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민
재개발 빈집 도로변
아직도 바위 끝에 앉아
집을 지키는 물새 한 마리
숨 가쁜 문장
더 이상 쓸 게 없는
마침표가 아니다
다시 시작하려고
숨 고르는 쉼표다
나무의 겨울 이야기
나무는
불 나간 이모티콘 하나
옆구리에 달랑 달아놓고도
한 자리에 멈춰 선 채 인내하며
또다시 뜨거워질 여름을 기다린다
최상의 기회
사방이 동아줄이다
통풍도 좋아서
손에 땀이 차지도 않는다
올라보자, 꼭대기까지!
아버지의 삼베옷
올여름도 거미는 찾아와
부지런히 일을 하는데
아버지의 삼베옷 사이
쉰 막걸리 같은 땀 냄새
못 맡은지 이십구 년째
장지 가는 길
소리 없이 흐르는 곡소리 따라
공수래공수거 한통씩 짊어지고
끝없이 이어지는 삼베옷 장례행렬
첫댓글
김종태 시인
전북도민일보 신춘문예 시 당선 (2022)
디카시집 『이주민』 (2018)
혼자서 가는 길은
쉼표 마침표 그때 그때 맞쳐 찍어가며 최상이든 아니든
뜨거운 계절을 향해 부지런히 가는 것이다 ㅎ
역시 시를 잘 쓰시니
디키시도
깔끔하시네요~ ^^
아, 멋지십니다
겉이 아니라 내면에 포커스를 맞춘...
언제 저 만큼 따라가려나?
열심히 발걸음질 해야겠어요 ㅎ
멋진 작품들 감상 잘 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