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선교학교 강의 중에 통일을 주제로 한 이번 시간은 일상의 담론에서 가장 먼 주제가 아니었을까 싶어요.
모든 것에 희망적이었던 어린 날의 순수한 염원에서 현실이라는 장벽 앞에 회의적이며 분단 현실을 잊고 지냈던 스스로를 끊임없이 마주하는 시간이었지요.
문익환 목사님의 존함은 많이 들어봤지만 그 분의 생애에 대해서는 잘 알지 못했는데, 기청아 강의 통해 함께 배움할 수 있어 고마운 시간이었어요. 통일하면 떠오르는 인물로 문익환 목사님을 꼽을 수 있는데, 그는 시인이자 사회운동가였어요. 정치인은 아니었지요. 사회에 일어나는 모든 사건을 정쟁으로 엮는 요즈음, 어쩌면 통일도 정치적으로 해결해야 하는 문제라고 생각하고 있었을지도 모르겠어요. 그러나 정쟁, 지역 갈등과 같은 대립을 비롯한 우리 사회 전반에 깔린 흑백논리는 분단에 근원을 두고 있기에 통일의 중요성을 몸소 주장하신 그의 삶을 보며 너와 나, 우리의 평화를 소망하며 사는 것이 통일로 가는 길임을 깨달아요.
문익환 목사님은 일제 치하와 남북 전쟁, 독재 시대를 겪으면서 절망하지 않고 자신이 해야 하는 일을 했고, 통일이라는 희망의 끈을 놓지 않았어요. 그의 이런 삶은 부모님과 어린시절부터 그와 함께 자랐던 동무들에게 영향을 받았고 더욱이 그 근원에는 신앙이 있었어요. 하나님 말씀을 자신의 일상을 너머 사회의 문제들과 끊임없이 연결지으며 하나님 앞에 정직하고 정결하게 살기 위해 분투했음을 알 수 있었어요. 예수님께서 '천국은 어린아이와 같은 사람들의 것이다' 말씀하셨던 것처럼 이 땅에 하나님 나라를 실현하며 살고자 하는 마음과 실천이 마치 어린아이와 같이 순수했고, 맹목적이었다 떠올립니다. ‘나’에게로 집중된 삶, 너와 나의 다름을 인정하고 이해하기보다 차이를 생성하고 주목하는 시대에 그 분의 삶을 돌아보며 나는 그저 나 하나 잘 살기 위한 삶 살아오지 않았나 부끄러운 마음 듭니다.
내게 일어나는 조그마한 사건 혹은 나라에 일어나는 여러 사건들 바라보며 내 안의 평화가 깨지는 순간들 참 많다 돌아봐요. 민주와 통일 운동, 이 두 가지는 결코 분리될 수 없다고 하신 말씀처럼 나와 내 주변의 평화를 짓는 일이 결국 지구공동체의 생명평화와 연결된 것임을 깨닫습니다.
문익환 목사님의 장례 하관 중에 “문익환을 땅에 묻는 것이 아니라 심는 것이다”라고 하셨던 말씀이 마음에 남아요. 이 땅의 평화를 위해 애쓰고 희생한 분들의 삶은 실패한 사건이 아닌 우리의 마음에 심기고 자라 이 땅에 꽃 피울 것이에요. 어두움 속에서 빛을 잃지 않으셨던 발자취 따라 나와 주변에 그 빛 이어가는 삶 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