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erusalem Correspondence 73 (2008–12–20)
유대이즘이란 무엇인가? (44)
탈무드의 형성과정(2)
‘아가다’(Aggadah, אגדה)
‘아가다’는 ‘말하다, 이야기하다’는 동사 ‘히기드’(הגיד)의 명사형으로 ‘이야기’라는 말이다. 탈무드를 비롯한 고전적인 랍비 문헌은 크게 두 분류, 곧 ‘할라카’와 ‘아가다’로 나뉜다. 전술한 바와 같이 법적인 토론과 결정을 ‘할라카’로 그 나머지를 ‘아가다’로 부른다. ‘아가다’는 고전적인 랍비 시대, 즉 성경이 정경화된 때로부터 주후 10세기까지 형성된 것에 국한되며 크게 탈무드와 미드라쉬에 존재한다.
탈무드의 ‘아가다’는 랍비들의 법적인 토론 사이에 끼여 있다. 그런데 미쉬나에는 ‘아가다’가 별로 나오지 않는다. 미쉬나의 편집이 주후 3세기이므로 탈무드의 아가다는, 따라서 대부분 3세기 이후의 것이 되는 셈이다. 탈무드에는 ‘할라카’를 찾기 위한 랍비들의 법적인 토론 사이 사이에 역사, 철학, 신학, 윤리, 그리고 민담 등애 관한 내용들이 다루어지고 있는 데, 대충 탈무드 전체의 약 3분의 1을 차지하고 있다.
‘아가다’라는 말은 비(非)율법적인 랍비 문헌을 통칭하는 용어이기 때문에 포괄적인 의미를 가지고 있으나, 항상 교훈적인 것이 특징이다. 우선 아가다는 전설을 담고 있는 데, 대부분 랍비들의 성경 해석(설명)에서 추출하여 만들어 낸 것이거나 랍비와 유대 영웅들의 전기에서 만들어 낸 것이다. 아가다의 또 다른 요소는 성경의 이야기를 좀 더 정교하게 가다듬어서 독창적인 모습으로 꾸며 낸 이야기이다. 아가다에는 또한 성경의 이야기와 주제적으로 상관이 없거나 성경 이후 시대의 유명 인물에 관한 유대인들의 민담도 많이 포함되어 있다. 이러한 민담에는 천사와 귀신에 관한 이야기나 유대 사회에 흥행하던 이야기도 들어 있다.
아가다에는 철학적이고 신학적인 내용들도 포함되어 있다. 미쉬나 ‘아보트’편에 보면, 하나님, 인간, 이스라엘, 토라 그리고 윤리적 삶에 관한 가르침들이 명쾌하고 대중적인 문체로 소개되고 있다. 때로는 성서의 본문이나 문자에 감추어진 의미를 찾는 가운데 만들어지는 아가다들도 있다. 랍비들의 해석 신학을 바탕으로 이야기가 만들어지기도 하고, 랍비들의 설교를 바탕으로 형성된 아가다들도 있다.
‘할라카’는 권위있는 당국에 의해 변경되거나 폐지되기 전에는 율법으로 존속되지만, ‘아가다’는 어디까지나 저자의 개인적인 견해에 불과하고 구속력이 없다. 랍비들은 아가다적인 자료들에 근거하여 율법의 권위를 찾는 것을 거부했다. 그러나 할라카와 아가다 사이에는 양자간의 엄격한 구분이 모호해 지는 경우들이 있다. 아가다의 윤리적인 교훈이 할라카의 정신에 영향을 주게 되어 율법이 인간의 삶의 정황에 좀 더 민감해 지게 되는 것이다. 현대 히브리 시인이자 학자인 ‘하임 나흐만 비알릭’(חיים נחמן ביאליק)은 ‘아가다’는 ‘할라카’를 정제한 것이며, ‘할라카’는 ‘아가다’의 정수들을 법제화한 것이라고 지적하였다. 다시 말해서, ‘아가다’는 율법을 좀 더 윤리적인 것으로 만들며, ‘할라카’는 윤리를 좀 더 구속력이 있게 만든다는 것이다. 예수님의 복음은 매우 아가다적이며 할라카적이다. 복음서에서 소개되고 있는 그 분의 탄생과 삶과 가르침과 고난과 십자가에서의 죽으심과 부활과 승천과 재림에 관한 예수님의 복음 이야기(아가다)는 ‘서로 사랑하라’는 새 계명(할라카)으로 집중되며, 결국 ‘하나님 나라’ 건설의 날줄과 씨줄로 융합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