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무김밥 상소문
통영마을의 한갓 보잘 것 없는 충무김밥이 주상전하께 아룁니다.
저는 통영을 대표하는 김밥입니다.
원래 이름은 통영김밥이었지만 1955년 통영군 통영읍이 충무시로 승격하면서 이름도 충무김
밥으로 바뀌었습니다.
요즘은 전국 어디서나 대부분 충무 김밥 집을 찾을 수 있습니다.
오늘 제가 이렇게 한양 광화문에 있는 신문고를 두드린 기막힌 이유가 있습니다.
시중에는 김밥이면서 김밥이 아닌듯한 음식 하나가 혹세무민 한다는 세간의 흉흉한 소문을
제가 들었기 때문입니다.
정말 천부당 만부당한 이 김밥 옆구리 터지는 소리가 저는 너무나 억울합니다.
그 억울함을 호소하오니 주상전하의 바다 같은 넒은 보살핌으로 제 한이 하늘에 닿지 않게 하소서.
사람들은 제 이름 앞에 충무를 붙인 거에 중상모략을 하였습니다.
나라에 충성하여 혁혁한 전공을 세운 장군에게 임금이 하사 하는 시호 ‘충무’를 한갓 지방음식
인 김밥 이름 앞에 붙였다는 거였습니다.
어떤이는 충무공 이순신장군의 유명세에 편성한 얄팍한 상술이라고 매도 하였습니다.
억울하고 억울하여 제 가슴은 김처럼 새까맣게 타들어 갔습니다.
횡성한우가 횡성에서 생산된 쇠고기이듯이 저 또한 충무에서 처음 만든 평범한 김밥일뿐입니다.
임금님의 수랏간을 책임 졌던 제조상궁의 무식함은 더 아연 할 뿐이었습니다.
그 제조상궁의 말은 이러 했습니다.
‘ 충무김밥은 김밥이 아니오. 어찌 맨밥에 김만 둘둘 말아 반찬이랑 먹는 것이 김밥이란 말이
오. 자고로 김밥이란 속에 반찬이 묻혀 있어야 하오.’
저는 그말을 듣고너무 억울하여 물살 쎈 통영운하 물길에 몸을 던지고 싶었습니다.
제조상공의 말대로라면 붕어빵에는 붕어가 있어야 합니다.
통영은 어부의 마을입니다.
멸치떼라도 저 멀리 한산도바다로 몰려 오면 어촌 마을은 지나던 강아지도 어망을 만져야 합
니다.
그럴 때 김을 펼치고 몇가지 반찬을 곱게 올려 놓고 여유롭게 김을 돌돌 마는 일은,
사람죽은 상갓집에서 태평하게 비석을 다듬는일이나 진배 없습니다.
그런 바쁜 시절, 김따로 밥따로 반찬따로 챙겨서 음식을 상하지 않게 먹는 방법은 우리 선조들
의 훌륭한 생각이었습니다.
요쿠르트가 유목민들이 만들어낸 영양섭취의 한 방법이듯,
와인이 물이 좋지 않은 프랑스에서 대표적 술이 되었듯이,
충무김밥도 우리 조상들이 만든 지혜로운 음식문화중 하나임을 저는 목숨을 걸고 주창하옵니다.
물길 수백리를 멀다 하지 아니하고 통영마을에서 올라온 충무김밥은 진실로 황공하여 머리를
조아려 주상전하께 상소 하옵니다.
시절이 하수상하여 남중독 중국산 조기는 어물전에서 영광굴비의 영광을 시샘하고,
방사능에 오염된 국민 생선 명태는 제삿상 조상에게 올리기에도 민망하게 되었습니다.
이 충무김밥의 억울함이 만천하에 공표되어, 주상전하의 화해와도 같은 은덕으로 이 한을 풀어 주소서.
통촉하소서. 사나이 이충실
첫댓글 에고
김밥에 이렇게 심오한 뜻이..고마. 묵자
흐흐흐 `````` 요사히 시절이 하 수상하니,
거짓이 진실을 앞서려하네,,,,,그래도 진실은 항상 승리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