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다울이 엄마 청라랍니다.
세월호 침몰 이후 심란한 마음을 100배 절 명상으로 달랜 이야기를 담아 보았어요.
세월호와 100배
: 절망과 무기력의 바다에 침몰하지 않기 위하여
‘세상이 파국으로 치닫고 있으니 이런 대형 사고가 빈번한 게지. 드디어 올 것이 왔구나.’
세월호 침몰 소식을 들었을 당시에 제가 품은 생각입니다. 뭔가 엄청난 일이 벌어진 것 같기는 한데, 자세히 들여다보기가 두려웠습니다. 그럴수록 깊은 절망감에 빠질 것 같아서였죠. 차라리 두 눈과 귀를 막고 내 일상의 평화를 지키는 게 낫다는 냉정한 판단 아래 애써 사고 소식으로부터 고개를 돌렸습니다.
그런데 그 사건 이후 한두 달쯤 지나서였을까요. 이상한 꿈을 꾸었습니다. 세월호 의혹을 은폐하려는 권력층에 대항하는 한 무리의 사람들이 집회를 열고 있었어요. 저는 마음으로는 그들과 함께 하고 싶었지만 그랬다간 피해를 입게 될까봐 두려웠습니다. 모르는 척 하는 게 상책이다 싶어서 서둘러 집회 장소를 벗어나 길을 걷는데, 길 한쪽으로 세월호 침몰로 목숨을 잃은 어린 학생들의 영정 사진이 길게 늘어서 있고 그 앞에서 유가족으로 보이는 사람들이 절을 올리고 있었어요. 못 본 척 지나갈 수가 없어서 저도 같이 절을 하려고 엎드리는데 그 순간 걷잡을 수 없는 눈물이 쏟아지는 거예요. 미친듯이 흐느끼면서 생각했죠. ‘우리는 남이 아닌데…. 이 죽음, 이 아픔은 결국 내 것인데….’ 잠에서 깨어난 뒤로도 오랫동안 가슴이 먹먹했습니다.
꿈을 꾸고 난 뒤로 며칠쯤 지나, 우연히 평소 좋아하는 작가 고미숙씨 관련 기사를 찾다가 고미숙씨가 어떤 강연 중에 세월호 사건에 대해 이야기한 다음과 같은 내용을 읽게 되었습니다.
“세월호는 물신화된 현대인의 신체와 같습니다. 배를 증축하면 무게 중심이 위로 가고 균형을 잡기 위해 아래에 평형수를 채워야 하는데, 그것을 제대로 하지 못해 세월호가 침몰했습니다. 사람 몸도 신장에 있는 수(水)기는 올라가고 심장에 있는 화(火)기는 내려가는 ‘수승화강’이 생명의 기초대사대인데 현대사회는 사람들을 화폐로, 불구덩이로 밀어 넣어 존재의 무게중심이 위로 올라가게 됩니다. 증축해서 겉모습은 근사해졌지만 복원력이 없는 세월호는 바로 현대인의 모습입니다.”
‘아하, 그랬구나!’ 고미숙씨의 말을 들으니 혼란스럽고 답답하기만 했던 몸과 마음이 어떤 해답을 찾은 것 같은 기분이 들었습니다. 결국은 수승화강을 이루어 존재의 무게 중심을 잡는 게 관건이라는 얘기인데, 그렇다면 내 몸에서부터 시작하자는 생각이 들더군요. 내 몸이 달라지면 미약하게나마 우리 사회도 딱 그만큼 무게 중심을 잡지 않을까 싶었거든요.
그래서 절 명상을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꿈이 준 메시지 때문이기도 하고, 고미숙씨의 책 <동의보감, 몸과 우주 그리고 삶의 비전을 찾아서>를 읽어보면 신장의 기운을 끌어올리는 데 절 명상이 도움이 된다는 구절이 있거든요. 아픔을 공유하는 것을 가로 막는 불통(不通) 상태를 절 명상이 뚫어줄 것 같다는 예감이 들어서, 그리고 막연하게 기도하는 것으로는 답이 없다는 것을 잘 알기에, 제 나름대로 행동을 해 보기로 했습니다.
물론 날마다 절 명상을 하는 게 쉽지는 않았죠. 주부이다 보니 저 혼자만의 시간을 갖는 것도 쉽지 않을 뿐더러 어쩌다 여유 시간이 생겨도 몸을 움직이고 싶지가 않은 거예요. 특히 지난 여름엔 왜 그렇게 궂은 날이 많았는지 햇볕을 못 쬐니까 점점 더 무기력해지고 몸도 무거워지더라고요. 심지어 귀농 이후 완치되었다고 믿었던 알레르기 비염까지 도져서 무척 괴로웠습니다.
하지만 괴로우니까 오히려 더 가만히 있을 수가 없더군요. ‘이것도 못 하면서 세상이 달라지기를 바라면 안 되지.’하고 가까스로 몸을 일으켜 절을 올렸습니다. 하기 싫은 마음에 무릎도 아프고, 딴 생각도 많이 나는데 신기하게도 절을 하면 할수록 몸이 가벼워지고 잡념도 사라집니다. 온 몸이 달아오르며 콧등에 땀이 나는 느낌이 들고 발바닥까지 찌릿찌릿 전기가 통합니다. 확실히 조금씩 뚫리는 느낌이랄까요?
그 다음날이 되면 또다시 하기 싫은 마음에 사로잡히지만, 역시 하고 나면 개운합니다.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있다는 것만으로도 큰 위안이 되고, 지금 아파하는 이들과 보이지 않는 끈으로 이어져 뭔가 따듯한 기운을 전해준 것 같은 생각도 들고요.
그래서 말인데요, 답이 안 보이는 세상에 실망하여 힘을 잃어가고 있는 분이 있다면 함께 절 명상을 해보자고 권하고 싶습니다. 혼자가 아니라 둘이라면, 둘이 또 셋이 되고 넷이 된다면 더 큰 힘이 실릴 것입니다.
가만히 있다가는 그냥 그대로 침몰하기 쉽습니다. 절망과 무기력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힘이 세거든요. 세월호는 침몰했지만 우리는 우리 영혼까지 침몰하게 내버려두어서는 안 됩니다.
첫댓글 아래로 흐르는 물을 끌어올리고(!)
위로 치솟는 불을 끌어내리는(!)
불가능할 것 같은 일을 만들어내는 동력은
함께하는 행동(절)이로군요.
좋은 글 나눌 수 있어 참 좋아요, 청라님.
어설픈 몸짓이라 내보이기 민망하지만, 쪼&율님 덕분에 용기 냈어요. 말로 다 할 수 없는 것들을 글로 나누어 지금 우리가 무엇을 느끼며 살아가는지 공유하면 좋겠어요.
작은 나뭇잎의 흔들림은
뿌리에게 보내는
생명의 손짓이라 합니다.
서로가 함께 한 행동은
우리의 뿌리가 하나 임을
첮어가는 몸짓이겠지요.
절 명상 동참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