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식을 만들기 위해 바람을 타고 10Km를 날아갈 수 있고 수술 한 개에 약 1,800만개의 생명 씨앗이 있는 식량작물이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쌀이나 보리를 재배하기 어려운 산간 지역에서 식량작물로 다른 지역에서는 간식으로 먹기 위해 재배하였다. 강원도하면 떠오르는 작물, 바로 옥수수이다.
멕시코에서는 약 7000년 전부터 재배된 것으로 추정되며 원산지인 중남미 지역에서는 옥수수 신이 존재할 만큼 중요한 작물이다.
마야인들은 그들이 숭배하는 옥수수의 신 ‘신테오틀(centeotl)’이 노랗고 하얀 반죽으로 인간을 만들었다고 믿었다.
콜럼버스가 스페인으로 가져온 옥수수는 재배가 쉽고 생산성이 높아 감자와 더불어 부족한 밀을 대신해서 가난한 사람들을 먹여 살렸고 빵과 고기 중심의 유럽의 식문화를 바꾸는데 기여하였다.
벼, 밀과 함께 전 세계적으로 널리 재배되고 있는 3대 식량작물로 생산성이 가장 높고 종류와 품종이 다양하게 발달되어 있다.
옥수수가 가지고 있는 의미는 풍부함과 재산이다. 수정을 위한 몸부림으로 수술 한 개에서 1,800만개의 꽃가루를 쏟아 내는 것만 보아도 그 생산력을 짐작할 수 있을 정도이다. 낟알 1개로 500∼800개의 2세를 만들 수 있으니 그 어느 작물보다도 생산능력이 뛰어난 식량작물이다.
우리나라에는 중국을 통해 16세기에 들어온 것으로 추정되며 강냉이, 옥시기, 강내미라고 부르기도 하였으며 영어로 Corn, Maize, Indian corn, Turkey corn과 같이 각 나라별로 이름이 다양한 것은 그만큼 재배역사가 오래되고 넓은 지역에서 재배되고 있다는 의미이다. 유럽에서 옥수수를 부르는 명칭도 각기 다른데 남프랑스에서는 스페인 밀, 터키에서는 기독교도의 밀, 이탈리아, 독일, 네델란드에서는 터기 밀로 불렸다. 옥수수의 영어 명칭인 메이즈(Maize)는 미국 원주민인 인디오가 ‘마히스’라고 부른데서 유래되었다.
옥수수의 학명은 Zea Mays L.이다. 린네는 옥수수를 가난을 물리친 최고의 작물로 생각하여 라티어로 ‘생명의 근원과 만인의 어머니’를 뜻하는 학명을 붙였다.
이렇게 위대한 식량작물도 한 가지 부족한 것이 있었는데 비타민B 결핍증이 나타날 수 있다는 것이다. 1735년 아메리카에서 옥수수를 수입했을 때 스페인과 유럽국가 빈민층에서 비타민B 결핍으로 펠라그라 증상이 많이 나타났다. 1883∼1912년까지 이탈리아 베네토 지역에서는 1만 여명의 펠라그라 환자가 발생하였고 1300여명이 사망하였다.
20C 초 미국에서는 300만 명이 펠라그라에 걸리고 10만 명이 죽었다. 이 질병은 1930년대가 되어서 원인이 구명되었다. 아메리카 원주민은 옥수수를 먹기 전 석회수에 하루 정도 담가 두었다가 먹는 방법을 알고 있어 이 병에 걸리지 않았다. 오늘날에는 다른 음식과 함께 섭취하면 아무런 문제가 없는 건강식이 되었다.
이제는 옥수수는 버릴 것 하나 없는 만능 식물이라고 할 수 있다.
식량이나 사료 외에도 전분이나 식용유를 만드는 원료가 된다.
옥수수를 수확한 후에도 줄기나 잎은 가축의 거친 먹이 사료로 이용하거나 퇴비를 만들어 밭에 되돌려 줄 수 있다.
수염이나 이삭 속은 의약품 재료로 이용하며 어린 이삭은 채소로 이용한다. 이삭을 싸고 있는 껍질은 방석이나 모자를 만드는 공예재료로 이용이 가능하다.
또한 최근에는 바이오에탄올 원료로서 옥수수 수요량이 증가하는 추세이다. 외국에서는 GMO 기술을 이용하여 동물성 단백질인 ‘미오글로빈’이 함유된 옥수수 품종도 개발되었다.
우리가 쉽게 이용하는 옥수수는 주로 간식용, 알곡용, 담근먹이용으로 간식용 풋옥수수는 찰옥수수, 단옥수수, 초당옥수수, 튀김용 옥수수가 있다. 씨앗 색은 백색, 황색, 자색, 흑색, 잡색 등 품종에 따라 다양하다.
간식용 단옥수수는 1970년대 초 미국품종이 도입되어 시험재배와 농가재배가 이루어졌고 2000년대 중반부터 찰옥수수 품종이 개발되어 많은 사람들이 애용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예로부터 찰옥수수에 입맛이 익숙해져 있어서 단옥수수 보다는 찰옥수수를 선호하는 경향이 있다.
한 가지 안타까운 것은 우리나라 곡물 자급률이 너무 낮다는 것이다.
2021년 전체 곡물자급률은 21% 수준에 머물고 있으며 사료용을 제외한 자급률은 44% 수준이다. 특히 옥수수 자급률은 0.8% 수준이고 사료용을 제외시킨다 하더라고 4.2% 수준이다. 우리나라 전체 식량작물 수입량의 60% 이상이 옥수수이다.
우리 밥상에 오르는 소고기, 돼지고기, 닭고기가 수입 옥수수로 만들어 지고 있다. 또한 국제 곡물가격은 계속 오르고 있다.
우리나라 경제에 큰 부담이 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안정적인 국민식량 확보차원에서 우리 먹을거리는 우리 손으로 만들고자 하는 노력이 절실하다.
우리 집도 가난하고 이웃집도 가난하고 주위의 모든 사람들이 가난하던 시절 식량이나 간식으로 친근하던 옥수수가 이제는 여름밤을 기억하는 추억의 먹거리가 되었다.
마당에 모깃불 피워놓고 멍석에 둘러 앉아 밤하늘의 무수한 별들을 바라보며 소쿠리에 담긴 옥수수를 맛있게 먹던 기억은 어린 시절 흐린 기억의 한 부분이 되었다.
그나저나 파타야 해변에서 검게 그을린 얼굴로 “강원도 찰옥수수 한 개에 천원∼∼∼”하고 씩씩하게 외치던 태국 청년은 코로나 때문에 한국 관광객이 없는 그곳에서 무엇을 하고 있을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