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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딸 서영이] 소현경 - 시놉시스
KBS 주말드라마 기획안
‘내 딸 서영이(가제)’
극본: 소 현 경
제작: HB엔터테인먼트
1. 기획의도
1. 부모, 그 가슴 저린 이름...
우리는 모두 누군가의 부모, 형제, 혹은 배우자이거나 자식이다.
그리고 그들과 가족이라는 이름으로 엮여서 ‘사랑’ 받고 ‘사랑’하며 살고 있다.
고로, 세상을 살아가는 힘은 ‘사랑’ 이다.
인간은 누구나 먼저 자기 자신을 사랑하고, 가족을 사랑하고,
타인을 사랑하고, 그 타인과의 사랑을 통해 새로운 가족을 형성하고,
자식이라는 또 다른 ‘나’를 탄생시키며 살아가기 때문이다.
그렇게 ‘나’를 존재하게 만드는 근간이 되는 게 가족인데...
‘남이 안 보면 갖다 버리고 싶은 게 가족’ 이란 말은 왜 나왔을까?
부모는 ‘선택’ 할 수 있는 존재가 아니기 때문일 것이다.
돈 때문에 자식이 부모를 살해하는, 예전 같으면 기겁할 사건이
하루가 멀다 하고 뉴스를 장식하고, 우리는 점점 그 충격에 무뎌지고 있다.
물보다 진한 게 혈연이라는 가치로 버텨왔던 우리의 전통 가치관이 무색해진 시대.
지금 우리 사회는...
환경이 계급을 만드는 사회라고 한다.
부모의 능력이 자식의 미래를 결정짓는 사회가 되었다고 한다.
능력 없는 부모를 만난 자식은 삶이 팍팍해서 부모를 원망하고,
부모는 자식 키우느라 등골이 빠진다며 자식을 부담스러워하는 세상이다.
틀린 말은 아니다.
어떤 능력을 가진 부모의 자식으로 태어나느냐에 따라,
빈부격차의 계급을 갖게 되고, 인생의 질이 달라지는 건 분명하다.
오죽하면 요즘 성공의 첫 번째 조건은 능력 있는 아버지를 만들어 줄,
‘부자 할아버지’ 라는 반 진담의 농담이 떠돌겠는가?...
그러니 본인의 의지와 전혀 관계없이 부모를 선택당한 자식들 입장에서는
부모를 원망할 수도 있다.
혈연이라는 이름으로 감수하기에는, 너무 억울한 게 많은 인생이므로...
하지만 그들은 잊고 있다.
대부분의 자식들이 부모의 무조건적인 사랑을 먹고 성장했다는 것을...
성장해서 자립하기까지 오랜 시간이 필요한 인간에게,
절대적인 모성애와 부성애가 없었다면 인류는 진작 멸종했을 거라는
추측도 틀린 말은 아닐 것이다.
과거, 현대 판 고려장으로 불리는 사회적 문제로 시끌했던 때가 있었다.
멀쩡한 직업과 부양 능력이 있는 자식들이 노부모를 양로원이나 길거리에 버리는 것이었는데, 인상적인 건... 그 중 정신이 멀쩡한 부모들이 끝내 자기 자식들의
이름이나 직업, 주소 등 그 어떤 정보도 말하지 않는 모습이었다.
마치 영화 ‘공공의 적’에서 아들에게 살해당하면서도 아들의 살인죄를 숨겨주려고
증거물인 아들의 손톱을 먹어버리고 숨을 거두는 어머니 모습처럼...
절대적이고 희생적인 사랑, 그것이 부모 사랑이 아닌가 한다.
그 절대적인 부모 사랑의 존재감이 퇴색되고 있는 요즘의 세태를 반추하면서...
무능하고 못난 아버지의 딸로 태어난 불행을,
스스로 아버지를 버리는 걸로 끊어버리는 선택을 하는 ‘서영’을 통해,
가족은 핏줄로만 엮인 게 아니라, ‘사랑’ 으로 엮여있다는 것을 상기시키고...
우리에게 생명을 주고 삶을 살게 해준 그들의 그 가슴 저린 사랑,
절절한 부모 사랑을 서영의 아버지, 이삼재를 통해 보여줌으로써
점점 빛을 잃어가고 있는 부모 사랑의 소중함을 되돌아보고자 한다.
’父母...‘ 그들도 한 인간이며, 어쩔 수 없는 상황에서도 무너질 수 없는
‘참 가엾은 사람들이다’
2. ‘가장’ 이라는 이름 뒤에 숨겨졌던 ‘남자’들... 그들 이야기.
주말극이나 일일극 같은 연속극에서 등장하는 대부분의 부모는 자식들의 교육,
연애, 결혼... 즉, 자식들의 인생에만 관여하고 엮이는 모습이 대부분이다.
마치 태어날 때부터 아버지, 어머니였던 것처럼...
특히 아버지들의 모습은 어머니들에 비해 훨씬 더 소극적이다.
그래서 이 드라마에서는... 기존의 소극적 아버지 역할만 하는 모습에서 탈피해서
아버지 이전에 남자로, 한 인간으로 삶의 희노애락을 겪는 그들의 인생을
보여주고자 한다.
채널권을 가진 아내들 옆에서 소극적으로 티비를 보던 남자 시청자들이...
이삼재를 통해서는, 자식에게 ‘최고의 부모가 돼주고 싶어 버둥대는’ 아버지들
본연의 모습에...
강기범을 통해서는, 성공에 치중하는 수컷들의 본성에...
최민석을 통해서는, 가정과 회사 양쪽 모두에서 소모품으로 삶을 살다가
자신만을 위한 인생을 새롭게 찾는 남자들의 로망에...
셋 중 어느 하나에, 혹은 셋 다에 공감할 수 있는 드라마로 그리고 싶다.
3. 사랑의 다채로운 빛깔들...
이 드라마는 ‘사랑’에 관한 이야기다.
‘부모 자식 간의 사랑’, ‘부부간 사랑’ 외에 다양한 형태의 사랑이 등장한다.
자존심의 막강 커플 ‘서영과 우재’의 사랑으로 정극 멜로의 긴장감과 재미를...
엇갈리는 커플 ‘상우와 호정, 미경, 경호’ 의 관계를 통해서는 열정의 사랑만이
최선은 아니며 노력으로 형성되는 사랑의 모습이 주는 의외성을...
‘차지선과 성재’ 의 사랑에서는 낳은 정보다 중요한 기른 정을 통해 만들어지는
혈육의 모습을 통해 감동을... 느끼게 함으로써,
사랑의 의미를 다시 생각해 보고자 한다.
모든 사랑에는 정답이 없으며,
사랑이 중요하지만 사랑이 전부가 아닌 우리의 현실적인 삶 속에서처럼
사랑을 느끼고 보여주고 찾게 되는... 사랑을 이뤄나가는 사람들 이야기를 그리고,
그 외 인물들 이야기는 때로 심각하게 때로 코믹하게 버무려서
웃다가 울다가 가슴이 찡해지는,
삶의 희노애락(喜怒哀樂) 같은 드라마로 만들고자 한다.
2. 등장인물
1) 이삼재 (53세, 56세) 서영과 상우의 아버지.
‘아들로 태어났다! 멋진 사내, 이삼재로 살고 싶었다!!
하지만... 아버지라는 이름으로 죽는다’
지금도 차려만 입으면 단번에 멋진 로맨스그레이로 변신할 만큼 훤한 인물에
낙천적이고 밝은 성격, 팔팔하고 터프한 기질까지 천상 사내 성격이지만
사람 좋아하고 넘치게 정이 많아 사건사고에 잘 휘말리는 단점도 함께 갖고 있다.
사업 망한 친구가 찾아오면 현금서비스라도 받아 돈을 쥐어 보내야 하며 길가다
꼬부라진 할머니의 노점을 그냥 지나치지 못했다.
소매치기 잡겠다고 기를 쓰고 덤벼 싸우다가 팔이 부러진 적도 있다.
6,25 때 월남하면서 남매를 잃어버린 부모님의 늦둥이로 태어났다.
어려운 형편 때문에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목공소 허드렛일로 생활 전선에
뛰어들었지만, 나무를 만지다가 일찍이 가구 디자이너라는 첨단 직업을 꿈꾸며
야간 대학에 진학할 만큼 패기와 열정도 있었다.
쌍둥이의 아버지가 되기 전까지는...
뜻하지 않았던 쌍둥이의 출생으로 맞벌이 하던 아내는 직장을 그만두고 집에
들어앉아야 했고, 그는 2학년을 마치지 못하고 대학을 포기해야 했다.
가슴이 쓰렸지만... 기꺼이 포기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쌍둥이 서영과 상우는 부모님도 돌아가시고 피붙이 하나 없던 그의 분신들이었고,
늘 외로웠던 그에게 가족은 그 무엇보다 소중했으므로.
그래서 그는 현실적 조건에 맞게, 그가 가진 평범한 능력으로 살아야 하는 이 시대 소시민 아버지가 되었다.
부산 작은 건설자재 하청업체 과장으로 평범하게 살다가 IMF 때 회사 부도를
계기로 소박했던 인생이 꼬이기 시작했다.
직장을 잃은 것과 동시에 친구의 대출 보증으로 집까지 날려버린 것...
하루아침에 핵폭탄을 맞고는 실의에 빠져 2년여를 술에 절어 살았다.
그러다 등록금을 못내 집에 쫓겨 온 서영의 원망 가득한 눈을 보고
퍼뜩 정신을 차렸다. 재기하고 싶었다.
잃어버린 모든 걸 하루라도 빨리 되찾을 욕심에 전세를 월세로 바꾸고
장사를 시작했지만 실패했다. 더 억울했다.
억울함이 너무 커서 그냥 어디 작은 직장이라도 구하라는 아내의
말은 귓전에 들리지 않았다.
콧구멍만한 회사에 들어가 푼돈 받아 어느 세월에 잃어버린 것들을 되찾고
저 영특하고 사랑스런 자식들 뒷바라지를 한단 말인가?...
눈이 벌겋게 되서 한몫에 만회할 돈 구멍을 찾다가 친구와 동업을 시도 했으나
사기 당하고, 또 화려한 재기를 꿈꾸며 뛰어든 다단계에서는
빚까지 한보따리 안고 나가 떨어졌다.
마치 그의 이름 삼재처럼... 시도하는 일마다 끝없는 재앙만 그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때까지도 몰랐다. 딸 서영이 자신을 어떤 눈길로 바라보는지...
자신이 사고를 치고 실패할 때마다 서영이 자퇴를 하고, 대학을 미루고,
휴학을 하고... 그렇게 마디마디마다 서영이 발목을 잡히고 어떤 고통을 겪는지
눈여겨 볼 여유가 없었다.
자신은 관리형이지 사업형 인간이 아님을 일찌감치 자인했더라면 좋았을 것을...
뒤늦은 후회를 했을 때는 이미 늦었다.
결국 참담한 심정으로 한탕주의 재기를 포기하고, 푼돈이라도 벌어보고자
택시 기사부터 온갖 물건 외판원, 공사판 막노동까지 안 해본 일이 없지만
이미 산더미 같은 빚을 갚기에도 역부족, 형편은 점점 나빠지기만 했다.
빚을 갚기 위해 도우미부터 식당 일, 온갖 잡일까지 가리지 않고 하느라 파김치가 되어있는 아내와 서울 생활비를 아끼기 위해서인지 나날이 말라가는 아들,
언제부턴가 자신과 눈도 잘 마주치지 않으려하는 딸을 보면 미칠 것만 같았다.
내 새끼들이 애비 잘못 만나 저렇듯 시들어가고 있구나...
대책 없는 자책에 몸부림치던 중, 한탕에 열배는 벌수 있다는 친구의 도박판
꾀임에 또 넘어간다.
결국 이삼재 인생의 마지막 승부수를 날리기 위해 아내가 겨우 마련해놓은 서영의 마지막 등록금을 들고 도박판으로 향했다가 계획대로 되지 않는 상황에 눈 뒤집혀 몰두하느라 쓰러진 아내 전화를 외면하게 되고, 아내가 수술도중 사망하자 자책감에 몸부림친다.
아내의 사망을 계기로 부산 생활을 청산하고 서울에서 대학을 다니는 아이들과
함께 살기위해 서울로 상경한다.
가정을 사랑했고 아이들을 사랑했다.
특히 서영은... 입버릇처럼 “저거 저거 어떻게 저런게 내 딸로 태어났는지 몰라?
아무래도 삼신할미가 취중에 집을 잘못 짚었어.” 할 정도로 그에게 뿌듯함과
미안함을 동시에 안겨 준 딸이었다.
제대로 된 부모만 만났으면 대한민국 첫째로 살 딸아이가 자기처럼 못난 아버지
만나 고생하는 게 늘 미안해서 뒤늦게 죄인 심정으로 서영을 대한다.
뜻대로 안되는 게 인생이란 걸 저 아이도 언젠가는 알겠지만...
그렇다고 자신의 무능을 합리화 시킬 순 없었다.
그래서 자신을 원망하고 외면하는 서영을 이해하고 사랑한다, 죽는 날까지.
유학 간다고 거짓말하고 떠난 딸 서영의 결혼식 현장을 운명의 장난처럼 직접 보고 엄청난 충격 받지만... 그 사실을 철저히 비밀에 부친다.
대단한 집안에 대단한 남자와 결혼하는 딸...
애비인 자신의 존재를 숨겨서 딸이 행복한 삶을 산다면, 그것으로 족했다...
도리어 그동안 너무 못나서 미안했던 마음이 조금 가셔지는 것도 같았다.
그렇지만 보고 싶고 그리웠다, 서영이가...
그래서 서영의 사는 모습을 몰래 지켜보며 혼자 흐뭇해하고 혼자 가슴아파하며
서영 주변을 맴돌다가 사위 우재와 엮인다.
죽는 날까지 사위한테 그의 존재를 들키지 않는 것이 그에게 남은 유일한
소원이었는데... 잔인한 하늘은 그 소원 대신
급성 간경변으로 사경을 헤매는 서영에게 간을 이식해주고 그 후유증으로 생사를 오가는 기로에 서게 만드는데...
2) 이서영: (25세, 28세) 이삼재의 딸. 우재의 아내.
‘부모는 내가 선택한 게 아니다.
생명을 주었다고 해서 무조건 사랑할 수 있단 말인가?...’
초등학교 때부터 전교 1등을 놓쳐본 적 없는 수재.
고등학교를 다니다 자퇴, 검정고시로 서울대 법대를 졸업하고 고시에 패스,
서울지법 판사를 거쳐 변호사로 이직한다.
우수에 찬 얼음 공주.
활짝 웃으면 오월 소나기 온 뒤 맑은 하늘처럼 청량하고 싱그러운
웃음을 물려받았지만 좀처럼 웃지 않는다.
그렇다고 울지도 않는다.
신은 백만 불짜리 매력적인 미소를 줘놓고는 웃을 일을 주지 않았고,
동시에 스스로 울음을 허락지 못하는 자존심을 주었다.
자존심이 너무 강해서 남에게 지는 것도, 신세지는 것도, 초라한 것도 못 참는다.
초등학교 때부터 수중에 용돈이 없으면 친구들에게 절대 얻어먹지도 빌리지도
않았으며, 숙제며 준비물 준비까지, 엄마가 잔소리 한번 해보는 게 소원이라고
할 정도로 자기 일은 알아서 다 하는 야무진 아이였다.
그런 성격 탓에 다소 까칠하고 도도해보이지만 속으론 엄마 닮아 여리고,
아버지 닮아 정 많고 열정적인 면도 있다.
특히 이란성 쌍둥이 상우와는 쌍둥이 특유의 끈끈함으로 끔찍하게 사이가 좋았을
뿐더러, 동생을 많이 사랑했다.
그래서 뒤에 아버지와 함께 상우를 스스로 버린 후에,
성재에게 상우 대하듯 정을 준다.
어려서부터 엄마 고생을 보면서 일찍 철들어 감정을 참고 누르는데 이골이 났다.
집안이 몰락한 이후 단 한번도 친구들을 집에 데려간 적이 없으며
아버지에 관한 얘기는 절대 하지 않았다.
그래서 대학교 친구들 그 누구도 그녀의 환경을 정확하게 아는 사람이 없다.
상우와 함께 의사를 꿈꾸며 그늘 없이 밝게 살다가
아버지 실직을 시작으로 정신 차릴 틈도 없이 곤두박질치는 가세를 겪으면서,
끔찍한 가난을 경험하고 더 끔찍한 자존심의 상처를 입었다.
처음에는 아버지를 미워했다.
늘 자신을 초라하고 비참하게만 만드는 사람... 그게 아버지였다.
다른 애들 아빠처럼 보통은 되어줘야 하는 게 아닌가?
실직으로 모자라 친구 빚보증으로 집을 날리고 자포자기의 세월을 보내다가
그걸로 모자라 끝없는 추락에 추락을 거듭하는 아버질 포용하기에는...
그로 인해 그녀가 겪어야 하는 일들이 너무 가혹했다.
한참 예민하던 여고시절, 등록금 미납으로 번번이 교무실로 불려 다니면서
아버지에 대한 실망이 커져갔고, 아버지의 감당 못할 정과 의협심 때문에
졸업여행을 못 가게 됐을 때는 아버지에 대한 원망이 극에 달했다.
그러던 고3 초, 경쟁 관계였던 부자 집 친구 연희의 집에서,
연희의 의도적인 계획으로 친구들 앞에서 도우미로 일하는 엄마와 마주치는 충격을
겪고는 학교를 자퇴하면서 아버지에 대한 마음의 문을 닫았다.
비싼 등록금과 6년이라는 세월 때문에 의대를 포기하고, 상우를 먼저 대학에
보내고 동생 뒷바라지와 자신의 대학 등록금을 벌기 위해 재수를 하면서
돈을 버는 동안... 어느새 예전 아버지에게 받았던 사랑마저 잊어버리게 됐다.
아버지가 싫어졌다.
대신, 엄마에 대한 마음이 더 각별해졌다.
아버지가 착한 사람이라는 위안으로 인고의 세월을 보내는 엄마가 가여워서,
변호사로 성공해 돈 벌 욕심으로 법대를 들어간 뒤에도
대학 등록금에 자취비 마련을 위해 휴학에 휴학을 거듭하며
과외를 비롯 서빙부터 안내원, 대리운전에 시체 닦기까지 안해 본 알바가 없다.
그렇게 하루 네 시간을 못 자고 피나게 살면서도 단돈 5만원이라도 여윳돈이
생기면 엄마에게 보내 아버지 빚 갚는데 보탰다.
그랬는데... 아버지가 엄마가 마련해 준 그녀의 마지막 학기 등록금까지 도박판에서 탕진하는 동안 심장병으로 쓰러진 엄마의 병원행이 늦어져 수술도중 사망하게 되자 아버지에 대한 증오가 극에 달한다.
왜 내 아버지는 저런 사람일까?
왜 나는 아버지 딸로 태어났을까?...
엄마가 돌아가시고 등록금 마련을 위한 과외 학생 성재네 집에서 막 군 복무를
마치고 돌아온 성재의 큰 형 우재를 만난다.
웃음을 잃어버리고 살아온 그녀를 웃게 만드는 남자 우재.
그녀가 들어갈 수 없는 성안의 남자 우재...
그녀가 도저히 굽힐 수 없는 자존심을 굽히고 또 굽혀봤자 소용없을 남자,
우재를 사랑하지 않기 위해 버둥대다가 결국 사랑에 빠져버렸는데...
비밀스런 그들의 사랑을 알아차린 우재 가족들의 급작스런 질문 앞에서
아버지가 ‘돌아가셨다’고 거짓말을 뱉어버린다.
계획한건 아니었다.
막 우재의 청혼을 거절하고 과외 수업을 하기 위해 들어오는 길이었다.
마치 천민이 왕족을 넘보기라도 한 것처럼 어이없다는 표정으로 아버지에 대해
묻는 우재 어머니 앞에서 ‘일용직 노무자’ 이라고 도저히 말할 수 없었던 건,
어차피 우재와 이루어질 수 없다고 체념했기 때문이었고,
그녀의 비뚤어진 마지막 자존심이기도 했지만,
마음 속 깊은 곳에서 우재를 원하는 간절함 때문이기도 했다.
그랬는데 뜻밖에 결혼 허락을 받는다.
불가능하다고 체념했던 우재와의 미래가 가능해졌는데...
아버지 문젤 어떻게 하나?
차라리 처음부터 거짓말을 하지 않고 우재와 결혼하지 못하는 게 낫지,
이제 와 아버지가 살아 계시다는 말을 도저히 할 수가 없다.
무엇보다 꼿꼿한 그녀의 자존심을 사랑한 우재였기에.
사랑하는 남자와 천륜으로서의 아버지...
둘 사이에서 피 말리는 갈등 끝에 아버지를 버리고 우재를 선택한다.
우재를 포기할 수 없었다.
늘 힘들고 불행하게 만든 아버지 때문에 또 불행해지고 싶지 않았다.
