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못 보내는 편지(제주 친구에게)
가락지 같은 새벽달이 올라
희뿌옇게 길을 막아서고
바람은 꽃가지를 흔들며 떠나라며
울었단다
혼자 더듬거리며 닫는 문은
힘에 붙여 소리조차 내지 않더구나
백야기 오름 언덕길을
나도 겨우 올라왔단다
안개마저 뱃길을 가려보았으나
첨벙거리며 오고 말았구려
늦은 밤 타주는 커피가
수면제 같다는 친구야
큰숫갈로 듬북 넣어 이밤 한 잔 마셔보라
꿈길에서 시끄럽게 만날 수 있으랴
코 고는 소리가 복스럽다는 말
거짓이 아니었다
아침이면 금사과 반쪽 나누며 깨우던 잠,
꿩 우는 소리 나거들랑 내 너를 흔드는 줄 알아다오
미숫가루 한 사발 들이키고
내 이름 부르며 반잔 더 마시게나
바람 불어도 꼬박꼬박 걷고
비 오는 날은 밀감 창고 스무 바퀴는 돌거라
걷는 만큼 내 안부도 길게 받지 않겠는가
발갛게 일출봉을 적시는 아침이면
너를 향해 창가에 서있음을 알아다오
2019.3.30.
눈을 잃어버린 친구를 떠나와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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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출과 지는 달을 동시에 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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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못 보내는 편지(제주 친구에게)
솔밭나그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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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03.30 06: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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