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 229회 비행
오늘 날씨가 매우 춥다 한다.
그래서 모임 시간도 평소보다 많이 늦춰서 11시다.
업무 관련하여 아는 동생이 패러글라이딩에 평소 많은 관심을 가지고 있었는데 그냥 비행하는 모습이라도 한번 구경
해보고 나서 가입여부를 결정하겠다 해서 회원확보 차원에서 텐덤체험이라도 시켜 줄겸 나오라 했다.
집이 MBC 방송국 근처라 모임 장소 위성사진을 전송 해주고 찾아오라 했는데 첨단 IT세대라 그런지 별다른 설명 없이도
생각 보다 잘 찾아 온다.
오늘 참석자는 고문님, 자천부회장님, 교택교관, 총무, 재덕형님, 태만형님, 용석, 나, 그리고 예비회원 박정수 이상 9명이다.
출발하기에 앞서 교택교관이 종이 박스에서 무언가를 꺼내는데 보니 며칠 전 고문님 카이엔 4 새기체가 왔단다.
항공편으로 온다고 압축해서 그렇다는데 정말 초등학생 책가방 정도 크기 밖에 안되는 부피에 무게도 꽤나 가볍다.
새기체 냄새가 폴폴 풍기는 것이 뭐던 새 것은 좋다.
비행장소를 대니산과 청도 원정산 중에 원정산으로 결정하고 평소 가는 방향과 다르게 동대구IC로 해서 고속도로를 타고
청도로 향했다.
스파벨리로 해서 가는 거랑 거리는 1-2km 더 나오지만 차가 막히는 구간이 없어서 오히려 더 빠를지도 모르겠다.
바람쇨 겸 동부인 해서 놀러 나왔다는 팽철형님 부부를 청도 기사식당에서 만나 같이 식사 했다.
예비회원을 내가 데리고 나왔으니 체험 텐덤을 태운다면 내가 해야 하는데 이륙하기 만만찮은 청도라서 조금 부담을 가지고
있던 차에 고맙게도 팽철형님이 해주신다 한다.
'아이고 고마워라.'
점심 식사 후 한차에 구겨 타고 이륙장에 올라 보니 잔설이 군데 군데 녹지 않고 쌓여 있고 예보 보다 바람이 훨씬 더 센 거 같다.
고문님 새기체 고사 지내고 막걸리도 한잔 마셔서 약간 아딸딸
술도 깰겸 좀 느지막히 나가려고 느긋 느긋 셋팅을 하고 있는데 나 보고 윈드더미 나가란다.
별로 나가고 싶진 않았지만 등떠밀려 더미 준비 한다.
이륙 직전 이것 저것 확인 하면서 보니 무전기가 없다.
집에서 안가져 왔는 줄 알았는데 나중에 보니 저번 주 황금산에서 비행 후 어디에 뒀는지 도무지 기억이 나지 않는다.
벌써 부터 이러면 안되는데...
요즘 어떤 것은 꽤 정확하게 기억 하겠는데 어떤 것은 도무지 전혀 기억이 없다.
상득이 무전기를 빌려서 이륙
볼펜 하나라도 잊어 버리면 기분이 안좋다.
역시 기분이 찝찝하니 이륙도 잘 안된다.
첫번째 두번째 기체 제압 제압이 안되서 다시 내리고 세번째 기체 들었을 때 몸이 한번 공중에 떴다가 패대기 쳐졌지만
자세 바로 잡고 보니 그래도 기체가 잘 살아 있어서 조종해서 그대로 이륙
동생 앞에서 좀 멋진 모습 보여줘야 하는데 스타일만 구긴다.
이륙하자 마자 공중 바람이 생각 했던 것 보다 훨씬 더 세다는 것을 느끼겠다.
더미라서 이륙장 우측, 좌측을 조금씩 찔러 보면서 상승 받아 먹다가 좀더 큰놈을 노리려고 북서풍임을 감안하여 원정리 새길 난 쪽 골자기쪽으로 밀어 붙여 보니 역시 원정리 들판에서 발생한 열들이 센바람에 밀려와서 그런지 상승이 좋기는 한데 거칠다.
열을 잡아 타고 두번정도 서클링 하다 보면 어느새 센바람에 밀리면서 소각장 깊숙이 들어 간다.
오늘 같이 가스트가 셀 때 너무 깊이 들어 가면 위험 하겠다 싶어서 두번 정도 돌려 고도 조금 올라가면 빠져 나와 릿지타고
고도 떨어지면 열을 감아 돌리고 이러기를 반복하면서 고도 유지한 채 회원들 올라 오기를 기다렸다.