더구나 멀쩡히 살아있는 아버지가 돌아가셨다고 거짓말한 자신을 발가벗겨서
우재와 그의 잘난 가족들에게 드러낼 수도 없었다.
내 인생 단 한번의 행복할 기회, 그 기회를 아버지로 인해 뺏기고 싶지 않았다.
결국 유학 간다는 또 다른 거짓말로 아버지를 버리고 우재와 결혼한다.
그렇게 행복해지기 위해 독하게 아버지를 버렸는데...
그로부터 3년...
겉으로는 그 누구보다 밝고 행복한 모습으로 살고 있지만, 마음 속으로는
단 한순간도 행복하지 못한다.
누구보다도 우재의 아이를 낳고 싶으면서도 아이 기피증이 생겨 남편 몰래 피임을
하고, 예상치 못한 순간에 불쑥 불쑥 드러나는 아버지 존재의 증거를 감추기 위해 새로운 거짓말을 하고 또 하게 된다.
자신의 비밀, 절대로 자기 입으로 털어놓을 수 없는 그 비밀을 지키기 위해
독하고 무섭게 몸부림치면서 점점 더 진실을 밝힐 기회를 잃어가는 서영.
결혼 후 다음해 사시에 합격, 집안 명예에 어울리는 판사가 되기를 바라는
시부모 때문에 판사가 됐지만, 누군가의 죄를 판단하고 벌을 주는 일에 스트레스를
받아 기어이 시부모 뜻을 어기고 법복을 벗고 변호사가 된다.
하지만 그 이직한 로펌에서 재회한 두 악연...
여고 때 친구 연희와 우재를 사랑하는 선우에 의해 아버지가 살아있다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시댁 식구들 앞에서 천륜을 버린 철면피한 인간으로 발가벗겨진다.
그것만으로도 하늘이 무너질 것 같은데, 남편 우재가 벌써 그 비밀을
알고 있었다는 걸 알고는 먼저 이혼을 선언하고 집을 나간다.
완전체로 사랑 받고 싶은 남자 우재에게 썩은 창자까지 보이고는 살 수 없는 게,
그녀의 사랑법이었다.
우재가 문드러진 창자까지 먼저 드러내길 기다리는 줄도 모른 채...
이후... 세상에 둘도 없이 서로를 사랑하면서도, 세상에 둘도 없는 자존심 지존을
다투는 우재와 피터지게 격돌하면서 파국으로 치달아 가다가
급성 간경변으로 위기를 맞고, 결국 자신이 버린 그 아버지에게서 간이식을 받고 인생의 빛을 되찾고 오열하게 되는데...
3) 강우재: (27세, 30세) 서영의 남편. 우진 기업 계열사 사장.
탁월한 외적 유전자에 어머니로부터 물려받은 감성에 아버지 덕으로 넘치는 부와 타고난 배포가 합쳐져 거칠 것 없는 삶을 살아왔다.
누구에게 숙여본 적도 없고, 제법 머리도 좋아 숙일 일도 없었다.
원하는 것도 없다. 하고 싶은 대로 다 하고 살아서.
모든 걸 다 가진 자의 여유와 타고난 속 넓은 성품이 더해져서, 늘 여유롭고
소탈하고 예의바르다. 건들건들한 장난기와 바람기도 있지만 정도를 넘지는 않으며
맘먹고 한다고 하면, 죽어도 하고야 마는 고집 파.
늘 사업 때문에 얼굴 보기 힘든 아버지와 그런 아버지에 대한 원망에서 시작된
자기 연민을 밖으로 도는 걸로 푼 어머니 때문에 어려서부터 혼자 지내는 시간이 많았다. 때문에 자연스레 독립심과 개인적인 성향이 강해졌고, 가족사이의 결속력도 별로 느끼지 못했다.
일만 하는 아버지를 봐와서 유별난 기업 경영 기피증이 있다.
그래서 미국에서 경영학을 공부하다가 영화에 매력을 느끼자 바로 전공도 바꿨다.
아버지 강기범이 펄쩍 뛰어도 꿈쩍도 않는다.
여느 재벌 집 아들처럼 순응 혹은 반항이 아닌, 특유의 넉살과 버티기가 특징인데
묘하게 뻗대지 않는 걸로 보이는 탄성이 있어서 아버지 강기범 조차
그를 옭아매지 못한다.
경영 수업을 안 받고 전공을 바꾼 걸로 모자라 대학원을 졸업하면,
귀국하지 않고 헐리웃에서 제작자로 살겠다는 그를 옥죄기 위해 아버지가
미국 시민권과 현역 입대라는 두 가지 패를 쇼당으로 내밀었을 때도,
1초의 망설임 없이 군대를 선택해서 강기범을 무릎 꿇린 그였다.
그렇게 모두가 부러워하는, 원하는 대로 살아서일까? 그에게 없었던 유일한 것,
‘간절함’ 을 뒤에 서영에게서 발견한다.
제대를 하고 다시 미국으로 떠나기까지 집에 머물던 중 동생 성재의 과외선생으로 드나드는 서영을 만나 제대로 발목 잡힌다.
처음엔 여느 때처럼 얼마 못 버티고 거쳐 가는 과외선생 중에 한명이려니 했다가,
성재를 휘어잡는 카리스마에 어라? 제법인데? 호기심이 발동돼서,
특유의 여유와 넉살로 서영에게 관심을 보이는데... 톡하고 치면 미동도 없길래
툭하고 칠랬더니 마치 그의 속을 들여다보고 있는 사람처럼 쏙 피해버린다.
오... 이거 재밌는데? 전의를 다지며 서영을 다시 건드렸다가 마치 두더지 잡기
게임처럼 머리만 내밀면 백발백중 방망이로 얻어맞는다.
결국 가난한 여자의 버티기라고 치부하기에는 바늘 하나 들어갈 틈 없는
서영의 시니컬한 꼿꼿함에 굴복, 그녀를 사랑하게 된다.
서영이 자신을 밀쳐내는 이유가 자존심에 상처 받기 싫어서,
‘사전예방’ 하는 거라는 걸 알고는 선우의 등장과 함께 서영에게 청혼한다.
당연히 예상되는 부모님의 반대에 서영과 둘만의 결혼식도 강행할 생각을 하는
자신을 보고 스스로 놀랐던 그였다. 그도 미처 몰랐다.
자신에게 그런 순수성이 있는 줄... 그렇게 간절하게 원하는 게 생길 줄...
어느새 그렇게 서영을 끔찍이 사랑하고 있었다.
결국 미국으로 돌아가지 않고 아버지 회사 일을 하겠다는 조건으로 아버지와 협상,
서영과의 결혼을 허락 받는다.
미국에서 제법 자유분방한 연애를 즐겼던 그...
서로 약속한건 아니었지만 군 복무 기간 동안 그를 기다렸다 찾아온 선우를
서영 앞에서 깨끗이 단념시켜 돌려보낸다.
결혼 후 완벽하게 서영과 가정에 충실하며 서영 곁을 지킨다.
그렇게 3년 후... 어느 일요일 조깅 길에서의 교통사고에서 자신을 구해주고
대신 다친 삼재와 장인인줄 꿈에도 모르고 인연을 맺다가,
어느 순간 그의 정체를 알고 말할 수 없는 충격을 받는다.
죽었다고 했던 아내 서영의 아버지가 살아있다...
서영은 자신과 결혼하기 위해 초라한 아버질 버렸다...
서영의 사랑을 의심하게 된다.
서영이 자신의 가진 조건을 취하기 위해서 그런 짓을 했다고 오해하고,
그 배신감에 이후 그녀를 냉대하면서 정선우를 다시 만나는 등,
의도적으로 서영을 무섭게 괴롭힌다.
그렇지만 끝내 먼저 서영에게 장인 존재를 발설하지 못하고 기다린다.
언젠가 서영이 먼저 그 비밀을 말해주기를... 서영을 사랑하기도 했지만
삼재, 장인의 절절한 서영 사랑이 그를 입을 다물게 만들었다.
하지만... ‘나는 서영 사랑의 확신이 필요하다. 그런데 이 여자가 아무 말도 안한다.
변명도 하지 않는다. ‘강우재, 널 너무 사랑해서, 널 잃고 싶지 않아서 거짓말했다고, 그러니까 날 한번만 봐달라’고 해야 하는데... 끝내 아무 말도 안한다.
도저히 용납할 수도 없고 이해 할 수도 없다.
자존심 강한 양대 산맥 강우재와 이서영은... 일대 혈전을 치르는데...
결국 그가 받지 못했던 부모 사랑을 삼재를 통해 대신 보고 감동 받고,
그로 인해 진정으로 사랑하는 방법을 배우는 인물.
4) 이상우: (25세, 28세) 삼재의 아들. 서영과 이란성 쌍둥이 남동생.
의대 졸업 후, 종합병원 내과 레지던트 2년 차.
성격도 닮는다는 쌍둥이들과 달리 누나 서영과 백팔십도 다른
유쾌 상쾌 통쾌한 성격이다. 같은 환경이지만 서영과 달리 자기 환경을 탓하지도 원망하지도 부끄러워하지도 않고, 밝은 장난기로 집안에 활력소를 준다.
전교 상위권으로 공부도 잘했지만 워낙 월등한 서영에 눌려 칭찬 한번 못 받았다.
그래도 누나 때문에 행복해하는 엄마 아버질 보면 누나가 고맙기만 한 착한 남자.
새침하고 똑부러진 누나 서영을 자랑스러워하고 사랑한다.
예쁜 누나 덕에 친구들과 선배들에게 심심찮게 군것질거리를 얻어먹기도 하고
중간 다리 역할을 하려다 서영에게 쥐어 맞기도 하면서 티격태격 쌓인 정이 깊다.
‘서영아, 누나’ 를 왔다 갔다 하며 친구 같은 오누이로 지낸다.
집안 형편 때문에 대학을 포기할 생각을 하는 자신을 매섭게 야단쳐서
먼저 의대에 보내고, 정작 자신은 의대를 포기하고 재수를 선택한 서영에 대한
미안함이 크다. 겨우 3분 일찍 나와 놓고는 누나랍시고 늘 야무지게 그를 챙겼던 서영이었고, 동생이랍시고 휴학 한번 못하게 하고 엄마와 함께 힘을 모아 희생을 자처한 누나 서영이었다. 그 와중에 짬짬이 용돈까지 건네준 서영을 생각하면,
고맙다 못해 가슴이 뻐근해지는 그였다.
특유의 넉살로 형편 괜찮은 고등학교 친구 자취방에 얹혀살면서 짬짬이 대리
알바 등으로 생활비를 벌면서 대학을 다녔다.
이제 1년만 있으면, 의대를 졸업만 하면 엄마 어깨가 조금은 가벼워지리라...
하던 그해 겨울, 엄마를 잃는다.
월세 방 보증금과 남은 돈 탈탈 털어 빚잔치를 하고, 남겨진 빚은 의사가 되어
갚는다는 각서를 써주고 오갈 데 없는 아버지와 함께 어쩔 수 없이 도망치듯
서영의 서울 자취방으로 들어온다. 누나의 아버지 기피증을 알기에 중간에서
분위기를 살리려고 더 쾌활하게 노력하며 서영을 다독인다.
아버지는 누나 말처럼 무능하지만 가엾은 사람이었다, 그에게는.
그러던 중 아버질 속이고 결혼하려는 서영의 계획을 알고 충격 받고 분노한다.
멀쩡히 살아있는 아버질 죽었다고 했다니!!!
하늘이 두 쪽 나도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누나의 그간의 고통을 이해 못하는 건 아니지만... 그래도 이건 아니라고,
절대 그래선 안 된다고 화도 내고 눈물로 설득도 하지만,
끝내 실패하자 서영에게 영원히 등을 돌릴 결심을 한다.
그래서 결혼 후 서영이 생활비를 대주겠다고 할 때도 가차 없이 거절하고,
남편과 시댁 식구들에게 아버지를 당당히 밝히고 사죄하기 전까진
아버지 앞에 절대 나타나지 말라며 서영을 내치고 이후 연락을 끊는다.
그토록 사랑하고 자랑스러워하던 딸에게 버려진 아버지...
목이 메이고 가슴이 찢어진다.
그래서 두배 백배로 아버지에게 더 잘하려고 노력하며 아버지의 아들로 친구로
최선을 다하며 마치 서영이란 존재는 애초에 없었던 것처럼
하루하루를 시끌시끌 요란하게 지낸다.
허허실실 아버지 닮아 넉살좋고 구김이 없지만, 서영만큼 자존심도 강하고
기도 세다. 서영이 내유외강이라면 외유내강인 그.
처음엔 원망은 있었어도 미움까지는 아니었다.
마음 깊은 곳에는 서영을 이해하는 마음이 조금은 있었다.
하지만 3년이 지나도록 진실을 밝히지 않을 뿐 아니라 자신과 미경과의 사이를
알고 난 서영이 미경과의 헤어짐을 종용하자, 새로운 배신감으로 서영에게 맞서기도 한다. 워낙 사이가 좋았던지라 극도의 애증을 서영에게 가지고 있다.
대리 알바를 하던 중 우연히 맞닥뜨린 뺑소니 피해자 현장에서 서영의 시누이
미경과 만난다. 서로 의대생인 걸 모른 채 의견 다툼으로 티격태격하게 된
인연으로 친구에서 연인으로 발전, 그녀를 사랑하게 되지만
미경이 서영의 시누이인 걸 안 이후, 어쩔 수 없이 이별을 고한다.
미경과 수면으로 나서는 순간, 누나도... 딸에게 버림 받았다는 걸 알게 될 아버지도
행복할 수 없다는 현실을 간파했기 때문에, 미경의 미련을 떨치기 위해서
늘 그의 곁을 맴돌며 그의 사랑을 갈망하는 호정을 선택한다.
자신을 진심으로 사랑하는 여자, 그래서 그의 아버지와 환경까지 진심으로
받아들일 수 있는 여자가 그에게 필요했다. 비록 사랑은 아니지만 호정에게 최선을 다할 요량으로, 사랑으로 착각할 만큼 잘해줄 자신이 있었는데...
이 여자 호정, 정말 사랑하지 않을 수 없는 여자였다.
뒤늦게 아버지가 처음부터 서영의 결혼을 알고 있었으며,
그러면서도 끝내 가슴에 묻어뒀다는 사실을 알고 충격 받는다.
그리고 죽을 때까지 용서하지 않으려했던 누나를,
간이식으로 새 생명까지 준 후 사경을 헤매는 아버지 때문에 화해한다.
5) 최호정: 여, 22세-25세. 최민석과 김강순의 딸.
음대 하프 전공 대학생. 3년 후에 상우의 아내가 된다.
어려서부터 엄마에 의해, 엄마의 뜻에 따라 키워진 대표 마마걸.
어려서부터 딸 하나만큼은 자신처럼 살게 안하겠다는 호정모의 결심에 의해
온실 속에 꽃처럼 자라 잔생채기 하나 없이 곱다.
거기에 하느님이 오장육부 중에서 실수로 뭔가 하나 빠뜨린 사람처럼
모질고 독한 구석이라곤 없이 순하고 여리고 정 많은 성격으로 태어났다.
다른 사람 말을 듣는대로 고대로 믿어서 뒤통수 맞는 게 특기.
음악에 재능이 없으면서도 엄마 뜻에 따라 하프를 전공, 엄마가 정해주는 사람과
결혼하려고 생각하다가 상우를 만나 사랑에 빠진다, 그것도 짝사랑에.
엄마가 알면 하늘 뚫어지게 펄쩍 뛸, 아주 가난한 걸로 모자라 홀아버지의
외아들인 상우를... 더구나 그에게는 여자가 있다는데!
자기가 동생처럼 귀엽지만 여자 같지는 않다는데!!...
미치게 그 남자가 좋기만 하다.
눈뜨면서부터 잠들 때까지 짝사랑으로 마음 앓이를 하며 그의 주위를 맴돌다가
정말 우습게도 잠자면서 하는 잠꼬대(잠꼬대가 거의 대화 가능 수준이다) 때문에
엄마에게 비밀을 들키고 치도곤을 당한다.
짝사랑조차도 용납 안될 정도로 말도 안되는 남자를 사랑하는 딸을 용납 못하는
엄마를 이기지 못하고 질질 끌려 유학을 떠났다가,
끝내 그를 잊지 못하고 돌아온다.
그리고 상우의 마음을 잡아보기 위해 난생 처음 악녀를 자청하며
그의 곁을 맴돌다가 상우의 연인으로 미경을 맞닥뜨리고 기겁한다.
내막을 알수 없지만 미경 언니와 이별한 후 내미는 상우의 손을 고맙게 잡고,
그와 결혼하기 위해서 난생 처음 엄마와 맞선다, 그것도 아주 독하게...
상우에게 잘 보이기 위해서 시아버지에게 잘하려고 애쓰다가 점차 삼재의 마음씀과
인간적인 정에 이번엔 시아버지에게 홀딱 반한다.
마치 친구처럼 알콩달콩 지내면서 살림 전수, 음식 전수도 친정엄마를 마다하고
시아버지를 사수로 모신다. 하루가 멀다하고 살림 관련 각종 사고를 치며 삼재와
정을 쌓아간다.
거기에다 미처 기대하지 않았던 상우의 다정함과 배려까지...
자신의 조건 없는 사랑이 상우의 마음을 잡은 줄도 모르고, 감동과 행복감에
툭하면 펑펑 우는 사랑스런 여자.
나중에 사위도 자식이라면서 짐 싸들고 들어온 친정아버지 최민석 때문에
두 아버지를 모시는 황당한 상황도 겪지만, 그동안 외로웠던 아버지 속내를 뒤늦게
알고 아버지 편을 들어준다.
6) 강미경: 여, 25-28세. 강기범의 딸. 우재의 여동생.
현재 종합병원 외과 레지던트 2년차.
재벌 딸답지 않게 털털하고 소박한 좋은 성격을 기본으로, 왈가닥에 덤벙이.
거기에 괄괄까지 더해서 거의 선머슴이다.
속으로 열정을 담고 있는 오빠인 우재와 달리 내놓고 열정적이며 뜨겁다.
고집은 오누이가 꼭 닮았다. 재벌가에 맞는 품위를 갖추라는 엄마의 잔소리에
‘나는 나야!’를 외치며 자기만의 삶의 방식을 고수한다.
사랑지상주의자다. 애정 없이 결혼한 부모님을 보고 자라서
“사랑 없는 결혼은 무덤이야!” 늘 부르짖는다.
자기 집안 배경 때문에 꼬이는 남자들을 경기를 할 정도로 싫어한다.
나 강미경, 이 한 여자를 있는 그대로 사랑해줄 사람을 찾는 게 그녀의 초목표.
그래서 대학 때부터 자신의 집안을 감쪽같이 숨겨왔다.
드라마 초반에 소개팅으로 만난 남자와 석달 째 연애 중이었다가,
꿈에도 자기 신분을 모르는 줄 알았던 남자가 사실은 미리 알고 친구에게 소개팅을 부탁했던 걸 알고 또 한번의 상처를 맛본다.
급성 맹장을 수술해준 첫사랑 때문에 무작정 의사를 지망했다.
고등학교 2학년, 친구들과 가출 여행을 갔던 섬에서 급성 맹장염으로 위기를
맞았을 때 보건의로 내려와 있던 젊은 의사의 수술로 목숨을 건진 후,
의대를 가기 위해 죽으라고 공부했다.
특별한 인생 목표 없이 하던 공부와 우울한 사춘기로 인한 방황을 한순간에 접고
불철주야 공부에 매달렸던 건, 그녀의 목숨을 살려주고 첫사랑이 되어버린
그 젊은 의사 선생님 때문이었다.
그와 같은 의사가 되리라... 의대를 졸업하면 엄청난 아버지 재산을 이용해
병원을 차려 그 사람을 내 병원으로 오게 하리라...
말도 안 되는 사춘기 소녀의 상상력으로 운명적인 그 남자와의 해후를 꿈꾸며
공부했던 그녀였는데... 의대를 합격하고 나서 정신을 차리고 보니 그 남자 얼굴이
기억나지 않는다, 아련하다...
이름 석자로 추적할 만큼의 열정은 당연히 남아있지 않았다.
어느 날 길에서 우연히 맞닥뜨린 응급환자 응급처치 문제로 다투다 알게 된
성질 팔팔한 상우를 사랑하게 된다.
더구나 상우와 같은 병원 레지던트로 재회하게 되자 상우와의 만남을 운명으로
확신하고, 전문의를 따면 오빠 우재처럼 용감하게 신분의 차이를 뛰어넘는 사랑을 이루려 결심하는데... 돌연 상우에게서 이별을 통보받는 날벼락을 맞는다.
자기 집안을 숨기고 연애를 했던지라 처음에는 그로 인한 상우의 배신감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상우를 짝사랑하던 아버지 고등학교 동창 최민석의 딸 호정과 유치하기 짝이 없는 조강지처 행세까지 하며 삼각관계 쟁탈전까지 치를 만큼 사랑했던 남자였는데...
