붉은 메밀꽃밭을 찾아서 - 붉은 꽃 한 알 한알이 보석같이 영롱
메밀꽃밭으로 쏟아지는 햇살에 '숨이 막힐 지경'이다.
"밤중을 지난 무렵인지 죽은 듯이 고요한 속에서 짐승 같은 달의 숨소리가 손에 잡힐 듯이 들리며, 콩포기와 옥수수 잎새가 한층 달에 푸르게 젖었다. 산허리는 온통 메밀밭이어서 피기 시작한 꽃이 소금을 뿌린 듯이 흐뭇한 달빛에 숨이 막힐 지경이다. 붉은 대궁이 향기같이 애잔하고 나귀들의 걸음도 시원하다"
이효석의 단편소설 '메밀꽃 필 무렵'의 한 구절이다. 메밀꽃은 힌 색이다. 당연히 힌색일 것이라고만 생각한다. 그런데 '붉은 메밀꽃'도 있다. 우리나라에서 단 두군데에서만 볼 수 있다는 붉은 메밀꽃은 그래서 신기하기만 하다. 어느 전문가의 말에 의하면 '붉은메밀꽃'은 우리나라에는 없고 일본에서 수입한 품종이라 한다.
이름 만으로도 마치 1987년에 만들어진 장예모 감독의 중국 영화 '붉은 수수밭'을 연상시킨다. 영화는 "가련한 소녀는 붉은 옷을 입고 꽃가마를 타고 수수밭을 건너가 수수밭에서 붉은 사랑을 경험하고 또 어느새 한 아이의 엄마가 되고, 세상에 휩쓸려 수수밭에 붉은 피를 토해내며 사라졌다."라고 말한다.
2022.9.30-10.1 달수로 치면 무려 두달간(?)의 긴 여행이다. '붉은 메밀꽃밭'은 필자가 알고 있는 한 평창과 영월 두군데 만 있다는 데 이중 영월 동강 변에 위치한 '붉은 메밀꽃밭'이 규모도 꽤 넓고 꽃이 싱그럽게 피어 있는 것 같다. 강변에 위치해 있어 경관도 아름답다.
필자 일행이 그곳에서 1박2일 머문 건 저녁 때 역광 풍경과 아침 안개 속 붉은 메밀꽃밭을 보고싶어서였다. 아쉽게도 아침 물안개는 피어오르지않았다. 하지만 산 그늘 석양을 품고 반짝이는 붉은 메밀꽃밭! 이 역시 이효석의 소설처럼 보석을 뿌려놓은 듯 '숨이 막힐 지경'이었다.
영월군에서는 '동강 붉은메밀꽃 축제'도 열고 있다. 10월 1일부터 10월 16일까지, 올해가 세번째 축제이다. 축제연륜이 짧아서인지 아직은 많이 알려지지않은 듯 하다. 10월초가 절정인 것 같다. 붉은 꽃 한 알 한알이 보석같이 영롱하다.(글,사진/임윤식)
2022.9.30-1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