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남순씨 당선 소감
따뜻한 삶의 미학 담아낼 터
하얗게 눈이 내리는 새벽 고요를 밟고 날아든 눈처럼 환한 소식 한줄기 신춘문예 당선 통보였습니다.
자신을 낮추는 눈발처럼 세상을 잇는 눈밭처럼 겸손하고 따뜻한 삶의 미학을 담아내는 시인이 되겠다고 감히 말씀 올립니다.
시조에 연연하면서 외롭고 고달팠던 지난 시간들이 눈꽃이 되어 하늘 가득 날아오릅니다. 오늘은, 천리 아득한 그 질퍽이는 황톳길을 따라 부모님 숨소리와 고향의 음성을 듣고 싶습니다.
이제 3장 6구 12음보를 제 운명으로 제 문학의 영역 안에 앉혀도 될지 모르겠습니다.
기쁨보다는 부끄러움과 책임감의 무게가 느껴집니다. 더욱 정진하라는 채찍으로 받겠습니다. 스스로를 경계하며 제 앞에 놓인 매듭을 하나씩 풀어내듯 끊임없는 노력을 기울일 것입니다.
시조의 문을 열어 주시고 갈고 닦는 길에 한 생을 다하도록 이끌어주신 모든 분들께 감사드립니다. 특히 명지대학교 문예창작과 김석환·남진우 교수님께 감사드리며, 아울러 2학년 학우들과 이 기쁨을 함께 하고 싶습니다.
한 줄의 글보다 시인 정신부터 갖추라고 하시던 회정 선생님 말씀 귓가에 쟁쟁합니다. 끝으로 부족한 작품에 등불을 밝혀주신 경남신문사와 심사위원님께 머리 숙여 감사드립니다.
△1957년 함안 출생 △명지대학교 문예창작과 재학 중
[경남신문 신춘문예]소설 심사평
삶의 성찰 잘 담아
시조는 분명히 오랜 전통을 가진 하나의 시 장르이면서 정형시 양식이다. 이 두 요소는 현대시조 작가들이 지켜야 할 준거의 폭이면서 동시에 개척해 가야 할 영역이기도 하다. 준거를 묵수만 하면 '현대'의 시조가 아니며, 지나치게 개척에만 치우치면 현대의 '시조'를 벗어난다. 두 요소를 조화시키는 일이 매우 어렵기는 하지만, 동시에 계승과 창조라는 생명력의 본질에 이르는 소중한 작업이 된다. 이런 의미에서 이번 신춘문예 응모작들은 작품수의 증가와 함께 전반적으로 장르의 정체성에 대한 고민이 엿보여 수준의 향상도 이루었다고 하겠다. 다만 새로 마주친 사물에 대한 설명이나 경험에 대한 소개에 치우쳐 필요 이상으로 길어진 작품이 많다는 것이 눈에 띄는 점이다. 다매체와 무한 정보의 환경적 영향으로, 시조의 서정적 장르 속성이 간과된 모습일 것이다.
마지막까지 숙고와 토론의 대상이 된 작품은 '마중물', '천수만 가창오리', '단풍책' 등 세 편이다. '천수만 가창오리'는 시간과 공간을 아우르는 큰 시각과 해석이 돋보이지만 서정적 내면화가 덜 이루어져 아쉬웠고, '단풍책'은 나뭇잎을 통해 계절의 변화를 읽어내는 비유와 묘사가 뛰어나지만 그것으로 일관하여 시조다운 구성의 완결미가 적은 것이 아쉬웠다. 결국 무던하면서도 삶에 대한 성찰이 완성도를 높여준 '마중물'을 당선작으로 정하였다.
'마중물'은 세 가지 점에서 그 장점을 보여준다. 첫째는 읽기 쉬운 점이다. 문장의 통사적 온건함이 산문으로 흐를 가능성이 있지만 시어를 대구적으로 배치하여 변화를 주었다. 둘째는 짜임새이다. 세 개의 연으로 구성하였는데, 그것이 전체로 하나의 유기적 관계를 이룬다. 각 연의 초장끼리, 또는 중장이나 종장끼리 떼 내어 손질하여도 의미가 통할 만하다. 셋째는 주제의 다층성이다. 물을 함께 길어서 먹는 혈연과 지연의 공동체적 삶의 체험에서부터, 오늘날 간접화 문명의 꼭대기에서 소통과 통합이 얼마나 절실한 삶의 태도인가를 읽어내는 문명비평이 녹아 있다. 그리고 그것은 언제나 자기를 내어놓는 태도에서 비롯된다는 성찰을 담고 있다.
시조의 생명력에 대한 고민과 함께 모든 응모자의 정진을 빌어 본다.
-심사위원: 이우걸(시조시인) ·장성진(창원대 교수)
[사진설명] 시조부문 심사위원인 이우걸(왼쪽).장성진씨가 응모작을 살펴보고 있다.
• 입력 : 2008년 1월 2일 수요일
첫댓글 함안문협에 경사가 났습니다. 축하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