그 어떤 이유로도 놓칠 수 없는 남자 상우의 마음을 되찾기 위해 애를 쓰던 중
올케 서영이 상우의 누나임을 알게 된다.
오빠 우재와 결혼 전부터 왠지 좋아지지 않던 서영이었다.
뭔지 모를 꺼림칙한 느낌의 올케... 그 서영의 사연은 둘째 치고,
자기 사랑을 잃어버리게 만든 서영을 용서할 수 없어 서영을 괴롭힌다.
차마 대놓고 비밀을 폭로하지 못했던 건, 사실을 확인하려고 상우를 만났을 때
입을 다물어 달라는 상우의 부탁 때문이었다.
그러다 상우와 호정이 결혼까지 하게 되자, 완전 맥을 놓아버리고 병원 일을 하다가 새로 부임한 외과 전문의에게 걸려 그 뒤로 호되게 당한다.
처음엔 자기 잘못을 인정하고 치면 치는 대로 당했는데 이 사람,
해도 해도 너무 갈군다.
실연으로 가라앉아있었던 그녀 가슴에서 다시 훅하고 불구덩이 치밀어 오른다.
결혼 3년 만에 부인을 암으로 잃은 주제에 무슨 의사?
너 같은 놈하고 살아서 스트레스로 암에 걸린거다!
이 악물고 버티다가 어느 날 그가 10여년 전의 첫사랑, 그녀의 생명의 은인이며
호정의 배다른 오빠임을 알게 된다.
그리고 뜻밖에 그가 강미경이라는 이름 석자를 알려주며 건네줬던
그녀의 목걸이까지 지니고 있는걸 알고 감정의 동요를 느끼는데...
가난한 집 아들 상우에 이어 이번엔 근 열 살 연상의 사별남이다.
후에 끔찍하게 미워하고 증오했던 서영, 얼마 전까지 미친 듯이 사랑했던 남자
상우의 누나 서영의 간이식 수술을 최경호와 함께 집도하게 된다.
7) 강기범: 남, 56세-59세. 국내 굴지의 우진 기업 사장.
스스로 가정을 도외시하는 아버지의 전형.
카리스마 있고 추진력 강하며 터프하고 남자답게 호탕하다.
돈만 생기면 전국 각지에 땅을 사놓은 집장사 출신 선친 덕분에
건설 쪽 노하우와 막대한 사업자금을 함께 물려받아,
순식간에 국내 건설업계에 이름을 올린 이후 승승장구하고 있다.
일에서의 성공이 인생 성공인 남자의 전형으로,
남자가 큰 일을 하는 대신 집안 일은 아내가 알아서 하는 거고
그는 성공에 따른 돈, 명예를 아내에게 주는 걸로 남편 역할을 다한다고 생각한다. 때문에 아내에게는 거의 관심이 없고,
성공한 사내가 누릴 수 있는 온갖 즐거움은 혼자서 다 누리며 산다.
중매로 조건 맞춰 결혼한 아내는 가정에 꼭 필요한 사람이지만,
그에게 여자가 아니었다. 그가 위로받고 열정을 쏟을 여자는 문밖의 여자였지
문 안의 마누라는 아니었으므로... 아내에 대한 죄책감을 느낀 적이 없었다.
그걸 모르는 아내는 애 둘을 낳고도 관심 타령을 하며 찡찡대기만 했다.
격식을 싫어하는 실리주의자로, 조건이 아니라 사랑으로 결혼했어도 맞지 않는
여자였다, 아내는. 결국... 그가 줄 수 없는 걸 달라고 칭얼대는 아내와 점점 멀어져 냉랭해진 부부사이로 지내고 있다.
사업적 계산이 본능적으로 빨라 오래 끌지 않고 서영을 받아들인다.
집안 격 차이를 보면 말이 안 되는 조건이지만, 아이 하나 보자면 모자랄 것 없는
서영이었고, 무엇보다 결혼 허락으로 우재를 회사에 들어앉힐 수 있기 때문에,
앓아눕는 아내를 찍어 누르고 결혼을 허락한다.
중소기업에서 벗어나 대기업이라는 타이틀을 달았지만, 내 살아생전에 10대 기업 안에는 들어야지... 사업 확장에 온 힘을 쏟는다. 수단 방법을 가리지 않고.
사업 성공이 크면 클수록 그와 그의 가족들에게 보람이라고 스스로 굳게 믿는다.
건설회사 초창기 시절 경리로 들어와서 20여년 이상 그의 곁을 지킨 비서실장
윤소미를 전폭적으로 신뢰한다. 차지선이 가정용 아내라면, 윤소미는
그의 수족 같은 사업용 마누라다. 온갖 사업적 의논부터 집안 행사, 와이프 생일이나 결혼기념일 선물까지 알아서 챙겨주는, 그에게는 없어서는 안 될 여인이다.
윤소미와는 20여년 전 짧은 기간 내연관계였지만, 소미의 결혼 소식에 그답게 행복을 빌어주며 축의금까지 두둑하게 챙겨주고 깨끗하게 결별하고,
1년여 만에 이혼했다며 돌아온 소미 처지가 딱해서 다시 비서로 받아줬을 뿐인데,
윤소미가 그의 아들을 낳았었고, 그 아들이 업둥이로 들어온 성재라는 걸 까맣게
몰랐다가 뒤늦게 알고는 충격 받는다.
그렇지만 충격도 잠시, 다시 그 특유의 계산법으로 일을 재빠르게 덮고
모든 상황을 원상복구 시킨다.
그의 예상대로 결국 자기 곁을 떠나지 못하는 아내...
그런데 그렇듯 남의 이목과 체면을 중시하는 고귀하고 귀족적인 아내가 자신의
친구와 함께 간통으로 유치장에 수감된걸 보고 경악한다.
더구나 진짜 간통도 못하고, 부도 직전의 친구가 아내와 짜고 합의금을 받아내기
위한 작전에 당했다는데 더 경악한다. 늘 입만 열면 종알거리는 사랑!
그 진짜 사랑도 아니고 돈에 눈먼 인간들의 작전에 넘어갔다니... 도대체 얼마나
외로웠길래!!! 체면에 죽고 사는 장관 집 무남독녀가... 열불 나는 속을 누르며 일단 합의를 해주고 아내를 빼내줬는데 적반하장도 유분수지, 나오자마자 짐 싸서 집을 나가버리더니 뒤이어 이혼을 하잔다. 기막히고 황당하다.
며느리 서영도 아버지 일이 들통난 뒤 우재와 이혼하겠다며 집을 나가있는 상황... 어떻게 잘못한 것들이 내쫓기기 전에 보란 듯이 집을 나간단 말인가?
그런데... 강기범 인생 인테리어 장식품이라고 치부했던 아내가 없는 집이
휑하고 썰렁하다... 우재도 미경도 성재도 모두 각자의 문제로 허덕이느라 그의
위로가 되지 않는다.
비로소 가족 구성원의 소중함을 느끼는 그, 자신의 인생을 돌아본다.
무엇보다 천륜을 저버린 며느리 서영에게 격노해 이혼을 시키려했을 때,
온몸으로 거부하던 아들 우재의 사랑도 떠올려졌다.
커져가는 사업에 비례해 삭막해져갔던 가정... 고민하던 그, 결국 윤소미를 회사에서 내보내고 아내를 찾아간다.
8) 차지선: 여, 53세-56세. 기범의 아내.
국회의원 3선을 거쳐 장관까지 지낸 아버지 덕에 대학 졸업과 동시에 중매로
강기범과 결혼했다. 성악과 출신으로 혼자 노래 부르는 게 취미.
본인은 결혼만 아니었으면 유학 후 지금쯤 조수미 못지않은 소프라노가
되었을 거라며 신세를 한탄하지만, 그건 시도를 안했기 때문에 할수 있는 가장
그럴싸한 변명일뿐 실은 별 재능이 없는 목소리다.
주로 심란할 때 노래를 부르기 때문에 그녀가 노래 소리는 온 식구에게
빨간 경고 사이렌이다.
타고난 이기적인 성격에 무남독녀로 자란 환경, 거기에 풍부한 감성이 넘쳐서
자기 감정을 주체할 줄 모른다.
부유한 강기범과 조건 딱 딱 맞춰 결혼해놓고도, 결혼하면 사랑까지도 저절로
따라 올 줄 믿었는데 이게 웬걸? 돈은 넘치게 주면서 사랑은 한 푼 어치도 안주는 강기범 때문에 늘 외로움과 허전함 속에 살았다.
그로 인한 자기 연민이 너무 심해서 정작 자신도 자식들에게 따뜻한 사랑한번
제대로 못주고 밖으로 떠돌면서도 자기를 돌아볼 줄 몰랐다.
같이 살고 있지만 남편에게 버림 받았다는 자격지심으로 허무하고 또 허무할 뿐.
어디 내놔도 킹카인 아들 우재가 고아 출신 서영과 결혼한다고 하자 기함을 하지만
남편을 이겨내지 못하고 맘에 안 드는 며느리로 받아들인다.
정말 정떨어지는 인간이다, 강기범은.
어떻게 아들의 결혼까지 사업상 계산에 맞춰 시킨단 말인가?
그랬는데 얘는 이게 또 무슨 복을 안고 태어났담?
우재에게 끔찍이 사랑받는 서영에게 부러움과 질투를 동시에 느껴서,
며느리를 귀족적으로 우아하게 갈군다.
속으론... 지 주제에 얼마나 대단한 남자 사랑을 받는 줄도 모르고,
아들에게 늘 꼿꼿한 며느리가 재수 없기 그지없다.
더구나 판사랍시고 기업가 여자들 모임에도 좀처럼 참석도 하지 않고,
아침마다 출근해서 제멋대로 퇴근이니 집에서 며느리로 부려먹을 수도 없다.
결국 우재가 결혼하고 나서도, 그녀 곁에는 여전히 그녀의 찰떡궁합 막내 성재만
남아있을 뿐이었다.
하지만 그 아이가 남편의 오랜 비서인 윤실장의 아이라는 게 밝혀진다.
말할 수 없는 충격과 배신감에 성재를 냉대하지만,
20여년 전 한겨울 문 앞에 놓여있던 아이에게서 그녀답지 않은 끌림을 느껴
업둥이로 들인 성재와 아들로 쌓은 정이 너무 깊어 결국 성재를 끌어안는다.
그러던 중 며느리 서영의 아버지가 살아있다는 걸 알게된다.
세상에 깜찍한 것... 우리 집안에 들어오려고 그런 무서운 짓까지 불사하다니!
그래놓고 혼자 깔끔하고 도도한척 다 했던 서영에 대한 노기가 하늘을 찌른다.
인간으로 해서는 안될 짓을 한 서영을 용서할수 없다.
결혼 후 처음으로 남편과 뜻을 맞춰 이혼을 종용하는데 우재가 말을 안 듣는다.
가해자인 서영은 하겠다는데 감쪽같이 이용당한 피해자 아들 놈이 안하겠다니,
등신도 저런 등신이 있나?... 그러면서 한편으로 그런 서영이 부럽고 또 부럽다.
나도 남은 인생, 저런 사랑 한번 받고 죽었음 좋겠다...
속이 시끄럽던 차에 다가온 남편 사업 친구에게 빠져 때늦은 로맨스로 정신이 없다가 모함에 빠져 유치장에 갇히는 신세가 된다.
재벌 사모님에서 간통 누명까지 쓰고 이혼 당하게 생긴 처참한 신세로
제 2의 말년 인생을 살아야하는 기로에 서서야 비로소 자기를 돌아보는 인물.
9) 강성재: (18세, 21세) 강기범의 아들. 우재의 막내 동생.
현재 전문대 경영학과 대학생.
어려서부터 집안 격에 안 어울리는 완전 꼴통이다.
공부는 맡아 놓고 전교 꼴등, 멋내기는 전교 일등에 힘든 거, 배 고픈 거,
몸 아픈 거 못 참는 건 전국 일등이다.
부유한 집안 믿고 까부는 안하무인으로 아무리 전국에서 알아주는 과외선생을
구해도 한 달 이상을 버틴 선생이 없는 문제아.
그런 그가 전문대라도 대학생이 되자 어머니 차여사는 오열했으며
아버지 강기범은 어처구니없다는 웃음을 보일 정도였다.
모두들 도저히 불가능한 그를 대학에 보낸 서영의 과외 능력에 감탄했지만,
그를 공부하게 만든 건 서영의 탁월한 과외 능력이 아니라 서영에의 짝사랑이었다.
자신에게 아무 재능도 없다는 것을 자인하고, 집안 돈으로 보장되는 미래만을
믿고 살던 그의 작은 재능을 인정해 준 서영이었다.
고래도 춤추게 한다는 칭찬과 인정에 불끈 힘이 솟았으며,
겨우 여섯 살 차이인 그녀와의 미래도 꿈꿔봤는데 젠장, 그녀가 형수가 된단다.
그가 무지무지 좋아하는 우재형의 아내... 시작도 하기 전에 기권하고 말지만,
이후 그 집안에서 우재 외에 유일한 서영 편이 된다, 항상.
졸업 후 유학으로 부족한 학벌을 채우라는 의미에서 경영학과를 억지 선택했지만,
명품으로 휘감은 그를 알아본 사기 연예 기획사에 길거리 캐스팅 당한 걸 계기로,
부모 몰래 연기 학원에 등록했다가 아빠 친구 민석 아저씨를 만난다.
둘이 동시에 뜨악했다가, 동시에 비밀을 지키기로 했다가... 30년이 넘는 나이 차를
뛰어넘고 같은 꿈을 가진 동료 관계로 발전해서 최민석의 꼬맹이 친구가 된다.
홈쇼핑 간장 게장 모델이 된 민석의 연기도 지도하고 따라다니다가 자기의 진짜 재능을 스스로 발견한다.
그래! 이거야!... ‘나는, 매니저다!’ 그렇게 새로운 꿈과 포부를 갖게 된다.
그러던 중 자신이 엄마의 친아들이 아니라 마치 집사처럼 집안 일까지 관여하며
아버지를 보필했던 윤실장의 아들, 아버지의 혼외자라는 사실을 알고 충격 받는다.
아버지 심부름이나 집안 일로 볼 때마다 평소의 그녀답지 않게 밝은 미소를
보이곤 했던 윤실장...
그녀를 싫어하는 엄마의 눈치를 알아채고 일부러 더 무례하게 대했던 윤실장...
그녀가 자기 때문에 일부러 아버지 곁에서 떠나지 못했다는 걸 알고 혼란을
겪지만, 낳은 정보다 기른 정이라고 했던가?
예민하고 이기적인 엄마가 그녀답지 않게 자신에게 쏟았던 정을 떠올리고,
방황과 고민 끝에 생모를 찾아가 낳아줘서 고맙다는 말과 함께,
지선과 자신을 위해 떠나달라는 아픈 말을 하고야 만다.
생모와의 이별을 통해 진정으로 성숙해지는 그...
과외 시절부터 마음을 터놓은 서영에 대한 애정이 각별해서
서영이 위기를 맞을 때 물불 안 가리고 서영의 편이 된다.
10) 최민석: 남, 56세-59세. 호정의 아버지. 우진기업 이사.
‘평생 가장으로 살았잖아! 이제는 인간 최민식으로 살고 싶다고!!!”
가정에서 소외 된 아버지의 전형.
강기범의 고등학교 동창으로 우진 기업 이사.
평범하고 형제 많은 집 막내로 태어나 적당한 대학을 거쳐 고등학교 친구인
강기범 덕에 그의 회사에 입사, 이사까지 승진했으니...
남들 시선에서 보면 나름대로 성공적인 인생으로 보이지만,
회사에서는 낙하산 인사라는 눈총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자괴감에 힘들고,
정작 집에서는 모든 권리 행사를 아내에게 빼앗긴 채 자기 자리를 찾지 못하는
하숙생 같은 존재다.
친구 회사가 아니었으면 아마 지금도 부장 딱지도 못 떼고 있을 정도의 능력임을
자인하는 바라, 친구면서도 사장인 기범의 눈치를 안볼 수 없다.
입사 초기부터 암암리에 강기범의 사생활 알리바이용 역할까지 해줘왔다.
사실은 그래서 안 짤리고 이사 명패까지 받은거다.
원래는 장난기 많고 웃음 넘치는 끼 많은 그였는데 지금의 그는 자기 자신 성격이
어떤지도 모르겠다. 대체 왜 사는지...
원래 꿈은 배우였다. 그런데 대학 연극 동아리에서 만난 경호모와 사랑에 빠져
임신, 혼인신고만 겨우 한 채 스물 둘 어린 나이에 아빠가 되었다.
그리고 다음해 교통사고로 아내를 잃은 후, 부모님 도움으로 힘겹게 아이를 키우다 김강순을 만나 재혼했다.
전처 자식 키우게 하는 미안함을 대신할 건 번듯한 가장이 되는 거라 생각,
낮에는 공적으로 퇴근 후에는 사적으로 강기범의 수족 노릇을 하는 등
고군분투하며 이 자리까지 왔는데... 어느 순간 자신은 그저 돈 벌어다주는 기계에 불과한 존재가 되어있다는 걸 알고 허무함을 느낀다.
아니다! 돈 벌어다주는 기계로도 대접 받지 못하는 게 그다.
이사 연봉도 남들 못지 않은데, 재테크의 귀재인 아내가 불려 벌은 재산에 비하면
조족지혈이니 돈으로도 힘을 못쓴다.
자식들의 교육문제부터 진로, 결혼문제까지 모든 가정사에서
그의 의사는 무시된 채 아내가 전권을 휘두르고 있지만
오랜 세월이 가져다 준 그 악습에 대항할 자신이 없어진 그다.
아내의 입버릇인 ‘당신이 뭘 알어?!!’ 란 말을 밥 먹는 횟수보다 더 자주 들었다.
딸 호정과도 왔다갔다 세 마디를 넘기기가 힘들게 대화가 안 되고,
심지어 어색하기까지 하다.
더구나 기범의 아내 지선과 여고동창인 인연으로 자신과 결혼한 아내는
애초 끼리끼리 만난다는 진실을 자꾸 잊어버리고.
툭하면 기범 처와의 비교로 스스로 자존심에 상처입고는 그를 긁는다.
그러면서도 절대 기범의 회사는 그만두게 못하는 아내,
호정이 번듯한 집안하고 결혼할 때, 대기업 중역 아버지가 꼭 필요하단다...
그러다 본사에서 치명적인 업무 실수로 인해 우재가 상무로 있는 계열사로
인사발령이 난다. 친구라서 또 한번 편의를 봐준 기범의 호의는 알겠지만
도저히 이건 아니었다. 그 김에 큰 결단을 내린다.
사표를 내고 그동안 접어뒀던 꿈, 연기자의 길을 가기로 결심한다.
호랑이 아내에게 사직 사실을 숨기고 출퇴근을 계속하며 연기 학원에 등록,
연기와 춤 등에 미친 듯이 열중하다가 뜻밖에 홈쇼핑 간장게장 시식 모델 오디션에 덜컥 합격, 어쨌거나 연기자로서의 제2의 인생을 시작한다.
그러다 사직 사실을 아내에게 들키고 예상대로 갖은 무시를 당하다가 반발,
이혼장을 내밀고 호정네 집으로 짐을 옮기고 이사한다.
11) 김강순: (53세, 56세) 호정의 어머니.
기센 여장부에 재테크의 달인이다.
원래는 순하고 여린 성격으로 강기범의 아내 차지선 소개로 최민석과 결혼했다.
여고 때 차지선의 꼬봉이었다.
여상만 졸업하고 명문대 출신의 안정적인 회사원인 남편과 결혼할 당시에는
지선 덕으로 잡은 그 행운의 결혼을 감사했었다.
일곱 살난 전처 자식을 키워야 하는 재혼인게 맘에 걸렸지만
자기 조건에 인물 훤한 민석에게 홀딱 빠져 씌운 콩깍지로 눈에 뵈는게 없었다.
하지만 서로 어색해하는 경호를 데리고 월세방에서 시작한 신혼생활이 제대로 일리 만무, 어떡하든 방 두 칸짜리로 이사를 해야했다.
마치 ‘방 두칸!’이 인생 목표인 것처럼 인형 눈깔 붙이기부터 마늘까기까지...
절박한 돈 마련에 끙끙대다가 ‘계’ 라는 놀라운 방법을 발견한 이후
새로운 재테크의 세계를 접하게 됐다.
이후 남편이 회사에서 자리 잡기 위해 전전긍긍하는 동안,
호정을 남편 없이 혼자 병원에 가서 낳고 키우고, 돈 십원도 발발거리며 부업과
살림에 몰두해 돈을 모았다. 전셋집도 혼자 알아보고 이사도 혼자 했다.
그렇게 악착을 떨면서 사는 동안 여린 코스모스 같았던 그녀도 점점 억세졌다.
그러면서 차지선에 대한 열등의식은 나날이 커져갔다.
신분차이가 없다는 건 쌩 거짓말이었다.
