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미
사랑을 먹고 사는 것은 사람만이 아니다
무릇 모든 생명은 사랑을 먹고 산다
5년 전인가
아들이 어버이날 기념으로 선물해준
아름다운 장미 화분이 있었다
잎이 무성하고 분홍빛 꽃이 많이 피어있는
앙증맞은 화분이었다
그러나 거실 안에 틀어박혀
물만 먹고 5년을 살아온 장미는 장미가 아니었다
가지는 앙상하게 말라비틀어졌고
겨우 살아있다는 표시로 두 개의 가지 중
한 쪽 가지 끝에 두 개의 잎만 달랑 붙어있는 볼품없는 화분이 되어 있었다
알려주지 않으면
무슨 꽃나무인지 알 수 없을 정도였다
흙은 거름기가 없었고 분 안에 있던 흙도 물에 쓸려나가
반쯤 비어 있었다
모진 생명줄을 겨우겨우 붙잡고 있었던 처참한 몰골의 장미였다
두어 달 전쯤
퇴근길에 생각나면 어쩌다 들르는 꽃가게에서
조그만 봉지의 비료를 샀다
그 마른 가지를 뽑아내고 다른 화초를 심고 싶은 마음이 없지 않았으나
나는 내심 측은한 모습의 그 장미를 살리고 싶었기 때문이다
화분을 조금 큰 것으로 바꾸어
살려달라고 소리치는 것만 같았던
장미를 옮겨 심고 부식토를 채운 뒤 비료를 주었다
아내도 내 모습을 보면서 여느 때처럼 날짜를 맞춰 물을 정성스럽게 주었다
그러자 한 달 후 놀라운 변화가 시작되었다
맨 아래 밑동에서 새순이 돋아나고
가지에도 연둣빛 잎이 돋아나기 시작하더니
제법 화초의 모습을 갖추어 갔다
나는 날마다 베란다에 내놓은 그 장미에게 인사를 했다
'오, 잘 잤어?
햇살에 네 몸을 맡겨 봐
곧 아름다워질 거야'
며칠 전부터
새로 돋아 자란 가지에
보일락말락 작은 봉오리가 하나 맺히더니
금세 고운 분홍 장미꽃이 피었다
생명을 생명답게 하고 아름답게 만드는 것은
관심과 사랑임을
그 작은 꽃을 보면서 다시금 깨닫는다
사랑의 신비이리라
이상원이레네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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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사랑의 위대함을 체험하고 알려주어서 감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