
인류의 역사와 함께한 감자는 현재 전 세계 150여개 나라에서 재배되고 있으며 연간 3억 톤 정도가 생산되고 있다.
우리나라에 감자가 도입된 설은 1813∼1912년까지 몇 가지가 있고 《순조실록》에 1832년 영길리국 선박의 교역요청과 1862년 재배법을 기록한 ‘원저보’의 기록에 따라 서해안에 정박한 영국 상선의 선교사에 의해 도입되었다는 것이 일반적인 견해이며 본격적인 재배는 1800년대 후반부터 이루어진 것으로 보여 진다.
강원도 속담에 ‘썩어도 버릴 것이 없는 것은 감자와 명태뿐이다.’라는 것처럼 먹거리로서 쓰임새가 매우 중요하였다.
과거에는 여름재배가 주로 이루어졌지만 1980년대 중반 이후 시설재배와 제주도의 가을 이후 재배로 요즈음은 거의 연중 신선한 감자가 공급되고 있다. 또한 재배면적은 줄었지만 품종개발과 씨감자 기술의 발달로 생산량은 오히려 증가하는 추세이다.
국민 1인당 소비량 또한 13∼14kg 수준으로 주로 수확한 감자를 신선한 상태 그대로 이용하는 방법과 칩을 포함한 간식용으로 소비된다.
영양 또한 일반 과일 보다 몇 배나 많은 Vit C를 함유하고 있으며 알칼리성 건강식품으로 인정받고 있다.
‘악마의 식물’로 불리 운지 450여년, 우리나라에 도입 된지 190여년이 된 감자는 이제는 ‘먹는 감자’에서 ‘즐기는 감자’로 변화하고 있다.
씨감자 생산의 종자산업, 화장품 소재로도 이용하며 의약산업과 지역 농산물과 결합한 문화산업으로 영역을 넓혀 가고 있다.
감자의 위대한 여정은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