좋은 집안 출신의 지선은 그 출신을 배경으로 강기범과 결혼,
곧바로 사장 사모님으로 자리를 이어 받더니 어느새 재벌 사모님이 되어있고
자신은 남편과의 가정생활을 포기하고 남편은 회사에 목숨 바쳐 충성을 시켰는데도
대리에서 과장, 부장을 거치고 있을뿐더러, 지선과 친구면서도 사장 사모님으로
그녀를 모셔야 할 때가 더 많았다.
지선네 김장날짜를 윤소미 통해 지선 보다 먼저 알아 챙겨야 했고,
명절에는 선물 보따리 들고 찾아가 인사를 해야 했다.
여자 팔자 뒤웅박 팔자라드니... 옛말 틀린 거 하나 없었다.
그래도 하늘이 완전 외면은 안하셨는지, 친정 아버지가 돌아가시면서 남겨준
논 몇마지기를 판 종자돈으로 사채를 시작한 후, 그 덕에 재미를 본 돈을 부동산에
투자해 되팔기를 몇 번, 제법 큰 돈으로 불렸다.
그러다 IMF를 맞아 집값이 급락한 틈을 타 사들인 부동산으로 대박을 쳤다.
돈이 돈을 번다고 순식간에 눈덩이 불어나듯 재산이 불어났다.
남편 연봉이 우스울만큼.
배가 부를 만큼 벌고 나니 돈 쓰는 폼새로는 차지선도 별 거 아니었다.
하지만 도저히 어쩔 수 없는 신분 차이를 지선의 경제력 없음을 비꼬는 걸로
풀곤한다.
남편이 비어있는 자리를 호정에 대한 관심과 사랑으로 채우고 살아서 딸에 대한
애착이 유난하다. 시댁 식구들에게 전해들은, 지구가 불타버릴 정도로 열애를
했었다는 사별한 경호모를 순간순간 떠올리게 하는 경호를 키우면서,
좀처럼 속을 주지 않는 경호 때문에 혼자 마음을 많이 앓았었다.
그러면서도 애써 키운 경호가 의대를 입학하자마자 독립을 선언하고 집을
나갔을 때 그녀가 느낀 배신감과 허무함은 말할 수 없었다.
이후 더 호정에게 집착하게 됐던 그녀.
후에 경호의 독립 원인의 진실을 알고 경호와 화해한다.
딸 호정을 보란 듯이 키워 지선이 딸 미경이 보다 훨씬 더 좋은 집안에 결호시킬
계획이었다가, 뜻밖의 덫 상우에게 호정을 뺏기고 한동안 마음을 잡지 못한다.
아쉽고 또 아쉬워 죽겠는데 이번엔 남편이 그녀에게 반항을 시작한다.
기막히고 코막혀 죽겠네! 지금 이만큼 살게된 게 누구 덕인데 무시 당하네
어쩌네하며 날 외면하고 반항을 해?... 하면서도 은근 신경이 쓰이는데
이 인간이 회사를 그만둔데 이어 이혼까지 하잔다.
갑자기 손아귀에서 벗어나려는 남편과 온갖 신경전에 육탄전까지...
남편을 잡기 위한 전쟁을 시작하지만 이게 뜻대로 되지 않는다.
이 인간을 대체 어떻게 하면 좋을까?... 도대체 묘안이 생각나지 않는다.
골치 아파 죽겠는데 돌연 지선까지 짐 싸들고 들어와서 더 혼을 뺀다.
12) 최경호: 남, 37세. 미경의 첫사랑. 호정의 이복 오빠.
외과 전문의. 최민석의 사별한 아내와의 사이에 태어난 아들.
일곱 살 때 아버지 재혼으로 김강순을 새엄마로 맞지만 좀처럼 한식구로
적응 못하고 겉돌며 살다가 의과대학 입학을 계기로 독립,
혼자 생활하면서 최민석 일가와 멀어졌다.
명절 때나 가족들 생일 정도에만 간간히 만나다가 공중보건의를 마치고 떠났던
미국 어학연수에서 보연을 만나 그녀의 열정에 잡혀 미국 의사고시를 거쳐 미국
병원으로 진로를 바꾸고 결혼했으나, 결혼 3년 만에 간암으로 아내를 잃었다.
그 후 홀로 미국생활을 하다 미경 병원의 스카웃 제의를 받고 마음속으로
그리워하던 고국으로 돌아온다.
집을 구할 때까지라는 이유로 아버지 집에 들어온다.
아버지 최민석을 닮은 큰 키에 수려한 외모에다 시니컬한 말투,
우수에 찬 분위기로 부임과 동시에 대학병원 여의사와 간호사들,
환자를 통틀어 인기 1위로 급부상한 분위기파.
겉으로의 분위기는 부드럽지만 의사로서의 자부심과 책임감이 강하다.
10여년 전, 공중 보건의로 근무하던 섬에서 급성 맹장으로 수술했던 미경을
기억하고 있다. 인턴을 겨우 마친 상태로 그가 단독으로 행했던 첫 수술환자였기도 했지만 ‘강미경’ 이름 석자를 꼭 기억하라며 이니셜이 새겨진 목걸이까지 징표로
건네주던 당돌했던 여고생 미경의 사랑 고백의 추억 또한 쉽게 잊힐 일은
아니었다.
그렇게 통통 튀고 밝았던 미경의 기 빠진 모습을 보고 의사로서,
예전 추억의 호감으로 그녀를 호되게 일으켜 세우려다 반발하는 그녀와 계속 대립하면서 점점 끌리게 된다.
13) 정선우: 여, 27-30세. 우재의 옛 연인. 현재 로펌 국제파트 변호사.
우재의 미국 유학시절 여자친구로 우재 제대에 맞춰 귀국하면서 등장.
우재가 군에 있는 동안 먼저 공부를 마치고, 우재의 계획에 맞춰 취업지를
의논하기 위해 나왔다가 서영 때문에 실연당하고 크게 상처받는다.
우재네 동네에 살아서 미경과는 여고 동창으로 여고 때부터 미경 집을 편하게
드나들며 가족들과도 허물없는 사이다.
아버지는 현직 판사에 양쪽 집안 합쳐 판검사, 변호사가 넘치는 법조계 집안 출신.
뭐든 자신이 원하는 대로 될 거라는 자신감이 강해서 서영과 결혼한 우재의 사랑을
일시적인 감정이라고 치부, 미국으로 돌아가지 않고 국내 로펌 국제파트 변호사로
남아 친구라는 이름으로 우재 곁을 떠나지 않는다.
쿨하고 시원시원한 성격으로 늘 여유롭고 매력적인 여자.
하지만 내심 승부욕이 강해서 서영이 판사를 그만 두고 로펌을 찾는 소식을 듣고
고승찬 변호사를 통해 서영을 스카웃하게 하고 내막을 모르고 로펌에 들어온
서영과 사사건건 대립한다.
그러다 연희로부터 서영 비밀의 힌트를 얻고 서영의 뒤를 추적,
하나 하나 단서를 찾아가며 서영을 옥죄이다 미경을 통해서 비밀의 전모를
확인한 후, 다시 우재를 욕심낸다.
어차피 내 남자를 빼앗아 갔던 당신이다. 다시 되찾지 못할 이유가 없다며
서영에게 당당하게 선전포고를 할 뿐 아니라, 들켜서 비참한 이혼을 당하느니
제 발로 떠나면 비밀을 묻어주겠다는 쇼당을 걸기도 한다.
나, 꽤 멋진 여자야. 연적 약점 터트리는 치졸한 짓 따윈 안 해!...
입버릇처럼 큰소리 땅땅 쳤는데 우재가 서영의 파렴치한 범행을 알고 나서도
좀처럼 정을 떼지 못한다... 어... 이거 어떡하지? 그, 그럼... 나라도 우재 부모님한테
말해야 하는 거 아냐?... 갈등하는 선우.
14) 윤소미: 40대 초반. 성재의 생모.
늘 단아하고 깔끔한 차림새에 우아하고 따뜻한 미소가 트레이드마크인
강기범의 비서실장.
마치 강기범을 보필하기 위해 태어난 사람처럼 때론 극진히 때론 따뜻하게...
강사장의 머리 속에 들어있는 사람처럼 그를 위해 모든 걸 미리 준비해서 부하직원들이 혀를 내두를 정도다.
20여 년 전, 고아출신으로 어렵게 성장, 여고를 졸업하고 경리로 들어간
첫 직장에서 강기범을 만난 뒤 호탕하고 대범한 그의 배려에 감동, 사랑에 빠졌다.
그동안 그 누군가에게도 사랑과 관심을 받아본 적 없는 그녀로서는 오빠 같고
아빠처럼 그녀를 챙겨주는 그를 사랑하는 건 너무나 당연한 일이었다.
그러다 임신을 확인하고 고민하다가 결혼을 한다는 갑작스런 핑계를 대고
강기범 곁을 떠난 후 혼자 성재를 낳아 강기범 집에 업둥이로 들여 넣었다.
아이를 보내놓고 얼마 후 이혼했다며 강기범을 찾아가 그때부터 그의 비서로 지금까지 곁을 지켰다. 그의 아이는 아버지의 후광을 누릴 자격이 있었으며,
무엇보다 그녀는 곁에서 아들이 자라는 모습을 보고 싶었다, 어떤 분란도 없이...
아들 곁에 있기 위해 회사 성장에 따른 격을 맞추려고 뒤늦게 야간대학 비서학과도
졸업했다. 그렇게 세월을 보내는 동안 철저하게 강기범에게 비서로서 충실하면서,
남녀 관계가 아닌 인생의 동반자가 되어버린 그녀, 회사 일 뿐 아니라 강기범 집안
행사까지 관여하는 위치를 갖게 된다.
성악과만 달랑 졸업했을 뿐 사회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는 차지선을 대신해서...
가끔씩 도대체 저런 여자가 왜 강기범의 아내로, 내 아들 성재의 엄마로 자리를
차지하고 살아야 하는지 묘한 기분을 느끼긴 하지만 다시는 강기범의 여자가 될
꿈도 꾸지 않는다. 그녀에겐 오직 아들 성재 뿐...
아들 성재 얼굴을 보기 위해 온갖 이유를 만들어 강기범 집을 드나든다.
15) 이연희: 여. 25-28세. 서영의 친구. 로펌 여직원.
여고 3학년 때 서영과 라이벌로 경쟁하다가, 서영모가 자기 집 도우미란걸 알고는
일부러 서영을 불러들여 친구들 앞에서 자존심을 짓밟아 학교를 자퇴하게 만든
인물. 부자 집 무남독녀로 서영과 한반이 된 뒤 항상 자신을 제치고 주목받는
서영을 질투해 치기어린 공작을 꾸몄으나, 그로 인해 서영이 자퇴까지 해버리자
뒤늦게 서영에게 미안했었다.
그 후, 마치 벌을 받듯이 서영의 자퇴 후 아버지 사업이 기울기 시작,
대학 입학을 계기로 서울로 이주했다가 로펌에서 운명적으로 서영과 마주친다.
자신은 모르는 채 서영의 비밀을 알고 있는 이유로 서영과 엮이다가
후에 화해하고 서영의 유일한 친구가 된다.
16) 고승찬: 남. 35세. 법무법인 비상의 변호사.
밝고 유쾌하고, 장난기 많은 성격의 소유자로 ‘잠들기까지 재밌게 살자’ 가 삶의
모토인 호기심 왕자. 모든 일이 궁금하고 특히 사람들에게 관심이 많아서,
로펌 사람들 모두를 챙기고 아는 척 한다. 그래서 법호사계 따도남으로 인기 1위를
달리지만, 사실 그의 속내는 ‘내가 니 속 다 알아. 너 지금 이런 상황이지!’ 라는
인간 심리 뻔하다는 자신감의 확인에 불과할 뿐 절대 따뜻한 관심이 아니다.
웃음이 그 위악을 가려줄 뿐.
변호사 첫 수임 사건이 매스컴을 타면서 유명 변호사로 등극, 이후 온갖 사건의
변호를 맡으면서 인간들의 추악한 내면과 이중성을 토 나오게 겪게 되고, 때문에
사람에 대한 환멸과 불신에 지배당했다. 인간은 믿을 게 못 된다는 씁쓸함으로
인생을 시니컬하게 살면서도 한쪽의 허함을 버는 대로 쓰고, 즐기는 걸로 푼다.
선우와는 미국에 연수 갔다가 한국 유학생 모임에서 만났다. 나이 차를 넘어 바로
말 트고 친구 먹을 만큼 당차고 직선적인 선우와 쿵짝이 잘 맞아서,
선우가 우재 때문에 한국에 주저앉을 결심했을 때 그의 로펌에 받아들이고,
선우가 서영을 스카웃 제의했을 때도 흔쾌히 오케이한다.
그래놓고 서영이 오고난 후에는 유난히 잘해줘서 선우의 빈정을 사고 주위의
오해도 받지만, 그게 4,5년 전 어떤 사건 현장에서 서영과 엮인 인연이 있기 때문인 걸 서영 조차도 기억 못한다.
어쨌든 두 여자의 팽팽한 신경전을 흥미롭게 지켜보다가,
후에 우재까지 끼어 복잡한 감정싸움을 하자, 둘 사이에 끼어들어 슬쩍 자극을
주기도 하며 서영과 우재, 우재와 선우, 선우와 서영의 관계를 수렁으로 빠뜨리는데
한 몫 한다. 그리고... 그도 예상 못한 사이에 사각관계 수렁에 빠져든다.
17) 방심덕 : 여, 51-54세. 삼재네 집 주인. 목공 가구점 사장.
상우가 결혼하면서 이사한 집의 여주인.
30대 중반에 남편과 사별하고 남편이 하던 목공 가구점을 운영하며
아들 하나 죽자살자 키워 유학까지 보낸 여장부.
점점 장사가 안 되자 유학비에 보태기 위해 안채를 삼재네에게 세주고
뒷방으로 옮기면서 삼재를 만나게 된다.
항상 밀리터리룩에 눌러쓴 모자가 트레이드 마크로 여자 냄새라곤 조금도
풍기지 않는 억척이 대장부 같은 성격, 처음 세입자로 삼재를 만나자마자
‘어이, 형씨!’ 했다가 삼재와 대판 싸우는 걸로 첫 인사를 톡톡히 한다.
나무 종류도 구분 못했던 여자 혼자 가구장사를 하면서 겪은 풍파가
평범한 주부였던 그녀를 이렇게 괄괄한 수준을 넘어 사내 같은 성격으로 만들어
버린 것. 이후 만나기만 하면 지지 않고 서로 으르릉 거리다가,
어느 날 목공디자이너와 싸움이 붙었는데 삼재가 아는 척 거들어준다.
웬 오지랖이야? 또 한번 면박을 주려는데,
“너무 악쓰고 살지마슈. 그럴수록 더 허해지는 법이요”
하는 삼재의 말 한마디가 괜히 가슴에 콱 박힌다.
20년간 버티며 살아내느라 남모르게 고생했던 심정을,
저도 잊어버리고 있던 그 심정을 왠지 알아준 것만 같아 울컥한 이후
삼재의 떨어진 옷 솔기에 자기도 모르게 눈이 가고, 변변찮은 삼재네 반찬에
신경이 쓰이기 시작한다.
결국 삼재에게 남모를 연정을 품게 되지만, 사내마냥 표현이 서툰 바람에
번번이 우스꽝스러운 상황을 연출해버리게 된다.
후에 삼재가 우재 회사 경비를 그만 둔 후에, 위로한다는 핑계로 가구 디자이너가
꿈이었다는 삼재에게 ‘이거 한번 그려봐라, 저거 한번 만들어봐라’ 하며
삼재가 다시 나무를 만지게 함으로써 삼재의 오랜 꿈을 이루어주지만,
삼재를 향한 그녀의 꿈은 요원하기만 한데...
18) 서영모: 여, 50세. 드라마 1회에서 사망한다.
상우가 물려받은 밝고 긍정적인 성격과 서영이 물려받은 자존심을 골고루 갖고
아이들을 키웠다. 어려운 형편이지만 공부 잘하고 착실한 두 아이들 때문에
힘든 줄 모르고 억척스럽게 뒷바라지에 최선을 다한다.
좀처럼 마음을 못 잡고 헛된 재기를 노리는 남편을 말리다 지쳐 온갖 허드렛일을 하면서 살림을 꾸리다가 갑작스런 심장병으로 수술 도중 사망한다.
<줄거리>
법대 4학년 마지막 학기를 앞둔 여름 방학... 생활비 마련을 위한 알바에 열중하던
서영은 엄마의 갑작스런 심장병 수술 소식을 접하고 놀라 고향 부산으로 향한다.
그동안 아무도 모르게 심장병을 앓고 있던 엄마는 서영이 도착하자마자 수술 도중 세상을 떠난다. 전혀 마음의 준비가 되지 않은 상태에서 엄마의 죽음을 전하는 의사 말을 믿을 수 없어 멍한데 그때서야 허겁지겁 수술실 앞에 나타나는 아버지.
이삼일을 도박판에서 지새운 꼬질꼬질한 꼴이다.
아버지의 무능으로 인해 지옥같이 힘겨웠던 지난 세월... 유일한 위로와 위안, 그리고 성공하고 싶었던 삶의 이유가 되었던 엄마를 잃고 오열하다 까무러치는 서영.
늘 자기 편이었던 아내를 잃은 아버지의 슬픔도 위악적으로 느껴진 서영은 장례를
치르고 도망치듯 서울로 돌아와서 죽을 듯이 공부와 아르바이트에 매달린다.
그게 그녀가 아는, 자기 감정을 다스리는 유일한 방법이었다.
그런데 뒤이어 아버지와 동생 상우가 짐을 싸들고 그녀의 자취방으로 들어온다.
엄마가 죽자 자신 탓이라는 죄책감에 패닉 상태가 된 아버지를 달래고 위로하던
상우가 월세방 보증금과 남은 돈 탈탈 털어 빚잔치를 하고, 남은 빚은 자신이
의사가 되어 갚는다는 각서를 써주고는 오갈 데 없는 아버지와 함께 어쩔수 없이
서영의 서울 자취방으로 들어온 것이다.
엄마가 서영의 마지막 대학 4학년은 고시에 전념하라고 보험까지 해약해 마련해둔
등록금을 들고 마지막으로 한탕으로 불리겠다며 사기 도박판에 휘말려서 다 날려버린 아버지... 뿐만 아니라 가슴 통증으로 쓰러지면서 찾은 엄마의 위급한 핸드폰까지 도박에 열중하느라 받지 않아 집주인이 발견할 때 까지 방치됐던 엄마...
실직 이후 10여년을 재기하지 못하고 도리어 사고만 쳐서 온 가족을 힘들게 만들었던 아버지였다.
저 아버지 때문에 엄마가 죽었고, 자신은 또 휴학을 해야 한다...
그런 아버지와 한방에서 살아야 하다니... 아득하기만 한 서영.
그런 서영의 맘을 알지만 모르는 척 삼재는 남은 세 식구 열심히 살자며,
어떻게든 돈을 벌겠다며 매일 일자리를 알아보러 다니고, 새벽같이 일어나 아침을
챙겨주고 저녁을 준비해 놓고 서영의 속옷까지 빨아놓는다.
마치 엄마처럼... 하지만 그런 모든게 싫기만 한 서영.
결국 마지막 학기를 남겨두고 또 한번 휴학을 하게 된 서영.
지도 교수가 또 휴학하려는 이유를 묻지만 끝내 입을 다물고, 서영의 사정을
짐작한 교수는 장학금 알선과 함께 장학재단 이사라며 강기범 사장 집의 가정교사
자리를 알선해준다.
다른 아이들보다 두 배가 되는 과외비에 성적이 오르면 인센티브까지 준다는
재벌집... 마다할 이유가 없었다. 하루라도 빨리 많은 돈을 벌어야 하는 서영이었다.
과외를 하러가는 첫날, 강기범 사장집 주소를 찾아 삼청동 고급 주택가를 오르던 서영은 흰색 원피스에 빗물이 고인 웅덩이 물을 있는 대로 씌우고 가버리는 우재 차를 보고 발끈해서 그를 쫓는다.
돌연 미국에서 우재를 찾아 귀국했다는 여자친구 선우의 전화를 받느라고 미처
자신의 실수를 알아차리지 못한 우재는 멀지 않은 집 앞에 차를 세우고 내리다가
잔뜩 화나 숨을 헐떡이며 달려와 따지는 서영과 첫 만남을 갖는다.
뒤늦게 자기 실수를 사과하며 내민 우재의 세탁비를 야무지게 거절하고 사과만
받고 쌩 돌아서 가는 서영에게 남다른 인상을 갖는 우재.
서울 유학생활을 하면서 있는 집 아이들의 무신경과 건방을 이미 숱하게 겪었던
서영은 우재 나름의 깍듯한 사과 보다, 그 전에 먼저 내민 세탁비에 맘이 상해 씩씩대며 돌아서 내려오다 다시 주소를 찾아 가는데... 바로 조금 전 우재가 내렸던 집이다. 잘난 척 십 만원 수표 먼저 내밀던 왕재수 싸가지 집이라니...
첫 방문이라 초라하게 보이고 싶지 않아 신경 써서 차려입었는데...