좁은 지역의 비행이 슬슬 지겨워질려 해서 골프장 쪽으로 한번 가볼까 하는 생각에 나름 가능성 여부를 판단 해보니 원정리
새길 난 능선을 무사히 넘기만 하면 능선건너는 북서 사면이 정풍이라 다시 릿지로 고도를 높이면 될 거 같기도 하다.
일단 한번 도전해 볼요량으로 진행하는데 전진속도는 더디고 생각보다 침하는 훨씬 더 크고 기체도 많이 흔들린다.
높은 고도로 간다면 모르겠지만 현재 낮은 고도로는 조금 무리가 아닌가 생각이 들었다.
설령 무사히 넘어 갔다 해도 바람 약해져서 못 걷어 올리면 원정리 마을 앞에 비상착륙 해야만 하는 상황이 발생하지 싶은데 남들 다 재밋게 노는타임에 혼자 낙 될 거 같아 그러기는 왠지 싫다.
중간에 포기하고 돌아 왔고 이륙장 상공은 이제 우리 팀과 빅버드 스쿨팀 기체들로 제법 복잡하다.
다들 고만 고만한 고도에서 많은 기체들이 몰려 있어서 사주경계에 신경이 많이 써인다.
그리고 순간 순간 가스트가 세지니 내 앞에 있던 초급기체가 마치 그네 타 듯 앞뒤로 피칭되면서 점점 내쪽으로 밀려 오길래
그대로 있음 나를 덥칠 거 같아 게걸음비행으로 방향을 틀어 옆으로 비켰다.
비행 중 가스트가 한번 세게 칠 때는 속도가 스피드바 풀로(풀이라도 70%정도 밟힌다.) 밟아도 시속 5, 4, 3 그리고 0 가 되고 꺼꾸로 2,3 4 이것은 뒤로 밀린다는 말이다.
그나마 내기체는 능선보다 조금 앞쪽에 있었기에 나은데 나보다 더 능선 안쪽에 있는 기체들은 쓰레기 소각장 뒷편으로 조금씩 밀려 들어 갔다가 가스트 약해질 때 다시 치고 나오곤 한다.
바람 세서 위험하니 착륙들어 가는 게 낫지 않냐고 무전을 보냈지만 못들었는지 대답이 없다.
얼마 지나지 않아 교택교관이 바람 세니 알아서 앞쪽에서 비행해라 한다.
저번 주 황금산에서 비행할 때 선글라스 틈으로 황소바람이 들이쳐서 얼굴이 시렵다 못해 따가워서 오늘은 스키 고글을 착용 해봤는데 얼굴에 찬바람이 들이 치지 않아 추운줄은 모르겠다.
고글이 처음에는 익숙치 않아 조금 불편하더니 시간 지나니 고글 꼈는지 조차도 모르겠다.
비행 시간이 한시간 넘어 갈 즈음에 바람이 점점 더 세지니 다들 착륙 들어 가는지 비행중인 기체 수가 점점 줄어 든다.
고도 높여서 구미리쪽으로 해서 바로 둔치 착륙장으로 갈까? 아니면 철탑쪽 능선을 타고 진행해서 산자락 끝에서 배풍 받아 착륙장으로 갈까? 어느 쪽이 더 안전할지 고민하는 중에 용석이가 철탑쪽으로 먼저 가더니 마지막 산자락에서 고도 잡는다.
그리고 교택교관이 비슷한 경로로 가길래 나도 따라 가는데 기체 성능차이가 나니 전진은 잘 안되고 점점 뒤쳐지기 시작한다.
그기다가 앞서가던 교택기체 마져 점점 고도가 떨어지는 것을 보니 2-3급 기체로 저 정도로 침하 된다면 내기체로는 반도 못가
고도 낮아져서 원정리 들판에 비상착륙 해야 할 확률이 더 높을 거 같다.
비상착륙을 각오하고 간다면 또 모를까 이대로 진행하기는 힘들 거 같다.
다시 이륙장쪽으로 턴해서 들어 오면서 고도 조금 더 높인 후 바로 구미리로 향했다.
와류를 최대한 피하려고 나름 최적의 경로를 선택해서 진행 했지만 하천 상공위에서 고도 낮추면서 어쩔 수 없이 와류성 열바람을 맞게 되었는데 순간 기체가 심하게 요동치면서 위로 올라 간다.
하지만 이제까지 비행하면서 느꼈던 기체가 열에 밀려 올라 간다는 상승과는 전혀 다른 마치 누군가 위에서 큰 집개로 기체를 확 잡아 땡겼다가 내동댕이 치는 그런 느낌이다.
순간 식은땀이 쫙 흐른다.
두번정도 이렇게 기분 나쁘게 상승이 되고 나자 잘못하면 죽겠다 싶어 긴급 하강 시키려고 귀를 접었다.
