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의 한 경지에 이른 훌륭한 시를 쓰는 시인은 누구일까? 그는 아마도 세상의 슬픔과 기쁨과 허무를 읽어내는 밝은 눈과 귀와 순정한 마음을 간직한 시인이며, 그 슬픔과 기쁨을 걸러 승화시켜 맑은 하늘에 닿게 하는 지성의 그물을 가지고 있는 시인이 아닐까. 이보숙 시인은 그런 우리의 바람을 채워주는 시인의 모범일지도 모른다.
1992년에 등단한 이보숙 시인이 『새들이 사는 세상』 『코코넛 게』 『목련나무 어린 백로』 『훈데르트 바서의 물방울』 등 주옥같은 시집을 상재한 데 이어, 다섯 번째 시집 『그 역에 가고 싶다』를 펴낸다. “상처뿐인 삶, 허무뿐인 삶의 상처와 허무까지 본능적으로 따듯하게 껴안을 수 있는 모성적 상상력이 이보숙 시의 장점”이라는 방산 선생님과 “진실한 언어로 독자의 내면에 다가서는 이보숙의 시는 슬픔을 뛰어넘는 예술, 자연, 인간의 조화를 이뤄낸 숙성된 삶의 향기가 가득하다”는 권온의 서술을 상기하며 시집을 연다.
―윤정구(시인)
이보숙 시인의 시는 따듯하다. 시인의 따듯한 시를 읽다보면 맑고 투명한 샘물의 바닥은 얼마나 깊을까 궁금할 절도로 끊임없이 솟아오르는 자연과의 친화력에 잠겨든다. 봄을 보여주는 나무의 눈과 같은 시인의 푸른 시에는 세잔의 그림처럼 한없이 깊은 색채의 세계가 펼쳐지고. 바흐의 음악처럼 가만히 소리내어 읽을 수록 우리 영혼의 메아리가 번져나가는 음절의 깊은 파동이 물결친다. 물아일체와 예술체험의 결정(結晶)이 콜라보된 이보숙 시학의 매력이리라.
―박제천(시인, 문학아카데미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