흙탕물로 엉망이 된 원피스를 입고 들어서는 서영을 뜨악하게 보던 차지선은
우재의 상황 얘기를 듣고 억지로 코트를 벗기고 미경이 사두고는 한 번도
입지 않은 고급 원피스를 그냥 입으라며 억지로 입혀 보낸다.
하지만 다음번 과외 날, 서영은 드라이 한 미경의 옷을 돌려주고 (차지선 표현에 의하면 어디 갖다버려도 주워갈 사람 없는 싸구려재질의) 자기 옷을 재활용 박스를 뒤져서 기어이 되찾아 간다. 그런 서영에게 우재는 장난기 어린 호기심을 느낀다.
그 집에서 서영은 꼴통 중에 꼴통 성재를 만난다.
전교 꼴지인 건 둘째치고 제일 문제인건 공부할 생각이 전혀 없는 성재.
거기에 한 달을 버틴 과외선생이 없다는 전력까지... 절실하게 돈이 필요한 서영은 굳게 맘 먹고 과외를 시작한다.
그 전부터 하고 있던 과외에 성재 과외자리까지 구하게 되자 서영은 집을 나와
고시원으로 짐을 옮긴다. 핑계는 아무리 부녀지간이라도 한방에서 셋이 지내기
불편하고 고시공부에도 전념하기 위해서라지만...
서영의 속내를 모를리 없는 삼재와 상우였다.
어떻게든 빨리 돈을 벌어 서영에게 월세방이라도 구해주겠다고 큰소리치며 서영을 보내는 삼재. 그런 아버지가 가엾은 상우.
서영이 나가고 난 뒤, 더 필사적으로 일자리를 찾는 삼재.
아내가 죽고 나서야 지나간 날의 자책과 회한으로 몸부림쳤던 그였다.
실직 이후 10여년을 제정신 못 차리고 허황된 재기의 꿈만 꾸면서 사고만 쳤던
자신의 모습...
무책임한 자신을 대신해서 온갖 일을 가리지 않으며 아이들을 건사했던 아내...
장례식을 마치고 피맺힌 원망을 퍼붓는 서영의 말이 귀를, 가슴을 송곳처럼 쑤셔댔었다. 이제라도 지 에미 몫까지는 아니더라도 최소한의 애비 노릇을 하리라, 결심했던 삼재는 감사하는 마음으로 공사판에 나가 등짐을 지고 알바 사이트를 뒤진다.
막무가내 안하무인으로 과외선생을 괴롭히는 성재와
마치 전투 같은 수업을 하며 두 번째 주급을 받는 서영.
한 달을 넘기는 선생들이 없는 탓에 과외비를 주급으로 지급하고 있던 성재네였다.
절대 감사합니다, 고맙습니다 등의 말은 하지 않고 아주 간략한 목례로 봉투를
받는 서영을 유심히 보던 우재는 서영에게 왜 고맙다는 인사를 안하냐? 며 집에
가는 서영을 돌려세운다. 자존심 상한 서영은 내가 왜 고맙다는 인사를 해야 하냐?
저런 애 공부시켜줘서 고맙다는 인사는, 내가 받아야 하는 거라며 쌩하니 간다.
첫 과외를 하러 오던 날, 군에서 제대하던 우재와의 해프닝으로
이미 그가 이 대단한 집 잘난 장남인걸 알고 있었고, 오늘 그의 시비 역시
가진 자의 건방으로 인한 무시라고 단정 짓고 불쾌해서 가는 서영.
하지만 서영이 생각하는 것과 다른 마음으로 우재는 서영을 보고 있었다.
처음 마주침에서부터 인상적인 서영이었는데, 그간의 재벌가 앞에서 절절매던
과외선생들과 달리 서영은 늘 꼿꼿하고 주눅 드는 법이 없었다.
그보다 더 인상적인 건, 단 한번도 웃음을 보여주지 않는 그녀였다, 미소조차도.
저 여자의 웃는 모습을 한번 보고 싶다...
그래서 불쑥 반 농담처럼 말을 건거였다가 되려 한방 먹은 우재였다.
그날부터 서영의 웃는 모습을 보기 위한 우재의 ‘시비 작전’과 우재의 그런 마음을 알리 없는 서영의 ‘발끈 반응’ 이 맞부딪히면서 두 사람 사이에 사랑이 익어간다.
그 와중에 죽기 아니면 까무러치기로 성재를 상대했던 서영 덕인지
난생 처음 성재의 성적이 전교 꼴찌에서 백여등이 오르는 일이 발생한다.
성재의 성적표를 받아들고 도리어 황당해하는 우재모.
무재능 무취미 무노력이 다인줄 알았던 성재가 인터넷에 여자 닉네임으로 로맨스
소설을 올리고 있는걸 알게 된 서영이, 글쓴이가 성재인줄 모른 척 재밌고
잘 썼다며 칭찬을 해 준 이후로 서영에게 떨리는 첫사랑을 느낀 성재였다.
사춘기 소년이 사랑하는 여자에게 잘 보이기 위해 뭔들 못하겠는가?...
서영의 말에 집중하게 되고 그녀의 옅은 미소라도 보기 위해 숙제를 하게 되고...
그런 내막을 모르는 우재모는 서영에게 입주를 권하며 과외비를 올려준다.
무엇보다 돈이 필요한 상황이었다.
점점 우재에게 끌리는 마음이 괴로우면서도 우재네 집에 입주하는 서영.
한편 서영에게 새 방을 마련해주기 위해 기쁜 마음으로 닥치는 대로 일을 하던
삼재는 서영의 입주소식에 덜컥 서운해진다.
그동안은 비록 뾰로통한 딸이지만 고시원으로 한번씩 찾아가 얼굴도 볼수 있고,
고시원 냉장고에 직접 담근 김치도 넣어줄 수 있었는데...
동네만 말해줄 뿐 집도 알려주지 않는 딸이 점점 멀게만 느껴지는 삼재.
그런 삼재를 위로하고 웃게 해주는 건 아들 상우였다.
정신없이 바쁜 의대 졸업반이면서도 상우는 말려도 틈만 나면 공사장에 마중 나와
일을 돕고 같이 퇴근해 주는 고마운 아들이었다.
그러던 어느 날... 공장 밤샘 알바를 하고 늦은 시간에 상우와 함께 귀가하던
삼재는 술에 만취해 골목에 쓰러져 누워 자고 있는 호정을 발견한다.
핸드백도 어딘가에 잃어버린 어린 처녀 아이를 파출소에 데려다놓기도 뭐하고
딸 생각도 난 삼재는 상우와 번갈아 호정을 업고 단칸방에 데려다 재우고
부자는 좁은 주방 바닥에서 잠을 청한다.
제일 친한 친구의 실연 소식에 같이 흥분해 과하게 술을 마셨던 호정은 다음날
깨어나 상우 옷을 입은 자신을 발견하고 기겁해서 상우를 오해했다가
오히려 상우에게 된통 혼난 다음 택시비까지 빌려서 집에 돌아온다.
그 일을 계기로 상우 학교는 물론 집까지 드나들며 상우 주변을 졸졸 맴도는 호정.
하지만 우재 동생 미경과 친구인듯 연인인듯 묘한 감정의 줄타기를 하고 있던
상우는 호정의 마음을 받아주지 않는다.
생활비 마련을 위해 대리 알바를 하던 어느 날, 행인을 치고 달아난
오토바이 사고 피해자 현장에서 우연히 마주쳤던 미경이었다.
119가 오기 전에 우선 보이는 외상을 응급처치하려는 미경과
서로 다른 처치법으로 맞서면서 서로가 의대생인걸 알게 됐던 미경과 상우.
서로 누가 맞나 내기하고 헤어졌는데, 상우 판단이 맞았다며 미경이 학교로
상우를 찾아왔던 것. 전번 교환도 안하고 헤어졌는데 찾아와서 ‘내가 졌다’며
씩씩하게 인정하고, 그리고 이어진 술자리에서 똑같은 모델이었던 서로의 핸드폰이
바뀌면서 또 만나게 되고... 그러면서 가까워지고 있던 미경이었다.
예정에 없이 등장한 호정 때문에 애매모호하던 상우와 미경 사이는 도리어
더 발전하게 되고, 호정은 미경의 존재를 모른 채 호된 가슴앓이를 하다
엄마에게 그 짝사랑을 들키게 된다.
그 즈음... 서영은 우재의 청혼을 받는다. 한집에 살면서 더 이끌리는 서로였다.
우재 그에게 마음을 빼앗기지 않기 위해서 갖은 노력을 다했던 서영이었지만
난생 처음 가슴 가득 차오르는 감정은 노력으로 누를 수 없는 그녀였다.
우재는 연인인 척 서영의 주위에 불쑥 불쑥 등장하고 서영은 아닌 척 하면서도
함께 시간을 보내는 일이 늘어나고 있었는데...
반지를 내밀며 다음 학기에 맞춰 미국에 돌아갈 때 함께 가자는 우재.
외로운 미국 유학 생활에서 친구 반 연인 반으로 지내던 선우가 나타난 것이
우재가 빠른 청혼을 하게 된 계기였다. 여고 때부터 집안을 드나들며 집안 모두와 절친한 선우가 부모님에게 우재와 결혼하고 싶다는 뜻을 먼저 비춘 것.
집안이나 조건이나 성격, 모든 게 우재의 짝으로 안성맞춤인 선우의 돌진에
당황한 우재는 선우가 사랑하는 사람이 있다는 말도 믿지 않고 마음을 접지 않자,
서영을 선우에게 인사까지 시킨다.
가끔씩 우재 집을 드나들며 서영을 봤으면서도 우재의 여자로 생각도 못한
선우는 기겁을 한다. 서영 역시 예고 없이 선우 앞에 자신을 등장시킨 우재에게
화를 내는데 그런 서영에게 반지를 내밀며 청혼을 했던 것.
반지를 보고서 도리어 서영은 퍼뜩 정신을 차린다.
드라마에서나 가능한 재벌 2세와 극빈층 여자의 사랑... 법적으로 신분차이가
없다고 인간이 다 평등한 게 아님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던 서영이었다.
더구나 그동안 함께 지내면서 우재부모가 우재의 결혼에 거는 기대와 기준이
어떤건지도 충분히 알고 있기에 청혼을 거절함과 동시에 결별을 선언한다.
결혼을 생각하기엔 아직 서로 할 일이 많지 않냐며 매정하게 이별을 선언하고
돌아오는데 우재부모와 여동생 미경, 거기에 드나들던 우재모의 여동생까지
모여앉은 자리에서 우재모가 서영을 불러 세운다.
그리고 우재와의 사이에 대해 캐묻는 우재모.
지방에서 살다가 다니러 온 우재 이모가 며칠 전 모두 잠든 밤,
늦게까지 공시공부를 하는 서영에게 몰래 커피를 갖다 주고 서영 방에서 나오는
우재를 본 것이다. 이후 둘을 관찰하다 확신이 서자 우재모에게 사실을 전달했고,
우재모가 불시에 서영을 불러 세운 것.
끔찍한 상황에 직면한 서영은 더 이상 진전될 사이 아니라며 난생 처음 죄송하다는 말을 한다. 한시라도 빨리 저 시선들... 천민 정도 주제에 팔자 고쳐보려고
재벌 남자 꼬셨다는 듯한 황당과 멸시의 시선들에서 벗어나고 싶은데...
애써 꼿꼿하게 버티는중 선우가 들어오고 뒤이어 우재도 들어온다.
상황을 파악한 우재는 서영을 사랑하고 결혼하고 싶다는 폭탄 선언을 해버리고,
일순간 분위기는 냉동상태로 굳어버린다.
서영이 왜 자기를 거절했는지, 서영의 대단한 자존심을 잘 알고 있던 우재가
정면 돌파를 택한 것인데, 이미 서영의 아니라는 의사는 들리지 않는 우재모가
서영의 가정환경에 대해 묻는다.
아버지 뭐하시냐는 질문에 입을 열수가 없는 서영.
저 사람들... 선우까지 있는 앞에서 아버지가 ‘일용직 노동자’ 라는 말을 도저히
할 수가 없다. 헤어질 남자의 부모 앞에서 바닥까지 비참한 꼴이 되고 싶지 않았다.
입을 앙다물고 있는 서영을 계속 재촉하는 우재모와 호기심 어린 시선으로
쳐다보고 있는 사람들... 그 시선들에 갇혀 있던 서영은 불쑥 ‘돌아가셨다’ 고
대답해 버린다.
서영이 부모가 없는 고아라는 사실에 다들 말문이 막혀 쳐다보는 가족들.
깍듯이 목례만 하고 방으로 돌아온 서영은 말없이 짐을 싸서 고시원으로 돌아온다.
뒤따라 온 우재에게 이래서 들키고 싶지 않았다고, 내 첫사랑을 이렇게 비참하고
처참하게 끝내고 싶지 않았다는 서영에게 우재는 끝이 아니라며 서영을 다독이고
돌아간다.
차지선보다 더 강력한 강기범까지 합세한 결혼 결사반대에도 서영과 결혼하겠다는
뜻을 굽히지 않던 우재는 서영과의 결혼을 허락해주면, 미국에 돌아가지 않고
아버지 회사를 이어 받겠다고 한다.
자신이 피땀 흘려 키운 회사를 우재가 물려받아 주길 바라는 강기범과
아버지 사업 분야에 전혀 관심 없는 걸로 모자라 아예 미국에서 직장까지 잡고
살겠다며 마찰을 빚고 있었던 우재가 자기 고집을 꺾을 만큼 서영을 사랑하고
있다는 통보를 한 것이다. 어떡하든 우재를 회사로 끌어들이고 싶었던 강기범은
고민 끝에 우재의 결혼을 허락한다.
오래 생각도 안하고 결혼을 허락하는 강기범에 맞서 우재모의 격렬한 반대와 반항이 시작되지만 칼자루는 늘 우재부가 가지고 있었던지라 우재모는 피눈물을 흘리며 우재와 서영의 결혼을 허락한다.
하지만 결혼 허락을 받은 서영은 기쁨 보다 가슴이 쿵 내려앉는 걸 느낀다.
결혼 허락이라니?... 절대 불가능한 일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아버질 돌아가셨다는 거짓말을 해버렸는데 결혼 허락이라니...
이제 어떡하지?... 이제 와서 아버지가 생존해 계시다는 말을 하면 자신은 평생
우재 집안 사람들에게 우재를 잡기 위해 무서운 거짓말도 불사하는 요부로
지탄 받으며 살게 된다.
그보다 우재에게 보여질 자신의 모습이 더 두려운 서영.
더구나 결혼 허락 이후 불려간 우재 집에서 “고아라니 차라리 낫다! 지지한 부모
있는것 보다” 하던 우재모의 비수같은 말...
더구나 서영을 소개해준 교수에게 강기범이 서영의 환경을 확인하자 교수의
불분명한 기억으로 지난번 모친상을 계기로 부모가 모두 돌아가신 걸로 와전돼
전달된 상태였다.
이런 상황에서 자신의 거짓말을 빌미로 더 처참한 결혼 허락 취소가 될수도 있다.
고민하던 서영은 거짓말 상태 그대로 가기로 결심한다.
한편 첫 월급을 탄 삼재는 방값이 모일 때까지 서영의 고시원 비를 내줄 생각으로 서영을 부른다. 과외를 그만두고 다시 고시원에 돌아왔다는 말을 상우를 통해 들었었다.
출근하는 버스비 외에 도시락도 싸가지고 다니면서 허튼 돈 안 쓰고, 몇 달 모아
월세방 보증금 마련 될 때까지, 애비로서 딸 머무는 고시원비는 대줘야지...
서영을 위한 첫 월급 선물로 백화점에서 화장품까지 하나 사놓고,
갖은 음식 차려서 서영을 기다렸던 삼재와 상우는 유학을 가기로 했다는
서영의 말을 듣고 놀란다.
법대 졸업 전에 고시에 패스, 변호사가 되겠다는 게 서영의 계획이었다.
머리 하나는 기똥차게 좋아서 맘 먹으면 그대로 해낼 수 있는 아인데
갑작스레 유학이라니?... 교수님 알선으로 전액 장학금으로 유학갈 기회가 생겼다며 유학 가서 국제법을 공부하러 두주 후에 떠난다는 서영.
그렇구나... 자기 일 알아서 똑부러지게 하는 딸이 더 나은 지 인생 찾아 공부하러
간다는데 말릴 이유도 없고, 말려서도 안 되는 법...
삼재는 섭섭한 마음을 누를 뿐이지만 상우는 누나를 이해할 수가 없다.
너무 갑작스런 유학... 내막을 알고 싶어 캐묻는 상우의 말문을 막는 서영,
차마 상우에게 내막을 말할 수가 없다. 너 나 이기적인거 알지 않냐? 그냥 내버려둬... 그리고 미안해, 상우야... 분명 뭔가 있는 것 같지만 감히 서영의 끔찍한 계획을 알리 없는 상우는 그저 의혹을 누른다.
우재의 마지막 남은 미국 유학 한 학기에 맞춰 서둘러 결혼식 날짜를 잡은 서영은
결혼식 준비로 정신이 없는데, 유학 간다는 통보만 하고 소식이 없는 누나를
만나러 고시원에 왔던 상우는 서영이 급히 숨겨놓은 청첩장을 발견하고 경악한다.
신랑 강우재, 신부 이서영... 분명 누나가 맞다. 결혼이라니? 유학이 아니라 결혼?
다그치는 상우에게 사실을 털어놓는 서영의 말을 듣고 분노하는 상우,
“누나 미쳤어? 너 죽을래? 아무리 그런 순간이라도 멀쩡한 아버질 죽었다고 해?
그래, 그건 그럴 수 있다 치자! 어떻게 그 상태로 아버질 죽여놓고 결혼을 하냐,
어떻게 인간이, 어떻게 너 그럴수 있어!”
이제라도 말하라며 핏대 세우는 상우에게 못한다는 서영.
피토하는 심정으로 서영을 설득하던 상우는 끝내 서영이 마음을 돌리지 않자
분노를 삼키며 서영과의 인연을 끊고 돌아선다.
“죽을 때까지 보지 말자, 우리.”
말할수 없는 상처를 안고 돌아가는 동생을 보며 울음을 터트리는 서영.
술 한잔 하고 돌아와 아버질 보는 상우는 가슴이 미어지고 찢어진다.
하지만 애써 숨기며 취한척 아버질 끌어안는 상우, “아버지! 내가 진짜 너무너무 사랑하는 아버지! 우리 둘이 행복하게 삽시다, 어?...”
“이 자식아, 왜 우리 둘이 행복하게 살어? 나중에 서영이 돌아오면 셋이 행복하게 살아야지”
“에이, 누나는 어차피 시집가면 출가외인 되잖아. 그니까 아부지랑 나랑...
행복하게 살아요...” 울음을 삼키며 아버질 다독이는 상우.
결혼식 전날, 서영은 상우 몰래 마지막으로 아버지 일터를 찾는다.
열심히 일 하는 아버지 모습을 보다가 나타나는 서영을 보고 뭐하러 이런델 왔냐며
나무라는 삼재. 그런 아버지에게 서영은 오늘 밤 비행기로 미국에 간다며 마지막 인사를 한다.
안 그래도 있다가 고시원으로 찾아갈 생각이었다며 미리 찾아둔 구십만원이 담긴
돈봉투를 떨리는 손으로 서영에게 건네는 삼재, 백만원도 안돼 미안하다고...
아니 모레만 가도 십만원은 더 얹어줄수 있는데... 한 달만 더 있다가도 백만원은
더 줄수 있는데... 가서 은행 계좌 만들면 알려달라고, 매달 조금이라도 돈을
부쳐주겠다는 아버지 말에 미치겠는 서영, 삼재가 준 봉투는 받아들고 자신이
그동안 모은 돈 봉투를 아버지에게 전한다.
지금 뜯지 말고 나중에 보시라고... 수표가 든 봉투를 서영의 편지로 착각한 아버지는 눈물 어려 고맙다며 서영과 이별을 한다.
다음날, 서영은 호텔에서 결혼식을 올린다.
가족도 없고 변변한 친척도 없는 서영 사정을 알지만 신부 쪽 하객이 없으면
안 되는 법... 결혼식 하객 동원 알바라도 동원해서 자기 집 격에 맞춰 하객을
교육시켜 앉혀놓으라는 우재모 말대로 다른 동원 알바 하객에 비해 두배 지급 조건으로 하객 교육까지 시켜 치르는 결혼식이었다.
한편 그동안 어떡하든 한푼이라도 더 벌어볼려고 하다가 알게 된 결혼식 하객 알바
를 해오던 삼재는 친척 역할을 맡은 사람이 못하게 됐다는 갑작스런 연락을 받고
두배라는 알바비에 신나서 양복을 잘 다려 입고 호텔로 향한다.
그리고 하객으로 앉아 있다가 이서영이라는 신부 이름을 보고 잠시 또 서영 생각에 시큰해지는데... 바로 그 서영이 신부 입장을 하고 있다.