먼저 내려가 있던 재덕형님이 바람 세서 착륙장까지 들어오기 힘드니 귀접지 말고 빨리 착륙장 상공까지 와서 그 위에서 고도 정리 해라 한다.
에구 남의 사정도 모르고....
기체가 조금 안정이 되고 난 후에 귀를 풀고서 일단 바람이 세니 착륙장 상공에서 고도 정리 해야 겠다 생각하고 착륙장쪽으로
향했다.
한발앞서 착륙장에 진입하여 고도정리 중인 용석을 보니 전진이 안되어 애를 먹는다.
나 역시 고도가 꽤 높은 상태였지만 무전으로 보내주는 착륙장 기상상황을 참고하여 하천 건너기 전에 고도 정리하고
하천을 건너 착륙장으로 가려는데 바람이 세서 전진이 안되고 뒤로 밀린다.
스피드바 풀로 밟아 겨우 겨우 강을 건너는데 자칫 강에 빠지는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 정도다.
물이 얕아서 빠져도 죽지는 않겠지만 추운 날씨에 에이구..
어렵게 강을 겨우 건너 착륙 해야 하는데 착지점 부근에 타팀에서 지상 연습한다고 기체를 세우고 있으니 착륙하기 불안하다.
다행히 잘 피해서 무사히 두발 착지
센바람에는 이륙도 힘들고 비행도 힘들고 착륙도 쉽지 않다.
자천부회장님은 강 건너지 못하고 대추밭에 불시착, 후배 텐덤 태운 팽철형님도 윙오버에 스파이럴까지 넣으면서 긴급하강 후
착륙 접근 했지만 결국 강 못건너고 대추밭 사이 빈터에 착륙 했다.
비행소감을 물어 보니 회원 가입은 한번 더 생각해 보고 결정하면 안되겠냐고 한다.
알고보니 거친 기상에 긴급착륙하느라 메뉴버까지 넣어 버려 후배가 혼쭐이 났나 보다.
그나마 가입 결정하는데 도움이 될까 해서 근래 들어 제일 거친 날 텐덤을 했고 제일 액티브한 파일럿이 텐덤을 했기에 그렇지 평소 잔잔한 날 다른 사람이 태우면 이렇 듯 와일드 하지 않다고 했지만...
대구로 돌아와서 뒷풀이는 풍년오리집에서 오늘 새기체로 멋지게 첫비행을 장식하신 고문님이 한턱 쏘셔서 배불리 잘 먹었다.
<< 비행요약 >>
1. 비행횟수 : 229회
2. 일자 : 2013년 12월 21일(토요일)
3. 글라이더종류 : Gin Sprint EVO S size
- Edel Confidence M size 16회
- Edel Live S size 106회
- Gin Bolero Plus M size 7회
- Gin Zulu M size 1회
- Gin Beetle 41 2회
- Gin Sprint EVO S size 97회
4. 기상
- 평균풍속(최대풍속) 및 풍향 : 4.2m/sec(Max 13.2m/sec), 북서/북북서~서북서
- 기온 및 습도 : 3도, 습도 40%
5. 이륙장, 및 고도 : 청도 원정산 이륙장(북서) 약 532m(아센 755 GPS 측정수치)
6. 착륙장, 및 고도 : 청도 구미리 마을 앞 하천(제2착륙장 부근 하천) 약 54~55m (아센 755 GPS 측정수치)
- 이륙장과 착륙장 표고차 478m
7. 비행 중 기록
7-1. 최고고도 : 725m(이륙장 대비 193m 상승)
7-2. 최고속도 : 66.3km/h
7-3. 최대상승 : 1.7m/sec
7-4. 최대하강 : -2.4m/sec
8. 비행시간 : 1시간 28분 25초(총누계 비행시간 : 96시간 12분 11초)
8-1. 이륙시간 : 13시 21분 21초
8-2. 착륙시간 : 14시 49분 46초
9. 비행거리
9-1. 총비행거리 : 약 20.64km
9-2. 직선거리 : 1.97km
10. 특기사항
며칠전 내린 눈이 아직 쌓여 있는 원정산 이륙장
고문님 새기체 고사 준비 중인 교택교관
바람 쇨 겸 놀러 오신 팽철형님 부부
고문님 기체 백, 기체, 그리고 포대기 2개
포대기 하나는 용석이껀데 살짝 꼽사리 꼈네???
고사 지내고 무사 안전 비행을 기원하면서... 막걸리 한잔씩...
강건너 대추밭 끄트머리에 착륙한 자천부회장님 기체
강건너지 못하고 대추밭 사이 빈밭에 착륙중인 텐덤기체
제 229회 비행 트렉로그 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