멕시코 역사에 에르난 코르테스라는 인물이 있다. 스페인 출신인 그는 1519년 소수의 병력을 이끌고 멕시코 원정길에 나섰다. 유카탄 연안에 도착한 이들은 인디오들을 무자비하게 학살하고 파괴를 일삼았다. 1521년, 드디어 아즈텍을 멸망시키고 거대한 영토의 절대적 통치자가 되었다. 이후 멕시코는 300년간을 스페인 식민지로 전락했다. 비슷한 시기 페루에도 프란시스코 피사로라는 인물이 있다. 그 역시 스페인 출신으로 코르테스가 멕시코를 정복한 데 자극받아 남미 대제국 정복에 나섰다. 1531년 피사로는 잉카제국의 왕을 잔혹하게 죽임으로써 잉카제국의 멸망을 재촉하게 된다.
“정복자를 역사로 인정하는 남미”
아즈텍을 정복한 코르테스는 궁성에서 엄청난 양의 금은보화를 전리품으로 챙겼다. 피사로 역시 황금으로 장식된 태양신전의 황금을 떼어내고 파괴했다. 이들은 인디오의 탄압과 살상과 함께 그들의 문화를 멸망케 한 문명파괴자들이다. 이들은 한결같이 토착 인디오 문화를 파괴한 자리에 그들의 혼이 깃든 상징물들을 건축했다. 코르테스는 아즈텍의 궁전을 허물고 그 기초위에 대성당과 식민통치를 위한 총독 건물을 지었다. 페루의 피사로 역시 산토도밍고 대성당의 주춧돌을 직접 놓았을 만큼 식민 건축에 애착을 가졌다.
문제는 이들 정복자들을 바라보는 국민의 평가다. 현재 멕시코 대통령궁으로 사용하고 있는 국립궁전은 바로 코르테스가 건축한 식민총독 건물이다. 현재 페루 정부청사 역시 식민시절 총독 궁전으로 사용했던 건물이다. 이 건물은 우리의 철거된 중앙청 쯤 된다. 과거의 욕된 역사가 버젓이 국민의 심장부를 꿰뚫고 있어도 과거청산을 이유로 철거주장을 들을 수 없다. 더욱이 놀라운 일은 산토도밍고 대성당 입구에 정복자 피사로 유해가 안치되어 있고 광장 한쪽에 동상(銅像)으로 위풍당당하게 서있다는 사실이다. 이 나라의 침략자요, 약탈자요, 정복자인 그가 영웅으로 대접받는 광경은 이해하기가 쉽지 않은 모습이다.
최근 인천 자유공원에 있는 더글러스 맥아더 장군 동상을 두고 철거를 주장하는 시민단체로 인해 논란을 빚고 있다. ‘양키군추방투쟁공동대책위원회’라는 단체는 인천상륙작전을 “우리 민족을 위해서가 아니라 그들의 주구들을 구하러 300만이란 민족을 학살하면서까지 분단을 더욱 고착시켜 놓은 침략행위”라 했다. 맥아더 장군을 “유사 이래 가장 참혹한 학살과 파괴를 자행한 우리민족의 공적이자 철천지원수”라 규정하고 있다. “침략과 학살의 상징흉물”인 맥아더 동상의 철수는 점령군 미제의 예속에서 벗어나는 시발점이라는 주장이다. 이면에 미군철수 주장을 숨기지 않고 있다.
맥아더 장군이 우리 민족의 철천지원수로 둔갑된 현실이다. 인천상륙작전은 세계전쟁사에 결코 과소평가될 수 없는 전과와 전략적 평가를 받고 있는 전사(戰史)다. 이로 인해 남한을 풍전등화의 위기속에서 구했음은 물론이다. 이를 극구 부인한다면 남한사회를 김일성치하로 갔어야 했다는 주장과 같은 이치가 된다. 더구나 ‘침략행위’로 규정한 자체가 상식에도 맞지 않는 논리다. 맥아더 장군은 미국의 지휘관임에는 틀림없지만 유엔의 결의에 의해 파견된 연합군 사령관의 위치였다. 그런 신분이기에 미제 앞잡이일 수도, 침략과 학살의 원흉인 점령군일 수도 없는 일이다.
“맥아더 동상, 참전국 자존심 상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