이게 어떻게 된 일이지?...
어제 밤 서영이 준 봉투를 편지라고 자랑하며 상우 앞에서 자랑하며 뜯었다가
나온 기백만원의 수표를 보고 의아하며 더 마음 아파 울었던 자신이었다.
분명 어제 밤 유학 가는 비행기에 오른다고 했었는데....
아닐 거라고, 내 딸 서영이가 아닐 거라며 결혼식을 올리는 딸의 뒷통수만
바라보다가 막상 서영이 인사를 하기 위해 돌아서자, 얼른 몸을 숙이며 숨기는
삼재, 행여 서영이 자신을 알아볼까 두 손이 달달 떨리는데...
-3년 후-
서울지법 법정에서 재산 싸움 끝에 아버지를 폭행한 아들 사건의 판결을 내리고
있는 서영. 천륜을 어기고 아버지에게 폭행을 행사한 아들에게 준엄한 법의 심판을
내리고 법정을 나선다.
결혼 후 다음 해 사법고시에 패스, 2년의 사법연수원을 거쳐 판사가 되었다.
3년을 한결 같이 서영에게 사랑을 쏟아주는 남편 우재.
자기 기대에 훨씬 웃도는 경영 능력을 보여주는 우재를 한국에 주저앉혀준 서영을
복덩이로 이뻐하는 시아버지까지... 남편에게 사랑받는 서영을 시어머니가 아닌
여자 입장에서 시샘해서 시어머니가 있긴 하지만, 그 정도도 없으면 인생이 너무
심심할거라고 미경이 놀려댈 정도로 완벽한 행복을 누리고 있는 서영이었고
누가 봐도 행복한 표정인 서영이었다.
상우는 미경과 같은 병원 내과 레지던트 2년차로 정신없는 나날을 보내고 있다.
외과 레지던트인 미경과의 사랑도 한층 무르익은 상태로 최근 미경은 이제 아버님을 소개시켜 달라는 채근을 하고 있다.
3년을 연애하면서 그녀를 사랑하게 됐고 그녀와 평생을 함께 하고 싶다는 생각은 하고 있었다. 단지 아직까지 아버지에게 소개를 못 시킨 건, 그에게 누나인 서영이 목에 가시처럼 걸려있었기 때문이었다.
아버진 모르는 게 좋지만 적어도 결혼할 여자라면 자신의 모든 걸 말해야 하는데...
누나에 대한 아픔과 배신감이 너무 커서일까?
아직 서영 얘기를 그의 입으로 꺼낼 준비가 안 되어 있었다.
그런 면에서 미경도 가족사에 상처가 있는 것일까?... 부모님은 이민 가시고 친구 집에 얹혀산다며 가족 얘기를 통하지 않았던 미경이었다.
자신의 특별한 집안 배경을 알고 나면 쏟아지는 남자들의 호의나 궁금증 등을 익히 경험했던지라, 그런 사전 정보 없이 만나게 된 상우에게는 여자 강미경, 그 하나만으로 사랑받고 싶은 욕심에 아예 부모님이 이민 간 걸로 말해버린 미경이었다.
또 하나, 자신의 집에서 상우 환경을 알면 겪게 될 불 보듯 뻔한 유치찬란하고
지겨울 반응들... 자신도 어차피 레지던트 시절까지는 결혼은 꿈도 못 꿀일...
전문의를 따고나면 오빠 우재에게 배운 데로 쎄게, 아주 쎄게 부모님과 한바탕
부딪힐 작정이었다.
오빠는 정말 멋진 남자였다. 어쩌면 그렇듯 빠르고 단호하게 자기 사랑을 쟁취하는지, 그 추진력과 사랑의 진정성에 감동 또 감동이었다.
단지 그 사랑의 상대가 자기 마음에 조금 마음에 안 드는 것만 빼면...
새언니 서영은 참 나무랄데 없는 여자였다. 하느님이 모든 걸 주시지 않는다는
진리처럼 불우한 가정환경만 빼면, 누구도 상상 못할 만큼 고생한 티 안 나는
아름답고 세련된 외모에 최고 학력의 두뇌와 성실한 노력...
그런데 참 이상했다. 뭔가 개운찮은 느낌... 새언니에게 느껴지는 그늘 탓인지,
불우한 환경을 딛고 최고의 남자와 최고의 직업까지, 완벽한 삶을 살면서도 걷히지
않는 그늘도 의아하긴 했지만... 본능적으로 미경은 새언니 서영이 싫었다.
한편 서영은 판사를 그만두고 변호사 개업을 하고 싶다고 해서 시어머니와 마찰을
빚는다. 집안 볼거 없이 사람 하나 보고 시킨 결혼인데, 우재 집안에 도움이
되는 건 판사라는 명예지 돈 버는 변호사는 아니었다.
판사 발령 받은 지가 얼마나 됐다고, 돈이 뭐가 필요해서 변호사를 하냐는
우재모와 판사가 적성에 맞지 않는다는 서영.
서영은 판사라는 자리가 싫었다. 어떤 이의 인생에 자기가 판단을 내리는 것...
아버질 버렸다는 자격지심을 가슴 속에서 떨치지 못한 서영으로서는
당연한 갈등이었다. 그뿐인가? 누구에게도 이해받지 못할 그 비밀을 지키기 위해
지난 3년간 얼마나 노력했고 불안했던가?
함께 가자는 우재를 따돌리고 혼자 혼인신고를 했으며, 대학 동창들도 법조계에서 어쩔 수 없이 마주치는 일로만 어울렸을 뿐 사적으로 그 누구도 만나지 않았다.
재벌가 친목 모임에도, 판사라는 직책상 청탁을 받을 수도 있다는 핑계로 얼굴을
내밀지 않아서 시어머니의 원망을 사기도 했다.
재벌 며느리 되더니 콧대가 높아졌다는 뒷소리에도, 지나치게 유난떤다는
시어머니의 타박에도 어쩔 수 없었다.
무엇보다 괴로운 건, 엄마 제사에도 참석할 수 없다는 것... 결혼 후, 장인장모의
제사에 관해 묻는 우재에게 두 분 모두 화장으로 재를 뿌려 흔적이 없다고,
시부모에게 부모님 제사는 미국에 주저앉아 살고 있는 남동생이 지내고 있다고,
연락을 거의 안하고 산다고... 그렇게 거짓말로 위기를 모면하고 엄마 제사 날이
되면 혼자 엄마를 모신 납골당에 가서 펑펑 울다오곤 했었다.
결혼할 때는 막연히 생각했다.
결혼 후 적당한 때 남편 우재에게만은 사실을 고백하리라...
하지만 결혼 인사 모임 등에서 서영의 어떤 점에 반했냐는 친구, 선후배 질문에
한결같이 ‘멋진 자존심’ 때문이라고 답하는 우재를 보면서 점점 간이 오그라든
서영이었다. 어떤 상황에서도 비굴하거나 주눅 들지 않는 당당함 때문에 사랑하게
됐다는데, 그런 우재에게 어떻게 입을 뗀단 말인가...
그러던 어느 날 서영은 재판에서 원고로 참석한 부산 여고 때 친구와 마주친다.
친구가 서영의 성공을 축하하며 쌍둥이 동생 상우와 아버지의 안부 등을 묻자
판사라는 직업 윤리를 핑계대고 도망치듯 피해서 돌아온다.
그 일을 계기로 서영은 판사복을 벗기로 결심하고, 뭐든 서영이 원하는 대로
해주고 싶은 우재의 도움으로 판사를 그만두고 로펌에 들어간다.
그런데 그곳에서 마주친 사람은 뜻밖에 우재의 옛 연인 장선우 변호사와
로펌 직원으로 일하고 있는 연희였다.
이연희... 여고 3학년 때 서영에게 자기 집에서 도우미로 일하는 엄마를 친구들
앞에 보여줌으로써 서영의 자존심을 바닥까지 짓밟았던 아이가...
서영과의 재회를 재밌다는 듯 반기는 장선우 변호사 옆에 서있는 것.
여우 피해서 호랑이 굴로 들어간다더니... 앞이 아득해지는 서영, 당장이라도 연희를
통해 모든게 밝혀질듯 불안감으로 터지는데, 다행히 서영을 부하직원 입장에서
만난 연희는 스스로의 자격지심으로 인해 어색한 인사만 나누고 돌아선다.
철없던 여고시절, 그저 찢어지게 가난한 주제에 공부 잘하고 얼굴 예쁘다고 늘
도도한 서영이 아니꼬와서 벌인 행동으로 서영이 자퇴까지 해버리자 뒤늦게 후회와 미안함을 담고 살았었던 연희였다.
하지만 막상 만나서는 현실적으로 느껴지는 위치 차이에 주눅이 들어버리는 연희.
아직까지 마음 속으로는 연적인 서영을 다시 만난 선우는 연희를 보고 당황하는
서영 기색을 눈치 채고 연희에게 서영에 대해 이것저것 묻지만, 아버지 사업도
기울었고 여태 결혼도 못한 상태에서 상사로 서영을 만난데다 과거 자기 행동에
당당할 수 없는 연희는 별 대답을 하지 못하고 얼버무린다.
그런 연희에게서 뭔가 수상한 느낌을 받는 선우.
연희와의 만남으로 잔뜩 진이 빠져 집에 돌아온 서영은 거실에 마련된 제사상을
보고 기겁한다. 얼마 전, 다시 한번 장인 장모의 기일을 물었던 우재에게 살아있는
아버지 기일을 말할 수 없었던 서영이 불쑥 아버지 생일을 말해버렸던 것.
그런데 한동안 성재를 보지 못한 윤소미가 아들을 보고 싶은 마음에 삼재의 제사를
지내주자고 강기범에게 제의해서 깜짝 이벤트처럼 제사상을 준비했던 것이다.
살아있는 아버지의 제사상을 마주한 서영...
그런 서영을 주시하고 있는 시부모와 우재, 성재, 윤실장...
하루종일 연희로 인해 극도로 긴장하고 있던 서영은 감당 못할 상황 앞에서 기절을
하고 그 덕에 제사는 해프닝으로 끝나게 된다.
그 시간, 삼재는 상우, 미경과 함께 생일 파티를 하고 있다.
아버지에게 인사를 드리고 싶다는 미경 말에 고민하던 상우가 아버지 생신 때
미경을 데리고 온 것.
미경은 예상보다 더 초라한 환경에 내심 놀라지만 아들의 여자 친구를 어쩔 줄
몰라하며 반기는 상우부에게 정을 느낀다. 서영이 살던 그 방에서 배달시킨
중국요리에 작은 생일 케익으로 생일 파티를 하는 삼재...
상우와 동갑이라는 미경을 보니 서영 생각이 더 난다.
며칠 후... 동네 산책로를 조깅하던 우재는 골목을 돌아서다가 갑작스런 밀침을
당하고 나동그라진다. 동시에 들리는 급브레이크 소리.
정신을 차리고 보니 장년의 남자가 급정거한 채 서있는 자동차 앞에 쓰러져있다.
그제서야 그 남자가 차에 치이려는 자신을 밀치고 대신 부딪힌걸 알게 된 우재는
서둘러 남자를 병원으로 옮기려는데 끙 일어난 남자가 괜찮다며 그냥 가겠다고
자꾸 고집을 부린다.
분명 본넷에 부딪혔는데... 운전자가 도리어 황당해하는 상황에서 남자를 병원으로
데려가는 우재. 이 아저씨가 아니었으면 자기는 달려오는 자동차에 크게 다칠 상황이었다.
우재에 의해 병원에 실려간 삼재는 그 병원이 상우 병원인걸 알고 기겁한다.
전날 밤, 괜히 꿈자리가 뒤숭숭해서 서영집 근처에 가던 길이었다.
일주일에 두 세 번, 새벽마다 정해진 시간에 동네를 뛰는 사위라도 보려고...
사위가 늘 그랬던 것처럼 조깅을 하면 서영에게 별일 없는 것이므로...
그랬다가 사위의 위급한 상황을 보고 자기도 모르게 뛰어들었던 것인데
마치 생명의 은인처럼 극진하게 대하는 우재가 편치만은 않은 삼재.
서영의 결혼식장에서 하객처럼 앉아있다 딸의 결혼식을 본 후 삼재는 어찌어찌해서
서영 남편에 대해 알게 됐다.
우진기업 장남?... 그제야 서영이 왜 자기를 숨기고 결혼했는지 이해됐다.
서운하지 않은 건 아니었지만, 이해할 수 있었다.
그래, 오죽했으면 지도 그랬을까...
나라도 저리 잘난 남자 놓치고 싶지 않았을 거다...
그래도 궁금했고 보고 싶었다, 딸 서영이 사는 모습이.
그래서 우재 집을 알아내서 몰래 숨어 서영을 지켜보기 시작했다.
사시에 패스한 신문 기사를 보고 가슴이 벅찼고, 우재와 손잡고 나오는 모습을
보고는 감동해서 눈물이 울컥 났다.
일주일에 두어 번 딸네 집 뒤에 있는 산을 다니는 것처럼 등산객 차림으로
왔다갔다 하다보니, 이제는 언제 가면 서영을 볼수 있는지 시간도 대강 알게 됐다.
서영의 남편이 참 괜찮은 사람인 걸 느끼고는 더 이상 오지 말아야지, 했다.
시어머니가 좀 깐깐해 보이기는 해도 남편이 젤이지...
이제 됐다. 니 걱정 안 해도 되겠어... 했는데 걱정이 아니라 보고 싶었다.
그래서 발을 못 끊었다.
그러다 사고에 엮여 상우 병원까지 왔으니... 혹시라도 알아챌까 안절부절인 삼재.
그런 삼재의 걱정도 모른 채 우재는 삼재를 입원시킬 준비를 하며 미경을 부르고
삼재는 그 틈을 타 병원을 도망쳐 나온다.
오빠 대신 사고 난 아저씨 소식에 달려온 미경은 사라져버린 아저씨 때문에
우재와 함께 황당해하고...
우재의 큰일날 뻔한 사고 소식을 들은 가족들은 그 아저씨에게 사례금을 두둑이
주라고 하고 우재도 그럴 생각으로 입원 수속 때 물어봤던 주소를 들고
아저씨를 찾아간다.
병원 응급실에서 코앞에서 사위와 말을 나누는 경황없는 상황에서 얼결에 묻는
대로 이름 주소를 말해줬던 삼재는 찾아온 우재를 보고 기겁하고,
그를 빨리 보낼 생각에 펄쩍 화를 내며 위로금을 거절한다.
그런 아저씨가 이상한 우재, 형편도 어려워 보이는데... 남들 같으면 기회로
잡을 수도 있는 상황이고, 자기도 생명을 구해준 은인이라 당연히 거액도 줄 수가
있는데 치료비조차 거절해버린다...
뒤늦게 이삼재라는 이름이 서영에게 들었던 돌아가신 장인 이름과 같은걸
신기해하며 고향을 묻는 우재에게 고향도 거짓말을 하는 삼재.
초라하게 살고 있는 상황을 본 우재는 그런 상황에서도 돈을 거절한 아저씨에게
감동하고, 알아본바 그가 새로운 일자리를 찾고 있는 것도 알게 된다.
마침 손목을 삐끗해서 날품 일을 그만둔 지 두어 달 된 후였다.
요즘 같은 세상에 남 다친다고 자기가 뛰어들어 목숨을 구해주고도 댓가를 바라지 않는 아저씨에게 감동한 우재는 그에게 어떡하든 빚을 갚고 싶어진다.
어찌됐든 그는 자기 생명의 은인이므로...
한편 상우가 미경을 데려온 후 부쩍 마음이 급해져 다시 취직 자리를 알아보고
있던 삼재였다. 결혼을 시키려면 전세집이라도 있어야는데...
그동안 아낀다고 아꼈지만 상우가 받은 학자금 대출에 남아있던 빚을 청산하느라고
상우 월급까지 다 들어가는 상황이었다.
결혼할 여자도 의산데... 상우가 결혼 과정에 없어도 너무 없는 집 아들이라고
무시라도 당할까, 혹 결혼 반대라도 당할까... 속이 바짝바짝 타들어가는 심정으로
경비 자리라도 알아보는데 동네 알고 지내던 통장이 어떤 회사 주차 관리요원 공고
를 전해준다. 연령 제한 없다는 자격조건에 혹시 하는 심정으로 원서를 넣는 삼재, 곧 이은 채용 소식에 뛸 듯이 기뻐하며 출근을 한다.
월급도 백 이십 만원에 상여금도 사백프로나 된다...
그 엄청난 고층건물이 우재네 소유고, 그 안에 우재네 회사가 함께 있는 줄 꿈에도
모른 채 열심히 일을 하다가가 웃으며 찾아온 우재를 보고 기겁하는 삼재.
그제야 자신의 취직이 사위 우재 뜻인걸 알고 고민하는 삼재.
당장 그만두고 싶지만 뻔한 처지에 괜히 그만두는 자기를 의심하면 어쩌나?
혹 딴데 취직시켜 준다고 집으로 찾아왔다 상우라도 만나면 어쩌나...
한편 취직되자마자 아들 상우 결혼 계획으로 일 년짜리 한달에 80만원 들어가는
적금을 덜컥 들은 것도 걸린다.
그래, 일년 만... 일년 만 죽은 듯이 일한들 내 정체가 들통날까...
결국 우재 건물에서 일하게 되는 삼재.
한편 미경은 병원 안내 카운터에서 호정을 보고 깜짝 놀란다.
몇 년에 한번 정도 부모님끼리 친구 집안인 최민석 일가와 식사를 하곤 했었다.
3년 전 쯤 백화점에서 유학 준비 쇼핑 중이던 호정과 호정모를 마주쳤었는데
그 호정이 절대 일할리 없는 병원 안내 알바를 하고 있다니??...
사실 상우는 미경 보다 한달 쯤 먼저 호정과 재회했었다.
한번 구해준 인연으로 살갑게 다가와 사랑을 고백했던 귀여운 아이가 3년 만에
많이 성숙한 모습으로 변했긴 했지만, 여전히 귀엽고 철부지 여동생 같은 아이였다.
3년 전 어느 날 새벽, 펑펑 울며 엄마에게 끌려 유학 간다고,
나 좀 잡아주면 안되냐는 말에 가서 공부 열심히 해서 오라는 말로 거절하자,
가긴 가는데... 난 진짜 죽을 때까지 오빠 못 잊는다고, 두고 보라고,
언젠가 돌아오면 꼭 다시 오빠 앞에 나타난다며 목메어 전화를 끊던 아이였다.
잠시 마음이 허전하고 짠하기도 했다.
자기를 좋아하는 사람이 싫을 리 없는 법... 그렇게 치부했지만 전화 속 목소리가 너무 애절해서 한동안 싱숭생숭해서 미경에게 미안하기도 했다.
그렇지만 그게 다 첫사랑의 특징 아니겠는가?
지금은 죽을 거 같지만 몇 년 후 유학 마치고 공항에 내릴 때면
내 얼굴은 가물가물 할 거다... 그렇게 생각했었는데,
3년 전 그녀의 말처럼 그의 자취를 찾아 다시 나타난 호정.
더구나 말도 안 되게 병원 안내 카운터 임시직 알바로 일한다는 것이다.
3년을 재능 없고 재미없는 하프 전공을 계속하면서 상우를 잊지 못하던 호정은
엄마와의 약속대로 3년을 마치고 돌아와 강순 앞에서 하프 줄을 끊어버렸다.
3년을 하고도 아니면 그만해도 된다고, 그리고 하고 싶은 일을 해도 된다는 엄마의 약속을 믿고 한 일인데 의외로 끄떡없는 호정모.
하프를 전공시킨 건 결혼에 걸맞는 조건을 만들기 위해서였다.
이제 적령기로 유학까지 마치고 돌아왔으니 그동안 봐뒀던 신랑감들 선보여
결혼시키면 되는 일, 하프 줄을 끊건 하프를 뽀개 건 상관이 없었는데
돌연 그녀의 예상을 뛰어넘는 호정의 말이 이어졌다.
하고 싶은 일이 있으면 하라고 했다는 약속을 상기시키며 사회경험을 하고 싶다는 호정, 거기다 그 일이 병원 안내 요원이란다.
이건 또 무슨 귀신 씨나락 까먹는 소리야??!!!
호정이 귀국 전부터 친구를 통해 상우의 상황을 알아보고 있었고
미리 준비를 하고 있었던 걸 모르는 호정모는 기겁하지만 호정은 이미 3년 전의
여린 새싹 같은 딸은 아니었다.
할 수 없이 알바를 허락하면서 대신 선도 함께 보기로 협상하는 모녀.
이후 호정은 미리 준비한대로 병원장 딸인 친구 도움으로 상우네 병원에
임시직으로 들어온 것이다.
3년 내내 상우를 잊지 못하면서 호정은 최선을 다해, 할 수 있는 만큼 그의 마음을
잡기 위한 노력을 하고 싶었다. 3년 전, 세상물정 모르는 어린애로 보기만 했던
상우에게 자기 사랑을 제대로 한번 어필해보고 싶었던 호정.
