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요훈님 페북에서)
불안하니 불안하다는데 고발하면 불안이 사라지는가.
전국연안어업인중앙연합회가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방류에 반대해온 서균열 교수를 처벌해달라고 경찰에 고발했답니다. 어민에겐 생계가 달린 일인데 서 교수가 국민의 불안감을 부추기니 가만히 있을 수 없어서라고 합니다.
인터넷으로 기사 검색을 해보니 조선일보가 가장 먼저 보도를 했고, 중앙일보가 뒤를 이어 같은 보도를 했습니다. 이런 일에는 조선일보가 참 빠릅니다. 마치 기다리고 있기라도 한 것처럼.
따져보자구요. 국민이 불안한 건 일본 정부가 원전 오염수를 바다에 방류하기로 했기 때문이고, 원전 오염수를 과학적으로 처리하여 인체에 무해하다는 일본 정부의 주장을 신뢰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어민단체가 서 교수를 고발한 건 담을 넘으려는 도둑을 보고 도둑이야! 외쳤더니 고성방가로 고발하는 것이고 새벽의 경계 경보 발령이 잠을 깨웠다고 서울시를 경찰에 고발하는 것이나 다르지 않습니다.
내친 김에 기사 검색을 해보니 수협중앙회가 지난 5월 18일 '일본 원전 오염수 대책위'를 구성했는데, 서 교수를 고발한 단체도 협력기관으로 참여하고 있다고 합니다.
그런데 뭔가 잘못됐습니다. 대책이라고 나온 것이 고작 서 교수 고발인가요? 국민의힘은 민주당이 괴담을 유포하고 있다고 억지를 부리고, 어민단체들은 국민을 불안하게 한다고 서 교수를 고발하고... 손발이 척척 맞는 것 같아 수상합니다.
어민단체들은 서 교수 고발이 아니라 일본 정부에게 당당하지 못한 윤석열 정부를 강하게 비판해야 합니다. 정부가 어민들의 생계와 국민의 건강을 걱정한다면, 후쿠시마 현장에 감시단을 파견하여 실시간으로 오염수 처리와 방류를 감시하는 등의 대책을 마련하라고 촉구해야 합니다.
광우병 사태 때도 그랬습니다만, 국내의 반대 여론과 관련 단체들의 강한 반발이 정부에게는 강한 협상력이 됩니다. 그래야 일본 정부와의 협상에서 우리가 원하는 조치를 받아낼 수 있습니다.
어민들이나 횟집을 운영하는 영세상인들은 당장의 생계가 걱정되니 쉬쉬하고 싶어할 수도 있습니다. 괴담이라는 주장에 귀가 쏠릴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그건 잠시의 눈가림이지 근본적인 해법이 되지 못합니다.
혹시라도 과거에 권위주의 정권이 관변단체들을 동원하여 민심을 조작했듯이 정부의 영향력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한 단체들을 동원하여 원전 오염수에 대한 불안을 괴담으로 깎아내리며 여론을 조작하려 한다면, 외교 무능에 국민 기만까지 더해져 국민의 가혹한 징벌을 피할 수 없을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