여자 친구가 있는 남자한테 대쉬하는 건 나쁜 일이라지만...
세상에 그 어떤 여자도 자기만큼 상우를 사랑할 수 없다는 확신이 있었으므로...
한번쯤 이기적이고 싶은 호정이었다.
하지만 상우는 쉽게 호정에게 흔들리지 않았다.
여전히 마치 사춘기 소녀가 선생님 짝사랑하는 취급으로 호정을 대하는 상우.
도대체 상우의 여자 친구가 누구길래 저렇게 흔들리지 않을까?
정말 두 사람, 완벽하게 서로를 사랑하는 걸까?... 하던 차에 야식을 주려고
상우를 찾아 헤메다가 상우와 미경의 몰래 데이트 현장을 보고 기함한다.
강미경... 저 언니가 상우의 여자?
우진 기업 딸에 의사에... 갑자기 기가 팍 죽었다가 퍼뜩 눈이 빛나는 호정.
한편 상우를 찾아온 호정을 본 미경도 놀라기는 마찬가지.
3년 전 상우를 흑기사로 알고 쫓아다니는 여자 애가 있다는 말은 상우 친구에게
들어 알고 있었다. 그때는 상우와 지금처럼 깊은 사이도 아니었으므로 기분은
별로지만 개의치 않았는데... 그 아이가 호정?!
절대 병원 안내 알바를 할 리가 없는 호정이 유학 후 돌아오자마자 상우 옆에
붙어있다?... 이거 장난 아닌데?... 순수한 호정의 성격을 아는지라 덜컥 엄청난
위기를 느낀 미경은 호정을 불러서 확 잡으려는데 이게 웬일이야?
호정이 물러서지 않겠단다. 도리어 언니라서 다행이다, 언니라서 안심이란다.
이건 또 무슨 말인가? 했더니 미경 집에서 상우를 절대 받아들일 리 없지 않냐며,
지금까지 상우 존재 모르지 않냐! 며 우재모의 미경 결혼 계획까지 알고 있는 호정.
호정답지 않은 야무진 모습에 입이 딱 벌어지는데... 호정 말이 틀린 게 하나 없다.
그로부터 상대방 부모에게 현재 상황을 절대 일러바칠 수 없는 둘은 어쩔 수 없는
비밀을 공유하면서 상우 몰래 붙게 되는데... 미경이 이미 자기가 상우의 임자라며 기득권을 주장하면 호정은 짝사랑 권리 주장으로 받아친다.
미경의 호정 떼내기와 호정의 저항으로 티격태격 요절복통 해프닝들이 벌어지고...
연희와 한 공간에 있으면서 본능적인 불안감을 누르며 서영은 연희와
회사 동료관계를 애써 유지한다. 가까이 해서도 멀리 해서도 안 되는 연희...
다행히 연희 역시 대학 입학과 함께 온가족이 서울로 이사를 했다는 말에 내심
안도하는 서영.
그렇다면 자신에 대해 자세히 알 리가 없고 어쨌거나 상사의 사적인 얘기를 쉽게
할리도 없긴 하지만... 그 옆에 선우가 있다.
아직도 웃음 띤 눈 속에 가시를 담고 있는 선우였다.
뜨거운 감자 같은 연희 처리를 놓고 고민하던 서영은 변호사로 개업하는
선배 판사가 비서를 구한다는 말에 연희를 추천한다.
그런데... 연희를 옆에서 떼놓을 방법을 찾고 한결 가벼운 마음으로 집에 돌아온
서영에게 우재가 의아하다는 얼굴로 가족 등록부를 내놓는다.
사업을 확장하면서 해외 지사를 추진하기 위해 미국 미자를 준비하던 우재가
결혼 이후 못 갔던 여행에 서영을 깜짝 동행시킬 생각에 비자를 준비하던 과정에서
가족등록부에 존재하는 삼재를 발견한 것.
갑작스런 상황에 심장이 덜컥하는 서영, 앞이 하얘진다.
왜 장인어른 사망신고가 안 되어 있냐는 말에 실종으로 말을 바꾼다.
사실은 아버지가 죽은 게 아니라 사업 실패 한 아버지가 가출 후 실종된 거라고...
삼재는 이미 신용 불량으로 주민등록 말소가 되어있던 상태였다.
그 때는 헤어질 결심을 했기 때문에 아버지에 대해 어떤 얘기도 하고 싶지 않았다.
아버진 이미 내 가슴 속에서 죽은 거나 마찬가지였기 때문에 그렇게 말해버리고
말았다... 끔찍한 위기에 사시나무 떨듯 떠는 서영.
우재는 ‘아무리 그래도 어딘가 살아있을지도 모르는 아버질 죽었다고까지 했냐...’
는 말로 그 일을 덮는다.
하지만 우재의 그 마지막 말이 심장에 박히는 서영, 실종인 아버질 죽었다고
한 것도 못 받아들이는 남편이다...
이제는 정말 비밀을 털어놓을 수 없게 된 서영.
다음 날 서영이 적극 추천한 덕분에 더 높은 연봉에 스카웃 제의를 받은 연희는
뜻밖의 서영 배려에 감동해서 서영을 찾아온다.
그동안 서영이 자잘한 잡무를 시키지 않을뿐더러 자신의 유치했던 과거 행동도
전혀 입에 올리지 않자 내심 고마웠던 터였다. 고마운 인사를 하러 서영을 찾아간
연희는 그동안 어색해서 못했던 서영모 사망을 위로한다.
연희가 엄마의 사망 소식을 알고 있다는 사실에 놀라는 서영.
고향 부산에 다니러 갔던 연희 엄마가 서영모 사망 소식을 듣고 장례식에
갔었다는 것, 그곳에서 서영 상우 뿐 아니라 삼재까지 봤던 얘기를 조잘대는
연희를 보며 사색이 되는 서영.
서영의 자존심을 익히 알고 있는 연희는 괜히 서영의 아픈 가족사를 건드렸다는
생각에 미안해하며 방을 나오고, 서영과 일 얘기를 하기 위해 오던 선우가 당황해 나오는 연희를 본데 이어 충격으로 거의 쓰러질 듯한 서영까지 본다.
둘 사이에 뭔가 있다는 눈치를 채고 연희를 떠보지만 아무 말도 듣지 못한다.
연희의 등장부터 우재의 가족등록부 사건까지...
마치 보이지 않는 손이 목을 조이는 불길함으로 괴로운 서영,
그래도 연희가 이곳을 떠난다는 사실에 위안을 받고 정신을 차리려 애쓴다.
그러던 어느날, 사건을 의뢰인한 의뢰인인 교통사고로 입원을 했다며
병원으로 와 달라고 한다.
별 생각 없이 미경의 병원으로 향한 서영은 그 곳에서 상우와 마주치고 기겁한다.
분명 인턴까지는 다른 병원이었는데 왜 시누이가 레지던트로 있는 병원에
있는 거지?... 서영이 시누이 얘기를 꺼내기도 전에 존경하던 선배 의사를 따라
레지던트 병원을 옮겼다는 짧은 대답만 남기고 냉정하게 사라지는 상우.
고민하던 서영은 다시 상우를 찾아가서 병원을 옮겨달라고 한다.
시댁 식구가 이 병원에 의사로 있다고... 그 뻔뻔함에 기막혀 보는 상우의 시선도
보이지 않는 서영, 그러기에는 현재의 불안감이 너무 컸다.
하지만 상우는 그런 서영의 말을 단번에 거절한다.
내 입으로 이서영이 내 누나라고 말할 일은 죽을 때까지 없으니까 걱정 말라고,
니 불안 때문에 내 인생까지 바꿔줄 생각은 추호도 없다며 돌아선다.
누나에 대한 또 한번의 배신감에 눈물이 나는 상우...
그렇게 돌아서 멀어지는 상우를 보며 서영도 뒤늦은 후회를 한다.
그립고 보고 싶었던 동생인데... 상우야...
그리고 얼마 후... 상우는 미경이 누나 서영의 시누라는 사실을 알게 된다.
호정으로 인해 조급해진 미경이 전문의 따고나서라는 계획을 수정,
오빠 부부에게 먼저 상우를 인사시키려 약속을 잡은 자리에서였다.
오빠는 상우 조건 보다 더한 고아인 새언니와 결혼해 낸 사람이다.
사랑의 중요성을 아는 사람이다. 오빠 우재의 동의를 먼저 얻고 그 힘을 빌어
부모님을 상대할 계획을 세우고 아무것도 모르는 상우도 흔쾌히 약속에 응한다.
청혼도 안 받고 이러는 법이 어딨냐는 농담까지 하면서...
사랑하는 사람이 있는데 집안 조건이 안 좋다며 에스오에스를 청하는 미경에게
서영도 흔쾌히 미경의 연인을 만나기로 한다.
아직도 서먹한 구석이 있던 미경과 풀어질 수 있는 계기일수도 있다.
우재와 미리 만나기 위해 우재 회사로 가는 서영.
바로 그 시간... 한 번씩 경비 직원들 휴게실에 들러 삼재를 격려하고 회식도
시켜주는 우재가 점점 부담스럽던 삼재는 심각하게 회사를 그만둘 고민을 하던 중
회사를 찾아오던 서영의 차를 보고 기겁한다.
주차권을 뽑는 서영이 자기를 볼까 외면한 채 떨던 삼재는 동료에게 잠시 자리를
맡기고 회사 로비로 달려간다. 참으로 오랜만에 딸 서영의 얼굴을 가까이에서
마지막으로 훔쳐본다. 많이 성숙해진 딸의 얼굴을 눈물 어려 지켜보는데 그 모습을
뒤에서 오던 우재가 본다.
서영을 몰래 보다가 돌아서며 눈가의 눈물을 훔치는 아저씨다.
뭔가 의아한 우재. 하지만 서영과 함께 미경의 연인을 만나기로 한 약속 때문에
뭔지 모를 찜찜함을 잊고 서영에게 다가간다.
한편 미경 오빠 부부와의 약속 장소에 들어서던 상우는 반대편에서 약속장소를
향해 함께 걸어가는 우재와 서영를 보고 흠칫 놀라 선다.
누나와 웃으며 걸어가는 그가 한눈에 우진 기업 강우재라는걸 알아보는 상우.
누나의 남편이다...
누나 서영이 결혼하는 집안이 우진 기업이라는걸 서영에게 들어 알고 있었다.
누나가 아버질 버릴 만큼 대단한 집안... 경제계 뉴스에서 전문 잡지 등에서
봤었기 때문에 우재의 얼굴을 알고 있었다.
혹시 자신을 알아볼까 얼른 뒤돌아 숨는 상우, 그런데 그들이 자신의 약속 장소로
들어간다. 점심시간이고 레스토랑이다... 난감한 표정으로 통유리창 안을 살피는데
미리 와서 앉아있던 미경이 웃으며 일어나서 우재와 서영을 맞이한다.
허걱! 놀라는 상우.
강미경... 강우재... 그제야 미경이 우재의 동생임을 알고 경악하는 상우,
그 자리에 나타나지 못하고 전화로 위급한 병원 일을 핑계로 댄다.
속상해서 전화를 끊는 미경이 보인다. 그런 미경을 우재와 서영이 놀리고 있다.
그 자리에 서서 석고상처럼 굳은 채 우재 미경 남매를 보는 상우.
병원에서 몰래 연애를 하고 있던 터라 사람들 눈을 피해 따로 와서 약속장소에서
만나기로 했던 미경은 갑작스런 상우 전화에 속상하고 미안해 어쩔줄 모르고
우재와 서영은 다음을 기약하며 셋이 점심을 먹는다.
점심 도중 불쑥 불쑥 떠오르는 아저씨의 얼굴... 같은 이름인 이삼재...
설마? 하는 의혹으로 편치 않은 식사를 한 우재는 서둘러 회사로 돌아온다.
회사로 돌아와 삼재를 찾아온 우재는 관리직원으로부터 방금 전 이씨가 사표를
냈다는 말을 듣는다. 탈의실로 삼재를 찾아간 우재는 짐을 싸며 열어놓은 삼재의
사물함에서 고등학생 서영의 사진을 본다.
이건... 분명 내 아내 서영이다. 아내의 사진이 이삼재라는 아저씨 사물함에 있다...
설마하면서도 점점 커지는 의혹으로 사람을 시켜 서영의 가족관계 조사를 시킨
우재는 이삼재가 아내 서영의 아버지고, 실종도 아니고 죽은 것도 아니었음을
확인하고 엄청난 충격을 받는다.
그리고 그제서야 이해되는 이삼재라는 아저씨의 행동들...
자기를 구한 이유, 그토록 자기에게서 달아나려 했던 사연을 알게되는 우재.
서영은 나하고 결혼하기 위해 서영은 아버질 죽었다고 했다. 아버질 버렸다.
그리고 3년이 지나도록 나에게 말하지 않았다!!...
지난번 가족 등록부를 봤을 때도 진실을 말하지 않은 건, 끝내 말하지 않을
생각이었던 건가? 아내는?...
그런데 자신의 장인인 서영의 아버지는 딸이 자기를 버린걸 알고 있다...
그렇다면 서영은 아버지에게 통고했던 건가? 그렇게 잔혹한 여자였나?...
천륜을 저버리면서까지 자기를 선택한 서영의 행동이 사랑 때문이 아니라
자신의 조건 때문일지 모른다는 의심이 들면서 괴로워지는 우재,
결혼 이후에 도리어 더 마음을 안 주는 듯 느껴졌던 아내 태도도
마치 원하는 걸 얻은 뒤의 변화처럼 느껴진다.
서영에 대한 배신감 때문에 우재는 서영을 쑤시기 시작한다.
냉소적인 시선으로 시작해서 무관심으로 이어진다.
조금씩 변해가는 남편 태도에 서영은 당황하지만 이유를 알 수도 없고
그에게 매달릴 수도 없는 성격 탓에 그 변화를 묵묵히 감내한다.
그럴수록 더 차갑게 변해가는 우재, 언제부터인가는 여자 냄새도 풍기고 돌아온다.
남편의 변화에 점점 당황하는 서영...
자기에게 제일 큰 힘이 되고 의미가 되는 사람이 남편 우재였다.
그를 마음껏 사랑하지 못한 것도 그를 선택했기 때문인데...
그 이중성 사이에서 항상 힘들면서도 그의 사랑이 그녀를 지탱해주는 유일한
힘이었는데 그가 변했다...
한편 미경이 서영의 시누임을 알고 고민하던 상우는 미경에게 이별을 고한다.
“막상 결혼이라고 생각하니 니 오빠와 만나고 싶지 않더라.
결혼하고 싶지 않은 모양이다...” 치사한 변명으로 둘의 관계를 끝내는 상우.
하지만 미경은 도저히 믿기지 않는다.
그간 알던 상우가 아니었다. 저럴 리가 없는데, 절대 없는데 마치 오래 준비된
사람처럼 너무나 미련 없이 냉정해진 상우, 미경에게 여지를 주지 않는다.
미경이 인정할 수 없다며 이유를 대라, 그건 거짓말이다, 너는 나를 사랑한다...
혹시 내 환경 때문이냐? 캐묻고 따지고 길길이 화내고 빌어도 보고,
급기야 소주 병나발을 불고 대로에 뻗어 누워도 돌아오지 않는다.
이별도 이렇게 가혹한 이별이 있을 수 있나... 실연의 상처로 앓아눕는 미경.
아프기는 상우도 마찬가지였다. 3년 이상의 세월동안 연인으로 친구로 대화도
잘 통하고 정도 많이 든 미경이었다.
늘 밝고 긍정적으로 어떤 어려움에서도 웃음을 잃지 않은 상우였는데
출근을 못 할 정도로 끙끙 앓아눕는다.
미경과의 이별도 아프지만 누나 서영이 엮인 일이라 그 고통이 배가 되는 상우.
상우가 결근하자 달려온 호정은 상우부로부터 미경과의 이별을 전해 듣고
황당해한다. 도저히 해도 안 되겠구나... 할 만큼 서로를 좋아했던 두 사람인데...
실연의 상처로 고통 받는 상우가 가여워 펑펑 우는 호정.
상우의 이별이 예상했던 대로 미경과의 집안 차이라고 생각한 호정은 상우의
깊은 상처를 생각해서 예전처럼 대놓고 들이대지 못하고 멀리 빙빙 돌며 챙긴다.
그런 호정이 고맙고 마음 아픈 상우.
그런데... 아픔은 깊었지만 미련을 가질 수 없는 미경인데, 미경 쪽에서는 쉽게 미련을 버리지 못하고 상우를 계속 찾는다.
미경을 원하면 누나 서영이 불행해지고, 그보다 아버지가 치명적인 상처를 입게
된다. 사랑이 뭐라고... 이것도 다 먹고 살만해지니까 사랑이 사람 죽이겠구나 싶은거지, 누나와 아버지를 짓밟고 내 사랑을 찾고 내가 행복해 질수 있단 말인가?
결국 상우는 미경과 자신을 위해 호정에게 청혼한다.
솔직하게 미경을 잊기 위해 도움이 필요하다고...
결혼부터 하고 사랑은 뒤에 하자며 상우가 내미는 손을 망설이지 않고 잡는 호정.
미경 못지않은 불독 같은 엄마가 뒤에 있지만 두렵지 않았다.
마침 호정모도 상우에게 좋은 인상을 갖고 있던 터였다.
부모님 건강검진을 시켜준다는 핑계로 부모님이 상우를 만나보게 했던 것.
상우가 3년 전 딸 호정이 밤마다 잠꼬대하면서 울고 불고 했던 남잔 줄 꿈에도
모르고 인상 좋은데다 친절하게 환자를 대하는 상우를 좋게 보고 집안이 어떠냐?
집안만 좋으면 꼬셔봐라 까지 했던 호정모였다.
하지만 막상 호정과 함께 인사를 하러 온 상우를 보고 기겁하는 호정모,
건강검진 이후 상우가 탐나 몸이 안 좋다는 핑계로 몇 번 상우에게 진료를
받으면서 가난한 홀아버지의 외아들인걸 알고 발을 뺐던 그녀였다.
그동안 딸이 시키는 대로 선은 보면서, 온갖 무식하고 재수 없는 짓을 연출해서
맞선남에게 번번이 딱지 맞은 이유를, 뜬금없이 발이 퉁퉁 붓는 병원 안내 알바를
한 이유도 알게 되고, 그 사랑이 3년을 지속된 것도 알게 된다.
꺾어봤자 꺾을 수도 없을것 같기도 했지만 어쨌거나 의사인 상우였다.
못 이기는 척 결혼을 허락한다. 문제는 홀시아버지였다.
대단히 양보해서 허락한 결혼이라 호정모는 상우를 불러 결혼할 집도 사주고
삼재 집도 따로 마련해 드리고 도우미도 보낼테니 따로 사시게 하라고 했다가
예상 못한 상우의 반발에 부딪힌다.
전셋집도 자기네가 구할 거고 아버지도 함께 살 거라는 말에 발끈하는 호정모,
여자보다 아버지 귀하게 여기는 남자하고 결혼 못시킨다고 강경하게 나가지만,
그러면 어쩔 수 없다는 상우.
명색이 그래도 장인, 장모 될 사람들인데 조금의 여지도 없이 일어서는 상우가
괘씸하고 황당한 호정모.
놀라서 상우를 뒤따라나간 호정에게 상우는 부모 보다 부부가 먼저인 게 맞다,
정상적인 상황에서는. 근데 난 정상적인 상황이 못 된다.
조금이라도, 눈꼽만큼이라도 우리 아버지 무시하는 사람들하고 한 가족 못된다며
눈물을 참느라 핏기 어린 눈으로 호정에게 말한다.
누구의 도움도 없이 내 능력으로 마련한 집에서 내 아버지와 함께 살아야 한다.
대신... 절대 결혼한 걸 후회하게는 안 할 거다... 눈 빨개서 심정을 토로하는 상우.
도대체 속내는 모르겠지만 피토하는 듯한 상우의 심정을 그대로 느끼고 돌아온
호정은 예상대로 자존심 상한 엄마의 완전 강경 반대에 부딪힌다.
하지만 반대하면 낼 바로 혼인신고하고 그 집으로 들어가겠다는 호정의 더한 강경태도에 입이 딱 벌어지고 마는 호정모.
아들의 결혼 소식에 삼재는 따로 살겠다고 노발대발했다가 결국 상우의 고집을
꺾지 못하자, 그 집을 떠날 수 없다고 한다.
그러니 니들 둘이 다른데 집 얻어 살라고, 난 이 집에서 살겠다는 삼재.
언제 돌아올지 모르는 딸을 기다리는 아버지 마음을 느끼고 가슴이 찢어지는 상우.
결혼하고 얼마 후, 서영이 찾아왔을 때 두 번 다시 오지 말라며 내쳤던 상우였다.
이제 와서 몰래 결혼했다는 말을 어떻게 아버지한테 하냐?
그 집에단 아버지가 살아 계시다고 말했냐? 그 집에 말할 때까지 오지 마라.
그 집에다 말 못할 거면, 아버지한테도 유학 길어져 못 온다고,
아니면 아예 미국에서 자리 잡았다고 하라고 했던 자신이었다.
그 이후 일 년에 한 두번 자신이 서영의 전화를 받은 것처럼 둘러대곤 했었다.
그런데 아버지는 혹시라도 연락이 끊어져 딸을 못 만날까봐 그 집을 안 떠나려고
한다... 하지만 그렇기에 더 아버지를 혼자 둘수 없는 상우였다.
결국 동네는 떠나지 않고 살던 집 몇 집 건너 전세를 구해서 결혼하기로 한다.
한편 상우로부터 이해할 수 없는 이별 통보를 받고 괴로워하던 미경은 호정과의
결혼 소식에 또 다시 충격 받는다. 사실은 호정 때문이었다구?...
호정의 거짓말이 믿기지 않는 미경은 상우부를 찾아갔다가 삼재 혼자 보는 그만의
앨범에서 가족사진 속에 있는 새언니 서영을 발견한다.
마실 거리를 갖고 들어오는 상우부에게 서영이 누구냐고 묻는 미경.
삼재가 얼른 앨범을 덮으며 아무것도 아니라고 둘러대는데 상우가 들어온다.
순간 상황을 보고 당황하는 상우.
한눈에 모든 상황을 알게 된 미경은 밖으로 나와 상우에게 상황을 추궁한다.
새언니 때문이었냐고, 나와 헤어지고 호정과 결혼하는 이유가 그것이었냐는
미경에게 비밀을 지켜주길 절박하게 당부하는 상우.
나로 인해 누나 비밀이 밝혀지는 걸 원하지 않는다는 상우를 붙잡고
미경은 사실을 밝히고 다시 재회하길 애원하지만 상우는 이미 안 되는 인연이라며 울면서 미경을 달랜다.
내 오빠를 속이고, 우리 가족을 속이고...
무엇보다 살아있는 아버지를 버린 무서운 여자 서영...
그리고 일생의 사랑마저 잃어버리게 만든 서영에 대한 분노로 사사건건 서영을
트집 잡고 부모님 앞에서 불쑥 불쑥 과거 얘기를 물어보며 서영을 괴롭히는 미경.
미경이 아니더라도 충분히 힘든 서영이었다.
연희의 이직 계획은 선배가 더 젊은 비서를 구했다는 이유로 불발로 돌아갔고
그로인해 연희의 자존심만 더 상하게 만들었다. 뿐만 아니라 회식 자리나
점심 식사 자리에서 상우 얘기를 불쑥 해서 간담이 서늘해진 적도 몇 번 있었다.
사적인 얘기는 안하고 싶다는 말로 위기를 모면하기는 했지만 연희와 함께 있는 건
시한폭탄을 쥐고 있는 꼴이었다.
궁여지책으로 서영이 택한 방법은 연희와 화해하는 것이었다.
해외 지사 설립을 위한 변호사로 우재가 선우를 선임한 이후 선우와 만나는 횟수가
잦아지고 있었다. 우재는 아내의 비밀 때문에 괴로운 심정을 오랜 친구 선우를
통해 위로 받고 있었고, 우재와 서영과의 불화를 느낀 선우가 호시탐탐 연희에게서
뭐라도 캐내고 싶어하는 걸 느끼는 서영이었다.
처음 마주침부터 뭔가 석연치 않은 서영과 연희였고, 이후로도 뭔지는 모르지만
분명 둘 사이에 뭔가 있다는 느낌... 그 뭔가를 찾고 싶어 선우는 연희와 접촉을
시도하지만 그보다 앞서 서영이 연희를 포섭했다.
여고 때 전혀 친하지도 않았다는 옛 친구에 대한 갑작스런 서영의 친절...
법조계 인사로 소개팅을 시켜주고 더 좋은 취직자리를 알아봐주는 이서영...
그동안 선우가 아는 서영과 분명 달랐다.
그런 와중에 청첩장을 들고 집을 찾아온 호정모로부터 전해진 호정의 결혼 소식을 듣는 서영을 싸늘한 눈으로 쳐다보는 미경.
양쪽 부모님이 다 가까운 호정네와의 관계상 결혼식 참석은 필수인데...
호정과 상우의 결혼식에서 아버지와 남동생을 만나게 될 새언니...
상우의 부탁으로 차마 먼저 비밀을 발설하진 못했지만 우연까지 막고 싶은 생각은
없는 미경.
드디어 호정과 상우의 결혼식 날... 뒤늦게 장인이 우진 기업 이사라는 사실을 알고
당황했던 상우, 그 끊어지지 않는 누나 서영과의 악연의 끈에 대한 불안감을
애써 누르고 결혼식을 올린다.
서영의 시부모가 온다 한들 아버지와 자신을 알아볼 리 없을 테고...
그런데 서영은 아무것도 모른 채 사업상 동반 출장을 간 시아버지와 우재 대신
시어머니 지선이 시키는 대로 결혼식에 갈 차비를 한다.
시어머니와 함께 결혼식장에서 막 로비로 들어서는 순간 먼저 서영을 본 상우가
다급하게 전화를 한다. 오늘 내 결혼식이니 어서 돌아가라는 말에 아득해지는 서영,
저만치 홀 앞에 서있는 아버지 모습이 보인다.
기겁해서 로펌에 갑작스런 사고가 생겼다고 둘러대고 그 자리를 도망치는 서영.
엎질러진 물은 주워 담을 수 없다는 말을 갈수록 실감하는 서영이었다.
아버질 속이고 우재를 속이고 우재 가족을 속이고 결혼을 할 당시에는
뒷일을 생각하기 싫었다, 생각할 엄두가 나지 않았다.
결혼 후 막연한 심정으로 상우를 찾아갔다가 외면을 당하고도,
일년에 두어번은 상우에게 전화를 했고 우연히 동생을 만나기도 했다.
그동안 상우는 철저히 자신을 외면했으며 자신의 근황이나 아버지에 대한
어떤 말도 전해주지 않았다.
그동안 딱 네 번 아버질 봤다.
두 번은 아버지 집 근처 골목길에 차를 대고 숨어서 아버질 지켜봤으며
상우의 대학 졸업식 때 멀리 숨어서, 그리고 오늘...
내 가족을 볼까봐 도망치는 자신을 보면서 서영은 다시 한번 느꼈다.
이제 죽을 때까지 자신의 거짓말을 털어놓을 수 없으리라는 것을...
우재의 원인을 알수 없는 변심... 이토록 짧은 사랑을 위해 나는 아버질 버리고
상우를 버렸다... 자괴감과 두려움에 몸서리치는 서영.
상우의 결혼식 날 저녁... 사랑하는 남자를 억울하게 떠나보낸 미경은 선우를 만나 술을 마시고 취중에 이게 다 서영 때문이라고... 새언니는 악마라고 중얼거린다.
분명 뭔가 있다고 심증이 굳어진 선우는 다음날 연희에게 서영이 연희를 동정하고 있다며, 서영이 우진 기업 맏며느리란 사실을 말해주며 둘을 이간질한다.
사회에서 특별한 대접을 받고 싶지 않다는 이유를 들어 우진 기업 며느리란
사실을 숨겼던 서영이었다.
그래서 서영의 남편을 작은 사업하는 사람으로 알고 있던 연희는 서영과의
신분 차이로 또 한번의 큰 열패감을 느낌과 동시에 그간의 서영의 친절이 이제는
입장 바뀐 지위에서 예전에 당했던 설움을 되갚아 준다고 오해한다.
그 와중에 서영이 세 번째 소개팅을 주선해준다.
그동안 판검사 두 사람에게 연이어 거절을 당한 연희는 어차피 판검사 부인 조건에
맞지도 않아 거절만 당하는 자기에게 왜 자꾸 그런 사람을 소개하냐며 화를 내다
옛이야기와 서영 집안 얘기를 꺼내게 되고 그 얘기를 선우가 듣는다.
재벌 집 며느리가 되더니 느이 집 얘기 남한테 할까 겁나서 나한테 잘해주냐? 는
연희 말에 의혹을 갖게 된 선우는 서영의 뒷조사를 시작한다.
그런데 시아버지가 절친한 친구 딸의 결혼식을 못 본 미안함으로 호정부부를 비롯,
최민석 일가를 초대한다. 상우는 어떡하든 서영 집 방문을 피해보려고 안간힘을
쓰지만 불가항력이고 서영 역시 초대 얘기에 사색이 된다.
하지만 서영 자신의 힘으로 막을수 없는 일...
서영은 상우에게 어떤 핑계를 대서라도 집에 오지 말라고 하며 자기도 모르게
호정과 결혼한 상우를 원망하고 그런 누나에게 더 배신감을 느낀 상우는 서영의
바램을 차갑게 외면한다.
한편 초대 소식을 들은 우재는 서영이 스스로 비밀을 털어놔주길 간절히 바라며
기다린다. 하지만 끝내 아무 말 없이 최민석 일가를 맞이하는 서영...
이미 강을 건넜다... 굳게 마음 먹고 오히려 침착하게 상우를 대하는 서영을 보고
기막힌 우재와 미경.
우재는 가장 절박하고 힘든 위기의 순간에도 자기에게 기대지 않는 서영을 보고
좌절하는데, 설상가상으로 서영이 피임을 하고 있었다는 것 까지 알게 된다.
너무나 간절히 둘 사이의 아이를 원했던 우재였다. 결혼하고 1년이 지나도
아이가 안 생기자 자기한테 문제가 있나 싶어 몰래 검사까지 했었다.
우재는 정상이라며 와이프를 검사 받게 하라는데, 말도 꺼내지 않았다.
혹시 서영 때문이라면... 부모님을 생각하면 그건 늦으면 늦게 알수록 좋은 일이기
때문에 일부러 아직 아이를 원하지 않는다고 먼저 설레발까지 쳤었는데...
피임을 하고 있었어? 내 아이를 낳고 싶지 않아서?!!...
이서영 너란 여자는... 도대체 나 강우재한테서 뭘 원했던 거니...
지금까지 비교도 안 될 분노에 휩싸인 우재는 서영에게 이혼을 통보한다.
이혼이라니? 청천벽력 같은 말에 충격 받은 서영,
하지만 이혼은 절대 안 되는 일이었다. 우재를 얻기 위해 내가 어떤 일을 했는데...
이혼에 동의하지 않는 서영에게 우재가 더 못 견디고 막 비밀을 말하려는데
성재 사건이 터진다.
상상도 못했던 성재의 출생비밀 사건으로 한바탕 폭풍에 휩싸이는 집안...
그 덕에 우재도 서영도 정체 상태를 겪는다.
그 와중에 우재와의 지나치게 사적인 관계를 끊어달라고 선우를 만난 서영은
도리어 그럴 수 없다는 당당한 선우 태도에 더 충격 받는다.
“누구나 자기 행복을 위해 최선을 다할 권리가 있지 않나? 나도 이서영씨처럼
그렇게 해보고 싶은데...” 라는 의미심장한 말을 남겨 서영을 불안하게 만드는 선우.
그동안 선우는 뒷조사를 시켜 삼재와 상우 존재를 알아냈고, 부산에 내려가 직접
3년 전 상황을 확인까지 하고 온 뒤였다.
상우가 의대를 다녔다는 정보까지 입수, 상우를 수소문하고 있던 터였다...
그럼에도 먼저 입을 열지 않은 이유는... 나는 그렇게 치졸한 여자가 아니야,
라는 자기 프라이드도 있었지만 우재가 서영에게 이혼을 요구한 걸
알았기 때문이기도 했다. 그들 스스로 헤어질 마당에 구차하게 서영의
치명적 결함을 스스로 들춰내는 얕은 꼴을 보일 이유가 없었다.
우재는 이서영의 가면 뒷모습을 보았다. 콩깍지가 벗겨지길 기다리면 될 일이다.
그런데 성재의 출생 비밀 탄로 과정 속에서 성재는 물론 상처 입은 엄마 지선까지
감싸 안으며 노력하는 서영을 본 우재의 마음이 흔들리고 있었다.
정말 이혼할 생각도 있었다. 무섭도록 자기를 계속 기만하는 서영에 대한 원망에 다 터뜨리고 싶었는데 그때마다 삼재의 얼굴이 입을 막았다.
자기를 버린 딸을 위해 고향까지 거짓말을 해가며 끝까지 자기 존재를 숨기려 했던
가엾은 양반... 그 겁에 질린 얼굴이 이혼은 할 망정, 서영의 비밀을 그 스스로
터트릴 수 없게 만들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자신은 아직 서영을 사랑하고 있었다.
3년 전과 똑같은 마음으로...
서영에게 선전포고를 해놓고 둘의 이혼을 기다리던 선우는 이혼 진행이 없을뿐더러 우재의 태도도 변한 듯하자 마음이 조급해진다.
그러던 중 상우가 일하는 병원을 알아낸 흥신소의 연락이 오는데 그 병원이 미경의
병원이다... 상우의 결혼식 후 새언니 때문이라던 미경의 중얼거림...
퍼뜩 미경과 상우 사이를 연결해낸다. 미경을 만나 사실을 확인하는 선우.
그런데 모든 게 드러난 상황에서도 미경은 선우 편이 되 주지 않는다.
황당한 선우에게 상우와 약속을 했다, 내 입으론 절대 밝힐 수 없다는 미경.
그런 미경이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선우는 이서영은 파렴치한 인간이다...
그런 인간이 강우재 아내로 우진기업 며느리로 살 자격이 없다며
우재를 절대 포기하지 않겠다고 한다.
우재와 선우의 사이가 소원해진 듯 해서 한숨 돌린 서영을 선우가 찾아온다.
그리고 그간 모아놓은 자료들, 가족 등록부와 현재 살고 있는 삼재 집과 삼재,
상우의 사진들을 내놓는다.
심장이 멎을듯 놀라는 서영에게 선우는 자존심을 지켜 줄 테니 자발적으로
이혼하라고 요구한다. 어차피 이 사실을 우재나 우재부모가 알면 이혼은 당연지사라며 서영 스스로 이혼하면 비밀을 지켜주겠다는 선우 앞에서 할 말을 잃는 서영.
한편 호정을 통해서 서영 부부의 불화설을 전해들은 삼재는 걱정에 잠을 이루지
못한다. 서영과 상우와의 관계를 꿈에도 모르는 호정이 엄마 김강순에게서 전해
들은 대로 우재의 이혼요구 소식을 늘 하던 대로 시아버지에게 수다를 떤 것.
그렇게 사람 좋고 서영을 사랑했던 사위가 바람이 나고 이혼을 하잔다니...
내 딸 서영이 어떻게 한 결혼인데... 피가 마르고 애가 타서 밥도 잘 못 먹는 삼재.
상우는 그런 아버지가 걱정돼 건강검진을 하자, 보양식을 먹자 하면서 갑작스런
아버지 변화를 알고 싶어 하지만 삼재는 끝내 말을 하지 못한다.
딸 집 앞을 몰래 가보기도 하고 로펌 앞을 서성이다가 돌아오는 삼재,
그러면서 호정에게 계속 우재네 상황을 캐묻는다.
눈치 둔한 호정은 상우에게 아버님이 우재네 부부 관계를 계속 궁금해 하신다며
호기심이 많으신가 봐요, 하며 대수롭지 않게 말을 하는데, 굳어지는 상우.
설마?... 했다가 앞으론 남의 집안 일 옮기지 말라는 걸로 호정의 입을 막는다.
다른 사람도 아닌 운명의 연적인 선우가 모든 걸 알아버렸다... 끔찍한 상황을 연희와 상의하는 서영. 지난번 혈전 같은 말다툼 중에 서로의 속내와 아픔을 있는 그대로 드러내게 되면서 생각지도 못했던 이해로 관계가 변화됐던 둘이었다.
몰락하는 집안을 겪으면서 연희는 훨씬 어린 시절부터 겪었던 서영의 고통을 알게
됐고, 어차피 모든 걸 아는 연희 앞에서 무너지듯 비밀을 말해버렸던 서영.
불안해 죽을 것 같고 무서워 미칠 것 같은데 속을 터놓을 사람이 없는 서영의
고통과 외로움을 느낀 연희가 서영을 감싸 안았던 것.
연희는 먼저 남편에게 비밀을 털어놓고 용서를 구하라고 한다.
화도 나고 배신감은 느끼겠지만 설마 이혼까지 가겠냐? 널 사랑하는데...
하지만 서영은 도저히 그럴 수 없다. 그동안 거듭됐던 거짓말을 털어놓고 우재를
볼 자신이 없는 서영, 그렇다고 이렇게 이 결혼을 끝내고 우재를 떠나는 일도
자신이 없다. 하루에도 수십 번 생각이 왔다갔다 하는데...
성재 사건 이후 겨우 정신을 차린 시어머니 차지선 눈에 여전히 삐걱거리는
아들 내외가 보인다.
처음엔 맘에 안차는 며느리였지만 자기 부부와 달리 부부 정은 끔찍했고,
더구나 성재 사건까지 겪다보니 저리 사는 게 진짜 사는 건데... 이쁘고 부럽기도
했던 아들 내외였다. 그런데 권태기로 치부하기에는 냉기가 너무 길다 싶었는데
그 중간에 선우가 껴있음을 알게 된다.
며느리 감으로 맘 먹고 이뻐하던 아이긴 했지만 유부남인 우재와 어울리다니...
윤소미로 인한 자격지심이 서영에 대한 동병상련으로 이어진 차지선은 선우를 만나
따끔하게 야단을 친다. 이렇게 격 없는 아이였냐고, 어디 남의 가정을 넘 보냐며
눈물 쏙 빠지게 혼을 내고, 차지선 말을 듣다 억울해진 선우는 우재는 사기 결혼을
당한 거라며 서영의 비밀을 폭로한다.
꿈에도 예상 못한 상황에 놀라는 차지선, 어떻게 이런 일이...
도저히 믿기지 않는 상태로 집에 돌아온 지선은 서영을 호출한다.
영문 모르고 집에 들어선 서영은 시어머니로부터 아버지에 대한 질문을 받고
얼어붙는다. 안 그래도 감당 못할 상황에 기력이 다 빠져있던 서영이었다.
아무 생각도 어떤 변명 거리도 떠오르지 않는 멍한 상태로 시어머니를 보는 서영.
그런 서영 태도에 선우 말이 사실임을 확인하고 경악, 분노해서 정말이냐고?
니 입으로 대답을 하라고, 살아있는 아버질 죽었다고 한 게 사실이냐고 소리를
지르는데 우재가 들어선다.
더 이상 이 상황을 두고만 볼 수 없다는 결단을 내린 우재가 서영을 만나러
로펌으로 갔다가 시어머니 호출을 받고 급히 나갔다는 말에 의아해서 집으로
온 것... 뜻밖에 등장한 우재를 보고 공포에 휩싸이는 서영, 남편이 들어버렸다...
그런데 우재 표정에 큰 변화가 없다.
뿐만 아니라 잘못했다고 사과드리라는 우재를 보고 더 놀라는 차지선과 서영.
우재가 이미 아버지 일을 알고 있었다는 사실에 더 충격 받은 서영은 자기 잘못을
빌기보다 알면서 왜 말하지 않았냐고 악을 쓴다.
그 동안의 우재 행동이 주마등처럼 스치면서 스스로 참담하고 부끄럽기가 이루
말할 수 없는 심정을 역으로 표현한 것.
그런 서영에게 우재는 아무 말도 하지 않는다.
서영을 붙잡고 내가 어떤 심정으로 말 못했고 어쩌고 할 상황이 아니었다.
부모님까지 알아버린 상황... 이제 곧 닥칠 폭풍 앞에서 나는 과연 어떻게
할 것인가가 아득한데... 우재의 우려처럼 연이어 퇴근해 끔찍한 며느리 사기 결혼
사건을 전해들은 후 하늘을 찌를 듯이 분노한 강기범이 서영과 우재를 부른다.
엄마 연락을 받고 놀라 달려온 미경까지 온 가족이 모인 자리...
우재와 함께 내려온 서영은 사실이냐고 묻는 시아버지에게 다 사실이라고 말한 뒤
이혼하겠다며 미리 작성해 둔 이혼 서류를 내밀고 2층으로 올라온다.
선우의 요구를 들은 뒤 하루에도 몇 백 번씩 갈등하면서 만들어 둔 이혼서류였다.
서영의 이혼 선언에 강기범과 더 기가 막히는 우재네 식구들.
죄송했습니다... 한마디 남기고 2층으로 올라온 서영은 짐을 싼다.
그런 서영에 대한 배신감으로 터질 듯한 우재.
“너 정말 내가 이 정도 밖에 아니었냐? 빌어! 빌어!...”
마치 들키자 미련 없이 돌아서는 듯한 서영 태도에 분노로 후려칠 듯한 우재에게
서영은 끝내 미안하다는 말도 못하고 집을 떠나는데...
<이하 하략>
첫댓글 잘 볼게요 ^^
저도요~
저도 잘 볼께요^^
서영이 참 재밌게 봤는데 ㅎㅎ 시놉시스 감사합니다!!!
잘볼께요 감사합니다^^
잘 보겠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